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15

- 조선일보, 혼란스러운 학부모들 "단일 교과서가 수능 준비엔 좋겠죠", https://goo.gl/uSUG9l, 2015년 10월 13일 작성.


조선일보가 위와 같은 제호의 기사를 내놨다. 검인정 체제로 다양한 종의 교과서 체제에서는 여러 교과서를 읽어야 하겠지만 국정화 단일 교과서 체제에서는 단 한 권만 읽으면 되니 부담이 덜하다는 류의 논리다. 이에 관해 직접 경험한 것을 반례로 들면 아래와 같다.


1. 수능 출제는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수능을 볼 때는 국사 부분은 국정 교과서였고, 근현대사 부분은 검인정 교과서였다. 금성사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고 한참 논란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수능을 세 번 보았다. 수능 세 번에, 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공식 모의고사 여섯 번. 도합 아홉 번의 '정부 주재 시험'을 치렀지만, 단 한 번도 '검인정 교과서의 개별 서술로 인해 문제를 풀지 못했다'는 논란이 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널리 알려진대로 검인정 교과서 집필의 기준은 교과부가 내놓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이하 '가이드라인', 첨부 참고)이기 때문이다.


수능을 출제하는 사람들은 현직 교수부터 현직 교사까지 다양하다. 수능시험 문제는 이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합의한 결과다. 이런 합의는 대부분 다수설을 따르게 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에 결정적으로 준거로 작용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단순히 집필 과정에서 참고용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부가 검인을 할 때 심사하는 기준으로도 작용한다. 원칙적으로, 그리고 실제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집필한 교과서는 교과부의 검인정을 받을 수 없다. 그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지금 문제가 되는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다.


바꿔말하면 지금 검인정 교과서는 가이드라인상 문제가 없어 교과부가 출판을 허락한 교과서다.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pdf


더욱이 이 '가이드라인'이 새로 제정된 것은 다름아닌 2011년의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좌파정부'가 만든 것이라면 모를까, 이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당선되신 이명박 대통령 치하에서 제정된 가이드라인이다. 이쯤 되면, 둘 중 하나를 인정해야 한다. 현행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가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니면 이명박이 '빨갱이'라는 것. '짜장이 좋아, 짬뽕이 좋아'보다 더 어려운 선택일 것 같다.



2. 단일 교과서가 성적 상승을 곧바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술한 대로 내가 수능을 볼 때, 국사는 국정교과서였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처럼 국사편찬위원회 주관으로 발행된 단 한 권의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를 해야 했다. 반면 다른 사회탐구 영역의 과목은 모두 검인정 교과서 체제였다.


만약 조선일보가 학부모들의 입을 빌어 넌지시 말한 논리가 맞다면, 오히려 검인정 교과서 때문에 공부하기가 까다로운 다른 선택과목 대신 국정 교과서 단일종으로 공부하기가 쉬운 국사에 많은 학생들이 몰렸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시험을 보던 3년 내내 국사는 선택 학생수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했다.


물론 국사가 필수 과목이 아니던 시절의 이야기다. 서울대가 자교 입학 조건으로 '사회탐구 성적 중 국사 과목의 성적'을 필수로 내걸면서, 서울대가 목표가 아닌 학생들은 국사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국사에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몰리니, 자칫 잘못하다가는 몇 개의 오답 때문에 낮은 등급과 낮은 표준점수를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사가 필수인 지금 상황은 이 때와 다른 결론이 날 소지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사례들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의 입시와 교육정책이 단순히 '교과서의 종류 수'로 판가름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정책이 입안되고 그것이 실제 시행되기 까지는 여러 이해당사자의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다보니 다소 중간에 붕 뜬 듯한 결론이 날 때도 있지만, 적어도 특정인의 의도에 움직이지 않고 모두에게 조금의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주제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교과서의 편향적 서술로 수능 준비가어려워 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체제와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발언이다.


둘째, 이건 사실 좀 미안한 이야기인데 교과서가 100종이든 1000종이든 공부에 뜻이 있는 애들은 상관없이 성적을 잘 낸다. 모든 과목이 국정교과서를 선택해도 아마 지금의 순위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모두 검인정 교과서 체제지만 아직까지 특정 교과서를 선택한 집단이 시험에서 유리했다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는 본 적이 없다. '단일 교과서가 수능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하려거든, 먼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의미있는 연구부터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근거없는 주장은 선동이다'라는 것이 이제까지 당신들이 이쪽을 비난하며 들고 나오던 논리 아니던가. 늦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근거를 제시해주면 될 것 같다.



이런 간단한 논증에도 논박당할 만큼, 조선일보의 이 주장은 참 어설프다. 입시, 그리고 이후 살아가는 과정에서 남의 말에 의존해서 내 입장을 결정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호구로 만드는 일이 없는 것 같다. 학부모들께서는 지금 당장 이 일이 내 아이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논술 실력은 하루 아침에 뚝딱 뛰쳐나오는 것이 아니니, 수능 이후 논술 체제를 대비하신다는 차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어떨까.

노동법Ⅱ 시험답안을 채점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험생이 본인이 되고자 하는 공인노무사에 대하여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공인노무사 시험은 노동분야에 가장 권위있고 전문적인 자를 뽑는 자격시험으로 이후 노동분쟁해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를 선발하는 시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사안에 대해서 노동전문가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여 기술하기 보다는 단순이 해당 쟁점에 대한 교과서나 수험가에서 돌고 있는 문장들을 단순 암기하여 기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후략)


노무관련자격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다 '2015년도 노무사 2차시험 채점평'을 찾아 읽다 발견한 부분.

귀족노조가 어떻느니, 강성노조 때문에 기업 경영이 어려우니 노조를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 새삼 '노동분쟁해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자'를 호명하는 글을 국가기관의 평에서 읽다니 아직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긴 한 모양이라는 생각을 했다.

  1. Favicon of https://futureplan.tistory.com NJ원시 2015.11.18 23:44 신고

    단순 암기 하지 말라는 거네요?

이케아에 가던 길이었다. 신호를 기다리느라 광명역 앞 사거리에 서 있는데 옆 차가 계속 슬금슬금 앞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신호위반을 하려던 모양이다. 때마침 신호가 바뀌어 그 차와 같은 방향으로 한 블록을 더 가게 되었다. 이번에도 빨간불. 삼거리에 통행하는 차가 없던 것을 본 그 차는 결국 신호를 위반하고 좌회전을 했다. 한 번이라면 모를까, 아까도 신호위반을 하려던 것을 본 터라 운전습관이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에게 메세지를 보내주고 싶었다. 마침 차 안에 블랙박스가 달려 있었고, 그 차가 내 차 바로 앞에서 신호위반을 했기 때문에 집에 돌아온 후 블랙박스 영상을 편집하여 "스마트 국민제보"에 신고했다.


△ '스마트 국민제보' 앱의 모습. (해당 사진의 저작권은 해당 사진의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사흘이 지난 오늘, 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와서 확인해보니 해당차량에게는 꽤 큰 액수의 과태료 및 범칙금과 벌점이 부과될 예정이라고 했다. 결과를 보고나니, 한편으로는 작은 규모로나마 사회정의를 실현했다는 만족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이라면 저런 당당한 법규위반을 보고 나면 기분만 나쁘고 말 일이었지만, 이제는 차량마다 달려 있는 블랙박스를 이용해 법의 처벌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보복운전이 특정범죄로 지정되어 가중처벌될 수 있었던 것도 블랙박스가 보급되며 가능해진 일이었다.


비단 교통법규 뿐만 아니다. 다른 범죄와 관련해서도 행정부 차원에서 설치한 폐쇄회로 영상 뿐만 아니라, 개인이 각자 설치한 폐쇄회로 영상을 이용해 범죄의 실마리를 찾는 일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큰 규모의 기업이나 행정부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폐쇄회로 시스템이 이제는 소규모 업장에서도 사용될 정도로 보급화 되었다. 어디에서든 어떻게든 나의 과거 종적을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생활의 영역이 공도에서 사라진 셈이다.


누군가는 이런 의견에 대해 '나쁜 짓만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라고 한다. 카카오톡 불법 감청 논란 때에도 그랬다. 카카오톡으로 나쁜 짓만 하지 않으면 그만인데, 왜 다들 걱정하느냐는 것이었다.


기술은 중립적이다. 비행물체를 유도하는 기술은 미사일에 실려 전쟁을 하는 데에도 사용되지만, 드론이나 자동차에 달려 무인이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같은 기술이지만 어떨 때는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어떨 때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궤도 위에 올라와 있지 않으므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제어하는 것은 법과 원칙이고, 그 법과 원칙을 합의하여 형성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즉, 결국 기술의 영역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에서 사용된다면 정치의 영역과 만나지 않을 수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한국 정치는 지나치게 '정치 본래의 영역'에만 골몰하는 느낌이다. 그것도 정치인들 생존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고, 그렇기에 여전히 원시적인 부분에서 손봐야 할 곳이 많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누군가는 계속 정치의 영역을 우리의 삶 전반으로 넓히려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하고, 그 논지를 지속적으로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폐광 직전까지 온 광산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광산을 캐서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집단은 다름 아닌 진보정당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우리는 기존의 영역에서 얻을 것도 없고, 동시에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분량의 압박이 있으니 요약부터 해드립니다.
 
0. 요약
 
1) 산업은행은 안드로이드용 스마트뱅킹앱을 자사 홈페이지와 통신사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중.
2) 이중 자사 홈페이지를 통한 앱 배포는 위변조공격에 취약하고, 보안수준의 강하를 요구하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금감원에 민원제기.
 
3) 이에 대한 금감원의 답변은 '귀하의 의견을 향후 스마트폰 보안 감독 방향에 참고할 예정입니다'라고 함.
 
4) 뭔가 민원에 비해 짧은 답변에 오해가 있다고 여겨져 담당 조사역님께 전화.
  4-1) 기술적인 내용은 법령이나 규정으로 정할 수가 없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준수할 것을 권고 정도하고 있는 상황.
  4-2) 금감원에서 해당 내용을 전송했으나 산업은행은 '플레이스토어는 유사 위변조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안 올린다'고 했다고 함.
  4-3) 금융보안원(구. 금융보안연구원)에서 각 시중은행에게 내놓은 '스마트폰 전자금융서비스 보안 가이드'(링크 참고)는 통신사 앱스토어 및 구글 앱스토어를 통해 스마트뱅킹앱을 배포할 것을 권장하고 있음.
 
5) 결론 :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이것을 당장 개선할 방법이 없습니다.

 
 
1. 배경
 
현재 산업은행은 안드로이드 스마트뱅킹앱을 자사 홈페이지와 통신사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중입니다.
이 중 자사 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설치를 장려하는 것이 보안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보았습니다.
 
 
2. 민원내용
 
7월 20일자로 금융감독원에 아래와 같은 민원을 넣었습니다.
 
============================================
현재 KDB산업은행의 안드로이드 OS용 스마트뱅킹은 설치파일은 자사 모바일페이지에서 직접 다운로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OS의 경우,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나 각 통신사의 스토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내려받은 설치파일(apk)을 설치할 경우 보안기능 중 '알 수 없는 출처의 앱 설치 제한'을 해제하여야 합니다.




해당 기능은 인증되지 않은 스토어에서 받은 앱 설치를 막음으로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피싱 혹은 파밍과 같은 금융사고를 방지하는 순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의 안드로이드 OS용 스마트뱅킹앱에 대한 현재의 정책은 스마트폰에 밝지 않은 사용계층으로 하여금, 자체의 보안기능을 해제하도록 유도하여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통신사 스토어 혹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아닌 자체 홈페이지에서 받도록 하는 것은, 변조된 URL을 이용한 공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만약 스마트 기기에 밝지 않은 사람인 경우, 해당 홈페이지가 진짜 산업은행의 홈페이지인지 아니면 위변조된 홈페이지인지 구분할 수 없어 금융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산업은행의 해당정책은 스마트뱅킹 처음 도입된 2010년대 초부터 계속되어오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자사의 스마트뱅킹앱을 등록하여 공식적인 루트에서 받도록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왜 유독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만 이토록 위험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전자금융사고가 나날이 증대되어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기본을 준수하여 이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이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3. 답변 내용
 
보통 처리에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데 저는 8월 초가 되어서야 아래와 같은 답신을 받았습니다.
 
============================================
1. 2015. 7. 21. 우리원에 접수된 귀하의 민원에 대한 회신입니다.




2. 귀하께서는 모바일 뱅킹 앱을 공식 앱 배포처를 통해서 배포하지 않을 경우, 이용자 스마트폰의 보안 수준을 낮게 설정 변경해야만 다운로드가 가능함을 지적하고 스마트폰 보안을 위해 모바일 뱅킹 앱은 공식앱 배포처를 통해서만 배포하도록 제안하셨습니다. 모바일뱅킹 앱을 위장한 악의의 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금융회사는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제안하신 내용은 향후 스마트폰 보안 감독 방향에 참고할 예정입니다.




3. 건전한 전자금융질서 확립을 위한 귀하의 깊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끝.
============================================
 
 
4. 추가 문의
 
분명히 URL 위변조를 통한 보안위협도 있다고 민원에 넣었던 것 같은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담당하신 선임조사역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는 대략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
나 : 7월 20일에 산업은행 스마트뱅킹앱 관련해서 민원 넣은 사람이다. 기억하시는지. 민원 답신을 받았는데 좀 부족하다고 여겨져서 전화 드렸다.
 
조사역님 : ㅇㅇ 말해봐라.
 
나 : 현재 상황에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었다. 하나는 스마트폰의 보안기능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 다른 하나는 홈페이지 URL 변조를 통한 보안위험의 존재였다. 실제로 공유기의 취약점 등을 이용하여 네이버 등의 URL를 입력하여 접속하면 가짜 홈페이지로 유도해 보안카드 번호를 요구하는 피해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을 보니 내가 민원을 명확히 작성하지 못한 모양이다.
 
조사역님 : 아니다. 두 내용 모두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산업은행에도 전달하였다.
 
나 : 산업은행은 iOS용 뱅킹앱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한다. 이것은 iOS의 정책상 어쩔 수 없어 그럴 것이다. 반면 안드로이드용 앱의 경우 설치 경로가 열려 있다는 점 때문인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이것은 지적한 바와 같이 보안수준의 강하를 요구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조사역님 : 산업은행은 애플 앱스토어에 비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앱 검수가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위변조 앱이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설치될 수 있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나 : 하나만 묻자. 산업은행보다 큰 우리, 하나, 국민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자사 뱅킹앱을 배포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말이 맞다면, 산업은행보다 규모가 크고 앱 사용빈도가 높은 이 3개 은행 사용자들이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3개 사 역시 산업은행과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에 비춰보면 산업은행의 답변이 지나치게 궁색하다고 보인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 RCS 논란을 비롯하여 이미 문제가 된 스미싱 사례는 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를 허용할 경우 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은행 차원에서 사용자들에게 이 기능을 끄도록 유도하는 것은 분명히 보안 위협을 높이는 일 아닌가? 이에 대해 산업은행에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보는데.
 
조사역님 : 사실 이에 관하여 금융감독원 차원의 어떠한 정식적인 코멘트가 금융기관에 전달된 적은 없다. 기술적 부분이기 때문에 법령이나 규정으로 제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준수를 권고하고 있다.
 
나 :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조사역님 : 그렇다. 보안연구원에서 '14년 7월에 각 시중은행에게 배포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뱅킹앱은 공식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와 통신사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나 : 그렇다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배포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말인지?
 
조사역님 : 그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산업은행 측과 직접 연락하신 적은 있는가?
 
나 : 그런 적은 없다. 나는 당연히 감독의무가 있는 기관에서 먼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알았다. IT 관련 커뮤니티에 올려서 의견을 수렴한 후 향후 대응방안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 감사하다.
============================================
 
 
5. 결론 및 고백(?)

 
결 론은 상기 요약에도 적었듯, 지금 당장 손쓸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부적 사례는 아직 금감원 내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산업은행은 통신사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플레이스토어에는 없지만) 금융보안원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제가 이 민원을 넣었을 당시, 유플러스 스토어에서 산업은행 앱을 검색할 수가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통신사 앱스토어에서도 산업은행 앱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이 민원의 초점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설치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어긋났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앱의 이용빈도가 플레이스토어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점과 더불어 몇몇 외산폰의 경우 통신사앱의 설치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전화기가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스토어에도 업로드를 하는 것이 보편성의 측면에서 더 타당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이 뻘글을 사용기게시판에 한 번 올려봅니다.


몇 차례의 면접에서 보고서를 작성해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 글을 몇 차례 읽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겠지만, 나는 간결하고 명확하게 문장을 짓지 못한다. 잰체 하느라 아는 것을 몽땅 집어넣느라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꾸 만연체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걸 다 어떻게 알아요?'라는 놀람 섞인 질문을 받으면 뭐 하는가. 목차와 색인이 없는 사전은 누구도 읽고싶어 하지 않는데.


취업준비로 벌써 1년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그동안 '나나 경쟁자들이나 그 수준이 그 수준이지 뭐'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무언가 레퍼런스를 통해 스스로를 다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 끝에 위 책을 찾았다. '최고 두뇌들은 어떻게 보고서를 쓰는가'라는 부제가 다소선정적이었지만, 수없이 많은 보고서를 다뤄야 하는 실무부처에서 내놓은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해당 사진의 저작권은 출판사인 '위즈덤 하우스'에 있습니다.)


내용은 사실 평이하다. 어떤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인지, 그런 좋은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처야 하는지, 보고서를 내기 전에 챙겨봐야 할 것은 어떤 것인지를 코멘트하는 것이 전부다. 다만 보고서 작성에 관하여, 다른 저자들이 쓴 도서들보다는 그 사례가 매우 구체적이다. 다른 책들은 마인드맵 사용법이나 제목 짓는 법 같은 - 물론 이것들이 필요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 보고서 작성의 기술적 측면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보고서의 논리적 구성에 집중하고 있고 보고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보고서의 양식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비서실이나 행정부처에서 작성하는 보고서 중, 잘못된 부분을 친절히 표시하여 일일히 왜 부족한지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이다. 나처럼 보고서 초보들에게는 다소 난이도가 있을 법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보고서 작성에 익숙해져 있으나 그 질적 완결성을 한껏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가이드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비단 이 책의 상세한 서술 뿐만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당시 행정부가 얼마나 기능적으로 고도화되어 있었으며 동시에 얼마나 개방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편의 보고서를 모든 행정부처가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서식을 제정한 사례라던가, 쏟아지는 보고서들을 굴비 엮듯 잘 엮어 해당 정책의 마일스톤을 제공하는 'e知園 (이지원)'의 존재는 효율적인 행정부 구축의 사례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한번쯤은 임기중 '작은 일도 직접 챙긴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애썼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핵심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통령은 아마도 노무현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이와 함께, - 비록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노무현과 생각이 달랐지만 - '대통령과 함께 읽는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정책고객들과 내용을 공유하고자 하는 당시 청와대의 노력 역시 다시 한 번 조명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보가 공개되면 무척 성가시다. 정책의 제목만 새어나가도 골치인데, 그 세세한 내용과 청와대 측의 입장까지 공개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원래 민주주의의 속성은 효율성 및 신속함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적으로 따졌을때 낭비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책이 합의를 통해 수용되어야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고 또 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는게 아닐까.


- 간평 :

보고서에 관한 서적 중 가장 고도화되고 정격적인 보고서에 대해 쉽게 풀어쓴 책이다. 노무현 시대에 대한 향수가 없거나, 오히려 노무현이 싫은 사람이라도 좋은 보고서에 대한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읽어봄직 하다.


- 추신 :

구글링을 하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 분인 임춘택 교수님이 한국과학기술인연합에 올려놓으신 글을 발견했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pds&no=312) 임춘택 교수님의 댓글을 보면, 이 책은 해당 게시물의 첨부파일을 읽기 좋게 풀어쓴 것이라고 한다. 책을 읽은 입장에서 첨부파일을 보니, 그 말이 맞다 싶다. 혹시나 첨부파일 다운로드가 안된다면, 부산광역시교육청에 올라온 링크를 공유하니 시도해보길 권한다. (http://gyayak.pen.go.kr/uploadfile/OTHERS/O_20071005_1.hwp)


더불어 노무현 재단에서는 '대통령과 함께 읽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http://www.knowhow.or.kr/rmhworld/bbs/view.php?tn=t7&pri_no=999496587) 어떤 주제의 보고서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찾아보고, 나라면 어떻게 썼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듯 하다.



대통령 보고서

저자
노무현대통령비서실 보고서 품질향상 연구팀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07-07-13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보고서 작성의 어려움’이라 하면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기업인수합병의 동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경영전략적 동기


기업내부자원의 활용에 의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외적성장전략의 한 방안으로서 인수합병을 고려하거나, 전략적으로 비효율적인 부문을 매각하고 기존기업의 효율적 부문(인재, 업종)을 인수합병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이익의 극대화를 도모하거나, 글로벌경영을 위해 해외 유망기업을 인수합병하여 현지진출을 위한 비용을 절감하거나, 경영자의 능력부족이나 조직의 비능률/비효율성 때문에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외부기업을 인수하여 활용하기 위함이거나, 막대한 R&D 비용을 줄여보고자 기술을 보유한 외부기업을 인수합병하여 기술도입을 조기에 달성하기 위하여.


2) 영업적 동기


동종업종과의 수평적 결합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거나 혹은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함이거나, 신규기업일 경우 시장진입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하여.


3) 재무적 동기


현금흐름의 상관도가 적은 두 기업을 합병하여 현금흐름을 원활히 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함이거나, 또는 부채비율이 낮고 기술가치가 큰 기업을 인수하여 자금조달능력을 높이고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함이거나,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기업을 인수 후 정상화하여 재매각함으로써 큰 자본이득을 실현하고자 함이거나,  피인수기업의 입장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상속세나 증여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기 위하여.



이번 삼성물산X제일모직의 합병은 위 세 가지 동기에 대응되는 것이 없다.


마지막 재무적 동기에 끼워맞출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합병을 진행한 측의 입장은 피인수기업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팔아 현금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에버랜드 전환사채로 입수한 상당수의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 지분 아래에 피인수기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두어 한 자리수 지분으로 그룹사 전체를 지배하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여 오너의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거대한 기업 두 개가, 오로지 안정적인 세습을 위해 회사를 합쳤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식의 경영이 두 회사에 얼마나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지 잘 모르겠다.


더불어 사업내용이 훨씬 탄탄한 삼성물산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고, 상대적으로 사업내용이 빈곤한 제일모직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1 : 0.35의 주가교환비율을 상정한 것.


동기 종합상사의 영업이익이 최소 200억 이상을 상회할 때에 겨우 3억 밖에 벌지 못했다거나 (대우인터 1108억, LG상사 209억) 동기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최소 640억 이상을 상회할 때에 겨우 455억 밖에 벌지 못한 점. (현대건설 1236억, 대림산업 646억)


삼성물산 측은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고 이야기했지만, 동종 업계의 실적을 볼 때에 지나치게 차이가 많이 나는 실적이었다.

(게다가 삼성물산은 분명히 상사-건설 두 부문을 영위하고 있는데 왜 건설경기만 언급하고 있었던 건지.)



실제로 회사 입장에서도 초반에는 기업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장밋빛미래를 제시하다 그것이 옹졸한지를 지들도 알았는지 급격히 '외국계 헤지펀드 대 국내 토종 자본'의 구도로 선회하여 선전하기 시작.


노무현 정부 당시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될 때에, '한국도 이제 금융산업을 키워 글로벌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던 언론들은 물주의 입장이 난처해지자 '국내 자본을 외국인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해괴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한때 꿈꿨던 회사고, 내 실력이 부족해서 입사를 거절당했지만 이 꼴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 회사가 미래가 있는 회사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물론 절대 망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끊임없이 굴러가는 회사인데.

'진보결집'에 관하여

2015. 6. 21. 20:00

내가 속해 있는 정당은 표면상으로 벌써 3번이나 모습을 바꾸었다. 최근에는 이 당이 다시 모습을 바꾸겠다고 한다. 애초부터 빅텐트론이나 대중정당론 따위에 입각한 통합론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10년의 세월 동안 전선에 서 있기보다는 뒤에서 훈수나 둔 주제에 그동안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고생해 온 사람들이 좀 편해보자는 것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마 이게 일단은, 합당 논의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훈수가 될 듯.


사실 합당의 범위나 그 정치적 의미에 앞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욕심을 좀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국과 같이 보수편향적인 사회에서 진보(좌파)정당이 가져가야 할 의제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한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 전선이 우리의 '깜냥'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길고 넓었던 것 같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국들도 그 끝에 가서는 넓은 영토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차차 무너져 갔는데, 한국 사회에서 아직 한 줌도 안 되는 진보정당이 그 의제를 버틴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 꿈이 컸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딛고 서 있는 정치적 자산에 실망하여 '현실정치를 하겠다'며 보수정치에 귀의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진보결집회의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은, 단순히 총선 및 대선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에서 벗어나 마땅히 새로운 진보정당이 꿈꾸는 의제들의 순서를 정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는 대내외적으로 장점을 갖는데, 우선 대외적으로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각 당 내에서의 합당 논의에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힘이 없어 합치자'는 논리는 그간 진보정치를 배신하고 보수정당으로 떠나간 사람들의 고정 레퍼토리였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안건을 긍정적으로 살려 많은 사람들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부정적인 레퍼토리를 꺼내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명확한 기준이 생긴다는 것은, 명확한 논지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앞서 언급한 부정적 레퍼토리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진보신당 시절의 합당논의부터, '컨텐츠'에 집중했다면 지금과 같은 파국은 마주하지 않았으리라는 아쉬움도 생긴다. 동시에 최근 뉴스룸과 인터뷰한 다니엘 튜더의 논의에서도 이 '컨텐츠'의 가능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튜더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아쉬워 했던, '조직력'과 '의제설정능력'은 모두 우리가 지난 민주노동당 시절에 갖추었던 능력들이다. 그러나 그때만큼의 크기는 아니더라도, 제도정치에 편입될 수 있었던 정의당에서 민주노동당 시절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단순한 권력유무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누구도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던 데에서 비롯된 문제인 것 같다. 지난 10여 년 간, 그들이 진보정치를 위해 퍼부은 자기희생에는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그 희생의 목적이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를 하는 데에 '순수' 따위를 운운한다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러나 목표를 확실히 한다면 적어도 노선의 이탈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조성주 씨가 정의당 당대표 경선에 나섰다고 하는데, 정치발전소 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여기가 뭐하는 데인가 찾아보니, 예전에 한 번 정도 알았던 사람들이 그 이후에 만든 조직인 모양이다. 이 사람들의 논의에 대해서 기억이 나는 것은, 당시에도 꽤 진보통합에 긍정적이었다는 점과 그 이유가 '나는 여기도 좋고 저기도 좋은데 선택하기 싫으니 그냥 둘이 합쳤으면 좋겠다'는 정도. 물론 그 바람이 갸륵하지만, 정치를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음을 갖는 것은 필요하지만, 미래의 진보정치는 좀 더 명확한 이유들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상記 >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 좋은 보고서인가 - '대통령 보고서' 감상  (0) 2015.07.27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0) 2015.07.21
'진보결집'에 관하여  (0) 2015.06.21
문득  (0) 2015.06.14
인생의 방향  (1) 2015.06.07
금사빠  (0) 2015.06.02

문득

2015. 6. 14. 19:56

벌써 1년 동안이나 좋은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죽기를 생각하기보다 어제를 반성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살아냅시다. 길을 찾읍시다.

'일상記 >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0) 2015.07.21
'진보결집'에 관하여  (0) 2015.06.21
문득  (0) 2015.06.14
인생의 방향  (1) 2015.06.07
금사빠  (0) 2015.06.02
길지 않은 이야기  (0) 2015.06.01

인생의 방향

2015. 6. 7. 01:26

내가 이제까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계했던 길은 이미 무너졌다. 모두에게 각자의 삶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나만의 길이 있을 것이고 그 길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무너졌으리라 생각한다. 며칠 내내 멍해 있다가 오늘 처음으로 문득 다시 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살아남아야 한다. 내가 여기서 멈춰 서더라도 이 미친 세상은 계속 미쳐 돌아갈 것이다. 기왕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을 멈춰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나도 멈춰버리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해보자. 그렇게 살아남아보자고 다독여본다.

'일상記 >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보결집'에 관하여  (0) 2015.06.21
문득  (0) 2015.06.14
인생의 방향  (1) 2015.06.07
금사빠  (0) 2015.06.02
길지 않은 이야기  (0) 2015.06.01
익숙한 것에 대하여  (0) 2015.05.31
  1. 2015.11.18 23:46

    비밀댓글입니다

금사빠

2015. 6. 2. 21:44

금사빠가 뭔가 했더니 ‘금방 사랑에 빠지다’를 줄인 말이라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말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도 최근에 ‘내로남불’로 축약되며 제2의 전성기를 살던데 이것도 그런 모양이다.

 

각설하고, 금사빠라면 나도 한 금사빠 한다. 특히나 나는 주변에 이상하게 미인들이 많은데, 꼭 이 사람들한테 너무 빠르게 빠져드는 것 같다. 조금만 잘 해주면 나를 좋아하나 하는게 흔한 남자들의 착각이라던데, 나는 그게 좀 심하다. 이거 너무 연애를 안 해 본 티를 내는게 아닌가.

 

그렇게 몇 번 연애를 했지만 결론이 좋지 않았다. 금방 빠져든 사랑은 그 유효기간도 길지 않더라. 그렇게 데여도 보고, 남에게 상처도 주고 하는 걸 반복하다보니 누구를 옆에 둔다는 것이 참 힘이 든다.

 

사람들은 외로우니까 그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연애를 한다던데, 그렇게 자기 감정에 충실할 것이라면 왜 연애를 하는지 의문이다. 나야 그 기간동안 스스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며 즐거울 수 있다지만, 영문도 모른채 내 그 감정소모를 감당해야 하는 상대는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내 연애고, 내 삶이니 남 눈치 볼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상대는 사람이다.

'일상記 >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보결집'에 관하여  (0) 2015.06.21
문득  (0) 2015.06.14
인생의 방향  (1) 2015.06.07
금사빠  (0) 2015.06.02
길지 않은 이야기  (0) 2015.06.01
익숙한 것에 대하여  (0) 2015.05.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