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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꼭 글 잘 쓰는 독종이 되어야 합니까? 글 잘 쓰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 /더모던 제목이 매력적이어서 리디북스에서 근 2년 전쯤 구매하고 쳐박아 두었었다. 올 새해에는 책을 한 권이라도 좀 읽자는 생각으로 꺼내 읽었는데, 일단 제목만큼 강렬한 책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총평이다. 일본에서 글쓰기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일본인 저자의 책을 번역한 책인데, 신문이나 비평문을 찾아 읽어봐야 한다는 조언은, '신문을 들어 논설문을 읽어보자'는 NIE 시대의 산물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아 옛 정취가 느껴졌다. 잘 나간다던 족벌일간지가 ABC협회와 작당하여 구독부수를 부풀리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서 돌이켜보면 정말로 허무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책 전반에서 계속 강조하는 '많이 읽고 많이 쓰자'는 메시지는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텍스트보다는 영상과 ..
교과서를 혼자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이 10% 밖에 되지 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중3 학생 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 시험에서 고작 10% 정도만이 교과서를 이용하여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많은 커뮤니티에 이를 두고 통탄하는 내용의 글과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글이 엇갈려 올라오고 있습니다. 통탄하는 쪽에서는 텍스트 보다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짧은 문장과 영상이 주로 소비되는 최근의 패턴을 지목하고 있고, 이를 반박하는 쪽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요즘 것들은 못 써먹겠다'는 말을 했다"며 문해력에 대한 지적이 부당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습니다. 방송을 다 보지는 않아서 조심스럽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제대로 된 문해력을 갖추고 혼자서 교과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이 10% 나 된다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학생의 수학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이 매년 11월에 있..
어느새 2021년 2월, 서른 다섯살의 한 해는 어떨까 2020년 12월 31일. 그 날, 심경은 매우 복잡했다. 서른 넷에서 서른 다섯으로의 초입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서른 넷도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왠지 가운데를 찍는 '다섯'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가 달랐다. 10년 단위의 구간에서 이제 후반으로 본격적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것만 같아서다. 서른 다섯이 되니 현실적인 고민이 들었다. 사실 내 고민이라기 보다는 내재된 고민일지도 몰랐다. 왠지 반려자를 맞기 위한 준비는 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슬슬 조바심이 났다. 집은 커녕 모아둔 돈도 없으니 더 그랬다. 다행히 결혼할 사람은 아직 없으니,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는 쌓아놓는 한 해를 보내기로 했다. 기회가 된다면 연말쯤에는 '서른 다섯..
8월 31일의 일기 1. 신한 더 클래식 카드, 안녕! 신한 더 클래식 카드는 좋은 카드다. 연회비가 10만원인데, 무이자할부도 실적으로 인정하여 항공마일리지를 쌓아주는데다 실적이 없어도 공항 라운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PP카드도 발급해준다. 요즘 카드들이 '무이자할부'도 실적이라며, 할부이자 면제를 혜택이라고 보여주며 실적에서 제외하거나 전월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해야 공항 라운지를 겨우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혜택이다. 그래서인지 이 카드는 어느 순간 휙 하고 단종되었다. 그런 카드가 8월자로 만료된다. 상술하였듯 단종된 카드기 때문에 연장 발급도 되지 않는다. 비슷한 카드를 찾으려고 봤더니 연회비가 20만원이더라. 물론 연회비가 20만원이어도 무이자할부까지 실적으로 인정해주지는..
시대의 자유인이자 자주인이 가시다 한평생 본인의 능력 내에서 본인의 노력을 기울여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사셨으며, 명확한 본인의 생각이 있으셨으나 그 생각을 남에게는 강요하지 않으셨던 제 외조부께서 지난 일요일에 별세하셨습니다. 옛 사람으로서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음에도 그것에 대해 쉬이 지적하지 않으셨고, 구순이 지난 시점에도 할머니나 며느리들, 딸들에게 '내 밥 안 챙겨준다'고 말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좋아하시던 라면을 끓여 알아서 끼니를 챙기셨으며, 군인으로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한평생 보수세력에 대한 지지를 표하셨으나 그에 반대하는 정치성향을 지닌 아들, 딸들에게 한 번도 본인의 정치신념을 강요하지 않으셨던 분이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보여주시던 여유와 자립심에 대해서는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제 삶..
그 즈음의 기억 아침에 실시간 생중계는 못 보고, 좀 지나 녹화본으로 추도식을 보다가 펑펑 울었다. 노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으로 썼던 '상록수' 연주 장면에 여러 사람들의 노래를 합쳐 함께 부르는 식으로 재구성을 한 비디오 때문이었다. 요즘 일이 많긴 했다. 어렵게 취직해서 5년 동안 열심히 공들였더니, 대표이사가 제깟놈 연임해야겠다며, 위기극복 시나리오 만드느라 없는 위기설 만들어가며 무급휴직 운운하는게 서럽기도 했고, 올 초부터 아프셨던 외조부가 며칠 전부터 떠나가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헤어지고 나서 몇 번 한 소개팅에서 잘 될 것 같았는데 거절도 당하고 해서 힘든 5월이었다. 그렇잖아도 퍽퍽 울고 싶었는데 - 웃기게도 - 별 이유가 없어서 못 울던 차였는데, 기타 치는 노 대통령을 보고 콧등이 시큰..
혼자 걷는 길 한 해 전을 생각한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서 두바이로, 두바이에서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빌려 로만틱가도로, 드레스덴으로, 베를린으로, 그리고 함부르크로 쏘다니다가 다시 함부르크에서 두바이로, 두바이에서 인천으로 왔던 여정. 베를린에서는 조성진의 공연을 봤고, 라이프치히에서는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프로그램을 보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2020년에 독일을 재방문하겠다고 말했었다. 제철이라는 슈파겔을 시장에서 사다가 에어비앤비로 빌린 집에서 이래저래 삶아도 먹어보고 볶아도 먹었었다. 함부르크로 가는 길에 있던 슈베린에서는 오래된 슈베린 궁에 들어가 튤립은 어떻게 심는지, 실제 현지인들은 슈파겔을 어떻게 먹는지 보려고 슈파겔 수프도 사서 먹었었다. 코로나 19가 지배하는..
열받았던 기억 최근에 직장 선배로부터 소개팅을 받았다. 예쁘고 귀여운 사람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장점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그 점이 참 좋았다. 첫만남 이후에 말도 잘 통하는 것 같았고, 상대에서도 그닥 싫어하지는 않는 눈치라 두번째 만남에서 내댑다 세번째 만남을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아니오'였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10개의 일 중 9개의 일이 좋아도 단 하나의 일이, 그것도 내가 정성을 쏟은 일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기분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삶의 이유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결과론적이겠으나,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는데 거기에 며칠간의 내 삶을 투영하였던 모양이다. 그런 것이 한 방에 사라져버리니 허무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덜어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