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15 이전 123

진보 정치판 '보스 정치/계보 정치'와 진보의 쇄신

지금까지 진보(좌파) 정당에서 좀 한 자리 한다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당 바깥에서 얻은 권력을 그대로 정당 내부까지 들여온 케이스인데, 이런 상황이 매우 협소한 운신의 폭을 낳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심상정이나 노회찬의 경우에는, 현재 마치 '진보(좌파)정치진영의 파수꾼'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들의 제도권 정치경력은 겨우 4년이다. DJ나 YS, JP는 물론이고 현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이 기본적으로 재선 이상인 것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매우 일천한 경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천한 경력에 비해, 그들이 갖는 이 바닥에서의 영향력(이나 위상)이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도할 자리에 있지 않음에도, 이들은 끝없이 자신의..

[짧게 쓰는 글] 지향의 차이

보통 투표를 하다보면, '투표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하는데 정말 그런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010년 6월 제5회 지방선거, 강남구에는 한나라당 후보가 둘 나왔다. 전임 구청장이었던 맹정주가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나왔던 것이다. 맹정주는 2006년에 실시된 제4회 지방선거에서, 무려 78%의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겨우 25% 밖에 얻지 못했다. 현직 프리미엄이란게 있을 법도 한데, 민주당의 이판국 후보와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득표를 했다. 다시 제5회 지방선거. 자정까지 이길 것만 같았던 민주당은, 개표 막판에 쏟아진 오세훈 몰표로 패배한다. 이 몰표는 강남3구의 개표함이 열리면서 등장했는데... 라고 까지 쓰..

너님들은 스스로부터 진보적으로 변하세요

제목만 보면 사뭇 진지한 얘기를 할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다. 조국의 운명이 친일매국노 세력에 의해 - 나는 사실 그보단 유사 파시스트들이 더 무섭긴 하던데 - 풍전등화인 상황이라 여기고 계시든지, 아니면 스스로 혁명의 주체가 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그러니까 그냥 상큼하게 뒤로가기를 누르면 된다. 왜냐하면 조국을 구하거나, 혁명을 하셔야 할 분들에게 이 글은, 읽기엔 시간만 낭비하는 글이니까. 모두들 해프닝으로 끝났다고 여기는 일 중 하나. 싸이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SK컴즈가 돌연 약관 및 개인정보보호방침(이하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개정했었습니다. 새롭게 바뀐 개인정보 관련 규정에는 MAC어드레스를 수집한다는 조항이 반영되었었지요. 이 일로 한창 여론이 들끓었었어요. MAC어드레스는 주민등록..

진보신당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문제

김준성이 최근 "진보신당의 진로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란 글을 썼다. (트래픽 올려주기 싫어서 일부러 링크는 안 건다. 구글에 제목만 넣어봐도 나올텐데?)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사람의 글인데, 어쩌다보니 자꾸 찾아서 읽게된다. 좀 매력있는듯? 근데 뭐 이 포스트가 그 글에 대한 반박을 하고자 하는 글도 아니고... 애초에 내가 그럴만한 깜도 안되는지라 그냥 좀 인신공격성 발언 몇 자만 남기고 간단하게 정리할까 한다. (솔직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니까, 실컷 이거 읽느라 시간보내고 나서 씩씩대며 욕할거면 그냥 안 읽고 욕해도 된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말도 안되는데, 이까짓게 좀 말이 안되면 어때서?) 그의 글에는 나름의 고민이 있다. 그가 지적했듯, 한국에서 진보정당 운동 한다는 사람들 중에 ..

하나마나한 이야기

저는 어제 위와 같은 내용의 다소 황당한 트윗을 올렸습니다. 내용을 아시는 분이라면 무슨 이야긴가 싶겠지요. 1급수가 흐르지만 고속철도 터널공사를 위해 허리가 잘린 산은 바로 천성산이고, 미군기지 이전으로 어르신들과 경찰 간 대치가 있었던 곳은 평택 대추리고, 어촌마을에 전경 몇 개 중대가 상시 대기를 하고 있던 것은 부안 위도 이야기니까요. 애초에 제가 이 거짓말을 한 건 바로 아래 트윗 때문이었습니다. 경주에 핵폐기물을 반입하는게 이명박 정부 탓이라니, 소가 웃을 일이지요. 사실 경주에 핵폐기물이 반입되는 것은 경주에 다름아닌 핵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되었기 때문입니다. 경주는 부안 위도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밀린 당시 정부가 대체지로 찾은 곳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제 트윗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견딜 만 합니다

연평도의 포연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노련의 오세철 교수가 7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사노련의 다른 분들도 대략 5~7년형을 선고받았다는군요. 속칭 '사노련 사건'이란게 터진게 2008년 쯤으로 기억하니까, 장장 2년여 만에 '유죄'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말을 맞게 된 셈입니다. 관련해 박노자 교수는 '그들의 노림수를 잘 봐야 한다'는 칼럼을 레디앙(http://j.mp/e8Nt4b)에 게재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한동안 잠잠했던 공안정국을 재조성해 보기 위한 정권 측의 간보기에 해당하고,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더 많은 '내부의 적'들이 '생산될' 거란 이야기지요. 1차적인 해석에 불과한 '좌파 탄압설'이나, 2차적 해석에 해당하는 박노자 교수의 해설이나 둘 모두 넋놓고 바라만 보고 있기엔 매우 서글픈 현실입니..

미용실은 옮기면 그 미용실은 못간다

그러고보면 '단골'이란 개념이 무색해지는 업종이 있는데, 미용실의 경우가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워낙 '미'라는게 세월에 인색하고, 더군다나 타협이란게 없다보니 속칭 '요즘 스타일'이란걸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잘 다니던 미용실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맘에 쏙드는 스타일을 연출해주던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가시는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건, '동네 미용실 어디가 싸고 잘 한다더라'는 소리를 듣고 다른 곳에 한 번 가게되면 설령 처음 가본 미용실이 늘 다니던 미용실보다 머리를 잘 만지지 못하더라도, 이전 미용실을 가기가 조금 멋적다는거다. 한 달에 한 번 이발하던 내가, 어느 한 달을 거르면 미용실 원장님이 내가 딴 데로 샜다는걸 분명히 눈치챘을 것이기 ..

분신을 투쟁 수단으로 삼는 시대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 2003년 11월 5일, 노무현 대통령, 10월 29일에 발표한 대정부담화의 부족함을 지적하며, http://bit.ly/9hFB8u 구미 KEC 파업과 관련해, 사측과 협상 중이던 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분신했다고 한다. 얼굴? (전신?)에 2.5도 화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기도가 열려 고비는 넘겼다고 하는데, 모쪼록 치료가 잘 되어 무탈하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제는 주변 사람들인데, 공장 안의 최일배 씨(민노총 경북본부 구미지역 조직부장)는 진보신당 김은주 부대표와의 통화에서 "결단을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

연합노선을 생각한다

심상정, 김석준, 이용길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결의안이 어제 전국위에서 부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결의안이 부결을 심의 노선에 대한 판정승이라기보다는, 행동면에서는 일치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며 내용면에서는 민주주의 일반원칙을 무시한 결의안과 그 결의안을 제출한 세력의 판정패로 판단한다. 그러나 결의안 토론이 현실적으로 연합노선과 독자노선이 맞부딪히는 지점이었던 만큼, 구체적으로는 독자노선을 주장한 전진과 진보정치포럼의 입지가 약해지고 연합노선을 주장한 사회복지연대와 정종권 부대표 등의 입지가 강화되었다고 보는 것도 설득력이 있겠다. 그렇다면 연합노선이 우리당의 정치방침으로 확정되었을때,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몇 개나 될까. 진보신당만의 가치를 연합체에 반영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아마도 역사는 이번 선거를 민주화 이후 치러진 최악의 선거라 기억할 것입니다. 선거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니, 지금 이 시기가 민주화 이후 최악의 시기라 읽을 수도 있겠지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집권 세력은 정치를 하기보다는 통치를 하고 있고, 그에 저항한다는 구 여권 세력은 이렇다 할 반격하나 못해보고 먼저 가신 분의 바짓가랑이나 붙잡고 눈물로 소매를 적시고 있습니다.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은 이전보다 더 격한 심적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나은게 있다면, 그것은 진보신당이 후단협과 비지론의 망령을 떨치려는 모습이 만방에 공개되었다는 점입니다. 말그대로 '투쟁'에 준하는 격한 갈등이 비지론자들과 진보신당 당원들 사이에 표출되었지만, 결국 비지론자들은 원하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