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22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클라시커 2022. 3. 1. 11:08

난데없는 근황을 밝히자면 그렇습니다. 2015년에 어렵게 입사해서 근 6년을 다니던 회사를 지난해 말에 그만두고 올해 초에 새로운 회사로 옮겼습니다.

 

새로운 회사는 위치는 당연하고, 업종도 규모도 다른 회사고,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도 아직까지는 달라 보입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나쁜 점은 인신의 자유가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사내메신저가 있다보니 재택근무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조금만 쉬어도 자리없음으로 상태가 바뀌어버리니 남들이 제가 노는지 안 노는지를 너무 잘 알아버리게 됩니다. 근무시간도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칼퇴가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야근이 잦습니다. 아니 칼퇴하는 날이 오히려 드물다고 바꿔 말하는게 맞겠습니다.

 

장점은 많습니다. 숨을 쉬는 기분입니다. 대기업이다보니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열린 사람들이 많고, 무엇보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배울 것도 많고 나눠주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어디든 꼰대나 비관주의자나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나 월도가 있겠지만, 뭐... 그런 사람들을 보고 일을 하는게 아니니까요. 절대적으로 아직까지는 안 그런 사람들이 더 눈에 많이 띕니다. 그래서 회사 다니는 재미가 납니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요.

 

눈을 뜨면 회사에 가기 싫은 날이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가봐야 쓸데없는 입씨름에다, 사업이 아니라 임원 취향을 맞추는 일이나 해야 해서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여기서 그런 일은 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아직까지는.

 

추신: 계속 '아직까지는'이라고 여지는 두고 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전 이제 공채도 아니고 뭣도 아니네요. 굳이 표현한다면 '용병' 인데, 용병은 자기 실력만 키운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입니다. '아직까지는'이라는 여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릴 것이 아니라, 다시 뛰어서 성장하고 그 불안감이 현실화가 되는 듯 하면 박차고 나가버리면 됩니다. 기존 직장에서는 '공채'라는 족쇄가 떠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면 이제 저에게는 그런 족쇄가 더 이상 없네요.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상황이 저에게 유리하네요. 불안해 할 이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