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08, 유럽 32

7월 27일, 이딸리아 아씨지 - 싼 프란체스코와의 만남

그 좋다는 아씨지에 입성. 역시나 그 명성답게 레지오날레에서 내리자마자 한국사람들 여럿 맞아 주신다. 역 앞에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아씨지의 버스 노선은 딱 세 개. 그 중에서도 역과 시내를 잇는 것은 Linea C가 유일하다. 그러니 걱정말고 버스를 타자. 요금은 타바끼에서 사면 0.8 유로고,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사면 1.5 유로다. 거스름돈 안 준다고 딱 맞춰내라는 표지판이 정류장에 붙어있다. 그러나 안 내도 된다는거 알다시피, 아씨지는 싼 프란체스코가 활동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읍내의 모든 성당들, 내지는 유적지들은 모두 그와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행적을 좇기 보다는 아씨지라는 마을의 풍광에 매료되어 그 곳을 자꾸 찾는다.

7월 26일, 이딸리아 피사 - 사탑은 왜 기울었을까?

두둥!! 다시 새 아침이 밝았다. 어제부터 약간 일기가 지지부진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이 도시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건데, 그러기엔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특히나 피렌체...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이 도시도 그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다. 미켈란젤로와 지오또, 그리고 단테의 고향인 이 곳에서 나는 왜 그들의 영감을 받지 못했나 싶다. 다시 가자니 시간이 없고, 그냥 가자니 아쉽다. 내 뒤에 가는 분들은 꼭 참고하기 바란다. 오늘은 피사에 갔다. 사실 피사는 피렌체와 함께 보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 자체가 워낙에 작은데다 외국인이 볼 만한 것은 두오모와 사탑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역시도 4시간 기차를 타고 가 정작 구경한 것은 1시간 남짓이었다. 그나마도 역에..

7월 25일, 이딸리아 피렌체 - 드디어 두오모에 오르다!

포스팅을 읽기 전에 재생 버튼을 눌러보아요. 오늘은 BGM이 필요해요. 드디어 아오이와 준세이의 로만틱 스토리가 살아있는 피렌체에 방문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면서 피렌체의 그 모습에 얼마나 절절해 했던가. 물론 그 전경을 보기 위해 경제적 지출을 감행해야 했지만 말이다. 6시 30분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타야 했지만, 피렌체를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했다. 8시 6분에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레 역에 도착해서 바로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과 함께 유럽 3대 미술관에 속하는 이 미술관은 원래는 피렌체의 맹주, 메디치 가의 집무실이었던 것을 개조한 것이다. 메디치 가는 꽈트로첸토, 즉 르네상스를 불러온 주역으로 손꼽..

7월 24일, 이딸리아 로마 - 싼 삐에뜨로 광장과 꾸뽈라, 빵떼옹, 뜨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아침 일찍부터 바티칸으로 향했다. 엊저녁 바티칸 투어가 너무 늦게 끝나, 싼 삐에뜨로 대성당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끝내고 떼르미니 역에서 64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는 출근을 하려는 이딸리아인들로 북적댔다. 외지인을 바라보는 어색한 시선들을 즐기며 로마의 아침햇살을 받았다. 광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바티칸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딸리아의 모든 관광지의 상태가 요새 다 이렇다.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곳은 표 사는 데만 한, 두시간 정도를 들여야 한다. 근데 그게 사람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이딸리아인들 자체가 좀 느긋한 탓도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기자가 많으면 다른 카운터를 열어서라도 입장을 시키지만, 얘네들은 그냥 그대로 간다. 이걸..

7월 23일, 이딸리아 로마 - 바티칸 시국과 야경투어

많은 가이드북들은 이딸리아를 관광하기 위해 몇 개의 축을 설정해두고 있다. 쇼핑 축, 유적-유물 축, 박물관-건축물 축인데 사실 뭐 박물관과 유적 · 유물을 나눈다는게 어이가 없긴 하지만 - 미술관이라면 모르겠으나, 박물관의 경우에는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모아놓기 때문이다 -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서는 나름 잘 설정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 세 개의 축 중, '박물관-건축물 축'에 해당하는 바티칸 시국을 다녀왔다. 세계 천주교의 총본산이자, 한때는 교황을 시발점으로 한 권력의 중심지였던 곳. 장구한 천주교의 역사와 함께 이 곳도 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물론 이 시국이 무솔리니와의 협약을 통해 이탈리아로부터 독립되었다는 점,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무솔리니와 그의 협력 · 동반..

7월 22일, 이탈리아 로마 - 콜로세움과 포룸 로마눔(포로 로마노)

로마에서의 본격적인 첫 날이 밝았다. 형식적으로는 이틀째 - 그리스의 파트라스에서 이탈리아의 바리로 넘어온 것이 21일 오전 8시였다 - 지만, 투어를 시작한 것은 오늘부터이니 실질적으로는 첫 날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아침을 먹고 빈둥대다가 9시가 넘어 느긋하게 민박집을 나섰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그리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날씨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좀 쾌적했다. 새로운 나라, 오고 싶었던 나라에 왔다는 행복감 탓이었을게다. 그런데 로마패스를 사기 위해 떼르미니 역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갔다가 지갑을 열고는 망연자실했다. 이전날 에우로스따 이딸리아를 예약하기 위해 지갑에 넣어둔 돈 - 예산 제약을 위해 지갑에는 20유로만 넣어두고 나머지는 비상금을 넣는 가방에 넣어둔다. 에우로스따 ..

7월 19-21일, 그리스 아테네 · 이탈리아 로마

19일, 그리스 신화의 중심이 되는 델포이에 다녀왔습니다. 수많은 신화들이 아폴론 신전의 무녀에게서 나오는 신탁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라졌습니다. 오이디푸스가 그랬고, 헤라클레스가 그랬습니다. 아폴론 신전의 무녀는 정갈하게 몸을 씻은 후에, 아폴론 신전의 바닥 틈새에서 새어나오는 가스를 마시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것을 바깥에 있던 신관이 신탁 의뢰자에게 해석을 해주는 방식으로 신탁이 전해졌지요. 늘 그렇듯, 환각 모티브는 여기에서도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존재합니다. 현재도 수많은 원주민들이 환각성분이 있는 물질을 먹고 신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신을 한다고 할 때 등장하는 '무아지경'이란 말도, '내가 없는 상태'를 이야기하는거니까 환각 상태를 이야기한다고..

7월 18일, 그리스 아테네 - 차분했던 하루

오늘 하루는 사진이 없습니다. 일부러 안 찍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몇 군데를 돌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진 찍는걸 깜빡하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그냥 말았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국립미술관 관람이었습니다. 영국 여행부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은근히 박물관-미술관 오타쿠더군요. 뭐, 사람마다 여행의 지향점이 다릅니다만 저같은 경우에는 좀 '남는 것'들을 보려고 하다보니 은근히 그런 쪽으로 기울어버린 듯 합니다. 쇼핑하는 것, 먹어보는 것도 물론 '남는 일'들입니다만 그건 어느때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세계화가 가져온 좋은 일 중 하나죠. 뭐, 물론 '종주국'에 가서 먹어보고 사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국립미술관에서는 고야의 특별전시회를 하더군요. 물론 상설전시는 하고 있었습니다. 'Los Capri..

7월 16-17일, 고대 그리스의 삶을 뒤쫓다 - 아끄로뽈리스와 고고학박물관, 제우스 신전

아테네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아마도 아테네에서 꼭 봐야 하는 것을 꼽아야 한다면, 반드시 '아끄로뽈리스'가 들어갈 것이다. 개인적으로 고대 헬라문명이 인류사에 우뚝 설 수 있는 이유가, 그 이상적 정치체제(직접민주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민 각자가 주체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을때에 비로소 창조력이라는 것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복속되어 있다고 생각할 때에 문명은 생겨나지 않는다. 내 것이 아닌데, 굳이 창조성을 발휘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타그마 광장에서 메트로를 잡아 타고 아끄로뽈리 역으로 향했다. 한 정거장 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추후에 계속 걸을 것 - 원래 계획은 가이드북에 소개된 대로 아끄로뽈리스 관람 후 걸어서 신타그마로 걸어올 생각이었다 - 을 감안해서 처음은..

7월 15일, 그리스 아테네 - 포카리스웨트의 그 곳, 산토리니에 가다

아시겠지만, 모든 일자는 다 현지시각으로 작성됩니다. 혼용될 경우에는 따로 표기합니다. 참고로, 런던은 표준시각(GMT, 그리니치 표준시각)을 사용하며 그리스는 표준시각보다 두 시간 빠른 GMT+2, 그 외 프랑스 · 독일 · 이탈리아 · 오스트리아 · 체코 등은 표준시각보다 한 시간 빠른 GMT+1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는 GMT+9을 사용합니다. 며칠 동안 컴퓨터가 멈춰 있었습니다. 싼 컴퓨터 탓으로 돌리고 영국 현지에서 부랴부랴 민박집 주인아저씨께 부탁해서 OS씨디를 구워 설치했는데, 알고보니 V3의 오진 탓이었습니다. 부팅에 사용되는 중요파일을 바이러스로 생각하고 지워 발생한 일이더군요. 재계약 횟수를 보니 거의 7년째 V3를 애용하고 있는데 -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가 사용하는 유일한 '정식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