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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언젠가는 이 주제로 긴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시민들이 피해자인지, 아니면 가해자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권력구조는 지극히 '민주주의적'이다. 과거와 달리 권력은 4대 원칙인 보통, 평등, 비밀, 직접의 원리를 준수하는 민주선거에 의해 획득되며, 행정·사법·입법의 권력 분립구조는 제도적으로나마 아주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입법과 행정의 분립이 사실상 모호한 상황 - 사실 이건 87년 헌법이 갖는 내각제적 요소로 인해 이전에도 어느 정도 존속되어왔던 문제다 - 이지만, 이 역시 집권세력의 쿠데타로 인한 '경계의 모호함'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고 올바른 '절차적 민주주의'에 의해 획득된 것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구조..

총리에 정운찬 기용설이 모락모락~

지난 월요일부터 멋진 돌려막기를 보여주신 각하께서 오늘은 총리로 정운찬 씨를 기용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엊저녁부터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의 이름이 물망에 오르더니, 오늘 오전부터는 깜짝카드라도 되는 듯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네요. 각하 나름대로는 꽤 깜짝인사일 법도 합니다. 정운찬 씨는 이제까지 기용되었던 '왕남'들과 달리 그와 지연(경북)으로도 학연(고려대)으로도 조직(서울시)으로도 관련이 없던 사람인데다가 각하의 집권 초반에는 오히려 영어몰입교육 정책이나 대운하 공약, 그리고 재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에 대해서 할 말은 하던 사람이니까요. 아마도 각하와 청와대가 노리는 것은 집권 2년을 맞아 내놓은 '중도 실용'이란 국정지..

몇 가지 끄적끄적

미네르바의 구속 사태 이후로 많은 누리꾼들이 국외에 위치한 서버로 망명을 떠나는 모양입니다. 뭐, 전 아직 실제로 그런 분들을 접하진 않았습니다만 각 언론사에서 현재 상태가 저렇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더군요. 이명박 씨의 수준상 충분히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나올 개연성 역시 높고요. 다행히도 제 글은 '선동'하기엔 99%나 부족한 점이 많아 망명할 걱정은 덜게 되었습니다. 설령 제 글 중 일부가 잘못되어 잡아간다하면 잡아가라 하지요, 뭐. 어차피 앞으로 2년 동안은 행안부 소속으로 국방의 의무를 질 것이기에 도주의 우려도 없고 워낙 천성이 게을러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으니, 영장이 나오면 우스운 일이겠고요. 서슬이 시퍼렇던 어느 해에는, 공안기간에 끌려가 취조를 받는 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

아고라의 쇠락, 민주주의 2.0의 개막 - 촛불의 행방은?

9월 18일 정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들여 준비했던 '민주주의 2.0'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이 '노공이산'이란 필명으로 올린 환영사 겸 감사인사에서도 읽을 수 있듯, '민주주의 2.0'은 개방과 공유를 원칙으로 하는 웹 2.0 정신을 정치토론에도 적용시켜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 정치부 차장의 말 마따나, 그동안의 전임 대통령들이 '청빈한 29만원',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등의 발언으로 도움은 커녕 물의만 일으켰던 것을 생각하면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인 다양성을, 토론을 통해 제고해 보자는 그의 이번 행보는 새롭다. 이러한 '새로움'에 대해 그의 이해관계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5..

7월 22일, 이탈리아 로마 - 콜로세움과 포룸 로마눔(포로 로마노)

로마에서의 본격적인 첫 날이 밝았다. 형식적으로는 이틀째 - 그리스의 파트라스에서 이탈리아의 바리로 넘어온 것이 21일 오전 8시였다 - 지만, 투어를 시작한 것은 오늘부터이니 실질적으로는 첫 날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아침을 먹고 빈둥대다가 9시가 넘어 느긋하게 민박집을 나섰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그리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날씨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좀 쾌적했다. 새로운 나라, 오고 싶었던 나라에 왔다는 행복감 탓이었을게다. 그런데 로마패스를 사기 위해 떼르미니 역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갔다가 지갑을 열고는 망연자실했다. 이전날 에우로스따 이딸리아를 예약하기 위해 지갑에 넣어둔 돈 - 예산 제약을 위해 지갑에는 20유로만 넣어두고 나머지는 비상금을 넣는 가방에 넣어둔다. 에우로스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