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1, 유럽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최근 포스트에서 이 말을 계속 사용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번엔 정말 이렇게 오래간만에 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네요. 바르셀로나에서 역시 호텔에서 묵었습니다만, 여타의 호텔들과 다르게 인터넷 접속에 시간당 2유로 씩이나 요구하는 탓에 정상적인 네트워크 접속이 불가능했습니다. 3G 망을 통한 테더링도 생각해보았습니다만, 방 내에서 아예 네트워크 수산이 안되는 탓에...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어디서든 무료 무선인터넷망과 3G 접속이 가능한 한국이 매우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지요.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고속철인 AVE를 통해 이동했습니다. 기차를 타고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기차라는 생각을 했는데, 철도여행을 즐기시는 분의 블로그에서 보니 독일 ICE와 같은 차량을 렌페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1등석을 타셨는데, 타자마자 초콜렛과 파이를 하나 줬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와 다르게 1등석 예약비와 2등석 예약비가 10유로 정도 차이가 나던데, 그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던 모양입니다.

도착한 첫 날이 일요일이라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부랴부랴 분수 쇼가 열리는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국립 카탈루냐 미술관(MNAC) 앞에 설치된 분수에서 열리는 쇼인데요. 어떤 블로그에서 보기에는 미국 라스베가스의 분수쇼와 함께 세계적으로 이름난 분수쇼라고는 합니다. 그렇다고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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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블로그에서는 분수쇼의 광경을 서술하며 "이런데서 고백하면 통할 것 같아"라 적고 있었습니다만, 남자들의 환상이라는게 이렇습니다. 엉엉. (분수쇼는 생각보다 임팩트가 없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라는게 엄연히 존재하니 일단 경험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이튿날에는 자전거나라 가우디투어를 신청해 돌아다녔습니다. 지금 몇 개 도시에서 받고 있습니다만, 자전거나라는 참 성공적인 기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냥 지나다니는 것보다 투어를 이용했을 때 놓치지 않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오늘 투어를 맡아주신 이제환 가이드는 참 조근조근 설명을 잘 하더군요.

바르셀로나를 가리켜 가우디의 도시라고도 합니다. 흔히들 가우디 더러 '천재'라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가우디의 작품을 보니 정말 천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우디의 디자인을 일컬어 '자연의 디자인'이라 하는데, 가우디가 자연 속 사물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자연 속 사물을 그대로 차용했는데, 때문에 그의 건물에는 곡선이 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 곡선을 장식하기 위해, 가우디는 타일 조각을 부셔서 붙이게 되죠.

뭔가 더 쓰고 싶은데,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쓰겠습니다. 엿새를 한꺼번에 쓴다는건 애초에 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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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스페인 | 바르셀로나
도움말 Daum 지도
  1. 이주홍 2011.07.10 00:41

    스페인을 못가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

    재미보라구 ㅠㅠ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정이 후반부로 가다보니 저녁이 되면 잠들기에 바빠서 포스팅을 제때 하지 못하네요. 마지막 포스트를 올렸을 때가 로마였는데, 지금은 마드리드로 넘어왔습니다. 내일은 바르셀로나로 넘어가는군요. 바르셀로나 다음은 빠리고, 이 여정의 종착지점입니다.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땐 언제 끝날까 싶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길지 않은 시간이었네요.


로마에 가시면 누구나 뻔히 아는 관광지만 가지 마시고, 주변에 있는 성당도 찾아 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워낙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있던 기간이 긴 도시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성당들에 꽤 진귀한 것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앞서 말한 빈꼴리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었고 마다메 광장의 옆에 있는 예수회 성당에는 카라바조의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성당들은 입장료가 없기도 하고요. 특히 그때나 지금이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수회 소속 성당들을 찾아보시는 건 꽤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되신다면 보르게제 미술관도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조각으로는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자랑하니까요!)



▲ 로마 예수회의 본산인 제수 성당. 밖에서 보기엔 수수하지만 안은 정말 화려하다.


▲ 이탈리아에 있는 성당에는 유명한 작품 옆에 이런 기계가 있는데, 돈을 얼마 넣으면 작품을 비추는 조명이 켜진다. 물론 조명시간은 액수에 비례.


커피가 없으면 하루를 시작하지 못하는 엄마 덕분에, 판테온 옆에 있는 타짜 도로(Tazza D'oro)를 들러봅니다. 호텔 판테온 옆에 위치해 있는 이 커피집에서 먹을 수 있는 별미로는 우리나라 냉면육수 냉장고에 담겨, 살얼음이 언 달달한 커피와 생크림을 담아주는 게 되겠네요. 대략 2.50 유로 정도 합니다. 물론 에스프레소나 카페 아메리카노 역시 훌륭한 맛을 자랑합니다. 레바캉스 가이드북에 따르면 로마에서 에스프레소 맛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하는군요.


▲ 타짜 도로의 모습.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밀라노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여정이었기 때문에, 밀라노를 들립니다. 밀라노 하면 당연히 최후의 만찬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찌에 교회를 가야죠. 아직은 최성수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당일 취소분이 자주 난다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안전하게 예약을 미리 하고 갔습니다. 홈페이지 예약가능 티켓 수보다 전화 예약가능 티켓 수가 훨씬 많은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요.


▲ 좋지 않은 기억만 남겨준 곳. -_-


밀라노에서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봉변을 당했는데, 두오모 광장에서 물건을 파는 흑형들이 생각보다 사납더군요. 어지간한 곳에서 물건 파는 흑형들은 '됐다, 고맙다'고 말하면 권하다 말았는데, 여기 형들은 끝까지 권합니다. 제가 좀 강하게 말했더니 '셧 업'이라고 외쳐주시기 까지 하더군요. 덕분에 밀라노는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도시가 되어버렸네요.


말펜사 셔틀을 타고 말펜사 공항에 갔는데, 비가 왔습니다. 보딩까지 마친 상태라 모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비행기가 지금은 못 뜨겠다'며 공항 대기실로 돌아가달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그렇게 말한지 10분 만에 다시 보딩을 시작했다는 거랄까... 게다가 비행기가 터미널에 도킹(?)하지 않고, 비행장 가운데에 있던 탓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저가항공이 이런 일이 좀 자주 있다더니... 08년에 런던 개트윅에서 아테네 공항 갈때도 4시간이나 연착되어 본의아니게 공항에서 노숙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재밌는 기억을 하나 남겨주는 이지젯이었습니다.



로마에서 만난 아가씨가 '마드리드에는 흑형들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요.'라 말해서 조금 긴장하고 들어간 마드리드. 하지만 오히려 로마보다 100배는 낫다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정말 이탈리아 사람들 불친절한데다가, 지하철 역사는 더럽기가 이루말할 수가 없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친절하고, 도시는 깔끔하네요.


첫 날은 프라도 미술관-티센 미술관-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이렇게 마드리드의 3개 미술관을 정복(!)합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이거 참 무리한 계획이었죠. 아침 10시에 들어간 프라도 미술관에서 15시에 나오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다행히 레이나 소피아가 21시까지 개관한 덕에 19시에 폐관하는 티센을 먼저 들렀다가 레이나 소피아에 갑니다. 요새 가이드북에는 어떻게 나와있는지 모르지만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19시 이후에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무료로 입장을 시켜주더군요. 프라도 미술관도 18시 이후에 무료로 입장시킨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입구.


다음날은 자전거나라를 이용해 톨마투어(톨레도-마드리드)를 나섰습니다. '봉가이드'의 인솔로 진행된 이 투어,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어요. 처음엔 이 봉가이드가 덩치도 큰데다 인상도 좀 강해서 '응? 저 양반이 정말 가이드?'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 분 정말 톨레도에서 강한 모습 보여주십니다. 추천해준 음식점도 정말 괜찮았고, 톨레도 카테드랄 내에서 해주는 설명도 꽤 자세하고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분이 천주교 신자라 하던데 종교적 편향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개신교 신자가 설명하는 이탈리아/스페인과 천주교 신자가 설명하는 이탈리아/스페인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식만 있으면 유신론자든 무신론자든 할 수 있는게 '안내'라지만, 그래도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체험이라는 요소를 느낄 수가 있거든요. 알고 있는 것에 자신의 경험/체험이 녹아야 더 큰 울림을 주기 마련입니다. 그 점에서는 아무래도 가이드의 종교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 스페인 왕궁.


무엇보다 여름 성수기에 이뤄지는 톨마투어는 자체차량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자칫 지칠 수 있는 여정에 싱그러움을 더해줍니다. 유럽에서 받아본 자전거나라 투어 중에 가장 편히 재밌게 볼 수 있었던 투어였어요.


▲ 봉가이드가 소개해 준 곳. 신선한 타파스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 투우장 입장과 관련한 표지판. 솜브라는 그늘을, 솔은 차양이 없어 땡볕을 맞아야 하는 곳이라고 한다.


▲ 똘레도 특산품인 마씨판을 파는 가게.


오늘은 세고비아를 다녀왔는데, 서너시간 정도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도시입니다. AVE를 이용하면 30분 만에도 간다지만, 역이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결국 버스만큼 시간은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게다가 기차 예약비도 비싸고요. 따라서 마드리드-세고비아 이동은 익히 알고 계신 것처럼 Principe Pio에서 버스를 이용하시는게 가장 무난하리라 여겨집니다.


▲ 안 보면 안되는 세고비아 로마 수도교.


▲ 세고비아 카테드랄.


대부분 세고비아 내에서 버스를 탈 것을 권유하지만, 컨디션이 좋으시다면 걸으십시오. 로마수도교에서 알 까사르까지는 지도상으로 끝에서 끝이지만 걸으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로마수도교-알까사르 구간이 세고비아 도심을 통과하는 루트기 때문에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참, 저는 코치니요 아사도를 마요르 광장의 호세 마히아에서 먹었습니다. 1시쯤 가니 예약을 하지 않아도 들어가 식사를 할 수 있더군요. 가격은 저렴하진 않지만 왕도 찾을 만큼 세고비아에서는 인정받는 코치니요 아사도 전문점이라고 하니, 한 번 들러보세요.


▲ 알 까사르. 사진  포인트는 역시 성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 세고비아 역시 산티아고로 가는 여러 순례길 코스 중 하나다.


▲ 세고비아 푸에르토 데 산티아고 문에 있는 선명한 조개껍데기 문양.


▲ 바닥에도 있다.


마드리드에 돌아오니 호텔 앞 도로인 그랑 비아 도로의 차량 통행이 차단되네요. 뭘 하나 싶어 보고 있었더니, 오늘 여기에서 게이 퍼레이드가 있는 모양입니다. 국교가 가톨릭이라 할 정도로 가톨릭의 비중이 높은 나라이지만, 퀴어의 비중이 전 국민의 10%가 되는 곳이 스페인이라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합니다. 어제 잠깐 트위터에도 올렸던 이야기입니다만, 게이 더러 함부로 불쾌하다고 하지 마세요. 일단 게이들도 눈이 있고요. 게이들이 당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사족. 스페인에서는 Yoigo 심카드가 가장 쓸만합니다. 다만 이 통신사의 대리점이 많이 없다는게 문제인데, 대신 The Phone Store에서 심카드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20유로를 주고 심카드를 구매하시면, 20유로가 충전되어 있고 덤으로 1달에 500MB 까지 사용할 수 있는 플랜을 첫 달 무료로 가입시켜 줍니다.

커버리지가 오렌지나 보다폰, 모비스타보다 좁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모비스타와의 협정으로 Yoigo 커버리지 바깥에서는 모비스타 망을 빌려 쓴다고 합니다. 실제로 세고비아를 오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큰 문제없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었어요.

어쩌다보니 이제야 뵙네요. 로마 민박집에 와서 신세가 갑자기 확 펴 버리는 바람에 블로그 글을 쓸 생각을 못하고 있는 차이긴 했습니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24일 피사 관람을 마치고 피렌체를 경유해 로마로 왔습니다. 기차 예약을 위해 40분을 기다렸는데, 로마에 와서 다른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요새는 키오스크로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2008년에 제가 왔을때만 해도 키오스크로 안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현지시각 26일) 역에 나가서 해보니 정말 됩니다. (유레일 번호를 입력하는 방식.) 위에 레지오날레라 써 있는 기계 말고, 카드사 그림이 있는 기계인데 여기서 밀라노로 나갈때 저도 이 기계를 이용해 볼 생각입니다.


몰아서 쓰는 일기라 별 소개할 건 없고, 할 얘기만 좀 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한거 있으면 덧글로 달아주시면 즉시 답변은 해 드립니다.) 24일에 바티칸 투어를 다녀왔는데, 제발 시스티나 성당 내에서 사진 찍지 맙시다. 그거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면 뭐합니까. 찍지 말란 데서 사진 찍어서 참으로 뿌듯들 하시겠군요? 플래시 없이 찍는 사람들은 양반이죠. 대체 플래시 터뜨리는 사람들은 뭡니까? 프레스코화가 얼마나 플래시에 약한지 몰라서들 그렇게 찍는건 아닐텐데 말입니다.


혹시 무령왕릉 가보셨습니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무령왕릉은 물론이고 송산리 고분들의 내부를 들어가 볼 수 있었어요. 근데 몇 년 전에 다시 가보니까 왕릉은 폐쇄하고, 대신 똑같이 복제한 '체험관'이란게 생겼더라고요? 이유인즉슨, 방문객들의 지나친 훼손행위로 인해 왕릉의 보호차원에서 입장을 제한하게 됐다는 겁니다.


시스티나 성당에서도 이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세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한 줌도 안되는' 입장객과 수백년을 이어온 거장의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당연하죠. 입장객은 무한정 공급되는데 반해, 아우라를 가진 거장의 작품은 단 하나이고 더이상 생산될 수도 없으니까요. 만약 몇몇의 치기 어린 행동 때문에, 작품의 보호를 이유로 시스티나 성당이 폐쇄되고 대신 '도판' 만이 관광객들에게 공개된다면 이 모든 책임은 물론 당신들에게 있을겁니다. 후손들에게 아우라를 느끼게 할 수 없는 책임 말입니다. 아 물론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당신들까지만 보면 그만일지도 모르죠. 이 개객끼들아. :)



▲ 바티칸 박물관의 출구.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60sec | F/11.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24 16:38:20



25일에는 로마 투어를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싼 삐에뜨로 대성당의 돔에 올라가보기로 하는데, 가격이 좀 올랐네요. 걸어서 550여개 계단을 올라가는 경우는 입장료 5유로, 200여개의 계단을 엘레베이터를 통해 오르지 않고 나머지 350여개 계단을 오르는 경우에는 입장료 7유로만 지불하면 됩니다.


사실 오전에 갔을때는 성당으로 입장하려는 줄이 싼 삐에뜨로 광장을 반 바퀴나 돌아 포기했었는데, 12시쯤 다시 가니 입장대기줄은 짧아졌더군요. 다만 쿠폴라에 오르려는 줄은 길어서, 무려 세 시간을 기다렸다가 올라가야 했습니다. 물론 내려올때 다시 보니 쿠폴라에 오르려는 줄은 없었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단체관광객들이 오전에 오고, 정오를 즈음한 때에는 크루즈에서 내린 단체관광객들이 온다고 합니다. 오늘(26일) 다녀온 콜로세움에서도 이 법칙은 들어맞더군요. 따라서 좀 한가한 배낭여행객들이라면 오전과 오후 2-3시경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곳(예, 판테온/제수 성당/비또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등)을 갔다가 이후에 방문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쿠폴라에서 바라본 삐에뜨로 광장 전경.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250sec | F/11.0 | 0.00 EV | 24.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25 14:30:58



다만 팔라티노 언덕의 '까사 디 아우구스또'는 오후 1시까지만 공개하니, 이 점은 좀 감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까사 디 아우구스또에는 팔라티노 언덕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당시의 집 내부 벽화를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 피사의 사탑과 함께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콜로세움.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100sec | F/10.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26 10:50:50


▲ 볼리비아 인들의 행렬.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320sec | F/10.0 | 0.00 EV | 2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26 11:36:13


▲ 판테온 신전.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40sec | F/3.5 | 0.00 EV | 20.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1:06:26 12:47:17


▲ 스페인 광장.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200sec | F/11.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26 14:09:11



스페인 광장에 가다보니 이 옆에 있던 아멕스가 공사로 문을 닫았더군요? 한국에서 유로화 표시 여행자수표는 Travelex와 아멕스에서 발급하는데,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아멕스를 많이 취급하는 통에 아멕스 지점을 알아두는건 꽤 중요한 일이죠. 지하철 A선 Cinecitta 역에 위치(Largo Caduti El Almein 9)한 다른 오피스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장이 써 있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빈꼴리 성당의 모세상.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13sec | F/5.6 | 0.00 EV | 55.0mm | ISO-1600 | Off Compulsory | 2011:06:26 15:03:49



콜로세움 역의 뒷 편에는,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슬 두 개를 현양하고 있는 빈꼴리 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inccoli)이 있습니다. 각각 예루살렘과 로마에서 베드로 성인을 묶었던 사슬이라고 하죠. 이 성당에는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묘를 장식하기 위해 조각했던 모세 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사실 이 모세 상의 이마에 뿔이 있는 통에, 그렇잖아도 불경하다는 평을 들었던 미켈란젤로가 신성모독을 하기 위해 뿔을 넣은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낭설이란 주장이 유력하죠. 도상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뿔이란건 회화의 아우라(후광)과 비슷하게 조각에서 성인을 상징하는 빛을 표현하는 방법이란 겁니다.


▲ 팔라티노 언덕의 한적한 때.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60sec | F/11.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26 15:41:16


▲ 왠지 무상한 감이 드는 포룸 로마눔.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200sec | F/8.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26 16:47:26



이 밖에 판테온을 지나다가 근처에 위치한 이냐시오 성당도 가고 그랬습니다. 이 성당에는 아바타보다 훨씬 이전에 실현된 3D 천장화가 있죠. 사실 100배 즐기기 따위에는 나와 있지 않은 곳입니다. 로마에 오셨으면 꼰또띠 거리같은 명품거리만 질질 침흘리며 찾아다니실게 아니라 이런 데도 좀 가보세요. 이런 데나 끔찍하게 추천하는 천박하고 쓸데없는 100배 따윈 잠시 버려두시고요.

피렌체 호스텔 인터넷 사정이 영 좋지 않아 이제야 소식을 올리는군요. 인터넷 속도를 따지면 정말 한국 바깥을 나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는 로마의 한인 민박인데, 인터넷 속도가 괜찮군요.


현재 베네치아는 비엔날레 기간 중입니다. 6월 초부터 시작해 11월까지 하는, 장장 5개월 간의 긴 전시여정을 가지고 있죠. 사실 한국에서는 광주 비엔날레도 꼬박꼬박 안 갑니다만, 언제 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동안 베네치아를 올까 싶어 일단 참가하도록 합니다. 올해의 경우에는 Arsenale와 Giardini 두 곳에서 하는데요. 원래 Giardini가 비엔날레 본 행사장이었으나, 참가국과 작가들이 회를 거듭할 수록 늘어남에 따라 Giardini에서 모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Arsenale에서도 분산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각주:1] 최근에는 이도 모자라 비엔날레 전시장 바깥인 베네치아 시 곳곳에서도 작가들과 몇몇 국가들이 초대전을 열고 있습니다.


바포레또 Giardini나 Arsenale에서 내려서 가시면 되고요. 홈페이지를 보면 Ponte dei Pensieri 매표소가 한가하다고 되어 있으나, 찾아가기 힘듭니다. (...) 대략 비엔날레 행사장을 기준으로 하면, 이탈리아 국가관이 있는 곳 바로 옆이고... Arsenale와 Giardini의 사이에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찾아가는 길은 골목을 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혹시나 싶어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사진의 GPS 태그가 잡히지 않았네요. 어쨌거나 요금은 학생 12유로, 성인 20유로입니다. 베네치아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18유로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참, 베네치아 아까데미아 미술관과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성당에 있던 틴토레토의 그림(아까데미아 미술관 - 성 마르코의 유해 /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성당 - 최후의 만찬)은 비엔날레 전시 본관에 옮겨져 전시되고 있습니다. 올해 미술감독의 선택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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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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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관에 전시된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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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날레 본 전시장.



비엔날레 관람을 마치고는 피렌체로 향합니다. 피렌체에서는 PLUS Florence에서 묵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시설은 깨끗한 편이나, 이전의 뮌헨 웜뱃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고요. 스탭들도 좀 '묘하게' 친절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식사가 뷔페로 제공되는데 인당 6유로를 내야 한다는 점과 빨래(세탁+건조)가 7유로지만 세탁비누비 0.50유로를 따로 받는다는 거겠죠. 숙박비도 그다지 저렴하진 않은 편이라, 차라리 근처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호텔은 냉방이라도 확실하게 되니까요.)


피렌체에서는 자전거나라투어를 이용했습니다. 현재 3달 정도 된, 베타운영 중인 투어라고 하는데요. 다른 도시와 달리 중간에 자유시간이 대략 6시간 정도 주어집니다.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투어 도중에 입장하는 곳은 우피찌 미술관이 전부고, 여러분이 애타게 그리워하는 브루넬리스키의 두오모나 기타 아까데미아 미술관 같은건 자유시간에 입장하면 됩니다. 자유시간 후에는 버스를 타고 미켈란젤로 광장에 가서 야경을 보고, 걸어내려와 레푸블리카 광장에서 투어를 마치는군요.


자칫 조금 헐거운 여정이라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여름이 타 관광지에 비해 더운 피렌체[각주:2]에서 이뤄지는 여정인 만큼 중간에 휴식시간을 두는건 꽤 괜찮은 생각이라는 판단이 듭니다. 미술관 관람 역시, 이탈리아에 올 즈음이면 다른 미술관/박물관에 치여 있을 즈음인데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핵심적인 작품들만 보는 것은 꽤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되네요.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는데, 한국사람들이 브루넬리스키의 두오모에 환장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 때문인건 알고, 여행은 즐기기 나름이라는거 잘 압니다. 하지만 오를때마다 쥰세이/아오이 찾으며 '그 노래를 들어야 해!'라는 발언이 근 10년 가까이 옆에서 들리는게 - 이렇게 말하면 반드시 까이겠지만 - 이젠 좀 식상하고 천박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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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본 피렌체의 야경. 좌측으로 베끼오 다리가 우측으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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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흐르는 아르노 강과 그 위를 지나는 베끼오 다리.


피렌체 투어를 마친 다음날엔 피사에 갑니다. 사실 이탈리아의 상징이라 하면, 이 피사의 사탑을 빼놓을 수 없죠. 피사의 사탑에 올라볼 수 있는데요. 20분 간격으로 40명 정도만 들여보내기 때문에,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려면 많이 기다리거나 혹은 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홈페이지를 통해 구입하는게 좋겠지요. 다만 온라인에서 구입할 경우에는 예약비 2유로가 붙어 17유로를 주고 구매해야 합니다. (원래는 15유로)


사실 올라가 본 개인적인 경험만 이야기하면, 꼭 올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사탑의 정수리에 올라가서 보는 피사의 전경을 경험할 수는 있죠. 또한 올라가보면 갈릴레이가 사탑에서 중력실험을 했다는게 말도 안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탑의 테라스 부분에는 난간이 없어 떨어지기가 쉽게 생겼던데, 아무리 호기심이 가득한 갈릴레이일지라도 목숨을 걸고 실험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 마칩니다. 어째 독일에 있을때보다 제 성격이 더 피폐해져 가는 것 같군요. 기분 탓이겠죠. (사실 독일이 그립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시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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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상징, 피사의 사탑.


  1. Giardini에서는 국가전이, Arsenale에서는 초청작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탈리아와 중국의 전시관은 Giardini에 있습니다. [본문으로]
  2. 피렌체는 분지지형이라 오히려 피렌체보다 남쪽에 위치한 로마보다 더 덥습니다. [본문으로]
어쩌다보니 3일치 일기를 몰아씁니다. 뮌헨 웜뱃의 인터넷 상태가 생각보다 고르지 못했던데다, 뮌헨에서 베네치아로 넘어오면서는 야간열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일기를 올린다는건 불가능했죠. 밀린 시간도 있고 하니 사진과 함께 간단히 코멘트를 남깁니다.

18일에는 뮌헨의 꽃, 피나코텍들과 독일박물관(Deutsche Museum)을 방문했습니다. 세상의 빛을 본 순서대로 구 피나코텍(Alte Pinakothek)-신 피나코텍(Neue Pinakothek)-근현대 피나코텍(Pinakothek der Moderne)으로 나뉘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이름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 구 피나코텍에서는 르네상스 이전 · 신 피나코텍에서는 18~19세기의 작품 · 근현대 피나코텍에서는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카라바조의 작품을 찾는다면 구 피나코텍을, 외젠 들라크루아나 구스타브 쿠르베 등의 그림을 찾는다면 신 피나코텍을, 드 쿠닝이나 피카소의 작품을 찾는다면 근현대 피나코텍을 방문해야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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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 피나코텍의 지붕.



뮌헨의 독일 박물관은, 이름만 들으면 마치 독일의 역사에 관해 줄줄줄 쏟아낼 곳만 같은 느낌의 이름이지만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기술 박물관입니다. 뮌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멘스와 BMW는 물론이고, 다른 독일의 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자신들의 과거기량을 따라 볼 수 있도록 만든 곳이죠. (지멘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전동차나 전기계통 전시실은 정말 눈물날 정도로 방대하고도 자세한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ㅠㅠ) 전시실 한 켠에서는 아래 사진처럼, 실제로 뮌헨 공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열린 실험실'이란 섹션에서 실험을 하고 있고 질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답변해줍니다. 정말 이런 환경에서 비범한 과학자가 안 나온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심지어 기독민주당 출신의 현 독일연방공화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도 물리학 박사입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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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박물관 한 켠의 열린 실험실.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해서, 미술관 관람이 끝나고는 뮌헨의 자랑인 호프브로이하우스로 향합니다. 자리가 당연히 없을 줄 알았더니 정말 없더군요. (...) 사실 태반이 관광객인데,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는 홀 외곽 쪽 조용한 곳으로 갔더니 귀여운 전통의상을 입은 동네 주민 아저씨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는 곳이 있었고, 그 곳이 한산해 자리를 잡고는 저도 맥주를 들이켰습니다. 근데 아무리 절도있는 독일인이라고 해도, 술 먹고 노래부르고 컵깨는건 이 동네 아저씨들도 마찬가지더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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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브로이하우스를 가다 본 뱅앤올룹슨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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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브로이하우스.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어떤 멀쩡하게 생긴 총각이 제 사진을 찍어갔습니다. 처음엔 제가 아니라 제 뒤의 배경을 찍는 줄 알고 자리를 피해주었습니다만 카메라가 저를 따라오더군요. 그러면서 "I got you!"라고 외치고는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물론 이 동네에 많은 키 훤칠하고 얼굴 조막만한 언니들이 제 사진을 찍은건 아니었지만... 뭐 그렇다고해서 딱히 싫어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독일에서도 먹히는 얼굴임을 입증했습니다. (훗.)



19일에는 퓌센으로 향합니다. 두 시간에 한번꼴로 뮌헨 중앙역에서 퓌센행 직행열차가 있고, 그 사이에는 중간에서 갈아타야 하는 열차가 있습니다. 둘 모두 2시간 5분 정도 걸리므로, 실제로 퓌센에 가는 기차는 1시간에 한 대 정도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퓌센 역에서 내리면 호헨슈방가우 성으로 가는 78번 버스가 한 서너대 기다리고 있는데, 이걸 타셔도 되고 아니면 역 앞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됩니다. (이정표를 보니 역에서 호헨슈방가우 성까지 3.5km 정도 되더군요.) 호헨슈방가우 성 앞의 매표소에서 호헨슈방가우 성과 노이슈반스타인 성의 가이드투어 예약 및 입장권을 모두 예매하므로 어쨌거나 호헨슈방가우 성은 지나쳐야 합니다.

호헨슈방가우 성에서 내려, 조금 위로 올라가면 매표소가 있는데 줄이 깁니다. 가이드투어에 대해서는 검색해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입니다. 제 경우에는 성 내부보다 외관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 앞으로의 또다른 '성 관람'을 의식해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그냥 들어가지 않았습니다만, 내부가 화려함의 극치라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들어가보셔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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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엔 다리에서 내려다 본 노이슈반스타인 성. (노이슈반스타인은 라푼젤의 등장 배경이며, 디즈니랜드 성의 모델이기도 하다.)



매표소를 지나쳐 위로 조금 올라가면, 호텔 리슬(Lisl) 옆으로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버스를 타면 20분만에 노이슈반스타인 성 입구 쪽에서 내려줍니다. 하지만 걸으면 30분... 올라가는 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으므로 되도록이면 걸어서 올라가시길 추천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버스보다는 걸어 올라가는 것을 선호하며,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탓에 날씨도 선선해 걷기 좋습니다.

성의 외관을 보려면 성을 지나쳐 20분 정도 더 걸어야 합니다. 산 중턱 쯤에 위치한 마리엔 다리(Marienbruke)에서 봐야 상상한 성의 그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엽서 속 그림과 같이 높은 고도에서 바라보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 속 그림들은 모두 항공사진이기 때문이죠. 다만 아까 78번 버스 중, 호헨슈방가우가 아니라 그 다음 정류장인 테겔베르크 역(Tegelberg Bahn)까지 가는 것이 있습니다. 이 버스를 타고 테겔베르크에 내리면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데, 이걸 타면 항공사진 구도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 미처 타지 못했습니다만, 다음에 재방문하면 꼭 타 볼 계획입니다.

뮌헨으로 돌아와서는 야간열차를 탑승했습니다. 19일 21시 02분 기차를 탔더니 베네치아에 20일 06시 30분 경에 내려주네요. 기차 예약하면서도 해프닝이 있었는데, 베를린에서 유레일패스 오픈을 하면서 분명 예약내용을 적어 보여주며 뮌헨-베네치아 구간 야간열차 예약을 했는데 나중에 예약표를 읽어보니 쿠솃이 아니라 컴파트먼트를 예약해줬더라고요. 때문에 예약을 고치면서 애꿎은 18유로만 날렸습니다. 독일이라고 해서 다 꼼꼼하게 해주는건 아니니, 예약종이 받으시고 반드시 원하는 예약이 맞는지 한 번 확인하세요. (아까운 내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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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다 본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는 아까데미아 미술관을 기점으로 삼았습니다. 이 미술관이 08시 15분에 개관하기 때문인데요. 이제까지 가 본 미술관 중 아마 가장 일찍 문을 여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까데미아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는 바로 옆의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을 보고는 숙소 체크인을 위해 잠시 메스뜨레(Mestre)로 갔다가 다시 섬으로 돌아와 두깔레 궁전을 보았습니다.

두깔레 궁전을 보고는 부라노로 향했는데요. 해질녘의 느낌이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지난번에 갔을땐 해가 중천에 떠 있던터라 그렇잖아도 원색으로 환하게 빛나는 부라노의 집들이 더 눈부시게 보였는데, 노을에 비치는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두 경험을 비교하며 잠깐 왜 모네가 루앙대성당 연작을 그렸었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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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라노 섬의 여전히 아름다운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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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진 후의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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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 중앙역. 인적이 뜸해지면 이 곳은 거대한 캠핑장이 된다.



참, 심카드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국내 출시 스마트폰 역시 컨트리언락 정책이 적용됨에 따라 현지 심카드를 구매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구글링을 하다보니 독일의 경우에는 O2를 많이들 추천하시던데, 이보다는 슈퍼마켓체인(Lidl, Rossmann 등)에서 판매하는 FONIC 심카드가 많이 저렴합니다. O2의 경우에는 심카드 구매를 위해 30유로가 필요하고, 1달 인터넷 무제한 사용을 위해 또 15유로의 추가충전이 필요합니다만, FONIC의 경우에는 심카드 구매에는 10유로가 소요되지만 기본적으로 10유로가 충전되어 있어 한 달간 인터넷 무료 사용(9.95유로)을 위해 추가로 충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통신사가 아닌 마트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따로 활성화(Activate)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만, 구글 웹페이지 번역 등을 이용하면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www.fonic.de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간단히 방법만 설명하면, 심카드 활성화 이후에 36642번으로 START HANDYINTERNET 이라 적어 보내면 됩니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역시 TIM이군요. 로마에는 떼르미니 역사 2층에 있다고 하고, 베네치아에는 바포레토 카도로(Car'd'Oro) 역 뒤편에 TIM 대리점이 있습니다. 프리페이드 심 사러 왔다고 하고, 여권을 제시하면 여권과 심카드 사본을 떼고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가끔 대리점 자체에서 처음부터 인터넷 무료사용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경우 심카드 구입비 13유로 + 부가서비스 비용 2유로 = 총 15유로를 지불하면 됩니다. 제 생각엔 따로 활성화 과정이 필요없는 이 방법이 더 쉽다고도 여겨지네요. (TIM 역시 특정 번호로 TIM SMARTON 을 적어 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대리점에서 추가로 지불할 경우 이 과정이 필요없습니다.)



  1. 모노라톤 2011.06.21 14:18

    짱이다 노이슈반스타인인가뭔가 저 이름 긴 성 짱 멋있네 ㅋㅋㅋ 엄마 모시고 야간열차 타느라 수고햇어 ㅋㅋㅋ 아빠가 그러는데 오빠가 막... ㅋㅋㅋ 아니야 ㅋㅋㅋ 여튼 몸조심!!

체스키 크루믈로프에서의 간단한 여정을 마치고 이제는 뮌헨으로 향합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에서 일단 로보셔틀을 이용해 린쯔로 이동했다가, 린쯔에서 다시 뮌헨행 기차에 몸을 싣는 여정인데요. 9인승 승합차가 가득 차서 츨발하더군요. 홈페이지에는 400 체코 코루나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예약했을땐 390 체코 코루나만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탄 일본 관광객은 인당 450 코루나를 받은 듯도 하고...

사실 이 여정의 풍경이랄까... 뭐 이런 것들을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제 기억에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비를 맞으며 로보 셔틀을 잠시 기다렸다가, 타서는 잠들었다가, 도착해서는 깨었다가, 기차에 올라서는 다시 잤습니다. 기억나는건 "잤다 깼다 걸었다 잤다"와 침 닦은 게 전부네요.

어쨌거나 그럭저럭 도착해서 시내의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뮌헨에서의 일정을 시작합니다. 첫 목적지는 렌바흐하우스(The Lenbachhaus) 였습니다만, 도착하고 보니 2013년까지 리모델링을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만 돌아오더군요. 대신 근처 U반 역사에서 헤이그 시립미술관의 협조를 얻어 '몬드리안과 더 스테일(De Stijl) 전"이란 이름으로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성인은 8유로, 학생은 4유로이니 참고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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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리안 전을 관람하고 나와서는 슈바빙 거리로 향합니다.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나온다는데, 사실 전혜린이란 이름만 들어봤지 그의 작품을 읽은 바는 없습니다. 생각하고보니 예전에 EBS에서 했던 '명동백작'이란 드라마에서 이재은이 분한 전혜린의 캐릭터를 목도한 바도 있군요. 여튼 같이 간 엄마가 '뮌헨에 가면 꼭 슈바빙 거리를 걸어보겠다'고 결심하신 탓에 일단 방문은 했습니다만... 한국으로 치자면 혜화동 대학로 정도 될 듯 합니다. 물론 상업자본이 판을 치는 멍청한 대학로는 아니고요. (사대주의 쩔죠?)

슈바빙거리의 상장은 개선문과 거인상인데, 개선문은 로마의 아우구스티누스 개선문 양식을 본뜬 것으로 그 위에 네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마차를 어떤 여인이 몰고 있는 상이 있네요. 아마 이것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목격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일단 추측으로만 남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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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마리엔 광장으로 향합니다.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은 것은 서너 대의 호프브로이하우스 차량입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작은 페스티벌을 하는 모양인데, 여튼 인파에 정신없이 밀렸다가 나왔습니다.

내일은 뮌헨이 자랑하는 3개 미술관을 갈 생각입니다. 다카우도 가야 하겠지만, 언제 갈 수 있을지는...

ps. 그나저나 웜뱃 호스텔인데, 한국인이 정말 많이 오는지 로비에 한국어 전용 PC도 있네요.

ps. 2. 하지만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너무 느려요. 사진이 안 올라갑니다! 이건 차라리 테더링을 붙여서 하는게 더 나을 지경...






6월 15일

15일에는 프라하 관광을 나갔습니다. 일수로는 2박 3일의 체류였지만, 첫 날은 늦게 체크인을 하고 마지막날에는 일찍 체스키 크루믈로프로 가야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프라하 관광을 할 수 있는 날은 15일 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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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 시내 전경. 스트라호프 대수도원 뒤에는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에 오르면 기막힌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몇 가지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08년에 제가 프라하에 왔을때는 정말 '동구권'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코룬이라는 자체 화폐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서구권과 별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던 중앙역(흘라브니 나드라지)는 리모델링으로 몰라보게 달라졌고, 거리엔 이전보다 많은 네온사인들이 수놓고 있지요. 숙박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 역시 직전에 거쳐왔던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 발간된 론리플래닛 역시, '더 이상 프라하를 저렴한 목적지로 볼 수는 없게 되었다'고 첫 머리부터 설명하고 있더군요. 다만 여전히 식음료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오늘 루트는 구시가 광장-천문시계-루돌피눔-아기예수 성당-스트라호프 대수도원-로레타-프라하성-까를교로 정했습니다. 모 현지여행사의 루트를 베낀거라지요. :) 사실 이 여행사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하필 15일에는 투어를 할 계획이 없다니 어쩝니까. 자체투어라도 꾸려서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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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시계. 정각에 인형이 움직입니다만, 실제로 보시면 크게 실망하실지도.



구시가 광장은 틴 성당부터 얀 후스 동상, 그리고 천문시계가 있는 구 시청사까지 우리가 '프라하'하면 떠올리는 많은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장소입니다. 그만큼 사람도 많고, 먹을 것도 많습니다.

구 시청사가 있는 구시가 광장에서 시청 앞을 따라 걸어가면 까를 교와 이어지는 까를 가가 나오고, 시청 뒤편을 따라 걸어가면 유대인지구(요제포브)가 나옵니다. 역설적이게도, 까를 교의 사진을 찍으려면 요제포브 근처의 다리에서 찍어야 하죠. 다만, 까를 교가 프라하 성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서측 입구와 연결되는데 비해 요제포브 근처의 다리는 프라하 성의 동측 입구와 연결됩니다. 물론 동측 입구보다는 서측 입구가 걷기도 쉽고 네루도바 거리를 비롯해 볼 것도 많습니다.

트램을 타면 프라하 성 서측에 위치한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여정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이 프라하 성보다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스트라호프 수도원-로레타-프라하 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내리막길이고 비교적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까를 교에서 오는 길, 즉 네루도바 거리는 경사가 20도 정도 되는 오르막길이라 조금 힘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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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레타 성당. 다이아몬드가 박힌 성체현양대가 주 전시품입니다.



프라하 성 입장권은 구성이 좀 바뀌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09년도판에서는 숏 투어에 성 비타성당, 화약탑, 구 왕궁, 황금소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이번에 제가 겪은 바로는 성 비타성당, 이르지 성당, 구 왕궁, 황금소로가 포함되어 있고 가격은 250/125(성인/학생)이군요. 사실 이 중에서 성 비타성당과 구 왕궁을 빼면 나머진 볼 게 그닥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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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비타 성당.



프라하 성을 나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구 시가 광장 근처, 첼레트나 거리에 위치한 파스타 집을 갔습니다. 번역가이신 @42jay 님께서 소개해 주신 곳인데요. 평소 맛을 사랑하시는 제이님의 추천에 걸맞은 맛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좀 호구상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코스요리를 주문할 것을 은근슬쩍 추천한다거나 메인요리 외에 샐러드와 같은 전채요리나 후식을 주문할 것을 계속 권하는건 조금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차지를 안 주고 나왔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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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양이 진 무렵의 까를 교.



식사를 하고는 잠시 숙소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는데, 빌어먹게도 카메라 SD카드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 석양이 진 프라하와 까를 교 사진을 손전화기로 밖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이를 달래기 위해 바츨라프 광장(지하철 무즈텍 역) 근처에 있는 '신시가지 맥주집'에 가서 꼴레뇨와 맥주를 마셨는데 그 역시도 손전화기로 밖에 찍지 못했군요. DSLR로 찍었으면 훨씬 맛있게 나왔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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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꼴레뇨입니다. 족발에 맥주를 붓고 구운 요리.



이렇게 또다시 본 프라하의 밤이 저물어 갑니다.


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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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스키 크루믈로프의 전경.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는, 이곳에서 체스키 크루믈로프를 휘감고 흐릅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로 가려고 하고 있는데,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프라하 공공운수 노조가 파업을 해서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다는 것입니다. 트램이나 버스은 다행히 운행은 하였지만, 평소에 비해 운행편수가 현저히 줄어 배차간격이 꽤 늘었다고 합니다. 정작 남의 나라 사람들은 무지하게 불편해 하고 있는데 웬걸, 정작 프라하 시민들은 별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교통체증도 없었고, 다만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조금 앞당겨진 모양이었습니다. 체코가 과거에 노동자권을 '중시'한다는 공산권 국가인 모양이어서도 그러겠지만,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표정은 그냥 덤덤함 그 자체더군요.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을 행사하는, 지하철노조나 전주버스 노동자들에게 "시(서)민의 발목을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는 악덕 파업" / "파업 때문에 수시 망쳤다" 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고 그에 쉽게 동조하는 어느 나라 (사람들)과는 참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저희도 일찍 집을 나서 트램을 타고 버스 터미널이 위치한 안델로 향했습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 역시도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있으나, 관광지가 밀집한 시내와 역이 크게 떨어져 있어, 걸어서는 30분이고 택시를 타면 8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반면 중앙 버스터미널은 구시가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지요. 버스요금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기 때문에, 체코에서 유레일이 사용되고 있는 지금도 많이들 이용하는 모양입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 행 버스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바로 저희가 타고 가려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사의 버스이고 안델에서 출발합니다. 다른 하나는 플로렌츠에서 출발하는 버스인데, 스튜던트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예약이 필수지만 플로렌츠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예약이 필수가 아닙니다. 또한 중간 경유지로 체스키 부데요비체가 있는데,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가 체스키 부데요비체에서 많이 비는 편이니 예약을 혹 못했다면 유레일을 이용해 중앙역에서 체스키 부데요비체까지 이동한 후 버스를 타는 것도 방법이리라 생각됩니다.

체스키 크루믈로프는 에곤 쉴레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정작 에곤 쉴레는 딱 2년 밖에 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쉴레의 그림이 너무 '퇴폐적'이라 마을 촌로들의 결의로 쫓겨났기 때문이라고는 합니다. 사실 지금 봐도 여성의 음부를 아무렇지도 않게 묘사하는게 조금 재밌긴 하죠.

체스키 크루믈로프의 다른 볼거리로는 체스키 크루믈로프 성이 있는데요. 성곽 내부를 걷는 것은 무료입니다. 가이드 북에는 '성에 들어가려면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하여 조금 모호하게 기술되어 있는데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성곽 내부 관람은 무료입니다. 가이드 투어가 필요한 것은 오직 성에 있는 건물 내부를 보는 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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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한적한 체스키 크루믈로프.


근데 사실 막상 와보니, 제가 지난번에 가 봤던 카를로비 바리보다는 조금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로텐부르크와 같은 호젓함을 느끼기도 힘들었어요. 물론 어쩔 수 없는 추세이긴 합니다만, 왠지 나만 알던 곳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배가 아프긴 합니다.

설명이 미진한 부분은 아래에 트랙백 건, 2008년의 포스트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니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굽신굽신)


6월 13일


13일은 박물관섬 관람일로 잡았다. 계획을 잡고보니 월요일만 전일관광이 가능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박물관섬에 위치한 박물관/미술관 중 핵심적인 페르가몬 박물관을 포함해 몇 곳이 개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당연히 첫 방문지는 페르가몬 미술관. 72시간동안 교통편과 박물관섬에 위치한 미술관/박물관을 무제한 탑승/입장할 수 있는 베를린 웰컴 카드를 어제 구매(34유로)했기 때문에, 입장권을 사려는 긴 줄을 유유히 지나 열 손가락 안에 들 순번으로 입장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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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가몬 박물관의 내부.



사실 이 박물관이 뭐냐면, 터키 근처에 있던 페르가몬이란 구 그리스 도시의 제단을 뜯어와 전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곳이다. 예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유럽에 위치한 대부분의 '유명한 박물관'들은 이렇게 20세기 초에 유럽을 휩쓸었던 제국주의의 혜택을 크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여정에는 없지만, 런던의 영국박물관이 자랑하는 최고의 전시품이란 바로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떼어 온 프리츠인 것이나 여기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이 자랑하는 전시품이 페르가몬 신전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 떄문에 대부분의 영역에서 선도적이고 상식적인 (체 하는) 유럽의 나라들이, 유독 약탈한 문화재를 다시 원 소재국으로 반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네스코 결의안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페르가몬 박물관을 나와서는 바로 옆에 위치한 구 국립박물관으로 향한다. 영국박물관에 못지 않은 이집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네페르티티 왕비의 흉상이 유명한 곳이다. 현재 이 곳의 경우, 시간대 별로 한정된 인원만 입장시키고 있으며 보데슈트라세(Bodestraße)에 위치한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베를린 웰컴 카드의 경우에도, 이 곳에 들러 웰컴카드를 보여주고 입장권을 받아 입장해야 한다.

점심은 근처 기차역 아래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해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점심에는 '비즈니스 런치'라 해서 피자를 6.95유로에 제공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론리플래닛에서 듣고 방문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베를린 곳곳에는 비즈니스 런치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근데 낌새가 이상했다. 물어보니 13일이 성령강림절 월요일이라 해서 독일의 공휴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런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일어났어야 했는데... 너무 배가 고파 그냥 피자 한 판에 음료수 하나씩 시켜 먹고나니 27.50유로, 계산서를 보니 봉사료가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 2유로를 웨이터 친구에게 주고 나니 29.50유로. 우리 돈으로 무려 4만 8천여원이나 되는 점심을 먹고 말았다. (아, 나는 봉이구나!) 다행히 피자 맛은 뒤떨어지지 않아 그걸 그냥 위안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참, 여기 피자 반 판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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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인 박물관의 한 곳.



다음으로 향한 곳은 유대인 박물관. 2008년에도 갔던 곳이지만, 여긴 갈 때마다 참 적응이 안되는 것 같다. 특히 최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태도를 본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 정부=유대인"이란 등식이 꼭 성립되는 것도 아닌데다, 나찌의 만행에 의해 죽어간 유대인들을 추모할 수 있지 않나 싶긴 하다. 그러나 정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인 커뮤니티를 떼고 생각할 수는 없을 뿐더러, 이 박물관의 전시품 중 절반 가량은 '위대한 유대인'이라는 상징(예, 유대인 위인들의 생애를 설명한다거나 - 괴테 같은 경우엔 나찌 통치 시절과 시대적으로 맞지도 않다!)을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프로파간다 쯤으로 생각되므로 비판의 칼날을 치우긴 어려울 것 같다.

13일의 마지막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프로이센 왕국의 개선문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분단 독일 당시에는 동서를 가르는 관문의 역할을 하기도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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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란덴부르크 문.



파리나 평양의 개선문과 같이, 대개의 개선문들은 로마의 포로로마눔 근처의 로마 시대의 티투스나 아우구스투스 개선문을 모방하고 있으나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입구에 있는 프로필라리아 문을 모방해 건립되었다. 문 위에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를 태운 사두마차 조각이 올라가 있다. 이 조각은 문이 완공되고 4년이 지난 후인 1795년에 제작된 것으로, 나폴레옹이 1806년에 강탈해 갔다가 실각한 후 다시 되찾아 온 것이라고 전한다. 승리의 여신이 들고 있는, 독수리가 올라가 있는 철 십자가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1814년, 조각을 되찾아 올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추가한 것인데 원래 문과 조각이 각각 문화, 학문,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십자가를 올릴 때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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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의 도입부.



14일은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 일단 숙소 근처의 이스트사이드갤러리로 향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각주:1]는 1990년 스코틀랜드 미술가인 크리스 맥린의 주장에 동조하는 일군의 미술가들이 모여 꾸민 곳이다. 1.6Km의 장벽에 이 미술가들이 각자 그림을 그린 것인데, 2009년에 다시 재도색 되기도 했다. 사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건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에리히 호네커의 '형제키스'. 호네커의 재임 기간 중 동독을 방문한 모든 동구권 인사들이 이 키스를 받았다는데, 다들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지. 자세한 내막에 대해선 2008년에 작성한 포스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나는 통일국가의 분단국가인(人) - http://www.philobiblic.pe.kr/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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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네커의 형제키스. (이런 키스는 당하고 싶지 않다! 너무 끈적해!)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알렉산더 광장(Alexander Platz)다. 운터 덴 린덴과 함께 동독의 중심가였던 곳으로, 동베를린의 시청으로 쓰였던 '붉은 시청'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TV송신탑(Fernsehturm)' 되겠다. 이것이 지어지기 전까진 얼마 전에 다녀온 쾰른 대성당이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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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 광장에 위치한 붉은시청과 넵튠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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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송신탑, 페른제투름.



세계 우애를 위하겠답시고 지은 만국시계도 있는데, 베를린 시민들 사이에선 '우라니아'라 불린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지, GMT +09:00 섹션에서 상위는 평양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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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니아. 평양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알렉산더 광장을 따라 걷다보니 루스트가르텐(Lustgarten)과 베를린 돔을 만났다. 이 앞에서 100번을 타고, 바로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향했다.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19세기 말에 완공되어, 합스부르크 왕가의 카이저 황제를 위해 헌납되었으나 세계 제2차 대전 도중 반파되어 흉물로 변하고 만다. 이를 동독에서 1960년대에 재건축하며, 애당초에는 원래의 교회를 부수려고 하였으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적물을 없앨 수는 없다'는 베를린 시민들의 집단 항의에 힘입어 현재와 같은 틀(원래의 카이저 빌헬름 교회를 새로 지은 현대적 교회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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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저 빌헬름 교회가 개보수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



원래는 개방되어 있어, 입장하지 않고도 총탄자국이 선명한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개보수 중으로, 외관은 보기가 어렵고 내부 돔은 여전히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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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돔과 페른제투름.



베를린의 마지막 방문지는 제국의회 의사당(Reichstag)... 이었습니다만... 애초 2008년에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도 볼 수 있었는데, 오늘 가보니 인터넷 예약을 우선으로 하고 남는 자리에 한해 현장 예약을 통해 개방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옛 기억만 믿다가 완전 망해버린 꼴이 되었는데, 아마 이건 이번 여행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의 한 자락이 될 지도 모르겠다. "옛 정보에 의존하지 말고, 새 정보를 찾아보자!" 제국의회 의사당 입장은 여기서 예약할 수 있다. → http://www.bundestag.de/htdocs_e/visits/kup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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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회 의사당.



이제 살고 싶은 도시 베를린을 뒤로 하고, 천년 고도 프라하로 향한다. 프라하에선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상하게 지난번 여행보다 더 교묘하게 다사다난한 기분이다. =_=


  1. 이 곳 말고도 베를린에는 장벽을 소재로 한 박물관이 두 곳 더 있다. 한 곳은 잘 알려진 체크 포인트 찰리로, 찰리 검문소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로 첩보영화에서나 볼 법한 담 넘는 기상천외한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한 곳은 북역 근처에 위치한 베를린 장벽 기념관(Mauergeden kstaette)으로 베르나우어슈트라세 111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구태여 꾸미지 않고, 대신 옛 경계지대에 6m 높이의 철벽을 세워놓아 장벽의 막막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사실 베를린 장벽 그대로를 느끼고 싶다면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나, 체크포인트 찰리보다는 마우어게덴을 가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본문으로]
집을 떠난지 나흘째, 강행군의 여파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나 로텐부르크 o.d.T와 같은, 내륙의 외진 지역은 열차를 타고 가더라도 최소 세 번은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꽤 중한 피로감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말이 어렵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어제 블로그에 포스팅을 못한 것은 너무 졸렸기 때문이다!)

쾰른에서 세 번을 갈아타고, 로텐부르크에 도착했다. 갈아타는 것 때문에 로텐부르크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게 복잡하진 않은 것 같다. 정리하면 대도시에서 뷔르츠부르크까지 갔다가, 슈타이나흐(Steinach) 행 열차를 탑승. 다시 슈타이나흐에서 로텐부르크로 가는 열차를 타면 된다. (그나마 슈타이나흐-로텐부르크 구간은 로텐부르크가 종점인 기차 단 한 대만 운영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CF를 통해서도 알려진 것이지만, 기나긴 30년 전쟁에도 이 도시가 안전했던 것은 당시 시장이 황제측 사자와 '3L 와인 단숨에 들이키기' 내기를 하여 성공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인생은 한 방이랄까...

어쨌거나 그 노력의 결과로 로텐부르크는 지금 로만틱 가도와 고성 가도의 교차점으로서, '중세 독일의 진주'라는 평까지 얻는 위엄을 누리게 되었으니 역시 인생은 한 방(...)이란 말이 맞다.

로텐부르크 시청 앞. 비수기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돌아다니고 있다.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100sec | F/11.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11 22:27:29

▲ 로텐부르크 시청



그냥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도시라지만, 그래도 역시 여행에는 먹을게 있어야 한다. 슈네발렌이란 과자가 이 도시의 명물인데, 페이스트리를 설탕이나 땅콩 등에 버무린 과자다. 하얀 슈거파우더를 뒤집어 쓴 모습이 마치 눈뭉치와 같다고 해서 지어진 그 이름, 슈네발렌. 도시 곳곳에서 판매하지만, '100배 즐기기'에서는 유명한 집을 소개해줬는데 09년판 책 기준으로 모호한 주소만 하나 제시했을 뿐 지도에 표시까진 해주지 않았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여기라고 한다. http://bit.ly/ikybqJ 



제과점 창문 안쪽으로 가득 쌓인 슈네발렌이 보인다. 맛있게 생겼다.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80sec | F/5.6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11 22:26:20

▲ 제과점 앞에 쌓인 슈네발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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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텐부르크 시청의



마침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축제가 있다며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 1인당 2.5유로였는데, 처음엔 낼까말까 반신반의하다가 그냥 냈다. 사실 2.5유로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에 대해선 알아보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열심히 코스프레를 하는데 그 정도는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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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식 차량을 탄 할아버지. 자체 행사 중 하나였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시 중심가인 시청광장으로 돌아오니, 왠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가장행렬을 할 모양이던데, 실제로 그랬다. 한참 쫓아가다보니 한 켠에 마련한 특설행사장으로 이어졌고 거기에선 맥주와 소시지가 제공되고 있었다. 물론 무료는 아니었고, 추가 금액이 15유로 정도 필요했던 것 같다. (애당초 입장료를 12유로 낸 사람은 추가요금 없었음.)


그 주지육림(!)의 행사에 참가하고 싶었으나, 엄마와 나는 그 돈이 아깝지 않게 뭘 먹을 깜냥이 안되었고 대략 6시간을 넘게 걸었던 탓에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게다가 직전 동네 할아버지가 하는 주점에서 500cc들이 둥켈과 필센을 먹은 영향도 있었다. 때문에 그냥 이 좋은 기회를 저버리고 그냥 호텔로 직행. 가자마자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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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행렬을 준비중인 사람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역으로 향했다. 베를린으로 가는 길은 온 길의 역순. 로텐부르크 역에서 기차를 타고 슈나이나흐에 일단 가서, 뷔르츠부르크 행 열차를 타면 이 시간을 잃어버린 세계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바이에른이여 일단 안녕!


난감했던 건 뷔르츠부르크에서 괴팅엔까지는 잘 왔는데, 괴팅엔에서 베를린 가는 ICE가 급작스럽게 취소되었던 일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그 열차를 타려 했던 사람들 모두 패닉. 역무원은 ICE 대신 IC가 대체편성되었다며, 예약과 관계없이 탑승하면 된다고 계속 말했지만... 어차피 독일패스 때문에 예약과 관계없는 우리는 그냥 이래저래 어려워진 상황. 아무리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빈 자리를 찾아 앉으면 되는게 유럽 기차여행의 매력인데 모두가 다 예약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짝을 찾아 앉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려한 바 대로, 기차에 오르니 이미 기차 안은 아수라장. 게다가 구형 IC여서 큰 짐을 넣기도 어정쩡한 구조였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끼어 앉아 결국 목적지인 베를린에 도착했다.


호스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 이 호스텔에 관해서는 내일이나 모레 쯤 따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 월요일에 휴관하는 게말트 미술관을 헐레벌떡 찾아가서 관람을 한 후에, 북역 근처의 베를린 장벽 기념유적을 방문했다. 일단 베를린 이야기는 이 쯤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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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의 자랑.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장. 건물이 참 포스트모던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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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역에 위치한 베를린장벽 유적. 61년부터 91년까지 이 곳의 장벽을 넘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프랑크푸르트의 호스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본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독일의 분단 시절에는 서독의 임시수도였으며, 베토벤이 태어나 20대 초까지 살았던 곳으로도 잘 알려진 곳. 그곳이 본이다.


근 40여년 간 임시수도였음에도, 본은 여전히 작은 도시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세계 제2차 대전의 패전 이후, 새롭게 독일연방공화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당시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콘라드 아덴하워(쾰른의 시장이었음)가 자신의 정치적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과 로비전을 펼친 끝에 프랑크푸르트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수도로 정해졌다고 한다. 또한 원래는 바트 고데스베르크와 보이엘로 나뉘어 있던 곳인데 이를 합쳐 일종의 계획도시로 꾸민 것이라고도 한다.


중앙역에서 본의 가장 주요한 볼거리인 베토벤 생가까지는 걸어서 채 1Km가 되지 않다보니, 슬슬 나와 걷다보면 어느새 베토벤 생가에 다다른다.



베토벤 생가의 모습. 노란 벽을 가진 집인데, 이 벽 위를 포도덩쿨이 따라 올라간다.Canon | Canon DIGITAL IXUS 90 IS | Pattern | 1/320sec | F/2.8 | 0.00 EV | 6.2mm | ISO-125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1:06:10 17:50:13

▲ 베토벤 생가



베토벤 생가 옆에는 mika라는, 스시 뷔페 집이 있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집이 있던 것을 기억하고 방문했는데 알고보니 한국 분이 하시는 가게였다. 사장님 부부는 본에서 거주하신지 근 10여 년 정도 되셨다고 하는데, 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를 물어보니 한 2백여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신다. 재밌는건 자제 분들은 독일이 싫다며 한국에서 살고 있어, 의도치 않게 이산가족이 되셨다고 한다. (사실 난 독일에서 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근데 사람 일이란건 모르는거다.) 물론 음식 맛은 훌륭한데, 다만 조금 짠 감이 있다.


점심을 먹고 나서니, 아침에는 분명 비어 있었던 베토벤 생가 옆 Markt 광장에 시장들이 들어서 있다. 장출혈성대장균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채소를 섭취하지 못한지라 장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때문에 '어떻게든 되겠지'란 심정으로 체리 1kg를 구입. 한국에선 1kg에 대략 2만원 쯤 하는 것 같은데, 여기선 달랑 3유로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까지 아무렇지도 않은걸 보니, 용케 잘 피한듯.)


체리를 구입한 본의 노점 앞. 이상하게도 다른 집은 한가한데 이 집에만 사람이 넘쳤다.Canon | Canon DIGITAL IXUS 90 IS | Pattern | 1/250sec | F/2.8 | 0.00 EV | 6.2mm | ISO-125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1:06:10 18:21:24

▲ 체리를 구입한 본의 노점 앞. 이상하게도 다른 집은 한가한데 이 집에만 사람이 넘쳤다.


체리 봉투를 찍은 사진. 원뿔형으로 생긴 봉투에 아저씨가 막 체리를 퍼 넣어준다.Canon | Canon DIGITAL IXUS 90 IS | Pattern | 1/400sec | F/2.8 | 0.00 EV | 6.2mm | ISO-400 | Flash did not fire, auto mode | 2011:06:10 18:22:34

▲ 체리 봉투를 찍은 사진. 원뿔형으로 생긴 봉투에 아저씨가 막 체리를 퍼 넣어준다.



체리를 먹으며 나서는 도중, 본 시내 번화가 앞에서 코카콜라 마케팅팀의 캠페인을 발견. 공짜로 한 캔을 막 주더니, 그 캔을 지정한 장소에 버리면 버거킹 50%를 할인권을 줬다. 독일에선 코카콜라가 1위가 아닌 모양?



코카콜라 마케팅 캠페인 모습. 왼 편 부스에선 콜라 한 캔을 나눠주고, 오른편에는 지정 쓰레기통이 있어 여기에 다 마시고 난 캔을 넣으면 버거킹 50% 할인권을 준다.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60sec | F/5.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10 19:55:25

▲ 왼 편 부스에선 콜라를, 다 마시고 난 캔을 오른 편 의인화된 콜라캔 그림이 있는 쓰레기통에 넣으면 쿠폰을 줬다.



본에서 일을 다 보았으니, 이제 쾰른으로 이동한다. 사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라인 협곡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 쾰른으로 가볼까 싶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부터 본까지 오는 기찻길은 이 라인 협곡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포도밭이 조성된 협곡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라인강을 보니 왠지 대운하를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게 함정이라면 함정! (가카는 말씀하셨지, "일단 해 놓으면 좋아할 것"이라고!)



쾰른 중앙역 전경. 구 역 오른편에 신 역사를 짓고 이를 이어 놓았다.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80sec | F/13.0 | 0.00 EV | 24.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10 22:22:18

▲ 쾰른 중앙역 전경



쾰른에 도착해 보니, 중앙역 바로 앞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쾰른 대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이 성당 때문에, 쾰른은 독일 가톨릭의 총본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콘라트 아데나워가 이 쾰른은 시장이었는데, 도시 분위기 때문인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고 한다. 독일은 종교개혁의 진원지로서, 신교의 세가 강할 줄 알았는데 또 이런 곳도 있다니 의외다. (더군다나 본은 대표적인 신교의 나라인 네덜란드와도 매우 가깝다. 암스테르담까지는 초고속 열차로 2시간. 반면 자국의 수도인 베를린까지는 초고속 열차로 5-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웅장하게 선 쾰른 대성당.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80sec | F/11.0 | 0.00 EV | 1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1:06:10 23:55:43

▲ 웅장하게 선 쾰른 대성당.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으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당이라 한다.


쾰른 대성당의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모습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30sec | F/3.5 | 0.00 EV | 18.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1:06:10 22:15:56

▲ 쾰른 대성당의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모습


쾰른 대성당의 궁륭SONY | SLT-A55V | Normal program | Pattern | 1/30sec | F/3.5 | 0.00 EV | 18.0mm | ISO-800 | Off Compulsory | 2011:06:10 22:18:07

▲ 쾰른 대성당의 궁륭



종탑까지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데(성당 입장은 무료다.), 다른 유럽의 성당에 비해선 저렴한 편이다. 다만, 올라가다보면 '내가 왜 내 돈을 내고 이 고생을 하는가'란 생각이 들지도. 올라가다보면, 역시나 많은 커플들이 자신의 이름을 펜으로 적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나는 이걸 볼때마다 늘상 이 사람들은 아직도 잘 사귀고 있는가 하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당연한 거니, 이들 중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게 얼마나 되겠으며 또 그래야 할 의무도 없는 건데 말이다.


8시에 대성당 내에서 비발디와 모짜르트의 미사곡이 연주된다고 해서, 잠깐 참석했다가 나왔다. 500여 개의 계단을 올랐더니 피곤하기도 했고, 역시 미사곡은 내 취향은 아니어서 말이지... -_-;;;



(보너스) 독일의 핵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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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본 구간의 열차 내에서 촬영한 핵발전소. 코블렌츠 주변에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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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쾰른 대성당 종탑 위에서 본 풍경. 저 멀리 핵발전소 여러 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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