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15 이전 123

평가를 위해 기억해둬야 할 것

진보신당으로서는 처음부터 당선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를 얼마나 잘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천안함 프레임 때문에, 노풍 때문에, 단일화 때문에 '우리 메세지가 가렸다'는 주장이 일각으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5+4에 애초부터 참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위 '시민단체'란 것도 이해찬 등 구 여권 인물들이 '전역하고 대선에 출마한 박정희 마냥' 군복만 벗고 있는 꼴이었는데, 대체 뭘 기대했느냐는 지적은 꽤 타당하다. 그러나 소심한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처음부터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 있었을까 하는 회의가 든다. 최소한 거기에 꼈었기 때문에 최소한 진보신당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을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진보신당..

아, 그래.

"그래, 절대 순진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 민노당과의 길을 버리고 사회당과의 연대를 모색하자고 외쳤을때 우리 내부에서 내게 돌아왔던 그 격렬한 반응들 만큼, 저쪽의 반응도 그만큼 격렬할 거라는거. 그것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을 가르는 칼날보다 더 날카롭고 그 칼날에 상처받은 사람이 많으면 많았지 절대 적지 않을거라는거. 이번 일에 대해 진보신당은 '연대'임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창당부터 내세웠던 '진보의 재구성'의 씨앗으로 삼겠다는 심산이고 사회당은 철저하게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임을 강조한다. 여기서 색이 명확히 갈린다. 당장에는 그야말로 '댐이 무너지는데 저 논이 내 논이 아니라 할 수 없다'는 금민 전 대표의 말처럼 언급을 안할 뿐이지. 나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하나. 사실 내가 할 것은 없을거고..

뭔가 엄청 부족한 진보신당 청년부문 운동

꼴에 '학출'이라고 아는게 대학 내 정당활동 밖에 없어서 그 부분만 건드리겠음. 물론 두서less. 시간이 있으면 다시 한 번 제대로 정리해 보겠음. 성균관대를 기준으로 말해보자면, 성균관대 학생위원회의 모습은 성인조직의 하부조직의 느낌이랄까, 그런게 있음. 새로운 정치, 새로운 운동을 위해서는 학생조직 자체가 엄연한 독립적 지위를 고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함. 총회에서 논의되는 주제도 학생위원회가 별도로 어떻게 뭘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성인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결합될 것이냐 정도만 논의됨. 예를 들면, 지방선거에 학생조직은 어떻게 참여할 것이냐나 이번 집회에 어떻게 결합할 것이냐, 뭐 이런건데. 시일을 두고 지켜보다보면, 그 속에서 ..

이 밤의 본격 망작

흠.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 중에 하나가, 입만 열면 '국가'나 '나라 안위' 걱정하는 치들 중에 - 장기적인 관점에서 - 그다지 사회발전과 상관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아니, 오히려 사기꾼이 많다는 것.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합리화가 불가능한 행위 때문에, 마치 나라와 사회를 위해 이 한 몸 다 바친다는 듯한 뉘앙스를 던진다는게 내 결론인데, 이건 서두에서도 밝혔다시피 내 편견일 가능성도 있고. 이런 애국주의적 레토릭은 식민지배의 경험이 있는 공간에서 특히 흥하는 듯 보이는데, 물론 애국애족하는 마음이 좋긴 하지만 무차별적인 테러나 기초적이며 보편적인 상식을 망각하는 행위들까지 이 레토릭으로 치장되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일례로 명박까와 명박빠는 동일한 사안을 두고 '국민의 여망..

콩나물국밥과 족발

최근에 죽전에 있는 신세계에 갔다가 최상층 식당가에서 콩나물국밥이라 써진걸 먹었는데, 어디 그딴 콩나물국 요맨큼 끓여다놓고 7천원씩이나 쳐 받든지. 수도권으로 이사와서 제일 참기 힘든건 맛집같이 생기도 않은 데를 줄까지 서가면서 쳐먹는 군상들을 쳐다보는거랄까요. 문상가신다는 아빠 따라 남행길 나섰다가 졸라서 전주에 들러 제대로 된 남부시장식 콩나물 국밥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오던 길에 족도 한 벌 사다가 할머니를 따라잡겠다며 열심히 족발도 만들어봤습니다. (사진은 아이폰으로.)

기본 소득 블로그 선언

기본 소득 블로그 선언 이 도시에 남은 것은 성장주의 체제와 그를 보호하기 위한 과시적 통치 뿐이다. 이 나라의 모든 도시는 외환위기와 금융자본주의의 과도기를 지나며 저마다 상표가 붙여졌고, 모든 공기업은 공공성이 아닌 매출액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개인의 주거권, 사회권, 참정권은 물론이고 목숨 그 자체마저도 손익률에 기준해 평가되는 지금, 모든 도시민 역시 성장연합의 상업적 소유품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수탈 체제는 모든 사회공공성을 파괴하고 개인의 삶마저 갉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탈당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 뿐만이 아니다. 고작 1년 동안, 10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금융채무자라는 굴레를 덮어썼다. 우리의 미래는 점점 더 빠르게 수탈당하고 있다. 아비규환의 땅 위에서 정권은 이 나라가 선진국의 국..

참 아름다운 밤이겠네요 - 5+4 연대의 불참에 부쳐

온통 진보신당 소리입니다. 어제 저녁 뉴스부터 시작해 오늘 오전 뉴스, 조간 신문, 정오 뉴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뉴스에서 진보신당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분당했을 때도, 총선에서 그닥 좋지 않은 성적을 냈을 때도, 촛불 정국에서도, 하다못해 작년 4월 재보선에서 원내정당에 진입했을 때도 이렇게 각지에서 호명받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그들이 좋은 뜻에서 부르는건 아닙니다. 분열의 주범이라며 힐난하는 목소리가 절대적입니다. 언론들은 수도권에서 한 자리 주지않는다고 진보신당이 투정을 부린다고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진보신당의 당원으로서 협상에 관해 일언반구도 듣지 못했습니다. 협상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서 말하는 '투정설..

지금 선문답하는겨?

법정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그동안 진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아달라"고 하셨단다. 이 때문에 서점가는 절판 전에 스님의 저서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이고, 그동안 스님의 책을 출간해 온 출판사들은 스님의 평소 언행과 유언이 아귀가 맞지 않는다면서 이른바 '유언의 재해석'을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그동안 출판시장의 불황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어온 출판계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님이 돌아가시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란 선문답을 남겨놓으신 것은 아니다. 유언은 아주 간명했다. 애초에 간명한 것을 어떻게 재해석하겠다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스님의 유지와는 동떨어지겠지만, 평소 스님의 신조에 걸맞으면서도 ..

악에 저항한다고 모두 선인가 - MB를 깐다고 당신이 과연 옳은가?

요새들어 깊게 생각하게 하는 주제가 있다. 악에 저항한다고 해서 모두 선이 되는가? 단순히 '선'으로 지칭되는 (혹은 여겨지는) 것의 성분규정 없이, 단순히 악에 저항한다고 하여 선으로 규정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것. 그리고 결론적으로 선에 가깝다고 하여 과정에서 비치는 '악'이 무시되거나, 혹은 '선'이 된다는 이유로 약간의 '악'이 용인되는 현실이 과연 맞느냐는 것. 그것이다. 이 생각을 시작하게 된 까닭은 다음의 두 가지 사례 때문이다. 하나는 2008년의 촛불 정국에서 꽤 재밌는 활동을 해왔던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란 단체가 한명숙 관련한 보도의 논조를 두고 '한겨레'의 배포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사용자들이 트위터에서 벌인 블락 운동과 관련한 일이다. 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