교통카드와 Alias (2/15)

2016. 10. 11. 22:35

출근을 위해 거의 매일 광역버스를 타는데, 가끔 '미승인 카드입니다'라는 메세지 때문에 버스비 지불을 못하는 경우를 본다. 글 쓰느라 구글링해보니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할까.


설명이 좀 길어질 것 같아 답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해당 단말기에 그 카드의 Alias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카드는 우리가 카드에서 보는 카드번호 외에 별도의 번호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특허청 등록 기준으로는 이 번호를 가리켜 '메모리 주소'라고 일컫고, 업계에서는 그냥 Alias라 부른다. 맞다. 미드 '앨리어스'의 그 앨리어스. 너와 나를 구분하는 구분자. 애초 메모리가 지금처럼 확장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던 시절에, 15~16자리인 카드 번호를 10자리로 압축하여 저장 공간의 효율성을 기하는 동시에 카드 정보를 플래그로 붙여 관리하기 위해 주식회사 이비[각주:1]에서 고안한 방식이다.


직전 글에서 한 차례 언급했듯, 현행 교통카드 승인/지불 프로세스는 오프라인 기반이다. 카드가 단말기에 태깅되는 순간, 단말기 내부 저장소에 이미 다운받은 정보와 비교대조하여 해당 카드를 승인Accept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승인을 위해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시간지연이 없고, 그래서 수 밀리세컨드(ms) 내에 승인 결과가 도출된다. 이것이 대기만 하면 지불이 되어 게이트가 열리는 교통카드 승인의 프로세스다.


이 과정에서 비교대조하는 기준이 바로 Alias다. 단말기는 카드가 가진 Alias를 읽어들이고, 이 Alias에 붙은 정보('플래그')[각주:2]를 읽어들여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Alias에 붙는 정보는 크게 할인등록여부와 카드사용가능여부다. 할인등록여부는 후불보다는 선불에서 더 의미있는 정보[각주:3]다. 단말기는 Alias에 붙어 있는 할인등록 플래그를 보고 이 카드에 일반요금을 부과해야 할지, 청소년요금을 부과해야 할지, 어린이요금을 부과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카드사용가능여부는 선불보다는 후불에서 중요하다. 분실/도난등록한 카드의 교통카드 기능이 정지되는 것이 바로 이 플래그와 관련있기 때문이다. 이 플래그에 '사용불가' 딱지가 붙어 있으면 단말기는 승인을 거부한다. 선불카드도 사용의 제한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이 곧 카드 내 잔액의 환불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후불교통카드는 일정 기간 동안의 승인 데이터를 모아 월말에 일괄청구를 하기 때문에 잔액소실에 대한 문제가 없는 것일 뿐이다.



Alias의 갱신은 예전에는 새벽 시간대에 일괄적으로 이뤄졌다. 시내버스 기준으로 단말기에 장착된 WIFI 모듈과 차고지 서버 간 Ad Hoc으로 연결하여 송신하는 방식이었다. 즉, 다운로드 이후에 변동된 Alias 정보는 실제 운행 중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서울의 경우, 최근 버스 단말기를 모두 LTE 모듈이 장착된 신형으로 교체하며 실시간 반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해당 기술은 원래 주식회사 이비가 발명한 것으로, 교통카드 초창기에는 이비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그때도 물론 다른 발행사들은 열심히 교통카드를 팔았는데, 그건 비교적 단순한 스펙의 마이페어 클래식 - 앞서 설명했다. 궁금하면 1번 글을 보시길. - 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저장기능 외에 연산기능이 추가된 스마트카드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수도권 통합환승이 요구되며 Alias는 수도권 내 교통 인프라 운영사 (서울 - 한국스마트카드, 경기, 인천 - 이비, 수도권 일부구간 - 코레일) 모두가 사용하는 기술이 되었다. 물론 이 기술을 그냥 내주기 싫었던 이비와 '서울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한국스마트카드의 입장이 맞부딪히며 두 회사가 이 특허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는 이비의 미비한 대처로 해당 특허 일부가 무효화되면서 한국스마트카드의 승리로 끝났다. 해당 특허분쟁은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준비서면의 작성이 필요한 사례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는 카더라가 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대강 교통카드가 어떻게 승인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이해했으리라 생각된다. 위 이야기를 이해했다면 우리카드 도움말 중 후불교통카드에 관한 이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우리카드 홈페이지 중 '후불교통카드'관련 설명 섹션. https://sccd.wooribank.com/ccd/Dream?withyou=CDCNT0201



더 쓰면 마티즈 타면서 사직서 내야 될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엔 또 뭘 써 볼까.



+함께보기

  1. Alias에 대한 주식회사 이비의 특허 내용 (출원번호 10-2003-0080830) : http://patent.ndsl.kr/patDetail.do?cn=KOR1020030080830

     - Alias가 뭔지 관심있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은 내용. 이후 실무 과정에서 약간의 변동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이 특허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 특허정보넷 KIPRIS에서 해당 특허의 등록사항과 심판사항 부분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한국스마트카드와의 분쟁 내용도 볼 수 있다.


  2. 단말기 오류로 후불교통카드가 안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12709471375730

     - Alias 이야기는 없지만 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기사 중 '교통카드 발급대역폭'이라는 부분이 Alias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 13개 남았습니다!



+이전글 보기

2016/10/06 - 교통카드의 종류 (1/15)


  1. 롯데에게 인수되어 캐시비를 발행하는 그 eB 맞다. [본문으로]
  2. 고유명사는 아니고 그냥 '딱지' 같은 보통명사다. 흔히 쓰는 3M사의 그 책갈피 같은거 이름도 '플래그'인데, 그거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3. 후불은 기본적으로 일반요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 [본문으로]

'Project "FEEDBACK" > 1610-12 - 버스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통카드와 Alias (2/15)  (1) 2016.10.11
교통카드의 종류 (1/15)  (0) 2016.10.06
수동형 RFID에 대하여  (0) 2016.06.30
NFC와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0) 2016.06.29
  1. Favicon of http://facebook.com/leetw302 이태욱 2017.03.31 11:36

    교통카드 지불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