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08, 유럽



  출국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은 간단하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이야기하면 비행기표, 여권, 돈, 자신감만 있으면 열흘 정도의 여행은 우습게 다닐 수 있다. 그 기간을 40일로 늘려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돈을 아끼기 위해 옷가지와 같은 몇가지가 추가될 뿐이다.



(1) 여권 발급

  여권의 경우에는 8월부터 기존의 종이여권이 전자여권으로 바뀜에 따라 대리발급제도가 폐지되었다. 이 말인 즉슨, 이전에는 가족이나 여행사를 통해 내가 직접 가지 않아도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안되고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들고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전히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나 2촌 이내의 성인 친족이 대리 발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2010년 1월을 기해서 12세 미만의 경우에만 대리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자세한 사항은 외교통상부의 해외안전여행사이트(http://www.0404.go.kr/passport.php)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2) 환전

  환전. 중요한 문제다. 특히나 지금처럼 환율변동성이 높은 시점에는 어떤 타이밍에 환전을 하느냐가 여행 전체를 좌우한다. 아무래도 물가가 비싼 나라이기 때문에, 높은 환율로 환전을 했을시에는 현지에서 활동의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을 일반인이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낮은 환율에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찰수수료[각주:1]를 많이 우대받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현찰수수료 우대방법은 외환은행이 운영하는 '환전클럽'(외환은행 홈페이지, http://www.keb.co.kr)이 있다. 환전클럽에는 일종의 '공동구매'의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1) 일정 인원 이상이거나, 2) 일정 금액 이상일 때 최대 50%까지 현찰수수료를 우대해 주는 것이다. (물론 USD, JPY, EUR과 같은 주요통화에 한해서다. 기타통화의 경우에는 낮은 우대율이 적용된다.)

  환전클럽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이유는 우대받기가 쉽기 때문이다. 많은 은행들이 모두 비슷한 정도의 환전우대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대개 파격적인 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액수의 돈을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체감할 정도로 많은 우대를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에서는 그런 맹점을 공동구매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 다른 은행들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참여자가 얼마 되지 않아 역시나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는 어렵다. 현재 외환포털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 외환은행이기 대문에 그만큼 빠른 시일 내에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 각 은행마다 지점별로 제각기 마케팅의 일환으로 파격적인 우대를 해주기도 한다. 일례로 우리은행 성균관대 지점에서는 청약저축 홍보를 하면서 80% 환율 우대권을 끼워넣어 준 적도 있다.



(3) 비행기표

  비행기표를 구매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여행사에 들러 구매하는 방법과 직접 손품을 팔아 인터넷 상에서 구매하는 방법. 사실 둘 모두 동일한 항공사들로부터 가격 데이터베이스 제공받아 사용하므로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맨투맨이 아니란 점에서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이 조금 쌀 뿐이다. 여행사야, 상담원이 친절하게 응대해 줄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인터넷 상에서의 항공권 구입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인터넷 상에서 항공권을 구매할 때는 두 가지를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유류할증료 및 TAX와 경유/직항 여부다.


1) TAX

  몇몇 항공사의 경우에는 비행기표 가격 자체는 저렴하지만, TAX와 유류할증료가 비싼 경우가 있다. 온라인 여행사의 경우 대체적으로 항공권 가격을 기준으로 정렬하므로, TAX와 유류할증료를 보지 않고 그저 항공권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할 경우 오히려 아랫 목록에 있는 것보다 비싸게 사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보자.

  인천에서 런던으로 가는 항공권을 검색해 보았다. 제일 저렴한 항공권은 간사이공항을 거쳐가는 일본항공 거다. 1인기준 511,500원인데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들이 6, 70만원 정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그런데 이것만 보고 사면 반드시 낭패를 보게 되어 있다. 눈을 옆으로 돌려 TAX를 클릭해 보자.




  TAX가 886,300원이다. 항공권 가격이 511,500원 이었으니, 실제로 이 항공권을 구입하려면 1,397,800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쪽으로 목록을 내려서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을 찾아보자.

  대만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에바항공의 타이페이 경유편이 검색되었다. 미확정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항공권 가격이 728,000원이다. 이전 JAL과 비교하면 대략 20만원이나 비싸다. 그렇다면, 이 항공권의 TAX는 어떨까?





  에바항공의 TAX는 JAL의 거의 절반값인 466,900원이다. 그러니까 에바항공의 항공권을 구입하면 728,000원 + 466,900원 = 1,194,900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항공권의 가격은 20만원이나 비쌌지만 TAX까지 포함하고 보니 무려 20만원이 저렴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항공권을 살 때에는 항공권 그 자체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TAX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 경유 or 직항

  대체적으로 국적기인 아시아나, 대한항공의 경우에는 직항편이고 그 외 타 국가를 거점으로 한 외국항공사의 경우에는 경유편이다. 직항편이 경유편에 비해 좋은 점은 중간에 타국의 공항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기내에서 한국말이 통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직항편은 경유편에 비해 대체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비싼 편이다. 반면, 경유편의 경우 중간 기착지에서 며칠 묵을 수 있는 이른바 '스탑오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해,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이나 도쿄의 나리타 공항을 들러서 온다면 나리타나 간사이에 도착해 바로 인천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도착해서 며칠 여행하다가 인천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즉, 한 번 여행을 떠나서 두 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스탑오버를 위해서는 추가비용을 내야하며, 몇몇 항공사의 경우에는 경유편이라 하더라도 스탑오버를 제공하지 않는 곳도 있으니 구매 전에 꼭 확인해 보아야 한다.


  더불어 인터넷 상에서 판매되는 특가 항공권의 경우에는 날짜 변경이나 취소 시에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게다가 종종 마일리지를 절반만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 항공권도 있다. 제값을 주고 산 항공권의 경우 이런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생각하면, 과연 특가가 특가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도 같다.


※ 버짓Budget

  버짓, 저가항공은 말 그대로 저렴한 항공 교통수단이다. 특가 행사를 할 때에는 런던 - 파리 간 항공권이 TAX를 제외하고 단 1유로라니, 얼마나 싼 지 이해가 될 것이다. 버짓의 등장으로 유럽인들의 주말이 바뀌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 버짓이 저렴한 이유는 승객 수송료 외에 모든 것이 유료기 때문이다. 20kg 미만의 손가방 한 개 외의 짐을 부치는 데에도 돈을 내야 하고, 심지어 기내식을 먹을 때도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 게다가 중심공항이 아니라 변두리 공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도시로 들어올 때 불편한 점도 있다.[각주:2] 그러나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경쟁업체 때문에 버짓 항공사들은 피나는 비명을 지르고 있고 덕분에 소비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또한 유럽의 기차표 가격이 해마다 오르고 있어, 점점 버짓과 가격차가 줄고 있다. 이미 런던 발 유럽 본토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은 유로스타보다 버짓을 많이들 이용한다고.

  버짓의 경우에는 일찍 예약할수록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유럽여행 계획이 비교적 확실한 사람이라면 일단 만사 제쳐두고 버짓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다.




(4) 짐싸기

  여권을 발급받고 환전을 하고, 비행기표를 샀으면 이제 출국 준비의 90%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부터 준비해야 할 것은 당연히 짐을 싸는 일이다. 얼추 짐을 싸는 방법에 대해서는 시중의 모든 가이드 북이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니,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1) 가방

  먼저 가방. 요새 대세는 캐리어다. 바퀴가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방의 무게를 땅에게 전가할 수 있어 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리어의 경우 배낭에 비해 높은 편의성을 자랑한다. 유럽의 기차역들이 낡아, 플랫폼까지 들고 걸어가야 한다는 단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럽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점점 캐리어를 위한 편의시설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새로 지은 역사 대부분은 에스컬레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 지어진 역사의 경우에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무빙워크를 지었거나 아예 엘레베이터만 가지고 있는 역사도 있다. 지은지 오래된 역사들도 짐을 나르기 위한 컨베이어 벨트를 장착하는 곳이 늘어나서 예전처럼 캐리어를 들고 높은 계단에 좌절해야 할 일이 적어졌다. 게다가 동양여성들의 경우에는 계단 앞에서 난처해 하는 제스츄어만 취하면, 주변의 서양남성들이 들어다 올려주는 센스를 발휘하므로 힘들 일이 별로 없다. (대신에 동양남성들은 인기가 없다는 거.) 다만, 캐리어를 가지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에 캐리어를 세워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 현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점과 캐리어 자체의 부피 때문에 작은 크기의 코인락커를 사용할 수 없어 비싼 돈을 주고 큰 크기의 코인락커를 써야 한다는 점을 단점으로 들 수 있겠다.

  반면 배낭의 경우에는 높은 기동성을 자랑한다. 숙소를 구하지 못해 정처없이 시내를 활보하게 되더라도 배낭은 늘 내 등에 딱 붙어 있기 때문에 짐 높을 곳을 찾아야 하는 그런 귀찮음이 없다. 게다가 의외로 부피도 적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뒷사람만 조심하면 민폐를 끼칠 염려가 없다. 무엇보다 '배낭여행'이라는 클래식함을 만끽할 수 있으며, 현지인들에게 '나는 배낭여행객이에요'라는 인상[각주:3]을 줘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크기도 짐 싸는 법에 달라져서 캐리어보다 많은 짐을 넣어도, 잘 만 싸면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장시간 동안 질 경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이나 체력이 고갈되었을 때도 어쩔 수 없이 지고 가야한다는 점과 기본적으로 잠금장치가 있는 캐리어와 달리 별도의 잠금장치를 구매해야 한다는 점이 배낭의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두 종류 가방의 장점만 모은 것이 바로 끌랑인데, 생각보다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아직까지의 중론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다시 유럽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는 캐리어를 이용할 생각이다.


2) 노트북

  여정 동안 짊어지고 다닐 만큼의 열정이 있다면,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할 물품 중 하나다. 대다수의 호스텔의 경우 유료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민박집의 경우에도 사람 수에 비해 컴퓨터의 수가 적은 경우가 많아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현지 숙박시설이 무선인터넷을 무료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어, 노트북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꽤 자유롭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이 사용불가능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할 때에 게임을 한다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초고속 열차의 경우에는 대개 탁자가 있는 좌석에 콘센트가 있어 전원 사용에도 어려움이 없다. 실제로 나 역시 이번 여행에 노트북을 대동하였으며, 덕분에 현지에서 살아있는 여행기를 작성해 올릴 수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외국 배낭여행객들도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혹시 여행을 위해 노트북을 산다면 - 물론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 UMPC나 12인치 이하 노트북을 구매한다면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된다.

  다만, 분실 및 파손의 위험이 있고 노트북 무게가 만만치 않으며 (가벼운 것도 대략 1kg 선) 현지에서 노트북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소유자가 고칠 능력이 없다면 그대로 짐이 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3) 복대

  누군가 복대를 여행필수품라 하던데, 경험해 본 바 그러한 찬양은 좀 오버다. 요새는 복대보다 목걸이형 지갑이 더 선호되는 것 같다. 굳이 복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몸에서 가장 가까운 데에 보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괜찮다. 중요한 것은 복대냐 목걸이형 지갑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내 소지품에 신경을 쓰고 있느냐의 문제다. 유럽의 소매치기들은 자기 소지품에 신경 쓰는 사람의 지갑을 털지는 않는다. (어디든 그렇지만 -ㅅ-)


4) 주머니칼

  있으면 편리하고, 없어도 되는 존재다. 오히려 있는 것이 불편할 때도 있다. 유럽의 많은 관광지들이 공항 보안대 검색 수준의 소지품 검사를 하기 때문에 종종 주머니칼은 재검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5) 신발

  현지에서 이성을 낚는다거나 혹은 패션쇼를 할 사람이 아니라면 운동화 한 켤레면 충분하다. 그러나 나는 꼭 코디에 맞춰 바꿔 신어야 겠다는 사람은 본인 능력 여하에 달렸다. 나는 크룩스 한 켤레로 40일을 다녔다. 크룩스는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정작 발 건강에는 별로였다. 여행 말기의 내 발은 걸레 수준이었다. 발은 찢어져서 욱신거리고, 때는 박혀 지워지지도 않았다. 때문에 어지간하면 양말+운동화 조합이 최고로 편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테크트리 되시겠다. 참고하시라.


6) 비상약품과 렌즈용품

  필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밴드, 후시딘이나 마데카솔과 같은 상처치료용 연고, 종합감기약, 소독약, 지사제다. 특히나 물갈이를 심하게 한다면 지사제는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한다.

  렌즈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렌즈를 끼고 다녔다. 특히나 한국인들이 멋쟁이여서 그런 것 같다. 물론 현지의 단백질제거제나 식염수의 가격은 꽤 비싸다. 그러니 고런 것들은 챙기는 게 낫다. 기내 반입범위인 1000ml를 생각해서 잘 분배하여 가지고 타시라.


7) 여행회화책

  여행회화책은 머리에 집어넣으면 된다. 그것도 그냥 영어회화책이면 된다. 얼추 영어회화면 역이나 관광지와 같은 주요지점에서 살아남는데 지장이 없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거니와, 영어 안 통하기로 악명높은 프랑스에서도 여행자들을 배려하기 위해 주요지점에는 영어가능한 직원들을 배치하고 있다. 양코쟁이들의 말이 싫다면, 일본어도 괜찮다. 일본어는 유럽에서 동양 최고의 언어다. 어떤 박물관에든 일본어로 된 브로슈어와 오디오가이드가 있고, 많은 곳에 일본어가 유창한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심지어 관광지 주변의 레스토랑에서도 일본어가 통할 정도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할 텐데,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하면 단순히 '일본의 경제력이 높아서'라고만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그런 생각이 MB식 사고방식이다. 모든 것을 경제로 치환하는 단순한 사고방식. 서양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애착을 갖는 것은 일본의 경제력이 높기도 하지만 그들이 자국 외의 문화시설에 투자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영국의 내셔널갤러리에는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지어준 전시실이 있고(일본관이 아니다.) 폼페이 발굴에는 일본 자본이 투입됐다고 한다. 약간 벗어나지만, 일본이 UN에 내는 분담금 역시 세계 수위권이다. (그것 때문에 일본이 자꾸 안보리 이사국이 되고 싶어하는거다. 생각해 봐라, 돈 많이 내는데 자리 하나 안 주면 누가 좋아하겠냐.) 그저 돈돈돈하면서 눈 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서 타국은 차치하고서라도 자국의 문화산업에 투자 하나 안 하는 어떤 나라랑은 꽤 비교되는 나라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빠진 게 있으면 지적바란다. 궁금한 게 있어도 문의 바란다.
  1. 현찰수수료란, 환율표를 보면 여러가지 항목이 있는데 그 중 '매매기준율'과 '살 때 환율'의 금액차를 일컫는다. 국제외환시장에서 거래의 기준으로 삼는 환율이 매매기준율이고, 거기에 각 은행마다 현찰수수료를 붙여 살 때 환율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전시 수수료 우대'라는 것은 이 매매마진율을 얼마나 깎아주느냐를 의미한다. [본문으로]
  2. 외곽 공항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이미 시중의 가이드북들이 잘 설명하고 있다. 나는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 각 국가별 포스팅 때 보충할까 한다. [본문으로]
  3. traveller와 별도로 배낭여행객을 지칭하는 backpacker란 단어가 있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어디서나 배낭여행객은 '돈이 없지만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배낭여행객 중 다수가 학생이란 데서 종종 정많은 현지인들에게 인심을 얻기도 한다. 누구든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가려는 사람에게 박수를 쳐 주지 않겠는가. [본문으로]

- 포스팅 작성의 변

  귀국한지 일주일이나 넘어서 후기를 올리게 됐다. 날이 지날수록 기억은 희미해지고, 감흥은 사라진다.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 후기를 못 쓴 여행이 몇 차례나 되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든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 글의 목적은 동일한 루트로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연재를 위한 글의 큰 얼개는 없다. 다만 항공권 구입부터 숙소예약, 패스 구입 등 출국 전 준비단계부터 현지 교통패스 구입, 수표 환전, 씨티은행의 접근성 등 현지생활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 동시에, 내가 다녀왔던 숙박시설, 여행지, 가이드 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내려볼까 한다. 아마도 이 작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포스팅 중간중간에 계획이 수정될 수도 있겠다. 특히나 '전반적인 평가' 부분은 개인적인 주장이 강하게 드러날 부분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환율 등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 나간 탓에 외화 낭비를 하고 온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정보는 인터넷의 바다에 풀어주는 것이 낭비에 대한 도리이며 스스로를 위한 위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전반적인 개요

  이러쿵저러쿵 하기 이전에, 내가 어떤 목적으로 얼마동안 어느 곳을 다녔는지와 같은 정보를 설명하는 것이 앞으로 작성될 포스팅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다녀온 여행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일자 : 2008년 7월 8일부터 2008년 8월 19일까지, 총 42일간

▶ 비행편 : 아시아나 항공 영국 런던 히드로 IN(OZ521) -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OUT(OZ502),
              TAX 및 유류할증료 포함하여 1,092,000원에 구입.

▶ 방문목적 : 애초에는 '그냥 나가는게 좋다'였으나, 갈수록 '유럽 예술사 탐방'으로 전환.

▶ 방문국가 및 도시
   영국 - 런던
   그리스 - 아테네, 델포이
   이탈리아 - 로마, 아씨지, 피사,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오스트리아 - 빈, 잘츠부르크
   체코 - 프라하, 까를로비 바리
   독일 - 뮌헨,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프랑스 - 파리, 보르도

▶ 숙박시설
  주로 한인민박 이용. '기왕 나간거 무슨 한국 사람 집을 찾아가느냐'라 할 수 있겠지만, 식사 제공 등을 따져보면 한인민박이 경제적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됨. 늘 그렇지만 베스트와 워스트 존재. 유스호스텔은 빈과 베를린에서 이용.

▶ 교통편 : 주로 유레일 패스로 이동. 런던에서 아테네로 넘어갈때는 이지젯 이용.

▶ 기타사항 : 씨티 국제현금카드 소지, 국제학생증(ISIC) 소지

- 8월 17일, 퐁피두 미술관


  파리의 2대 미술관을 뽑으라면, 누구든 루브르와 오르세를 꼽는다. 그런데 세번째 미술관을 뽑으라면 선택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파리에 미술관이 많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사람들이 그 외의 미술관엔 무지하기 때문이다. 만일 나더러 하나 꼽아보라면, 나는 퐁피두 미술관을 선택할 생각이다. 미술관의 크기나 컬렉션의 수가 앞서의 두 미술관에 비견될 만한 지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미술사의 흐름으로 봤을때 그렇다. 근대 이전의 고전 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게 루브르라면, 오르세는 인상파 위주의 근대 미술 컬렉션을 자랑한다. 당연히 퐁피두 센터는 그 외관만큼이나 모던한 현대 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외관에 대해 썰을 풀어보자. 퐁피두 미술관에 붙은 퐁피두는 전후 프랑스 공화국 제2대 대통령의 이름이다.[각주:1] 샤를 드 골 정부 당시 총리를 지냈으며, 68혁명 후 새로 임명한 총리의 진보적 색채를 거부한 전형적인 보수 정치인이었지만, 문화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꽤 진보적이었다고 알려진다. 파리에 영상, 도서, 음악 회화, 조각 등 모든 분야의 현대 예술품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복합 문화공간을 건설하고 싶었던 조르주 퐁피두는 건축가인 렌조 피아노와 리차드 로저스에게 이 공간의 건설을 맡긴다. 이에 이 두 세계적인 건축가는 건물의 안과 밖을 뒤집어 놓은 듯한 형태의 파격적인 결과를 내놓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조르주 퐁피두 센터다.

  퐁피두 미술관의 컬렉션은 영국의 테이트 모던이나 뮌헨의 Pinakotek der Moderne 만큼의 방대한 크기의 컬렉션은 아니지만, 입과 귀를 즐거워 하는데에는 무리가 없다. 특이할 만한 점은 앞서의 두 현대미술관에 비해 Joseph Beuys의 작품이 좀 많은 편이라는 거다.[각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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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피두 센터의 밖에는 장 피에르 레이노의 금색 빅 팟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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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을 끄는 것은 콜더의 모빌들과 미로의 그림을 함께 전시해놓은 것이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콜더는 모빌의 창시자이며 미로는 그의 그림에 많은 모빌을 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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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주 퐁피두란 사람과 그의 업적 중 하나를 보면서 또 MB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리 체류 동안 몇 천개의 국정과제를 선별해서 국민에게 보여주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봤다. 아마도 그 국정과제의 상당수는 경제만능주의의 소산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집권 8개월째(인수위 시절도 포함)로 접어드는 그의 정치 스타일을 보았을 때, 그러한 경제정책의 대부분이 6, 70년대에나 써먹히던 '수출증대, 내수진작'에 머물 것이란 점이다. 물론 여전히 수출증대, 내수진작과 같은 수요 증대법은 확실한 경제부흥책임에 틀림없다. 많은 국가들이 수출 상품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무역을 통해 먹고 살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외부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게는 수출의 증가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국내의 수출품들은 수십년째 다변화하고 있지 못하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수출품이라는 게 TV와 휴대폰이다. 그 이전엔 반도체였다. 거의 동일한 때에 발명된 것들이 거의 20년째 주력 수출품의 노릇을 하고 있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 외의 선박 건조, 철강과 같은 것들도 8, 90년대에 이미 주력 수출품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것들이다. 여전히 필요한 것들이고 그 자체도 아주 발전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어서 기술력이 중요시되는 재화들이지만, 어쨌거나 그 수출품들이 근대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지금 유효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미 철강과 선박의 경우에는 중국에게 쫓기고 있는 형편이고, 곧 반도체나 휴대폰, TV와 같은 것들도 중국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 것이다. 이럴 때에 우리는 뭘 팔아먹고 살 수 있을까. 유전공학? 우주기술? 그런 것들은 막강한 자본력이 있어야 할 뿐더러, 기본적으로 축적된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본력이나 기술력 모두, 아직은 미약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화 컨텐츠는 정부의 지독한 무관심에 비해 그 양이 꽤 풍부한 편이다. 자국어로 영화를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별로 없다. 한국의 디자인 수준? 시도를 두려워 하는 기업들 탓에 그렇지, 우리나라 디자이너들도 외국 디자이너들 못지 않은 창의력 넘치는 제품을 지금 이 순간도 창작해내고 있다. 게다가 문화는 앞서의 두 미래지향적 산업에 비해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보존, 보수에 대한 압박이 있긴 하지만 그 자체가 워낙 유니크한 것이기에 독점권도 갖는다. 게다가 반도체나 휴대폰과 같은 제조물과 달리 수만가지 가지치기가 가능하다. 앞서 리뷰했던 보르도의 와인투어가 그 예다. 대체 이런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두고,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미국의 루즈벨트가 1920년대에 하던 '테네시강 유역 개발 사업(TVA)'[각주:3]의 한국판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 8월 18일, 오랑제리 미술관 그리고 '안녕 파리, 안녕 유럽'


  귀국일 오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어영부영 샤를 드 골로 가겠다 싶어 대강 짐을 싸두고 나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오랑제리 미술관에 가면 모네의 수련으로 둘러 싸인 방에 갈 수 있다'는 동행의 말을 듣고, 그 곳으로 직행. 한국 사람들은 잘 안 가는 모양인지, 국내에서 잘 나간다는 그 '큰 지도'에는 설명이 없고 일본인들이 번역해놓은 가이드북에는 있어서 그걸 보고 찾아갔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던게, 오랑제리 미술관은 콩코르드 광장과 튈르리 정원이 마주하는 그 곳에 있어 눈에 잘 띈다는거...

  오르세나 루브르보다 심한 검색을 마치고 들어간 미술관에는 상설 전시실이 딱 두 곳이다. 그것도 두 곳 모두 '모네의 수련 연작 둥굴게 전시하기'라는 같은 포맷을 가지고 있다. 딸랑 그렇게 해두고 몇 유로나 받는게[각주:4] 좀 너무한다 싶었지만, 그런 불만은 전시실로 들어가는 순간 싹 사라졌다.

  보이시는가, 이 안락함이. 빛의 화가들이라 불리는 인상파, 그 중에서도 거두인 모네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오랑제리 미술관의 전시실에는 인공조명이 없는 대신 자연광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위 쪽으로 큰 창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들어오는 햇빛을 창을 가린 하얀 천이 전시실 전체로 반사시킨다. 바티칸에 갔을 때도 들은 거지만, 조각이 아름답게 보이는 요인 중에는 그것의 소재나 그것을 조각한 작가의 천재성도 중요하지만 위치의 중요성도 꽤 된다고 한다. 어떤 위치에서 어떤 빛을 받을 때 조각이 특별히 더 예뻐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랑 루브르' 당시에 루브르를 리모델링 했던 건축가도 모나리자가 전시된 방의 다른 작품들을 돋보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가 조명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전해진다. 즉, 자칫 모나리자로 쏠릴 수 있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연광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빛이 벽을 따라 흐르게 함으로서 전시실에 들어오자 마자 다른 작품들이 영롱한 빛에 둘러 쌓여 있다는 착각이 들도록 했다는 건데 정말 세심한 건축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도 한 번쯤 벤치마킹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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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랑제리 미술관을 나와 동생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물론 '오! 샹젤리제'를 흥얼거리면서. 처음 갔을 때는 개선문에 가까이 가보자 않았는데, 가보니 꽤 웅장하다. 벽면에 의용군과 그들이 부른 노래, '라 마르세예즈'가 조각되어있다고 한다. 참고로 라 마르세예즈는 현재 프랑스의 국가다. (내용이 살벌하다는;;;)

  오늘 산 것들은 프랑스에 나간 된장남, 녀라면 피하지 않는다는 '아가타' 제품들과 '세포라'의 저렴한 매니큐어, '포숑'의 차와 잼, 쿠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맛이라는 '라 뒤레'의 마카롱. 집에와서 쓰는 여행기이니 달지만, 그걸 받은 동생과 가족이 꽤 좋아라 했고, 뜯어서 먹어본 마카롱과 쿠키는 정말 끝내주게 맛있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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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샹제리제 거리와 개선문, 에펠탑, 루브르와 오르세를 뒤로 하고 21시 20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지체한 탓에 '파이널 콜링' 때까지 비행기를 못 탈 뻔 했지만 - 잘못하면 'Mr. 한, 어서 빨리 비행기 탑승하세요'하는 소리 들을 뻔 했다 - 그럭저럭 잡아 타고는, 19일 14시 20분에 한국에 도착했다. 42일간의 여행. 아마도 이 여행은 내 인생을 결정지은 중요한 순간으로 결정될 것이다.

  그나저나 총정리 겸 후기를 남겨야 하는데, 언제나 올릴 지... 새 키보드 사고 올릴까나~
  1. http://ko.wikipedia.org/wiki/%EC%A1%B0%EB%A5%B4%EC%A5%AC_%ED%90%81%ED%94%BC%EB%91%90 참고 [본문으로]
  2. 테이트 모던에는 요셉 보이스의 펠트 양복이 걸려있고, Pinakotek der Moderne에는 요셉 보이스의 작품 몇 점과 요셉 보이스를 담은 앤디 워홀의 작품 두세점이 걸려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앤디 워홀을 사랑한다. 그의 작품이 가진 아우라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감각과 그의 작품이 가진 색감들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루즈벨트가 1923년의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펼친 이른바 '뉴딜정책'은 테네시강 유역 개발 사업(TVA)과 농지 조정법(AAA), 전국 산업부흥법(NIRA)이 그 골격을 이루고 있다. TVA는 말 그대로 테네시강의 유역을 개발하는 일종의 공공사업을 통해 실업 해결과 내수 진작을 노린 정책이며, 농지 조정법은 농산물 생산의 통제를 통해 농산품의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NIRA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한 편 기업의 카르텔을 묵인하여 말 그대로 산업의 부흥을 꾀하는 법률이다. 자세한 것은 네이버 백과사전 참고. 위키에는 한글로 된 설명이 없다. [본문으로]
  4. 미안하다, 난 사실 뮤지엄 패스로 들어가서 가격은 모른다. 그런데 확실한 건... 입장권이 예쁘다. 그거 받기 위해 일부러 돈 내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본문으로]
  8월 16일의 베르사유 궁전, 몽마르트르 언덕 방문기와 8월 17일의 보르도 메독 지방 와인투어 후기를 함께 올립니다.



- 8월 15일, 혁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공간


  눈을 떠 보니, 날씨가 별로다. 베르사유 궁 가기로 해서리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베르사유 궁은 궁전 구경도 재밌지만, 정원 구경이 핵심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아야 한다. 어쨌거나 아침을 먹고 서둘로 RER C 선을 타러 나갔다. 현재 오스테를리츠 역부터 오르세 역까지의 구간이 공사중이다. 때문에 오스테를리츠 역에서 베르사유로 막바로 갈 수는 없고, 파리 교통국 측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앵발리드까지 이동해서야 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앵발리드 역에서 표를 사기 위해 장사진이 펼쳐지고 있는 바, 유레일 패스 소지자라면 그냥 곱게 오스테를리츠 역의 RER 매표소에서 표를 받고 버스를 탄 후 앵발리드 역으로 가서 타고 베르사유로 가길 추천해 본다.


  30분 쯤 기차를 타고 가니 오늘의 목적지 베르사유 리브 고슈 역이 나온다.[각주:1] 큰 길을 따라 걷다보면, 심상치 않은 가로수들이 질서정연하게 심어져 있는 길을 만나는 데 그 곳이 바로 베르사유 궁으로 들어가는 초입길이다. 들어가다 보면, 티켓 자동 판매기가 있는데 그것은 궁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티켓을 판매하는 곳이다. 뮤지엄 패스 소지자는 A 입구로 들어가면 되는데, 휴일에는 그 곳 역시 티켓 소지자들을 위한 창구만큼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참고로 국내 여행객 중 대다수가 뮤지엄 패스의 날짜를 고쳐서 사용하고 있는데, 베르사유를 방문하게 되면 직원이 아주 친절하게 '볼펜으로' 써주니 유념하시고 오시길...

  궁은 패스하고 무조건 정원으로 돌진. 8월 15일이 성모 승천대축일로서 전 유럽의 휴일이기 때문에 정원 입장료를 내야했다. (이 말은 평일에는 안 낸다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매표원 마드모아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후 입장. 태양왕의 정원이기 때문일까. 구름도 질서정연하게 관광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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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늪지대 + 사냥터였던 곳을 '자연 역시 짐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루이 14세의 신념에 따라 일일이 메워 오늘날의 정원을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루이 14세가 저런 망발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유럽 대륙을 휨쓸었던 강력한 절대 왕권의 바람때문이었다. 혁명 당시, 왕권신수설의 경제적 뒷받침이 되었던 부르주아들이 앞장서 부르봉 왕가를 타도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기 그지 없다.

  베르사유를 다녀와서는 몽마르뜨르를 올랐다. '원래는 피카소, 르누아르, 로뜨렉, 고흐 등이 모였던 예술가들의 언덕이었지만 지금은 돈벌이에 급급한 예술가들과 물랭 루즈와 같은 환락가가 즐비한 곳으로 타락했다.'고 가이드북에 써 있다. '돈벌이에 급급한 미술가'가 타락했다는 표현은 공감이 가긴 하지만, 글쎄... 예술만 해서는 먹고 살기 힘든 자본주의 체제에서 타락하지 않고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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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6일, 보르도

  전날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새벽부터 일어나 보르도 행 떼제베에 몸을 실었다. 보르도는 시속 300km로 달리는 떼제베로도 파리에서 4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이다. 보르도 행 떼제베가 출발하는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하니, 아차! 카메라를 민박집에 두고 왔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각 샤토가 가진 고유의 집 모양,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보르도의 시내를 찍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어쩌랴, 이제 회군하면 기차를 놓치는 것을.

  보르도 관광청에서는 성수기 동안 매일 시내의 주요 와인 산지를 반나절동안 둘러보는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내가 참가하는 투어 역시, 그 프로그램의 일환. 보르도 관광청(http://www.bordeaux-tourisme.com)에 들어가서 예약하거나, 전화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경우 참가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전화를 통해 하면 출발 15분 전까지 가서 결제를 마치면 되므로 어쩌면 전화를 통해 예약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영어도 잘 한다. ㅎ) 일별로 다른 곳을 가는데, 토요일인 오늘은 보르도의 꽃 메독 지방을 간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가니, 넓은 포도밭이 이어진다. 첫번째 샤토인 샤토 키원에 내려 예쁜 마드모아젤의 설명을 들었다. 그냥 일반적으로 샤토를 둘러볼 거란 내 생각과 달리, 샤토의 역사는 기본이고 포도 품종에 따른 재배 환경, 포도 선별 과정, 숙성과정, 블렌딩 과정 등 포도밭부터 병입과정까지 와인 제작 과정의 전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때문에 단순한 흥미만 가진 사람은 자칫 지겨울 수도 있다. 반면에 와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가보면 좋을듯. (불행히도 나는 후자보다 전자에 가까웠다. 시음 때만 눈이 반짝였;;;)

  맨 마지막엔 언제나 그렇듯, 테이스팅을 해 볼 수 있다. 어려운 설명에 지루해하던 서양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이 때만은 눈이 반짝였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음행사'는 늘 인기가 킹왕짱이다. 샤또 키원에서는 한 병을, 샤또 페하봉에서는 무려 네 병을 맛보여줬는데 샤또 키원과 샤또 페하봉은 그 지역에서 나름의 명성을 고수하고 있는 샤또들이라고.

  와인 맛도 맛이었지만, 인상깊었던 건 관광청에서 나온 무슈의 한 마디였다.

  'Wine is not intellectual, it is emotional. (와인은 지식이 아닙니다. 와인은 느낌이죠.)'[각주:2]

  한국 사람이 꼭 들어야 할 한 마디라고 생각된다. 여기저기 검색해보면, 포도가 어쩌니 그 해 작황이 어쩌니 하면서 꽤 유식한 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만 보면 아는 것을 보여주려는 지식장사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그들에게는 단순히 외운 것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와인 애호가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매료시킨 단 한 병의 와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 기억에, '신의 물방울'을 그린 아기 다다시 남매는 샤토 탈보에 매료되어 와인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와인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남매끼리 와인을 마시면서 느낀 이미지를 나열한 것이 '신의 물방울'의 창작 배경이었다고 아기 다다시는 말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의 수많은 와인 애호가중 이런 와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이들에게 와인은 '친숙한 술'로서 공부하게 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서의 와인은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술로서 단순히 계급 간 구분짓기의 수단으로밖에 통용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조사에서, CEO들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이 와인에 대한 공부 문제라고 하는데 이런 건 모두 '잰 체 하기 위해' 공부하기 때문이다. 보여주기 위해 공부를 하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고, 힘들 수밖에 없다.

  1. RER C 선 노선도를 보면 양 끝으로 두 개의 베르사유 역이 나오는데, 베르사유 궁에 가기 위해서는 리브 고슈 역으로 가야한다. 여행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베르사유 리브 고슈 역의 밑에는 샤토 드 베르사유라는 갈색 바탕의 글씨가 적혀 있다. (리브 고슈는 '강의 서안(西岸)'이라는 뜻이라고...) [본문으로]
  2. 프랑스 사람이기 때문에 이 문장이 어법에 부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에펠탑이 가장 예쁘게 보인다는 곳, 사이요 궁에 갔다. 에펠탑 앞에 있는 쎄느강을 건너면 바로 위치한 궁인데,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설치된 궁이라고 한다. 파리에는 만국박람회를 위해 설치된 건물들이 참 많다. 에펠탑만 하더라도 박람회를 위해 구스타프 에펠이란 건축가가 지은 것이고, 에펠탑의 근처에 있는 알렉산드르 3세 다리 역시 만국박람회 당시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하다못해 모네인지 마네인지가 - 맨날 헷갈린다 - 자신의 살롱에다 내건 그림이 평론가들로부터 '인상적이다'란 소리를 듣게 된 것도 만국박람회 때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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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요 궁에서 조금 걷다보면, 개선문이 보인다. 파리에는 현재 세 개의 개선문이 있는데 하나는 루브르 앞에 있는 카루젤 개선문이고 하나는 샹제리제 거리의 시작점에 서 있는 이것이며, 다른 하나는 라 데팡스 근처에 세워진 신 개선문이다. 참고로 카루젤 개선문은 나폴레옹에 의해 이탈리아로부터 공수된 대리석으로 지어진 것인데, 포룸 로마눔과 콜로세움 사이에 세워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개선문을 가져가려다 실패한 나폴레옹이 이를 그대로 본따 지은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파리의 이 개선문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은 김일성은 평양의 한복판에 세계에서 제일 큰 개선문을 짓게 된다. 독재자의 권력욕이 어떤 식으로 발휘되는가에 대한 적절한 예들이라 하겠다. (우스갯소리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을 떼어가려던 나폴레옹이 또라이라면, 그것보다 더 큰 개선문을 지은 김일성은 생또라이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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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선문은 샹제리제 거리의 처음이며 마지막이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크게 펼쳐진 샹제리제 애비뉴에는 세계적인 명차 회사와 명품 제작사의 부띠끄 숍이 늘어서 있다. 역시나 명품점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득시글거리는데, 중국인은 사는 반면 한국인은 쳐다만 본다. 느꼈겠지만, 나는 별로 명품을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냥 '좋은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나는 얼마짜리 빽을 샀는데, 넌 뭐냐?'는 천박한 과시욕의 발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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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선문을 나와 걷다보면, 튈르리 정원과 연결된 콩코르드 광장을 만나게 된다. 튈르리 궁의 전소로 인해 튈르리 궁부터 개선문에 이르는 수백m의 거리가 한 눈에 들어오게 된다. 프랑수아 미테랑은 이런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고 '그랑 루브르'란 계획을 통해 협소하고 제한적인 전시공간이었던 루브르를 오늘날의 모습으로 뒤바꿔놓았다. 논란을 뒤엎고 루브르의 명실상부한 상징이 된 유리 피라미드 역시 '그랑 루브르' 프로젝트 기간 중 건설된 것이다. 놀랍게도 이 모던한 건축물은 90년대도 아닌, 80년대 말에 완공되게 된다. 지금봐도 꽤 모던한 이 작품은 전혀 루브르 궁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것은 건축가 야오 밍 페이의 세심한 배려 덕이었다. 루브르 궁의 건축비례를 피라미드 건설에 있어서도 사용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이 사례는 한 사람의 대통령, 그리고 그의 후원을 받은 한 사람의 건축가가 얼마나 위대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적절한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추부길이 있다고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추부길과 야오 밍 페이는 엄연히 다르다. 외운 걸 읽는 카세트 테이프가 창의적인 아티스트와 비교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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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광복절이라고 한다. 국내 일각에서는 '건국절'로 바꿔부르자는 의견이 있다고 하고, 그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2MB도 그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런데 분명히 우리나라의 정부는 1919년에 성립한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헌법 전문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미 1919년에 수립된, 정통성 있는 정부를 외면하고 단지 이승만의 국부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그 똘마니들의 주장대로 하는 2MB의 현재 모습은, 3.1절 발언에 이어 그가 얼마나 역사의식이 전무한가를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라고 하겠다. 역사의식이 있어야 그것을 반추해보고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볼 수 있게 된다. 현재 상황을 알아야, 미래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애초에 주춧돌부터 없으니 이 정부는 미래가 없는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뭐 어쩌겠는가. 똑같이 미래는 보지 못한채 눈 앞의 돈만 쫓던 개들의 지지를 받았는걸. 물론 토사구팽 되었지만.
  1. 겸댕이 2008.08.17 20:23

    앜 장평이 너무 좁아서 읽기가 힘들어!!!!!!!!!


  파리에 왔으니 루브르에는 가봐야 할 것이다. 원래는 파리 변방을 수호하는 요새였던 것을, 국왕들이 거처로 삼다가 박물관으로 바꾼 것이 오늘날 루브르 박물관이라고 한다. 물론 이 곳의 많은 컬렉션들은 대다수가 다른 나라로부터 약탈한 것이다. 대체적으로 유럽의 많은 큰 박물관들은 전리품으로 컬렉션을 채우고 있다. 이 곳 역시 마찬가지로 나폴레옹이 대제국을 건설하면서 약탈해 온 문화재들로 성을 채운 것이 시초라고 한다. 본디 문화라는 것은 힘과 연관이 없다. 팍스 로마나의 뒤를 이어,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영광을 물려받은 미국의 문화가, 그 정치적 힘에 비해 실질적으로는 문화적 가치가 하등 없는 잡탕인 것이나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가 피정복지인 그리스의 문화에 복속당했던 사실은 그러한 실례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현실을 본다면 문화재를 통한 관광수입은 원래의 주인이 아닌 약탈자들이 더 많이 챙기고 있다. 멀게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을 들 수 있겠고 가깝게는 일본을 들 수 있겠다. 국보급 청자가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더 많다는 사실은, 우리 역시도 열강들에게 그들의 문화 유산을 약탈당한 이라크나 이란, 그리스, 터키인들과 같은 주변인임을 일깨운다. 물론 우리는 스스로를 주인공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은 넓고 우리는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

  패배주의라고? 가지고 있는 것도 온전히 써먹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패배라는 말도 아깝다.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통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너무 보잘 것 없는 것 같아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은 꽤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조들의 역사가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다. 문화적 양식없는 근대화, 무조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천박한 사회 풍조로 대변되는 '빨리빨리-대충대충' 문화는 수많은 선조들의 숨결을 부수고 깨뜨리고 없애버렸다. 한국인의 역동성, 근면성으로 상징되는 '경부고속도로'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무식하고 잔인함의 산 증인이다. 적은 예산으로 지어야 했던 탓에 무조건 효율성만을 앞세우는 건설이 되다보니, 고속도로는 산세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한반도의 허리를 잘랐고 그것이 지나가는 길에 있던 모든 것들을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지으면서 발굴된 문화재란 것을 본 기억이 없다. 풍납토성은 어떠한가? 몇 남지 않은 한성백제의 증거로서 고고학적 가치가 어마어마한 그 유적지는, 아파트를 지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건설회사와 그 아파트를 팔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땅투기꾼들의 훼방으로 인해 몇 년째 발굴이 지지부진했다. 천민자본주의다. 전형적인 천민자본주의다.

  이딸리아나 그리스만 가봐도 수많은 유물 때문에 역학조사를 하느라 길 하나 내는 것, 지하철 하나 개통하는 것도 10년이 넘게 걸려 이루어진다. 나는 우리 한반도에도 이들 나라만큼이나 수많은 유물들이 땅 속에서 잠자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네 조상들은 좁은 땅덩어리를 잘 다독여서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맛있는 것을 더 먹기 위해 뱃속을 게우면서까지 안달을 떨었던 로마 귀족들 만큼이나 사치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멋과 풍류라는 것을 뼛속 깊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물 한 잔 따르는 주전자, 벼루에 물 뿌리는 연적, 제사지낼 때 쓰는 향로에 우리처럼 그렇게 미학적 신경을 써서 만드는 민족은 얼마 없다. 오죽했으면, 조선자기를 하늘로 본 왜인들이 임란 때 수많은 도공들을 붙잡아가 극진한 대접을 하면서 정착을 시켰겠는가. 그런데 그런 조상들이 일궈놓은 텃밭을 우리는 갈지 못한다. '별 볼 일 없는 우리 문화재'는 돈 밖에 좇을 줄 모르는 천박한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원석을 가지고서도 연마하여 세공하지 못하는 기술자는 바보다. 그런 바보는 욕을 먹어도 싸다.
  (그런 점에서 그 때 그 고속도로를 지었던 자가 또다시 대운하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21세기의 경제적 자원은 삽질이 아니라 문화다. 나라면 삽질할 돈으로 세계 곳곳에 있는 큰 박물관들에 한국관을 짓거나, 아니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유산들을 사서 유럽의 박물관들 못지 않은 박물관을 지을 것이다. 당장은 돈이 되지 않을 것이지만, 잘 키운 나무를 외면할 사람은 없다.)


  참, 중요한 이야기를 하느라 곁가지를 빼놓을 뻔 했다. 되도록이면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6유로를 주고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자. 어떤 여행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오디오가이드 MP3 파일을 많이 다운받아서 가지고 다니는데 물론 그것도 훌륭한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루브르의 오디오가이드는 단순히 작품의 내력을 설명하는 것을 지나, 그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역시 제안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인들의 훌륭한 미적 감각으로 구성한 '코스별 설명'은 마치 내가 루브르 박물관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속으로 들어가 함께 취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물관 학예사들의 쉬우면서도 자세한 설명과 그것을 오롯이 녹여놓은 번역은 가히 이제까지 다녀 본 박물관의 오디오가이드 시스템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작품에 대한 소개 말고도, 이미 그 자체가 문화재인 루브르 박물관의 역사에 대한 2시간 30분짜리 프로그램도 있으니 꼭 따라가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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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겸댕이 2008.08.15 02:04

    크! 역피라미드!!
    난 밖에서도 보이는 줄 알고 나와버렸다지 ㅜㅜ
    다시 가면 제일 먼저 찾아갈 것이야 역피라미드!!!

    공짜가 아닌 날에도 사람이 저래 많은가보네.
    그런데 어째 대관식 사진만 있는지?
    난 개인적으로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좋았음. 히히


  아침에 늦게 일어난 탓에 서둘러 베르사유로 향했다. 오스테를리츠 역에 가서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현재 해당 구간이 공사중이라 버스타고 다른 RER 역으로 이동하란다. 버스에 몸은 실었는데, 기차표 예매 변경하랴 뭐하랴 해서 이미 시간은 오후 3시다. 갈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버스가 오르세 미술관 앞에 선다. 어차피 뮤지엄패스도 있으니 그냥 내려 들어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목요일에 정식으로 볼 생각인지라 쭉 한 번 훑고 나왔다. 앞서 본 몇 곳의 미술관보다 작다는 느낌. 고흐나 모네, 르누아르 컬렉션에 있어서는 이제까지 봤던 곳들 중 제일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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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오르세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오니, 민박집에서 만난 동생이 저녁에 야경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혼자 다니면, 야경을 제대로 즐길 기회가 적기에 무조건 오케이를 외치고 다시 나왔다. 에펠탑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바로 앞에 있는 선착장에서 바또 빠리지앵을 탔다.

  한국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선착장 곳곳에는 한글이 써 있고 배를 타고 쎈느 강을 주유하는 동안에 나오는 오디오 가이드에도 한국어가 있었다. 아마도 일본인, 중국인 외에 한국인을 이렇게 배려해 준 나라는 프랑스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배려라기 보단, 장사를 위한 술수인게 더 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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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겸댕이 2008.08.15 02:07

    난 바토무슈를 탔더랬지
    빠리지앵도 한국어 가이드 나오는구나 키키
    처음에 지나가는 유람선에서 한국어가 나와서 왕감동먹었었는데
    생각해보니.................상술^^;;;;;;;;;


    여튼 야경도 보고 참 낭만적인 여행을 하고있네
    야경을 보고나니 파리의 매력이 더욱 푹 빠져버리게되었는데 난 ㅜㅜ
    앜 좀 더 즐기다오셔 파리의 낭만


  숙소 근처에 있는 Gambetta 역에서 69번 버스를 타고 길을 나섰다. 69번 버스는 바스티유 광장, 오뗄 드 빌, 루브르 등의 파리 주요 지점을 도는 시내버스다. 베를린으로 치면, 100번이나 200번 버스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첫번째 행선지는 오뗄 드 빌, 파리 시청사다. 이 곳 주변에는 퐁네프 다리와 노트르담 사원, 퐁피두 센터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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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사 앞에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는데, 무료로 지도를 준다. 한국어 지도도 있다.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한국어를 본 일이 별로 없어서 은근히 반갑더라. 물론 번역은 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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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둥, 노트르담 사원이다. 주변에는 '콰지모도'나 '에스메랄다'의 이름을 딴 상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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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브르 박물관이다. 피라미드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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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네프 다리. 근데 은근히 그냥 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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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훈 씨가 지휘자로 있었던 바스티유 오페라의 전경. 우리는 지휘자가 매번 '필하모니'만 지휘할 것 같지만, 많은 유명 지휘자들은 오페라의 음악감독들을 거쳐가기도 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역시, 오스트리아 국립오페라의 음악감독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참고로 엊그제 산 그 골든앨범은 카라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나온거라고. 은근히 EMI랑 그라모폰, 소니BMG가 경쟁하더라니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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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abar 2008.08.12 18:58

    아니... 이 시간에 글이 올라오니 급 흥분.
    실시간 파리의 소식을 볼 수 있다니.
    우리나라도 참 많이 컸긴 컸다만... 그런데 이게 뭐야.
    집에 있는 정연주 사장을 체포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니
    아직 멀었다.

    누군가 국민소득으로 선진국이 되는게 아니고
    국민의 의식수준으로 되어야 한다고... 그럴러면 아직 멀었다고 개탄하던데.
    국민의 의식이 아니라 몇사람의 의식이 ...

    오늘 에곤쉴레의 자화상 엽서와 클림트 엽서 2종 받았다.
    덕수궁에 가서 라틴미술전도 보았고...
    이제 정말 일주일 남았네.

    퐁네프다리... 엣날에 본 영화 생각난다.


10일 자정이 되어서야, 파리 민박집에 들어온 관계로 일기 생략. 사진나열로 대체합니다.

- 프랑크푸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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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델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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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abar 2008.08.12 08:04

    노란 커피 머신 예쁘구만...

    그리고 그 아래.... 태양열 집열판인가.

    아빠,엄마의 관심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보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긴 것을 보니..한참 웃었다.

    희도 그릇매장에 가서 엄마생각 많이 했다고 해서 웃었는데...

  2. 파파 2008.08.12 09:51

    간단하나마 멘트를 하였더라면 더 좋았을걸 그랬지?
    특히 태양열 집열기에 대해서는.
    꿈속에서도 집열판을 만드는 사람을 위햐옄ㅋㅋㅋ.

  베를린을 가면 꼭 끼워서 가기 마련이라는 포츠담을 방문했다. 포츠담, 왠지 친숙한 이름이라면 그것은 ‘포츠담 선언’이라는 용어 때문일 것이다. 역사상 한국이란 나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딱 세 번 있다. 첫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제2차 세계대전 후 조선의 처리 문제, 두번째는 한국전쟁 당시의 UN군 파견 문제, 세번째는 반기문 씨의 UN 사무총장 취임 문제다. (글쎄,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지 선정 문제까지 합치면 5번은 될지도.)


  어쨌거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연합군 수뇌 간 세 번의 회의가 열린다. 카이로 회담,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이것인데 포츠담 회담이 앞서의 두 회담에 비해 의의가 깊은 이유는 이탈리아와 독일이 차례로 패망한 후, 마지막 남은 일본에게 항복권고를 함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는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주도로 미국 대통령 트루먼,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 중국 총통 장 제스가 일제에 대해 즉각 항복권고를 하는 한편, 전후 일본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이 이 회담의 내용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영토에 대한 이들 연합국 쪽의 정의인데, 이들은 제8항에서 '일본의 영토는 홋카이도, 규슈, 혼슈, 시코쿠와 연합국이 결정하는 작은 섬에 국한될 것이다'라 명시함으로서 카이로선언에서 규정된 한국의 독립을 재확인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선언을 거부하였으며, 이를 이유로 미국은 당시 실험중이던 원자탄을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하였다. 이 다음은 우리가 아는 그런 스토리.


  이렇게 우리에게는 꽤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는 곳이지만, 우리나라의 관광객들은 이보다는 ‘상수시 궁전’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신다. 물론 그것은 관광객들의 자유의지라기 보다는, 소위 ‘잘 팔리는’ 여행가이드북들이 조장한 결과다.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 현지에 나왔을때 느끼는 이 ‘잘 팔리는 책들의 쓰잘데기 없음’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시발시발 거리는건 잠시 키핑해 두자.


  포츠담 중앙역에 내리면 정원 건너편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업체가 있다. 한 대를 빌리는데 11유로다. 포츠담의 관광지들이 B+W(버스, 걷기)를 사용해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음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은 대여료지만,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잇점을 고려하면 자전거는 꽤 매력있는 교통수단이 분명하다.


  첫번째 들른 곳은 상수시 궁전.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여름의 상수시와 겨울의 상수시를 비교한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았는데, 겨울의 상수시는 정말 황량하기 이를데 없다고 한다. 정문에서 관광객을 맞는 분수는 작동하지도 않을 뿐더러, 꽃과 나무들은 모두 겨울채비를 했다고 하니 분명히 여름에 맞는 이 기분과는 정말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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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고 상수시 공원을 한 바퀴 달리다 보면, 정말 얼마나 이 나라가 자전거를 배려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지간한 곳은 모두 자전거가 달릴 수 있도록 해놓았고,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는 반드시 자전거 주차대가 설치되어 있다. 비단 상수시 공원 뿐만 아니다. 뮌헨이나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도 마찬가지여서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분명히 구분되고, 자전거만을 위한 횡단보도도 존재한다. 게다가 어지간한 지하철과 시내를 달리는 기차 모두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간혹 인도가 좁아 자전거가 달릴 수 없을 때는 차도를 이용하게 하는데, 자동차 운전자들의 자전거에 대한 배려심이 얼마나 높은지 자전거와 자동차의 진행방향이 엇갈리게 될 구간에서는 전방 몇십미터 앞에서부터 서행을 함으로서 자전거가 우선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버스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자전거보다 더 큰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도 버스가 위협을 가하고는 한다는데, 한국의 사례와 독일의 사례를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선진적’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 ‘선진화’란 말에 꺼뻑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저 잘 먹고 잘 사는게 선진국이 아니다. 그럼 때되면 밥 나오고, 생활환경 쾌적한 우리 속 짐승들이 선진적이라는 건데, 솔직히 그건 아니잖나. 시민 대다수가 이제는 좀 '이밥에 괴기국 먹는 게' 킹왕짱이었던 시대의 선진화 개념을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공원을 한참 달리다보니, 어언 체칠리엔호프 궁. 노이어 가르텐 안에 있는 이 궁은 45년에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머물렀으며, 포츠담 선언을 한 곳이다. 궁 내부에는 당시의 사진을 크게 인화해 전시해놓고 있다고는 하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체칠리엔호프 궁의 뒷편은 영국 스타일로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데, 처칠이 여기에 머물던 그 때에도 이 곳은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문득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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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프랑크푸르트로 가야하는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얼추 이 정도로 포츠담 유람은 정리하고 베를린으로 향했다. 집에다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베를린 초역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노래가 들린다. 쳐다보니 베를린의 번화가 한 복판에 왠 힌두교인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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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같으면 일렬로 서서 폴리스라인을 만들었을 법도 한데, 얘넨 그냥 딸랑 경찰차 몇 대와 저 경찰 몇 명으로 행진을 인솔하고 있었다. 반면에 중앙역으로 가는 길에는 맥주를 손에 든 한 떼의 네오나치들을 봤는데, 그들 옆에는 우리나라 전의경들처럼 완벽하게 진압도구로 무장한 경찰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종교 행진과 네오 나치들에 대한 독일 경찰의 대응이 사뭇 다른 점이 흥미롭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인정할 수 없는 것에는 불관용을 펴겠다는 걸까. 힌두교인들이 행진한 거리가 우리나라의 명동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큰 도심지였음을 감안하면 ‘신속하게, 그러나 평화롭게’ 행진을 제어하던 경찰과 그 뒤를 묵묵히 따라주던 운전자들이 참 멋지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게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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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길에 중앙역에서 시간이 좀 남아 들린 버진에서 구입한 도이체 그라모폰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골드' 앨범. 20유로나 주고 지른게 되어버렸지만, ICE를 타고 달리는 지금 듣는 카라얀의 섬세하면서도 박력있는 지휘를 듣노라니 20유로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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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pa 2008.08.10 08:07

    포츠담, 한국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열강들이 모여 수근대던 곳,
    역사의 장소를 방문한 님은 무엇을 느꼈을까?
    꽃의 정원이 매혹적이다.

  2. dabar 2008.08.10 10:46

    역시 아들은 멋쟁이....

    정원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3. 겸댕이 2008.08.11 04:02

    근데 난 그 잘 나가는 가이드북 없인 아무 것도 못했다규^^^^^^^^^^............ 시발

    상수시궁전 볼만하네. 베르사유보다 낫고만 뭐. 비와서 최악이었음 ㅜㅜ
    어쨌든 그래도 난 이밥에 괴기국 킹왕짱♡ - 대유법 말고 진짜 이밥에 고기국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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