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15 이전 123

읽히지 않을, 들리지 않을 이야기

요샛날 글이라는걸 쓰다보면 말이다. 점차 유리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유독 내 글에는 그렇다. 별로 인간적 향취가 나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관심없는 이야기만 하고 있어 그런건지 사람들이 통 반응이 없다. 덧글도 없고, 좋아요도 없고... 뭐 그렇다.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말은 누군가에게 들리기 위해 존재한다. 아무리 지조 있는 연사나 글쟁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도 듣지도, 읽지도 않으면 어느 순간 말이나 글 모두 하고 싶어하지 않게 된다. 나도 지금 그렇다. 논쟁적 글쓰기를 해도 그랬고, 뭐 나름 '트렌디한'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그냥 별로 나는 공감능력 없는 글쟁이인 모양이다. 쓸모없는 글을 쓰는건 더 이상 의미도 없고, 그렇잖아도 볼품없는 정보들이 넘쳐흐르는 거대한 월드와이..

뭐 할 거야?

사실 뭐 하면서 먹고 살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졸업한, 그리고 졸업할 동갑내기들은 물론이고 아직 졸업이 먼 후배님들도 뭐 할지 나름 답을 내려서 앞으로 착착 나아가는 모양새인데 나는 뭐 그냥 지금 학교 다니는 것도 버거울 뿐이고 그렇다. 지금 누리고 싶은 최대의 가치는 '재미'다. 아직까지 말없이 사람들 지켜보는 거(!)랑 돌아다니는 거 외에는 재미있는게 없는 실정이다. 오늘 누구 이야기 들어보니, '인턴 활동도 재밌었어요.'라고 하던데 오늘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며 도서관도 때려친 내가 직장생활을 즐길 리는 사실 좀 만무하고. 여행 좋아하고, 글쓰는 것도 싫어하진 않으니 '여행 작가'가 되세요, 라고 누가 말한다면... 사실 취미가 생업이 되기가 어려운게 취미가 생업이 되면 일단 재미가 없어..

[성대주변사논고 2] 성균관과 성균관대학교 (2) - 성균관대학교

'성대주변사논고'는 간단히 말해 성대 주변의 건물, 길 등에 담긴 역사를 톺아보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하기는커녕, 11월 16일의 산책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프로젝트라 사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쓸거라고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즉, 쓰기 싫으면 언제든 때려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입죠. 먼저 다룰 두 개의 주제, 성균관과 종로1가 사거리 일대는 주변인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입니다. 정작 본인은 모를겁니다만, 여튼 좋은 주제를 정하도록 도와준 그 사람에게 앞 두 편은 헌정을 하도록 합니다. 이제 첫 발을 내디뎠으니,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 봅시다. 아, 잘 쉬셨나요? 커피는 맛있으셨어요? 다른 서울시내 사립대학교에 비해 성균관대 앞 상권은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아마도 더 큰 상권인 대학..

[성대주변사논고 1] 성균관과 성균관대학교 (1) - 성균관

'성대주변사논고'는 간단히 말해 성대 주변의 건물, 길 등에 담긴 역사를 톺아보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하기는커녕, 11월 16일의 산책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프로젝트라 사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쓸거라고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즉, 쓰기 싫으면 언제든 때려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입죠. (...) 물론 주제는 벌써 열 한 개나 생각해뒀습니다만, 역시 그게 언제 글로 화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다섯 개만 미리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1주제 성균관과 성균관대학교 / 제2주제 종로1가 사거리 일대 / 제3주제 대학로 일대 / 제4주제 백악산과 서울성곽, 그리고 김신조 / 제5주제 낙원시장 일대 1편과 2편의 주제는 주변인과의 대..

고마웠어요, 정치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 했던 것이지만, 확고하게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또 키보드 앞에 앉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그동안 남한의 정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고 그에 대한 평론 비스무리한 글들을 블로그나 트위터에 올려서 '정신적으로' 먹고 살던 룸펜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현실정치와 인연이 닿아, 이름을 공공의 영역에 내걸고 일을 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그런 전차로 많은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지요. 그러다 생각한 것이... 더 이상은 인연을 맺은 분들께 누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정치적 자산이란 것은, 어떠한 노력이나 학문적 성과가 없이, 그저 몇 개의 돌출발언으로 얻었기 때문에 갈수록 그 질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동시에 함께 패..

근현대 중국의 구미문화 수용과 사회주의 중국의 미래 - 2011년도 2학기 유교문화와 자본주의 중간고사 대체

● 서론 18세기의 중국은 ‘큰 시장’을 선점하려는 구미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장이 되어 있었다. 이에 일본과 조선(남한)처럼 중국 역시도 강제된 근대화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근대 체제로 편입된 이상 사회 진화론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사회 진화론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이론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이 한계를 전통 사상의 저력을 활용하여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곳이 바로 중국이다. 본고에서는 선행 연구자들의 저작을 검토하여 근현대 중국의 구미문화(서구문화) 수용 양상과 이 과정에서 보이는 중국 지식인들의 모습에 대해 서술하는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구미문화 수용 양상을 평가하고자 한다. ● 본론 1. 신해혁명 이전의 구미문화 수용 양상 1.1..

녹색당 창당에 대한 몇 가지 생각

녹색당 창당 발기인 대회는 9월 30일도, 10월 31일도 아닌 10월 30일이라고 합니다. 31일은 월요일이네요. (...) 10월 30일, 선유도 공원에서 (가)녹색당 창당 발기인 대회가 열린다. 남조선에서도 유럽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처럼 정당으로서의 환경운동조직이 건설되는 것이다. 사실 남조선에서 아예 녹색당 건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초록정치연대랄지, 초록당 사람들(준)이라는 이름의 조직들이 존재했지만 그동안은 정말 '준비'만 했던 조직들이었다. 그 준비와 노력들이 이제 결실을 얼마 앞두지 않은 셈이다. 녹색당 창당의 배경과 구성 사실 그동안 이들이 '준비'만 열심히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남조선의 인민들이 '생태'라는 가치를 부차적인 가치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먹..

[망] 지향에 관하여

누군가 그랬다. 이기심이 없었다면 세상은 발전하지 못했을 거라고. 사람들이 사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자신이 꿈꾸는 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바로 그것 때문이다. '요즘은 애들이 돈만 밝힌다', '주변을 돌아볼 줄 모른다'며 혀를 끌끌차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내용이 어쨌거나 자신의 지향을 향해 분투하고 있음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곰곰히 생각해본다. 과연 내 지향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을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는 언제나 주류에 편입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꽤 멋진 일(?) 같았고, 한동안은 스스로가 '비주류'이라 굳게 믿으며 자랑스러워도 했던 것 같은데, 요 몇 년 새 그런 생각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니 애당초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참 꿋꿋하게 해왔던 ..

중문과 전공진입각론

올레길을 걷다가 문득 내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 왜 중어중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썰을 풀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딱히 누구에게 읽히기 위해서나, 혹은 어디 기고하기 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내 자신을 위해서다. 이러한 일종의 '다짐'이 필요한 이유는 - 약간 순환논법 같지만 - 내가 전공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왜 중문과에 진입했나.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2학년 선배들에게 밥을 얻어먹기도 민망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던 1학년을 보낸 내게, 학기 말에 덩그러니 선택지가 주어졌다. 이제 계열생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전공에 입문해야 할텐데 어떤 전공을 선택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1학기에 촛불집회다 뭐다 일이 많아 망했던 학점을,..

뚜껑은 열렸나

뚜껑이 열렸다. 3분의 2를 얻지 못하는 수. 사람들은 '그러니까 진즉 당원총투표로 해야 하지 않았냐'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그런 말들은 그냥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일 뿐. 다른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안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든 도출된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점에는 그런 믿음조차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미 대세는 통합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힘을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실행할 때에, 여러 모로 통합을 하는 것이 정의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대의원들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