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5

뚜껑은 열렸나

뚜껑이 열렸다. 3분의 2를 얻지 못하는 수. 사람들은 '그러니까 진즉 당원총투표로 해야 하지 않았냐'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그런 말들은 그냥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일 뿐. 다른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안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든 도출된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점에는 그런 믿음조차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미 대세는 통합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힘을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실행할 때에, 여러 모로 통합을 하는 것이 정의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대의원들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

아, 정말 분점 정부 구성은 판타지라니까 자꾸 그러시네.

요새 심 선생님의 행보가 심상찮다. 엊그제는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시더니, 오늘은 레디앙과 인터뷰를 하셨다. 한진중공업 일과 관련해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두 언론매체 모두 그것보다는 심상정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 두 인터뷰에서, 역시 심상정 선생님은 자신의 지론인 연립정부론을 설파하셨고 두 언론 모두 부제나 중간 제목으로 이를 끼워넣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앞서 작성했던 포스트인 '분점 정부 구성은 가능한가'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남조선의 현행 의회제도 및 정치문화상 분점 정부 구성은 매우 어렵다. 위 포스트의 논지를 간단하게 다시 이야기하면 이렇다. 현행 헌법상 국무위원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다. 의회는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쿨하지 못해 미안해!

나는 어제 '그대, 잘 가라'란 제목의 글을 써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오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특히 이 글을 읽고나니 내가 너무 졸렬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름의 사과문 겸 반성문을 쓸까 한다. 나는 왜 협상안에 분노하는가. 생각하고 보니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아마도 민노당에 대한 일종의 '습관적 분노'가 아닐까 싶긴 하다. 물론 변명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신당에서 당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벽'을 여기서도 또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벽'에 대해 구차하게 부연하자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당의 지도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촛불집회 때도 쏟아지는 제안들을 소화하지 못했고, 이후의 국면에서도 적극적인 당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

진보 정치판 '보스 정치/계보 정치'와 진보의 쇄신

지금까지 진보(좌파) 정당에서 좀 한 자리 한다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당 바깥에서 얻은 권력을 그대로 정당 내부까지 들여온 케이스인데, 이런 상황이 매우 협소한 운신의 폭을 낳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심상정이나 노회찬의 경우에는, 현재 마치 '진보(좌파)정치진영의 파수꾼'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들의 제도권 정치경력은 겨우 4년이다. DJ나 YS, JP는 물론이고 현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이 기본적으로 재선 이상인 것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매우 일천한 경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천한 경력에 비해, 그들이 갖는 이 바닥에서의 영향력(이나 위상)이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도할 자리에 있지 않음에도, 이들은 끝없이 자신의..

연합노선을 생각한다

심상정, 김석준, 이용길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결의안이 어제 전국위에서 부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결의안이 부결을 심의 노선에 대한 판정승이라기보다는, 행동면에서는 일치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며 내용면에서는 민주주의 일반원칙을 무시한 결의안과 그 결의안을 제출한 세력의 판정패로 판단한다. 그러나 결의안 토론이 현실적으로 연합노선과 독자노선이 맞부딪히는 지점이었던 만큼, 구체적으로는 독자노선을 주장한 전진과 진보정치포럼의 입지가 약해지고 연합노선을 주장한 사회복지연대와 정종권 부대표 등의 입지가 강화되었다고 보는 것도 설득력이 있겠다. 그렇다면 연합노선이 우리당의 정치방침으로 확정되었을때,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몇 개나 될까. 진보신당만의 가치를 연합체에 반영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