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15 이전 123

진보통합시민회의는 '자본주의의 폐해 극복'을 거부했다

지난한 공방 끝에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지도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3차 합의문이 나왔다.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탓하고,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 3차 합의문을 두고 내홍이 일었다 하기에 무슨 내용인가 하고 읽었더니 채워진 이야기들은 모두 예전에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들.사실 신당에 몸담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 이야기들 모두가 신당 강령에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한다. (아아, 사회당 당원여러분 부디 절 때리지 말아주셔요.) 다만 눈에 띄었던 것은, 으레 이 사람들이 모이면 말하기 마련인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어쩌고'란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정상근닷컴레디앙에 나온 기사에서 이 이유가 잠깐 드러났는데, 연석회의 참여 부문인 진보통합시민회..

'계모임' 제안서 (작성중)

살다보면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각종 공과금 결제일이나 등록금 납부일이 겹치면 막막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쉽게 빌려주지 않는다. 은행에 비해 젊은이들에게 문턱이 낮다는 저축은행에 가면 20%가 훌쩍 넘는 이자를 달라고 한다. 저축한 돈이라도 있다면 그걸 깨서 내면 되겠지만, 알바로 벌어 등록금 내기도 빠듯한데 저축할 여력이 있을 리도 없다. 그냥 막막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함께 '사모펀드'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말이 거창해 '사모펀드'지, 사실 '계모임'이다. 이 계모임은 여러분과 우리가 매달 일정금액씩 납부하는 기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이다. 금융상품은 계모임 내에서 꾸린 집행부가 꾸려서 투자할 것이다. 물론 집행부는 총회를 열어 선출할 것이며, 따라서 임기제로 운영된다. ..

반성하십시오? 용서하십시오?

문득 진보 정당들은 왜 친노와 함께 하기를 꺼려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논리가 있는가도 곰곰히 고민해봤는데, 내가 아는 범주에서는 아직까지 딱히 그럴싸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권'이며, '노동자를 적대한 정권'이므로 반성하기 전까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주장을 보자. 지금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과거다. 물론 과거의 행적이 미래를 예견하는데 큰 영향은 미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미래가 될 수는 없다. 사실 이 주장에서 가장 낯간지럽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바로 "반성하라"는 부분이다. 반성을 요구하는 주체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피해자들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을 띄어야 한다. 그런데 '반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피해자들도,..

분점 정부 구성은 가능한가

며칠 전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 중에는 각료 배정을 통한 행정권의 공유와 정치 의제의 합의를 통해 중도-진보 간 분점 정부 구성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주장을 담은 게 있었다. 이전부터 이런 주장들이 있어왔다고는 들어왔으나, 난데없이 그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이 궁금해졌다. 우선 각료 배정을 통해 행정권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분립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가능한가. 장관직 임명과 관련해 몇 가지 사실만 알아보자.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장관은 국무위원인 사람 중에서 국무총리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94조) 국무위원/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만 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할 뿐 임명에 대한 동의/부동의를 결의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국회가 부정적인 내용의 경과보고서를 채..

[짧게 쓰는 글] 그에게 남은 것은 포르노그라피 뿐이다

그의 입이 열렸다. 몇 명을 접대했는지, 누가 그 리스트에 들어있는지는 일부러 관심갖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 선택을 한 그를 다시 꺼내 부관참시하는 기분이어서다. 그런데 안팎으로 나도는 이야기를 보니, 그 부관참시가 너무나도 참혹해서 몇 가지만 생각을 공유하면 어떨까 싶다. 그에게 남은 것은 포르노그라피 뿐이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은 몇 번이나 만족(!) 시켜주었는지를 궁금해한다. 겉으로는 점잖아서 그렇지, 정말 @XQ_ 님 말마따나 체위까지 궁금해 할 참이다. 일부 양식있다는 사람들은 그 리스트가 살아있는 권력과 가깝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전후관계는 따지지 않고, 이 권력은 부도덕한 권력이니 얼른 교체하는 것이 맞다고만 역설한다. 그런데 정말 이 문제 밖에 없나 싶다. 나는 이 문제에서 두 가지..

구성애의 <아우성>과 지금

늘 그렇듯, 도서관 알바를 하다 한 구석에 자리잡은 구성애의 이란 책을 보았습니다. 한때 참 이 방송 모르면 간첩 소리 들을 정도로 유명했던 방송이었죠. 이전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던, 설사 말하더라도 매우 간접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청소년의 성을 거의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다뤘기 때문인데요. 이게 처음 방영되어 세간에 관심을 몰았던게 1998년, 그리고 인기에 힘입어 재방영된게 2005년으로 기억합니다. 아우성 생각을 하니 줄줄이 다른 프로그램들이 생각났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올의 노자강독이랄지, mbc의 같은 인문적인 프로그램들이 (그러고보니 모두 공교롭게도 mbc 방송들이군요!) 지난 10년 동안 많이도 회자되었습니다. 방송에서 성과 철학, 문화같은 아주 '여유로운' 담론들이 풍요롭던 ..

복지에 대한 짧은 메모

어제 도서관에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이란 제목의 책을 서가에서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아직 읽기는 전인데 평소에 복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나누고자 간단히 적어본다. 여기에서 '복지'란 단어는 대충 '무상(공짜)'와 같은 의미로 인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 '복지'란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무상의료'니 '무상급식'이니 '무상보육'이니 하는 것들에 공통적으로 '무상'이 들어가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러나 복지가 곧 공짜는 아니다. 복지는 조건없이 제공되는, 시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란 시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현대국가에서 조세는 시민의 의무이며, 이 조세를 통해 시민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정부의 의무이다. 따라서 복지..

멈추어야 하나, 아니면 계속 해야 하나

제가 평소에 흠모하옵는 Sid (@Sid0831) 님과 함께 요 며칠간 '사업'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Sid님의 '장학재단은 돈놀이 집단'이란 평소의 지론이었는데, 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 소액신용대출을 하는 사업을 해보자는 것으로 이야기가 흘렀던거죠. 근데 결국엔 자본금 마련의 문제에 부딪혀 멈췄습니다. (지금 당장 어려운건 초기자본금의 마련입니다. 대출을 하려면 자본금이 있어야 하는건 당연한 이야기고, 하다못해 사단법인 하나 만드려고 해도 최소한의 자본금을 마련해 주무관청에 사업의 의지가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는 모험을 줄이고 싶어하는 저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며칠 동안 이야기를 못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접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사실 이 이야..

민주당의 복지클릭

회사라 (사실은 아는게 없어) 간단히 적습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무상보육을 채택했다는 기사가 한겨레 1면에 실렸습니다. 엊그제까지는 무상의료를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무상보육을 이야기하다니 그들의 변신능력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당의 '증세없이 보편적 복지 가능하다'는 주장을 근거로 열심히 '의사(pseudo) 보편적 복지다'라 이야기하는 모양입니다만, 전 그런 네거티브 전술은 반드시 실패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증세없는 보편적 복지는 불가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국같이 간접세 비중이 엄청나게 높은 나라, 그리고 뭐든 직접 부과되는게 아니면 쉽게 잊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증세없는 복지'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간접세를 올려 증세를 하는건, 금방 잊혀져서 증세가 아닌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