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 57

3월 8일, 보스턴 (MA) 1일차 - 프리덤 트레일, 그리고 로브스터

새벽 6시에 일어나 1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쳤습니다.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이기도 했겠지만, 저를 제외한 룸메이트 5명이 새벽에 들어와 부스럭 거리는 통에 잠을 설친 탓도 큽니다. 둘째날 아침에 잠깐 이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보스턴에서 열리는 코믹콘 비슷한 행사에 참가하러 온 일행이었습니다. 나름 한국 내에서 공인받는 준 덕후로서 덕에 대한 담화를 나누어보고자 하였으나, '덕중지덕은 양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더랬습니다. 각설하고, 그렇게 일찍 아침식사를 마치고 유스호스텔을 일찍 빠져나왔습니다. 회색빛 하늘 아래에 폭설로 쌓인 눈들이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보스턴에 갔던 시기는 기록적인 폭설이 있었던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MIT 친구들..

3월 7일, 인천-뉴욕-보스턴

3월 7일 오전, 설레는 마음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 것도 아니련만, 인천공항에 갈 때에는 왜 이렇게 매번 긴장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특히나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에 가는 것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비자입국을 위해 필요한 ESTA 등록은 왜 이렇게 복잡하던지, 집에서 공항 가는 내내 확인증만 쳐다보고 있었지요. 부모님을 졸라 예상 출항 시간보다 세 시간이나 빨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좀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왠걸, 미주행 카운터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제가 출발하는 날은 휴일이 아니었고, 또 방학기간도 아니었는데요. 아마도 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미국 동부 여행을 시작하며,

지난 3월에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와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디가 좋았었냐"는 것보다, "왜 갔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떠났었고, 또 여행가기 좋은 계절이 아니어서였을 것입니다. 사실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꽤 충동적인 여행이었고, 준비되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첫 목적지인 보스턴에 가는 기차표를 출국 전날에서야 예매했으니까요.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서 헛돈도 많이 썼고, 첫날부터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다녀와서 생긴 빚도 많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두번째 도전한 채용전제형 인턴결과를 새벽 기차 안에서 받아 들었습니다. 유학 가 있는 학과 선배를 만나 자동차로 미국을 누비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지요. 좋아했던 사람에게 혼자 설레발치다 이렇게 연애하는게 아..

7월 4일,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 7월 7일, 파리 (일 드 프랑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최근 포스트에서 이 말을 계속 사용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번엔 정말 이렇게 오래간만에 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네요. 바르셀로나에서 역시 호텔에서 묵었습니다만, 여타의 호텔들과 다르게 인터넷 접속에 시간당 2유로 씩이나 요구하는 탓에 정상적인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했습니다. 3G 망을 통한 테더링도 생각해보았습니다만, 방 내에서 아예 네트워크 수산이 안되는 탓에...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어디서든 무료 무선인터넷망과 3G 접속이 가능한 한국이 매우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지요.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고속철인 AVE를 통해 이동했습니다. 기차를 타고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기차라는 생각을 했는데, 철도여행을 즐기시는 분의 블로그에서 보니 독일 ICE와 같은 차량을 렌페에서도 사용..

6월 28일, 로마 / 29일, 밀라노 (롬바르디아) / 30일, 마드리드 / 1일, 톨레도 (카스티야 라만차) / 2일, 세고비아 (카스티야 레온)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정이 후반부로 가다보니 저녁이 되면 잠들기에 바빠서 포스팅을 제때 하지 못하네요. 마지막 포스트를 올렸을 때가 로마였는데, 지금은 마드리드로 넘어왔습니다. 내일은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군요. 바르셀로나 다음은 빠리고, 이 여정의 종착지점입니다.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땐 언제 끝날까 싶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요. 로마에 가시면 누구나 뻔히 아는 관광지만 가지 마시고, 주변에 있는 성당도 찾아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워낙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있던 기간이 긴 도시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성당들에 꽤 진귀한 것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앞서 말한 빈꼴리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었고 마다메 광장의 옆..

6월 24일, 이탈리아 피사 (토스카나) - 로마 / 25일, 바티칸 박물관 / 26일, 로마

어쩌다보니 이제야 뵙네요. 로마 민박집에 와서 신세가 갑자기 확 펴 버리는 바람에 블로그 글을 쓸 생각을 못하고 있는 차이긴 했습니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24일 피사 관람을 마치고 피렌체를 경유해 로마로 왔습니다. 기차 예약을 위해 40분을 기다렸는데, 로마에 와서 다른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요새는 키오스크로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2008년에 제가 왔을때만 해도 키오스크로 안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현지시각 26일) 역에 나가서 해보니 정말 됩니다. (유레일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 위에 레지오날레라 써 있는 기계 말고, 카드사 그림이 있는 기계인데 여기서 밀라노로 나갈때 저도 이 기계를 이용해 볼 생각입니다. 몰아서 쓰는 일기라 별 소개할 건 없고, 할 얘기만 좀 하겠습니다...

6월 21일, 베네치아 (베네토) / 6월 22일, 피렌체 (토스카나) / 6월 23일, 피사 (토스카나)

피렌체 호스텔 인터넷 사정이 영 좋지 않아 이제야 소식을 올리는군요. 인터넷 속도를 따지면 정말 한국 바깥을 나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는 로마의 한인 민박인데, 인터넷 속도가 괜찮군요. 현재 베네치아는 비엔날레 기간 중입니다. 6월 초부터 시작해 11월까지 하는, 장장 5개월 간의 긴 전시여정을 가지고 있죠. 사실 한국에서는 광주 비엔날레도 꼬박꼬박 안 갑니다만, 언제 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동안 베네치아를 올까 싶어 일단 참가하도록 합니다. 올해의 경우에는 Arsenale와 Giardini 두 곳에서 하는데요. 원래 Giardini가 비엔날레 본 행사장이었으나, 참가국과 작가들이 회를 거듭할 수록 늘어남에 따라 Giardini에서 모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

6월 18일, 뮌헨 (바이에른) / 6월 19일, 퓌센 (바이에른) / 6월 20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네토)

어쩌다보니 3일치 일기를 몰아씁니다. 뮌헨 웜뱃의 인터넷 상태가 생각보다 고르지 못했던데다, 뮌헨에서 베네치아로 넘어오면서는 야간열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일기를 올린다는건 불가능했죠. 밀린 시간도 있고 하니 사진과 함께 간단히 코멘트를 남깁니다. 18일에는 뮌헨의 꽃, 피나코텍들과 독일박물관(Deutsche Museum)을 방문했습니다. 세상의 빛을 본 순서대로 구 피나코텍(Alte Pinakothek)-신 피나코텍(Neue Pinakothek)-근현대 피나코텍(Pinakothek der Moderne)으로 나뉘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이름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 구 피나코텍에서는 르네상스 이전 · 신 피나코텍에서는 18~19세기의 작품 · 근현대 피나코텍에서는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6월 17일, 체스키 크루믈로프 - 뮌헨

체스키 크루믈로프에서의 간단한 여정을 마치고 이제는 뮌헨으로 향합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에서 일단 로보셔틀을 이용해 린쯔로 이동했다가, 린쯔에서 다시 뮌헨행 기차에 몸을 싣는 여정인데요. 9인승 승합차가 가득 차서 츨발하더군요. 홈페이지에는 400 체코 코루나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예약했을땐 390 체코 코루나만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탄 일본 관광객은 인당 450 코루나를 받은 듯도 하고... 사실 이 여정의 풍경이랄까... 뭐 이런 것들을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제 기억에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비를 맞으며 로보 셔틀을 잠시 기다렸다가, 타서는 잠들었다가, 도착해서는 깨었다가, 기차에 올라서는 다시 잤습니다. 기억나는건 "잤다 깼다 걸었다 잤다"와 침 닦은 게 전부네요. 어쨌거나 그럭저럭 도..

6월 15일, 프라하 / 6월 16일, 체스키 크루믈로프

6월 15일 15일에는 프라하 관광을 나갔습니다. 일수로는 2박 3일의 체류였지만, 첫 날은 늦게 체크인을 하고 마지막날에는 일찍 체스키 크루믈로프로 가야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프라하 관광을 할 수 있는 날은 15일 밖에 없었죠. 일단 몇 가지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08년에 제가 프라하에 왔을때는 정말 '동구권'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코룬이라는 자체 화폐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서구권과 별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던 중앙역(흘라브니 나드라지)는 리모델링으로 몰라보게 달라졌고, 거리엔 이전보다 많은 네온사인들이 수놓고 있지요. 숙박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 역시 직전에 거쳐왔던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 발간된 론리플래닛 역시, '더 이상 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