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FEEDBACK"

교통카드와 Alias (2/15)

2016. 10. 11. 22:35

출근을 위해 거의 매일 광역버스를 타는데, 가끔 '미승인 카드입니다'라는 메세지 때문에 버스비 지불을 못하는 경우를 본다. 글 쓰느라 구글링해보니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할까.


설명이 좀 길어질 것 같아 답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해당 단말기에 그 카드의 Alias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교통카드 기능이 되는 카드는 우리가 카드에서 보는 카드번호 외에 별도의 번호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특허청 등록 기준으로는 이 번호를 가리켜 '메모리 주소'라고 일컫고, 업계에서는 그냥 Alias라 부른다. 맞다. 미드 '앨리어스'의 그 앨리어스. 너와 나를 구분하는 구분자. 애초 메모리가 지금처럼 확장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하던 시절에, 15~16자리인 카드 번호를 10자리로 압축하여 저장 공간의 효율성을 기하는 동시에 카드 정보를 플래그로 붙여 관리하기 위해 주식회사 이비[각주:1]에서 고안한 방식이다.


직전 글에서 한 차례 언급했듯, 현행 교통카드 승인/지불 프로세스는 오프라인 기반이다. 카드가 단말기에 태깅되는 순간, 단말기 내부 저장소에 이미 다운받은 정보와 비교대조하여 해당 카드를 승인Accept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승인을 위해 통신망을 사용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시간지연이 없고, 그래서 수 밀리세컨드(ms) 내에 승인 결과가 도출된다. 이것이 대기만 하면 지불이 되어 게이트가 열리는 교통카드 승인의 프로세스다.


이 과정에서 비교대조하는 기준이 바로 Alias다. 단말기는 카드가 가진 Alias를 읽어들이고, 이 Alias에 붙은 정보('플래그')[각주:2]를 읽어들여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Alias에 붙는 정보는 크게 할인등록여부와 카드사용가능여부다. 할인등록여부는 후불보다는 선불에서 더 의미있는 정보[각주:3]다. 단말기는 Alias에 붙어 있는 할인등록 플래그를 보고 이 카드에 일반요금을 부과해야 할지, 청소년요금을 부과해야 할지, 어린이요금을 부과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카드사용가능여부는 선불보다는 후불에서 중요하다. 분실/도난등록한 카드의 교통카드 기능이 정지되는 것이 바로 이 플래그와 관련있기 때문이다. 이 플래그에 '사용불가' 딱지가 붙어 있으면 단말기는 승인을 거부한다. 선불카드도 사용의 제한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 제한이 가능하다는 것이 곧 카드 내 잔액의 환불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후불교통카드는 일정 기간 동안의 승인 데이터를 모아 월말에 일괄청구를 하기 때문에 잔액소실에 대한 문제가 없는 것일 뿐이다.



Alias의 갱신은 예전에는 새벽 시간대에 일괄적으로 이뤄졌다. 시내버스 기준으로 단말기에 장착된 WIFI 모듈과 차고지 서버 간 Ad Hoc으로 연결하여 송신하는 방식이었다. 즉, 다운로드 이후에 변동된 Alias 정보는 실제 운행 중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서울의 경우, 최근 버스 단말기를 모두 LTE 모듈이 장착된 신형으로 교체하며 실시간 반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해당 기술은 원래 주식회사 이비가 발명한 것으로, 교통카드 초창기에는 이비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던 기술이었다. 그때도 물론 다른 발행사들은 열심히 교통카드를 팔았는데, 그건 비교적 단순한 스펙의 마이페어 클래식 - 앞서 설명했다. 궁금하면 1번 글을 보시길. - 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저장기능 외에 연산기능이 추가된 스마트카드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수도권 통합환승이 요구되며 Alias는 수도권 내 교통 인프라 운영사 (서울 - 한국스마트카드, 경기, 인천 - 이비, 수도권 일부구간 - 코레일) 모두가 사용하는 기술이 되었다. 물론 이 기술을 그냥 내주기 싫었던 이비와 '서울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절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한국스마트카드의 입장이 맞부딪히며 두 회사가 이 특허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는 이비의 미비한 대처로 해당 특허 일부가 무효화되면서 한국스마트카드의 승리로 끝났다. 해당 특허분쟁은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철저한 준비서면의 작성이 필요한 사례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는 카더라가 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대강 교통카드가 어떻게 승인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이해했으리라 생각된다. 위 이야기를 이해했다면 우리카드 도움말 중 후불교통카드에 관한 이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우리카드 홈페이지 중 '후불교통카드'관련 설명 섹션. https://sccd.wooribank.com/ccd/Dream?withyou=CDCNT0201



더 쓰면 마티즈 타면서 사직서 내야 될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엔 또 뭘 써 볼까.



+함께보기

  1. Alias에 대한 주식회사 이비의 특허 내용 (출원번호 10-2003-0080830) : http://patent.ndsl.kr/patDetail.do?cn=KOR1020030080830

     - Alias가 뭔지 관심있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은 내용. 이후 실무 과정에서 약간의 변동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이 특허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 특허정보넷 KIPRIS에서 해당 특허의 등록사항과 심판사항 부분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한국스마트카드와의 분쟁 내용도 볼 수 있다.


  2. 단말기 오류로 후불교통카드가 안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 :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5012709471375730

     - Alias 이야기는 없지만 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기사 중 '교통카드 발급대역폭'이라는 부분이 Alias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 13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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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6 - 교통카드의 종류 (1/15)


  1. 롯데에게 인수되어 캐시비를 발행하는 그 eB 맞다. [본문으로]
  2. 고유명사는 아니고 그냥 '딱지' 같은 보통명사다. 흔히 쓰는 3M사의 그 책갈피 같은거 이름도 '플래그'인데, 그거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3. 후불은 기본적으로 일반요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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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facebook.com/leetw302 이태욱 2017.03.31 11:36

    교통카드 지불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교통카드의 종류 (1/15)

2016. 10. 6. 08:35

- Project 'FEEDBACK'의 본론으로서는 첫 글.


교통카드의 사용을 가능케 하는 기술은 RF다. RF의 세부 내용에 관해서는 앞서 두 포스팅에서 상세히 다룬 바가 있으므로, 오늘은 교통카드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서울에 교통카드가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사용된 기술은 NXP반도체(구 '필립스' 였으나 이후 분사함)의 '마이페어Mifare'다. 서울버스조합에서 내놓은 유패스는 이 마이페어의 초기 버전인 '마이페어 클래식Mifare Classic'를 상용화한 세계 최초의 교통카드다. 다만 현재는 마이페어 클래식이 사용되지 않는데, 마이페어 방식은 단순히 메모리 방식으로 카드 내에 삽입되어 있는 기억소자에 잔액의 입출금만을 기록할 뿐 암호화나 해당 거래의 부당여부를 판독하는 연산기능이 없다는 취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한때 잔액 오류로 무한정 사용되는 교통카드에 대해 보도된 바[각주:1]가 있는데 이게 가능한 것이 바로 마이페어 클래식의 보안취약점 때문이다. 유패스 외에도 초기 티머니 보급형, 홍콩의 오이스터 모두 마이페어 클래식을 사용하다 보안취약점 공개 후 모두 후술한 ISO 14443 규격을 충족하는 스마트카드로 바꿨다.


티머니 기준으로 보급형 티머니의 실제적 단종[각주:2] 이후 발급되고 있는 스마트 티머니는 마이페어 기술 대신 국제표준인 ISO 14443A을 적용한 스마트카드를 사용한다. 스마트카드는 카드에 삽입된 기억소자에 단순히 거래기록을 남기는 것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정보들(예, 카드의 알리아스 번호, 유효기간, CVC번호 등)을 단말기에 내려받은 정보와 비교하여 해당 카드의 유효성을 함께 판독한다. 이동통신망이 잘 깔려 있는 나라에서 무슨 단말기에 카드에 대한 정보를 미리 내려받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태깅과 함께 결제가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후술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때문에 분실한 교통카드 내의 잔액 환불이 불가능하다.


온라인을 통해 카드의 유효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은 우리가 식당에서 밥 먹고 카드 긁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포스기에 카드를 긁는 즉시 자기띠에 들어 있는 카드 정보를 카드사 서버 혹은 VAN사 서버에 보내서 해당 카드의 유효성을 승인받고, 승인과 동시에 승인번호를 받아 결제를 진행하는 것이 바로 카드결제승인의 기본적인 프로세스다. 이것 때문에 예전에 무슨 카드결제할 때는 전화가 안 됐다가 전용선을 깔아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오늘은 교통카드에 대한 이야기니까 이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자.




포스팅을 하느라 블로그 몇 곳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 읽다보니, 가끔 마이페어와 ISO 14443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듯한 서술을 보는데 그게 좀 애매하다. 마이페어 클래식은 ISO 14443 제정 전에 출시된 것이 사실이지만, 국제표준 제정 이후 NXP반도체에서 출시한 마이페어 DESFire나 Ultralight C[각주:3] 같은 것들은 ISO 14443를 일부나 혹은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국제표준 ISO 14443은 RF카드의 결제기술에 대한 표준이며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ISO 14443에도 A형과 B형이 있는데, 이 둘은 4개 장 중 4장에서 규정된 전송 프로토콜은 동일하게 사용하나 2장과 3장의 코딩 방식Coding Scheme과 프로토콜 초기화 절차Protocal Initialization Procedure에서 차이가 있다. 나중에 NFC 기술이 등장하며 RF결제 방식과의 하위호환을 하는 작업이 펼쳐지는데 여튼 현재 타이완의 이지카드, 홍콩의 옥토푸스[각주:4], 상하이 교통카드, 한국의 티머니, 런던의 오이스터, 베이징 교통카드, 일본JR의 스이카, 샌프란시스코의 클리퍼, 인도의 모어 카드 등 대부분의 교통카드들이 ISO 14443을 준수하여 발급되고 있다. 독자규격 사랑하는 소니의 펠리카FeliCa는 ISO 14443C로 등록하려 했다가 실패하고 이후 NFC를 위한 국제표준 제정작업 중 ISO 18092로 등록된다. 국제표준이므로 아이폰7에도 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망할! 착각했다. 이번 일본 출시 아이폰에 들어간 것은 소니의 펠리카가 아니라 JR의 스이카다.


이만하면 됐겠지. 이 다음에는 알리아스에 대해 써볼까 하는데 음...


+ 이제 14개 남았습니다!

  1. 중앙일보, '나 몰래 16억 충전된 교통카드 썼다가…헉!'. 2012년 8월 4일 작성. [본문으로]
  2. 공식적으로 단종은 아닌데 발급을 거의 안 한다. 보급형 티머니 외에 캐시비 브랜드 이전의 마이비/이비 발행 교통카드나 대구의 대경교통카드도 모두 마이페어 클래식을 사용한 교통카드다. [본문으로]
  3. 마이페어 클래식도 교통카드로 쓰기에는 오버스펙이라며 사양을 대폭 낮춘 규격이다. 한국에서는 지하철 일회권에서 쓰인다. 근데 암호화는 간단하게 나마 해서 완전히 클래식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본문으로]
  4. 옥토푸스는 펠리카 기반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좀 더 알아보고 변동이 있으면 반영하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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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에 관하여

2016. 9. 30. 17:04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사흘이 지났다. 업무특성상 공공기관과 접촉할 일이 많아서인지 우리 회사도 이례적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관련법 강의를 네 차례나 열었고,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해당 법에 대한 관심 또한 뜨거웠다.


해당 법률에 대한 관심은 우리 회사 업무 담당자만 뜨거웠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기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청탁금지법이 발효된 28일부터 기자들이 써놓은 관련기사의 수는 무려 64,000건[각주:1]. 일평균 21,000건의 기사가 김영란법을 키워드로 한 셈이다. 권익위나 경찰청 등 유권기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를 받아쓴 식의 중복 기사도 다수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참 많은 수다. 언론의 청탁금지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새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와중에 재미있는 현상들이 목격된다. 법 취지가 무색하게 이 법 때문에 '서민이 죽는다'는 투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문화일보는 '식당폐업 속출, 서빙직 줄줄이 쫓겨나... '서민 일자리'직격탄'이라는 제호 하에 청탁금지법을 헐뜯는 기사를 내놨다.[각주:2] 법률이 시행된지 사흘 밖에 안됐는데 벌써 폐업하는 식당들이 속출한다는 주장도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이 말이 정말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얼마나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비싼 밥을 공짜로 먹어가며 청탁을 받느라 으스댔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서울신문이 '[르포1...신논현역 대리기사] 콜 '0'... 대리기사의 눈물'이라는 제호로 내놓은 기사[각주:3]도 눈여겨봄직 하다. 고급술집이 밀집한 논현역-신논현역 일대에서 접대 받은 후 대리를 이용하는 경우가 없어져 대리기사들의 생계가 막막하다는 내용이다.


뉴스1이 '김영란법이 뭐길래…쫄쫄 굶고 물만 마신 기자들'이란 제호로 내놓은 기사[각주:4]는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하다. 그들 자신이 청탁금지법의 규제대상이 되면서 답답하다는 고충을 잘 털어놓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기자들이 이 법의 대상이 된 것은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갖는 위상을 감안할 때 당연한 일이다. 언론이 내놓는 기사가 만드는 후폭풍은 매우 크다. 사실 확인이 명확히 되기 전까지는 기사라 할지라도 팩트보다는 의견에 가까운데 우리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기사=팩트'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같은 내용을 내놓더라도 해당 건을 보도한 언론사의 위상에 따라 그 팩트의 질이 판단된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현상적으로도 자본과 언론이 결탁하여 비뚤어진 결과를 내놓는 경우는 무수히 관찰된다. 기사 형식으로 내놓는 광고 - 이른바 '협찬 기사' - 도 있고, 기자간담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마땅히 내놓아야 할 기사를 내놓지 않거나 아니면 단신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한국의 언론재벌들은 경제권력과 결탁하여 간혹 부정한 이들의 신분세탁에 동원되기도 한다. 안 그런 분들이 많겠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듯 저널리즘을 배신하는 몇몇 기자들의 행동이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을 탓하기에 앞서 기자들 스스로 직업윤리를 준수하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 중 청탁금지법 설명 부분


흔히들 혼동하는 것이 청탁금지법이 모든 청탁을 금지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법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가장 보수적이며, 합리적인 문장이다. 청탁금지법도 마찬가지여서, 공개적인 청탁에 대해서는 법률로 처벌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법이 문제삼고 있는 '부정청탁'이란 해당 사안에서 권력을 가진 자가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과정이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매개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기에 경제적 이익 공여에 대한 처벌규정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음지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것이 이 법을 만든 사람의 취지고, 이 법의 취지는 분명히 도덕적으로나 사회규범적으로나 바람직한 방향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애먼 서민경제를 언급하며 마치 이 법이 국민경제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도하는 것은 명백한 호도다.


청탁금지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간단하다. 호의를 바라지 말자. 설마하는 생각을 버리자. 내 밥은 내가 사 먹고, 내가 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소득을 바라지 않으면 된다. 극히 합리적이고 순리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간단하게 나오는 법이다. 이 법률 때문에 감사를 표하는 미풍양속 - 그런데 또 사회상규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기부행위에 대해서도 조건부로 허용한다 -  이 사라지니 어쩌니 하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그깟 관례적 호혜 때문에 부정부패를 막자는 취지의 법률을 무력화시키자는 것이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


위에서 몇몇 기자들이 언급한 '서민경제 파탄', '내수위축'같은 것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청탁금지법은 남에게 얻어먹는 것을 제한하는 법률이니 자기 돈 주고 자기가 사먹는 것을 막는 법은 아니다. 비싼 술이 먹고 싶으면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모여 마시고 나눠 내고, 그리고 내 돈 주고 대리기사 요청하여 집에 가면 될 일이다. 비싼 밥도 마찬가지고,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저 누군가 대신 내줘야 할 것이라는 그 게으른 탐욕에 대해 비난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엄한 법률을 탓하는 것을 보면 대체 이들이 어떻게 언론고시를 통과하여 기자가 될 수 있었는지 청문회라도 열어야 할 판이다.


이제는 불필요한 호의들과 작별할 때다. 전 국민이 갑질에 분노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부정하게 청탁할 수단이 사라지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권력관계도 일정 부분 해체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명쾌한 도식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복잡한 청탁의 그물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반증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겪으면 겪을수록,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참 안쓰러운 체제다.

  1. 구글 뉴스 검색결과. 언론에서는 '청탁금지법'이라는 정규 이름보다 '김영란법'이라는 속칭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김영란법'으로 검색했다. https://www.google.co.kr/search?q=%EA%B9%80%EC%98%81%EB%9E%80%EB%B2%95&newwindow=1&hl=ko&biw=1536&bih=731&source=lnt&tbs=cdr%3A1%2Ccd_min%3A2016.+9.+28.%2Ccd_max%3A2016.+9.+30.&tbm=nws [본문으로]
  2.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93001071003016001 [본문으로]
  3.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930008019 [본문으로]
  4. http://news1.kr/articles/?278854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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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에 관하여  (0) 2016.09.30

윤종신은 여러 가지 활동 때문에 정작 자신의 본업인 음악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 '월간윤종신'으로 대응했다. 나는 그의 움직임을 예전처럼 수 년의 준비기간을 걸쳐 수 곡이 담긴 앨범을 한 장씩 내놓는 것은 불가한 상황 속에서, 작은 목표달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큰 목표인 '꾸준한 음악활동'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비슷하게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보유한 항상성(homeostasis) 때문에 큰 결심이 자꾸만 좌절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은 계(界) 속에서 변수를 적절히 통제하여 내부 환경을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움직이려는 생존 본능이 있으므로, 큰 변화를 가져오는 굳은 결심을 본능적으로 좌절시킨다는 논리였다.


이들이 어떻게 되든, 나는 두 논리를 종합하여 작은 마커 포인트를 일정하게 깔아놓는 것이 적어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론을 오늘부터 차근차근 여러분에게 공개하려 한다.


이른바 프로젝트 '피드백'은 월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프로젝트다. 일 1개 이상의 포스팅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므로 한 달에 최소 15개 이상의 포스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주제는 그때그때 원하는 것으로 잡을 생각이다. 재빠르게 회전하는 사회에서 전 블로그의 컨셉트를 하나로 고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내 관심의 유효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 것 역시 이유이기도 하다.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동형 RFID에 대하여

2016. 6. 30. 18:00

RFID의 능동형과 수동형의 차이는 태그의 부가전원이다. 단순히 리더기에서 보내는 전자기장을 전원으로 사용해 부가전원이 필요하지 않은 태그는 수동형 RFID에 해당하고, 부가전원을 사용한다면 능동형 RFID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RFID를 구성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리더기 혹은 호출기와 안테나, RFID 태그가 그것이다. 수동형 RFID의 태그는 다시 태그의 안테나와 마이크로칩 혹은 집적회로[IC]로 구성된다.


수동형 RFID는 RFID리더기의 신호를 기다렸다 필요한 경우에만 작동한다. 부가전원이 없기 때문에, 리더기가 전파에 실어 보내는 전자기장에 의해 잠깐 켜졌다가 꺼지기 때문이다. 태그의 안테나가 리더기의 전파를 수신하여 IC가 켜져 다시 태그의 RF시스템으로 신호를 되돌려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백스캐터(후방산란)라 한다. (백스캐터를 이용하면 전파에 실린 작은 크기의 에너지로도 IC를 작동하고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IoT 분야에서 백스캐터가 한 꼭지로 연구되고 있다.) 이 백스캐터링이나 혹은 전자기장 변조를 안테나를 통해 리더기가 감지하면 정보의 송수신이 이뤄진다.



수동형 RFID 태그의 유형


수동형 RFID 태그 유형은 크게 인레이 타입과 하드 타입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인레이 타입에 대해 설명하자면 일반적인 수동형 RFID 태그는 부가전원 없이 오직 IC와 안테나만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조합이 매우 단순하여 인레이 타입으로 만들기 용이하다.


인레이 타입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현 시점에서는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개당 0.12 달러 수준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 가격이 낮아져도 기능의 차이는 없다. 왜?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인레이 타입은 세 가지가 있다. 먼저 드라이 인레이(Dry Inlay)다. RFID칩과 안테나를 재료나 '웹'이라 불리는 기판(substrate)위에 붙인 형태를 말한다.


다음으로 웻 인레이(Wet Inlay)다. 이 형식의 인레이는 RFID칩과 안테나가 접착제로 PET나 PVT 같은 재료에 부착된 형태다. 스티커 형식으로 롤에서 바로 떼어내어 물건에 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RFID 제품이 이 방식이라 보면 된다.


마지막은 종이를 사용한 RFID다. 종이에 웻 인레이 방식으로 RFID칩과 안테나를 붙인 형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접착면이 종이라 구분을 위한 숫자나 회사 로고 등을 인쇄할 수 있다.


둘째는 하드 타입 RFID다. 하드 타입 RFID는 플라스틱이나 금속, 세라믹, 고무 등으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좋으며 특정한 기능이나 재료, 혹은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제작된다.



수동형 RFID 사용 주파수


수동형 RFID에 사용되는 주파수 대역은 필요한 커버리지나 부착재료 등 사용환경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저주파(Low Frequency)대역. 125-134 kHz 대역은 커버리지가 1~10cm 정도로 아주 짧다. 가장 오래된 기술로 125 kHz가 많이 사용된다. 125 kHz는 출입통제, 방문증, 재고자산 추적, 자동차 키 등에 사용되고 135 kHz는 동물식별 태그로 사용된다.


다음으로 고주파(High Frequency)대역. 사용주파수는 13.56 Mhz로, 커버리지는 최소 1cm에서 길게는 1m에 달한다. 이 대역의 장점은 짧은 거리에서 다중 태그 인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초당 20여개 카드 동시 인식 가능) 이 대역은 상호 데이터 전송이나 출입제어, DVD 대여/반납, 전자여권 등 넓은 커버리지를 요구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에 두루 활용된다. 티머니 카드 같은 교통카드나 NFC도 이 대역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초고주파(Ultra High Frequency)대역. 초고주파 대역은 인식거리가 최대 5-6m까지 길어지고, UHF 태그의 크기를 키우면 이론상 30m 이상도 간다는 카더라가 있다. 대신 리더기의 전파 전달거리가 태그의 전파 전달거리보다 훨씬 길어서 다른 리더에 간섭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도 있다.


900 Mhz 대역 (860-960 MHz)은 수동형 RFID 국제 표준 주파수 대역으로, 전파특성이 우수하여 상품의 유통/물류 관리 등 용도에 가장 적합한 RFID 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외에 레이스 기록 측정이나 IT 자산 추적, 파일 추적, 세탁물 관리 등 넓은 커버리지를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에도 사용되고 있다.


전파의 파장이 짧아질수록 실리는 에너지의 준위는 높아지며, RFID 커버리지 또한 길어진다. 일반적으로 고주파 대역으로 갈수록 습기나 금속 같은 RFID 비친화적 재료 관련한 이슈가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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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저녁 자리에서 RF와 NFC에 대한 질문을 듣고.


RFID

RFID 시스템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정보를 가진 태그와 그 정보를 읽는 리더기, 그리고 상호통신을 가능케 하는 안테나다.


RF의 통신은 단방향이다. 태그와 리더기의 역할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RF는 RFID 태그의 종류에 따라 크게 능동형(Active)과 수동형(Passive)으로 나눌 수 있다. (능동형과 수동형의 차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서술해봐야겠다.)


사용주파수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론상 커버리지가 최대 100m에 달하기 때문에 RFID는 효율적인 물류관리 방법으로 언급된다. 도심 내 곳곳에 리더기를 설치하고, 배달트럭이나 상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하여 해당 트럭이나 화물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식이다.


위치추적을 위해서는 GPS를 사용해도 되지만, 마천루가 많은 도심지는 GPS 음영지역이 있고 또 상업용 GPS의 정확도가 정밀하지 못한 문제도 있어 어느 정도의 오차가 있다. 반면 RFID는 리더기의 고정위치를 기반으로 정확한 위치를 제공할 수 있을 뿐더러 위치정보 외에 다양한 정보들까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NFC

NFC도 13.56 Mhz를 사용한다. 이때문에 같은 주파수를 쓰는 HF RFID의 발전형태로 NFC를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RF와의 차이는 리더기와 태그의 역할이 나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걸 P2P커뮤니케이션이라 한다.) 이 때문에 NFC는 상호 트랜잭션이 필요한 비접촉식 결제나 비접촉식 정보공유 서비스(예, 명함/연락처교환)에 활용되고 있다.


즉, RFID와 NFC 둘 모두 주파수를 통해 비접촉식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하나의 통신수단이지만 RF와 NFC의 차이는 P2P의 가능여부라 정리될 수 있겠다.


참고 : http://blog.atlasrfidstore.com/rfid-vs-n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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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비어의 캔작업을 한지 일주일만에 브루클린 브루 샵의 비어 메이킹 믹스를 사용하여 새로운 맥주를 양조합니다. 브루클린 브루 샵의 메이킹 믹스는 미스터비어와 달리, 홉 향이 가미된 몰트 익스트랙트(Hopped Malt Extract, 이하 'HME') 대신 진짜 몰츠와 홉이 들어있어 더 고전적인 양조를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몰츠에서 뽑아낸 당질 육수인 워트를 만들기 위해 몰츠를 끓이고, 그것을 다시 식히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작업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물에 몰츠를 넣고 일정 온도에서 1시간 동안 끓이다가 그것을 체에 거르고, 다시 한 시간 동안 끓이면서 홉을 일정 시간 간격으로 넣어주면 비로소 워트가 완성됩니다. 유리 저그에 옮겨담은 후 효모를 넣고 발효를 시켜주면 맥주가 되는 것입니다. 듣기엔 간단하죠?


메이킹 믹스 상자를 열어보면, 보시는 것과 같이 몰츠와 홉, 그리고 효모가 들어있습니다. 앞서 진행했던 미스터비어의 기준용량이 2갤런이었던 데에 반해, 브루클린 브루 샵의 메이킹 믹스는 1갤런(3.78리터 가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4리터나 되는 맥주를 마실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이 키트를 구매했던건데, 두 번의 양조를 거친 후에 '4리터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앞서 보여드렸던 미스터비어의 장비를 추가로 들였습니다. 처음부터 2갤런씩 양조할 생각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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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 믹스 옆으로 보이는 것은 산성 소독제입니다. 해외포럼에서는 사용후 특별한 세정작업 없이 그대로 집기들을 사용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국내에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으나 가격이 다소 높아, 저는 아마존의 무료배송 행사를 이용하여 미국에서 공수해 왔습니다. 다만 저걸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600배 이상 희석하여 사용하므로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에서 구매하셔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우선 냄비에 물을 2쿼트(1.9리터 가량) 넣고 섭씨 71도까지 가열합니다. 처음에는 설명서에 적혀있길래 그대로 따라했는데, 좀 찾아보니 온도와 추출되는 워트 간에 많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온도가 60도 후반으로 갈수록 알파 아밀라아제가 작동하며 몰츠의 탄수화물을 닥치는대로 분해하므로, 추출되는 당분의 크기가 들쭉날쭉해 진다고 합니다. 효모는 이렇게 크기가 큰 당분의 어려워하므로, 동일 시간 발효를 한다고 할지라도 (60도 초반으로 당화를 하는 것에 비해) 맥주의 바디에 당분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 맥주의 바디감을 형성한다는 것이죠. 자세한 것은 비어포럼의 관련글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8:26 10:44:59


온도가 오르면 불을 끄고, 몰츠를 냄비 안으로 부어넣습니다. 71도까지 올라갔던 물의 온도는 상온에 있던 몰츠가 들어가며 금세 63도 가량으로 떨어집니다. 이제부터 1시간 가량의 당화작업을 시작합니다. 온도를 여러 포인트에서 재보며, 63도에서 68도를 맞춰줍니다. 너무 높으면 몰츠에 있는 탄닌과 같은 나쁜 맛을 내는 성분도 함께 추출되므로 온도가 너무 높이 (75도 가량) 올라가지 않도록 신경 써 줍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8:26 10:45:41


한 시간이 흐르면, 체와 빈 냄비를 준비해 방금 끓인 것을 걸러 맥즙만 뽑아냅니다. 한편에서는 1갤런 정도의 물[각주:1]을 77도까지 끓여서 준비해 뒀다가, 체에 남은 몰츠 잔존물에 부어줍니다. 이를 스파징(Sparging)이라고 하는데, 몰츠(맥아)에 남아 있는 당분을 끝까지 뽑아내고자 하는 작업입니다. 이제 워트(맥즙)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파징까지 마친 맥즙을 끓여줍니다. 불을 켜고 거품이 형성될 때까지 한 번 바르르 끓으면, 불을 낮춰줘 뭉근하게 끓도록 합니다. 보일링은 우선 살균의 목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전에 살균소독세척작업을 모두 마친 기재를 통해 제조가 이뤄지지만, 아무래도 맥아라는 자연물이 그대로 들어간 만큼 100도 이상으로 끓여 살균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더불어 나쁜 맛을 내는 성분을 날리는 한편으로, 워트 내의 당분을 캐러멜라이즈하여 맥주의 원하는 맛과 색을 내는데도 활용되는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 보일링시간은 양조자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커스텀 레시피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레시피로 하는 것이므로... 인스트럭션에 써 있는 60분을 지킵니다. 다시 맥아로 양조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조금 더 신경 써 보고 싶습니다.


보일링 과정에서 홉을 넣습니다. 이를 호핑이라고 합니다. 해당 키트에 들어 있는 홉의 이름은 '골딩 홉'입니다. 골딩 홉도 이스트 골딩 홉과 스티리안 골딩 홉 등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은데, 키트 제조사인 브루클린 브루 샵에서 특별한 설명을 붙이지 않았으므로 그냥 골딩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통적으로 부드럽고 향긋한 아로마를 지니며 영국이 주 서식처인 것으로 보입니다. 요새는 미국에서도 골딩 홉이 재배된다고 하니, 아마도 이 키트에 들어 있는 홉은 미국산 골딩 홉일 것 같습니다. (홉 종류에 관해서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홉은 사용하기 좋도록 이미 펠렛으로 가공되어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보스턴에 갔을때, 그 지역의 양대산맥인 '하푼 브루어리'와 '새뮤얼 애덤스 브루어리' 모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푼의 경우 펠렛 가공된 홉을 투어 참가자들에게 보여주었고, 샘 애덤스의 경우엔 자루에 들어있는 홉을 마구 퍼서 투어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후 비벼 냄새를 맡게 해주었었죠. 두 회사 모두 (국산맥주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는 맛을 내는 맥주를 생산하지만, 투어의 짜임새랄까... 그런 것들에서 스타일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8:26 12:04:40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5:08:26 12:42:38


보일링을 마치면 워트의 온도가 20도 초반까지 내려오도록 식혀줍니다. 이것에 관해서는 이미 지난 회차의 글에서 설명드렸던 것 같습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효모의 활동에 제약이 있으니까요. 적당히 식으면 발효용 유리 저그에 옮겨줍니다. 브루클린 브루 샵 측에서는 이 때에도 체를 사용하길 권합니다. 발효는 산화 작업이고, 체를 이용해 옮겨담는 과정에서 용액의 산소포화도를 높여주면 더 발효가 잘 될테니까요.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입니다. 저는 체를 사용합니다.


유리 저그에는 1갤런의 표시가 되어 있는데, 만약 옮겨담은 후 용액의 양이 1갤런이 되지 않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는 그냥 물을 더 넣어주면 됩니다. 용액에서 용매가 증발하더라도 용질은 그대로이니, 용매를 보충하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농도가 되니까요.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50 | Off Compulsory | 2015:08:26 15:34:33

여기까지 마치면, 병에 효모를 부어넣고 흔들어 준 후 으슥한 곳으로 가지고 가 발효를 시작합니다. 끝입니다.


군데군데 사진이 빠진 것은,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캔 따서 물에 희석시켜 끓여주다가 찬물 넣고 효모 넣으면 끝'이었던 미스터비어의 캔 작업에 비하면 브루클린 브루 샵의 작업은 정말 힘듭니다. 다만 결국 제조사의 레시피를 넘어 자신만의 맥주를 만드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거쳐야 할 작업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맥주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고요.


미스터비어나 브루클린 브루 샵이라는 회사는, 그저 브랜드일 뿐입니다. 2011년 기준으로 미국에 있는 양조장의 수는 2000여 개[각주:2]이고, 그만큼 개인이 맥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키트를 제조하여 파는 회사도 많습니다. 당장 아마존에 들어가셔서 찾아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두 회사는 그런 회사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회사이고, 저 역시 초보의 입장에서 찾을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아 소개해 드리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더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으시다면, 구글에서 찾아보시거나 '비어포럼(http://www.beerforum.co.kr)'과 다음 카페인 '맥주만들기동호회(http://cafe.daum.net/microbrewery, 약칭 '맥만동')'을 방문해보세요. 국산 맥주 이후의 새 지평을 보신 분들께서 이미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계시며, 다양한 정보들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브루클린 브루 샵의 표현을 빌린다면, 맥주만들기는 오트밀죽을 쑤는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오트밀죽을 쑬 때보다 살균소독세척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긴 합니다.) 미스터비어 같이 캔을 이용한 인스턴트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쉽습니다. 더 이상 국산 맥주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취미로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1. 이미 용액의 량이 우리가 양조를 목표로 하는 1갤런을 넘어섰습니다. (4쿼트=1갤런) 이유는 앞서 거친 당화 작업과 이후의 보일링 작업 동안 어느 정도의 증발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2. "공인된 맥주 전문가로 가는 길, '씨서론(Ciceron)'" 중, 살찐돼지의 맥주광장, http://fatpig.tistory.com/entry/%EA%B3%B5%EC%9D%B8%EB%90%9C-%EB%A7%A5%EC%A3%BC-%EC%A0%84%EB%AC%B8%EA%B0%80%EB%A1%9C-%EA%B0%80%EB%8A%94%EA%B8%B8-%EC%94%A8%EC%84%9C%EB%A1%A0Cicerone [본문으로]

오랜만입니다. 지난 주말에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그동안 블로그에 신경을 통 못 썼습니다. 원래는 시험이 끝난 직후인 주초에 가을대비 양조를 하려고 했는데, 발효 냉장고를 위한 온도조절기가 중국에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제야 관련소식을 올립니다.


브루클린 브루샵의 키트로는 양조를 해 본 적이 있지만, 미스터비어의 캔 작업은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됩니다. 오늘 양조할 레시피는 시즈널 레시피인 '오스트레일리안 스파클링 에일'입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24sec | F/1.8 | 0.00 EV | 4.4mm | ISO-300 | Off Compulsory | 2015:08:21 13:57:31


미스터비어는 매 계절마다 내놓은 한정판 레시피를 내놓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소개란에 따르면 올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맥주업체인 쿠퍼스 브루어리의 창업주, 토마스 쿠퍼의 1862년 레시피라는군요. 쿠퍼 씨가 그의 아내 앤을 위해 만들어 낸 이 레시피는, 부인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는 레시피가 되어 쿠퍼 씨가 계속 양조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쿠퍼스 브루어리의 기원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황금빛을 띄며, 과일 향과 꽃 향이 적절한 쓴 맛과 잘 어우러진 것이 이 레시피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벌써부터 숙성이 완료되는 4주 후가 기대되는군요!


캔 작업은 처음이라 홈페이지의 제조법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제조에 들어가기 앞서 양조에 사용할 모든 도구들은 철저하게 살균소독을 해야 합니다. 잡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맥주 대신 식초를 마시거나 혹은 곰팡이 덩어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제조사의 키트든 가장 먼저 철저한 살균소독을 할 것을 권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캔을 따뜻한 물에 넣어놓습니다. 따뜻한 물에 넣기 전에 캔의 종이 라벨은 꼭 떼어내세요. 직접 겪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물에 불은 라벨 조각이 나중에 끓인 물에 캔 내용물을 집어넣을때 섞여 들어갑니다. 맥주 드시다가 종이 씹고 싶지 않으시면 꼭 종이 라벨을 깨끗하게 떼어내세요.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5:08:21 13:57:15


이 캔 안에는 '홉 향이 가미된 몰트 익스트랙트(Hopped malt extract, 이하 'HME')'가 들어있습니다. 브루클린 브루 샵의 경우, 몰트가 들어있어 이것을 물에 넣고 끓여 워트(Wort)[각주:1]를 얻어내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한 시간 정도를 끓이며 타지 않도록 불조절을 해야 하는 일이라, 겨울에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한 여름에는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다행히 미스터비어의 제품은 HME가 들어 있으니 그 작업을 건너뛸 수 있습니다.


한 켠에는 큰 냄비를 준비합니다. 이 냄비에 4컵의 물을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데워 둔 워트를 넣고 잘 섞습니다. 제조법에는 냄비의 용량이 3쿼트 이상 되어야 한다고 써 있습니다. 미국 기준 3쿼트면 2.83리터 정도 됩니다. 물 한 컵은 200mL과 250mL로 갈릴 것 같은데, 어차피 미스터비어의 발효조를 사용할 거라면 막판에 발효조에 찍힌 눈금까지 물을 넣을거라 처음부터 물이 많이 들어가건 적게 들어가건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8:21 13:57:20


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캔을 따서 냄비에 부어 잘 젓습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5:08:21 13:59:27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5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00:15


HME를 희석시켜 워트를 만들고 나면, 발효조(Keg)에 냉장보관한 차가운 물을 4쿼트까지 넣습니다. 발효조에 넣는 물은 차라리 온도가 낮은게 괜찮습니다. 뜨거운 물에 이스트를 풀면 이스트가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낮으면 이스트가 죽지는 않고 잠들어 있거만 하거든요. 이것 때문에 원래는 워트를 적정 온도(20도 정도)까지 식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냥 차가운 물을 넣어서 워트의 온도를 아예 미지근하게 만드는 거죠.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8:21 13:57:06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5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06:15


물이 준비되면 워트를 발효조 안으로 붓습니다. 저는 쓰던 깔대기가 있어서 깔대기를 활용하여 혹시 섞여 들어갔을지도 모를 라벨 조각을 걸러내 봅니다. 당연히 깔대기도 깨끗하게 살균소독이 완료된 것입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5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09:35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09:38


발효조에 워트를 모두 주입하고 나면, 발효조 뒷면에 나와 있는 8.5 쿼트 선까지 차가운 물을 더 부어줍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살살 흔들어 물과 워트가 잘 섞이도록 해주세요.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24sec | F/1.8 | 0.00 EV | 4.4mm | ISO-25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11:45


잘 흔들어 섞고 나면 첨부된 이스트를 넣어 줍니다. 제조법에는 이스트를 넣고 젓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브루클린 브루 샵의 제조법은 이스트를 넣고 발효조를 신나게 흔들어 산소를 넣어주라고 권장하던데, 약간의 차이가 있네요.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24sec | F/1.8 | 0.00 EV | 4.4mm | ISO-15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11:49


이스트까지 넣었다면 이제 뚜껑을 잘 닫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서 2주 동안 잘 발효시키면 됩니다. 섭씨 20도에서 24도가 발효에 적당한 온도라고 제조법에 적혀 있는데, 날씨가 많이 선선해지긴 했지만 요즘도 낮에는 24도 이상입니다. 저는 만들어 둔 발효냉장고에 넣어 마무리 합니다.


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1.8 | 0.00 EV | 4.4mm | ISO-15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12:07LG Electronics | LG-F500L | Not defined | Center-weighted average | 1/10sec | F/1.8 | 0.00 EV | 4.4mm | ISO-1200 | Off Compulsory | 2015:08:21 14:13:33


워트를 추출하는 작업과 냉각 작업이 없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직접 몰트를 끓이는 것보다는 정형화 된 맛의 맥주들만 만들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쉽고 간편한 작업이라면 누구든지 충분히 도전해 볼 정도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 보입니다.


이제 2주 동안의 발효작업 이후에 병입을 하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 다른 글들로 찾아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덧. 발효용 냉장고에 관하여.


이전 글에서 발효 냉장고 제작기를 쓰겠다고 한 것 같은데, 사실 사진을 못 찍어서 올릴 만한게 없습니다. 대신 다음 맥만동의 비룡슈 님의 글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입니다. 원리는 기존에 냉장고에 붙어 있는 온도조절기를 제거하고 구매한 온도조절기를 대신 연결해 냉장고의 작동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온도조절기 제조사마다 다른 것인지, 차이가 있다면 제가 구매한 한영넉스의 BR6 제품은 내부 회로 자체에서 인입된 전원을 그대로 출력해주지 않아 전선 브릿징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모르고 비룡슈 님의 가이드대로 연결만 했더니 압축기로 전원이 인가되지 않아 온도가 떨어져도 냉장고가 구동되지 않았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온도조절기 구매시 함께 따라온 결선 안내도를 보시는 것이 빠른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선에 성공하셨다면, 같은 제품을 이용한 orange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발효용 냉장고 제작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아래에 덧글로 남겨주세요. 아는 대로 답변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 워트는 몰트 내의 당밀을 추출한 것으로, 이것을 발효시키면 맥주가 됩니다. [본문으로]


자주 다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사진을 보았습니다. 7월 23일경 울리히 슈틸리케 감독이 팬들과 '치맥'을 즐기는 '슈맥데이'라는 행사에서 찍힌 사진이라 합니다. 이 사진은 이른바 '덕국인 고문 사진'이라 불리며 여기저기로 공유되고 있는데, 맥주를 입에 댄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이 몹시 당혹스러워 보이는 데서 연유한 모양입니다. 하기사, 한국 맥주에 대한 외국인들의 평가가 박한 것은 비단 슈틸리케 감독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일찌기 다니엘 튜더[각주:1]는 한국 맥주를 가리켜 '지루[각주:2]한데다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혹평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한국 맥주 시장이 이렇게 된 이유로 주류시장의 복점 체제를 지적했었죠.


이코노미스트의 해당 기사는 업계와 소비자들 모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말오줌 같은 한국 맥주'라는 평이었지만, 지적당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이코노미스트에 항의서한을 보내는가 하면 대강 '한국 맥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벌어진 오해'라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던 모양입니다.[각주:3] 이후 '한국맥주는 왜 맛이 없는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한국 맥주의 맥아 함량이 매우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맥아함량이 높으면 맛있는 맥주일까?


해당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일본과 독일의 맥주에 대한 정의를 인용합니다. 독일의 경우 아시는 바와 같이, 15세기에 반포된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에 따라 맥주에 대해 '오로지 홉, 정제수, 그리고 맥아로만 구성되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후 유럽통합이 가속화되며, 이 맥주순수령은 통합을 방해하는 일종의 비관세장벽으로 여겨져 유럽사법재판소에 의해 철폐 권고를 받았고 이후 몇 차례의 시도 끝에 93년에 임시 독일맥주법이 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당초 맥주순수령을 골자로 하긴 하였으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 임시 독일맥주법은 맥주순수령에서 인정하지 않던 밀맥아나 설탕, 효모의 첨가를 인정하여 이전에는 인정받지 못하던 '음료'들을 '맥주'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맥주에 대한 정의가 독일에 비해 느슨한 듯 하면서도 구체적입니다. 일본 세관의 설명[각주:4]과 일본 주세법[각주:5]을 보면, '탄산이 들어간 음료Sparkling Beverages' 중 알코올 도수가 20도 이하인 동시에 맥아의 함량이 50% 이상[각주:6]이 되는 음료만을 '맥주'라 정의하고 있습니다.[각주:7]


한국의 경우, 주세법 시행령 제3조제1항4호에 따르면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면 맥주로 인정[각주:8]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독일에 비하면 맥주라고 치는 음료 중 맥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아보입니다. 관련업계는 맥아 함량에 대한 과세당국의 기준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각주:9]합니다. 주세법령 상에 그렇게 정의된 것은 맥아 비율이 높으면 맥아를 적게 함유한 수입맥주들이 범람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세당국이 그렇게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라고요.


대표적인 대량생산맥주인 하이네켄은 맥아 함량을 100%로 유지하고 있고, 미국식 부가물 라거의 대표주자인 버드와이저도 맥아 함량을 70~8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국산 맥주와 비교 대상으로 삼았던 북한의 대동강 맥주는 맥아 함량이 70%라고 합니다. 국산 맥주[각주:10]의 경우, 제조사들의 주장에 따르면 국산 맥주의 맥아 함유량은 60~7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맥스나 오비 골든 라거와 같이 맥아 함량을 100%로 가져가는 특별한 라인도 있습니다. 이것이 맞다고 전제하면,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은 수입 맥주들에 비해 결코 낮지 않습니다.


맥주에 물을 타는 '하이그래비티 공법'


그럼에도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맛 차이는 확연합니다. 혹자는 라거로 대표되는 하면발효맥주의 특성상 수입 맥주에 비해 맛이 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국내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주종은 에일로 대표되는 상면발효맥주이고, 그렇기 때문에 라거 일변도인 국내 맥주에 비해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각주:11]


이에 발효 후 탄산수를 적당히 타서 맥주를 만드는 이른바 '하이그래비티 공법'이 맥아 함량에 이어 맛없는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적정 비중을 계산하여 당즙을 내는 것은 복잡하니, 아예 고농도의 알코올 발효액을 만들어 제품화 전에 탄산수를 섞어 도수를 낮추어 공급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량생산에 최적화 된 방법이지요. 더불어 출하 전 여과 과정에서 탄산수를 섞기 때문에 가볍고 청량한 맛을 냅니다. 그대신 물을 타기 때문에 맥주 원액이 가지고 있는 풍미를 해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오리지널그래비티 공법'은 발효된 맥주 원액 그 자체를 내놓기 때문에 발효 순간에 가지고 있는 맥주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후발주자인 롯데주류의 '클라우드'가 이 오리지널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상품으로, 아예 '물 타지 않았다'라는 카피를 내세워 기존의 맥주들과 차별화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한국 맥주의 맛없음은 대표적인 '시장실패'의 사례


결국 국산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맥아 함유량에서나 공법에 있어서도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 간에 큰 차이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산 맥주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의 주관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객관적으로 차이를 따져볼 수 있는 근거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제조사가 할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실제로 맥아 비율이 수입 맥주만큼 높은지, 어떠한 홉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은 커녕, 하다못해 '국내 생산 호가든이나 오리지날 호가든이나 똑같은 맛이라고 본사에서 그러더라'는 업계의 주장을 소비자들이 검증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전무합니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업계의 방어책은, 업계 간의 경쟁을 통하여 전환의 기회가 모색되곤 합니다만 그러기에는 한국 맥주시장의 경쟁구도가 너무 처참합니다. 1933년 일제강점기에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와 오비맥주의 전신인 소화기린맥주가 이 땅에서 맥주를 생산한 이래 80년 이상 복점체제가 유지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클라우드를 앞세운 롯데주류가 등장했다고는 하지만 그 시장점유율이 3%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각주:12]


독일이나 미국처럼 소규모 양조업자들이 활동하기에도 한국의 환경은 녹록치 않습니다. 두산주류BG를 인수하고, 또한 이전부터 롯데칠성음료라는 걸출한 회사를 보유하고 있던 롯데주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주세법이 2014년 4월 개정되면서, 이들 마이크로 브루어리에도 생산주류의 외부 유통이 허용되었다지만 대기업과 똑같은 주세가 매겨지며 가격경쟁력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현행법상 외부 주류유통은 반드시 주류종합도매상을 거쳐야 하는데, 과점 시장에 길들여진 이들 주류도매상들이 소규모 양조업체들에게 공급망을 내줄 이유가 만무합니다.[각주:13]


결국 '맛없는 맥주'라는 오명을 대내외적으로 꾸준히 듣고 있지만, 그 질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은 복점(과점) 시장이 갖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국 맥주가 맛없는 이유로 '복점시장'을 든 것이라 생각되는군요.


다른게 아니라, 과도하게 대기업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를 혁파하여 중소업체들이 파고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거기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창조경제'일 것입니다.



덧 : 반면 일본과 독일 못지 않게 다양한 맥주 라인업을 자랑하는 미국의 맥주에 대한 정의는 무척 간단합니다. 미국법전 5052항은 '알코올 도수가 0.5도 혹은 그 이상으로, 맥아만을 사용하거나 혹은 그 대체품과 혼용되어 양조되었으며 비어, 에일, 포터, 스타우트 혹은 그와 유사한 이름을 가진 발효 음료'[각주:14]를 맥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예시로 든 일본과 독일의 맥주 생산업자들이 미국의 이 정의를 본다면 자국의 엄격한 기준에 대해 다소 섭섭해 할 것 같습니다.

  1. 여담이지만 이코노미스트의 오랜 전통 중 하나가 바로 '기자의 이름을 숨기는 것'이라고 한다. 튜더의 경우 당시 이코노미스트 소속으로 한국에 특파원으로 온 특이한 상황 때문에 이 기사를 쓴 것으로 밝혀졌을 것이다. [본문으로]
  2. '말오줌 같다'고 평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원문을 읽어보면 그런 표현이 없다. http://www.economist.com/news/business/21567120-dull-duopoly-crushes-microbrewers-fiery-food-boring-beer?fsrc= [본문으로]
  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3&oid=001&aid=0005958868 [본문으로]
  4. http://www.customs.go.jp/english/c-answer_e/kojin/3105_e.htm (영어) [본문으로]
  5. http://law.e-gov.go.jp/htmldata/S28/S28HO006.html (일본어) 맥주의 정의에 대해서는 제3조제12항을 참고하면 된다. [본문으로]
  6. 인터넷 상에 일본 주세법상 '맥아 비율이 3분의 2를 넘어야 맥주로 본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일본 주세법 제3조제12항제2호에 따르면 '맥주, 홉 물 및 보리 기타 정령에서 정하는 물품을 원료로 발효시킨 것(그 원료 중 해당 정령에서 정하는 물품의 중량의 합계가 맥아의 중량의 백분의 오십을 넘지 않는 것에 한한다.) 麦芽、ホップ、水及び麦その他の政令で定める物品を原料として発酵させたもの(その原料中当該政令で定める物品の重量の合計が麦芽の重量の百分の五十を超えないものに限る。)'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변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7. 알코올 도수가 10도 이하이면서 맥아의 함량 역시 50% 이하인 탄산음료는 '발포주Sparkling Liquor'입니다. [본문으로]
  8. 주세법시행령 제3조제1항4호 '4. 법 별표 제2호라목2)에 따른 맥주의 제조에 있어서 그 원료곡류중 엿기름 사용중량은 쌀·보리·옥수수·수수·감자·전분·당분 또는 캐러멜의 중량과 엿기름의 합계중량을 기준으로 하여 100분의 10이상이어야 하고, 맥주의 발효·제성과정에 과실(과실즙과 건조시킨 과실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첨가하는 경우에는 과실의 중량은 엿기름과 전분질원료의 합계중량을 기준으로 하여 100분의 20을 초과하지 아니하여야 한다.' [본문으로]
  9. 이코노미조선, "‘물 맥주’ 소리 듣는 국산 맥주의 숨겨진 진실', 2013년 1월 9일 작성. http://food.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8/2013010801803.html [본문으로]
  10. 맥주는 성분표시의무제를 적용받지 않아, 각 제조사가 맥아 함량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객관적인 자료가 없이 제조사들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 숫자를 믿을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본문으로]
  11. 개인적으로 이 주장은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째는 왜 그걸 알면서도 라거 일변도의 라인업을 버리지 못하느냐는 겁니다. 문호가 개방되며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굳이 맛이 없다고 지적되는 심심한 라거류만을 계속 생산하는 것은 소비자의 니즈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수요-공급 법칙에 배치되는 상황입니다. 둘째는 같은 하면발효맥주인 하이네켄이나 버드와이저와 비교하더라도 국내 라거의 맛이 크게 없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본문으로]
  12. 비즈포커스, "클라우드' 약진 맥주 시장 '양강' 아닌 '삼강' 구도 변화하나", 2015년 5월 25일 작성. http://news.tf.co.kr/read/economy/1530256.htm [본문으로]
  13.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2564 [본문으로]
  14. 미국법전 제2절 내국세 중 5052항. 'For purposes of this chapter (except when used with reference to distilling or distilling mate - rial) the term beer means beer, ale, porter, stout, and other similar fermented beverages (including sake or similar products) of any name or description containing one-half of 1 percent or more of alcohol by volume, brewed or pro - duced from malt, wholly or in part, or from any substitute therefor' [본문으로]

자가양조는 왜 하는가

2015. 7. 30. 01:29

"맥주 사먹으면 되지 그걸 왜 만들어요?"


자가양조가 취미라는 말에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다. '담근 맥주가 맛있어요'라고 어물쩡 둘러대려치면 곧바로 '요즘 마트나 편의점에서 행사할 때 사면 수입맥주도 싸잖아요'라는 반격이 들어온다. 그렇긴 그렇다. 편의점에서 500ml 캔맥주 기준으로 4개를 사면 1만원(리터당 5천원)이거나 혹은 그보다 조금 적게 내는데, 4리터 맥주를 자가양조하기 위해 들여오는 원료의 가격만 2만 5천원이다. 벌써 편의점 맥주 가격을 넘어선 가격이다. 국제배송비에 내 노임까지 고려하면 못해도 1갤런에 5만원은 할텐데, 이렇게 따지면 리터당 1만 2천 5백원이다. 최종견적만 놓고보면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하는 가격의 2배가 넘는다.


그뿐인가. 시간도 시간이다. 1차 발효에만 2주, 이후에 병입해서 저온에서 숙성하여 잡내를 없애는 2차 발효에 2주가 또 필요하다. 총 4주나 걸린다. 온도도 문제다. 비교적 손이 덜 타는 에일의 경우 발효적정온도는 18도에서 23도. 라거라도 만들라치면 더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과발효되어 술에서 잡내가 나고, 너무 낮으면 또 발효가 덜 되어 충분한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는다. 1차 발효에서 적절한 발효를 통해 당즙 내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환시키고 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기 위해 0도에서 5도로 보관온도를 낮추어 2차 발효를 진행한다. 앞 포스트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한국 기후의 특성상 맥주가 가장 필요한 계절은 여름인데 여름에는 온도가 너무 높아 제대로 발효가 이뤄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겨울에는 온도가 너무 낮다. 남은 것은 이제 봄과 가을인데, 봄/가을이 갈수록 짧아지는 작금의 추세라면 이제 큰 품 들이지 않고 적절한 온도에서 양조가 가능한 시기가 짧아지는 셈이다.


▲ 새뮤얼 애덤스 브루어리의 내부.

샘 애덤스 브루어리는 보스턴을 대표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업체 중 한 곳이다.


잔손은 또 얼마나 많이 가는가. 효모균 외에 잡균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초산발효가 일어나 식초가 되어 버리거나, 아니면 당즙에 곰팡이가 핀다. 정말 운이 없는 경우에는 1차 발효가 마무리 되는 2주차 쯤에 곰팡이가 피어버리는 수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 번 곰팡이가 핀 발효조는 곰팡이균이 남아 다음 발효 때도 또 곰팡이가 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맥아를 끓여 얻은 당즙을 날리는 것도 모자라 발효조까지 버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가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첫째도 살균소독, 둘째도 살균소독, 셋째도 살균소독이라 강조되는 것이다.


'액체 빵' 맥주, 생 효모에는 풍미가 있다


봄과 가을에 잔뜩 만들어 두고, 나머지 기간에 음용하면 되지 않겠나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근데 이게 또 상미기한[각주:1]이 짧다. 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는 필터로 정제하거나 열처리를 하거나, 아니면 파스퇴라이즈(저온살균)을 통해 맥주발효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인 효모를 제거한다. 효모가 살아 있으면 상미기한이 짧아진다. 유통온도가 높아지면 맥주 내에 남아 있는 효모가 다시 활동을 시작해 맥주에 잡내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냉장차를 이용해 숙성온도와 최대한 맞추어 유통하는 콜드체인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는 곧 맥주 단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


효모에는 풍미가 있다. 드라이 이스트 대신 발효종을 이용한 빵을 고급이라 치는 이유는 생 효모가 갖는 독특한 풍미 때문이다.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효모가 살아 있어야 맥주의 풍미가 산다. 하면발효의 특성상 농밀한 맛을 갖지 못하는 라거인데, 유통을 위해 효모를 죽여버리니 유통맥주에 다양한 풍미가 있을 수가 없다. 생맥주라고 팔리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양조장으로부터 직납을 받지 않고, 중간 유통자인 주류상을 통해 유통되는 생맥주 케그는 주류상에 마련된 상온의 야적장에 적치되었다가 각 소매상들에게 수송된다. 이후 소매상들은 순간냉각기와 탄산 봄베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강제로 탄산을 주입하여 손님에게 내놓는다. 재료 자체의 본연의 맛이 아니라, 조미료로 음식의 맛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인가를 산출해 낸다는 것


자가양조를 하면 살아있는 효모를 품은 진짜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 돈도 많이 들고 품도 많이 들지만, 한 모금 마셨을때 효모향과 홉[각주:2]향이 어우러져 이뤄내는 과일향 내지는 꽃향기가 입안에 가득 차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 고생이 다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비단 맛 뿐만은 아니다.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이 있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정확한 인스트럭션과 레시피만 지키면 훌륭한 맥주가 탄생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요인이 분명하다. 곰팡이가 슬면 살균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고, 잡내가 나면 발효온도가 높았거나 역시 살균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병입 후에 탄산이 생성되지 않았다면 병입시에 효모의 먹이가 될 당분이 충분하지 않았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패의 원인이 불분명하여 스스로를 끝없이 자책하게 하는 세상사와는 전혀 다른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작은 성과들이 참 소중하다. 더욱이 취직이 되지 않고 집에서 노는 내 입장에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결국은 그렇다. 자기 만족을 위해 자가양조를 하는 것이다. 취미에 달리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겠는가?


  1. 양조자가 술을 만든 의도 그대로 그 맛과 향취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간이다. 보통 상미기한은 유통기한보다 짧다. [본문으로]
  2. 홉(hop)은 삼과의 식물로, 황록색 꽃이 맥주 원료로 쓰인다. 꽃만을 홉이라고도 부르는데, 꽃잎이 얇으며 길이가 약 2.5~10㎝인 솔방울 모양을 이룬다. 꽃잎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름과 수지가 들어 있는 작은 샘이 있다. 이 물질들은 맥주에서 자라는 특정 박테리아의 생장을 억제하는 한편 맥주에 쓴맛을 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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