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B OUT 5

시간이 멈춘 공간 - 경남 김해, 봉하마을

아빠의 휴가로 찾아온 모처럼의 가족여행, 그러나 계획은 하나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차에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는 겸사하여 김해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 가는 발걸음이 이토록 무겁지는 않으련만. 세 시간을 달려 봉하마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아방궁'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애초부터 아방궁이 있었는가. 아무리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행복'하다지만, 이럴땐 제발 보고 믿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이 분주한 가운데 한 켠에 사람들이 어떤 것을 두고 빙 둘러 서 있었다. 5월 23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기념물 때문이었다. 그 '아주 작은 비석'을 보기 위해 다가가니 눈에 많이 익은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의 눈은 오늘도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

정신 나간 시대와의 대면

시절이 수상하다. 비단 이명박 씨와 그 졸개들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를 구성하는 구성원들과의 이질감 때문이랄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이질감이라기보다는 '혐오감'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역겨움', 그것이 내가 나를 포함한 요즘 사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씁쓸함 중 하나다. 소위 진보 진영, 더 구체적으로 말해 좌파 진영에서는 오랫동안 가진 금기가 있어 보인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민중과 함께 가야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가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NL, PD 따위의 논리들도 결론적으론 이론가들의 말싸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바탕에는 '민중'이란 허황된 구심체가 있었다. 한국 사회의 좌파가 실천보다는 주의에 경도된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인지, 그때로부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도 여전히..

몇 가지 끄적끄적

미네르바의 구속 사태 이후로 많은 누리꾼들이 국외에 위치한 서버로 망명을 떠나는 모양입니다. 뭐, 전 아직 실제로 그런 분들을 접하진 않았습니다만 각 언론사에서 현재 상태가 저렇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더군요. 이명박 씨의 수준상 충분히 제2, 제3의 미네르바가 나올 개연성 역시 높고요. 다행히도 제 글은 '선동'하기엔 99%나 부족한 점이 많아 망명할 걱정은 덜게 되었습니다. 설령 제 글 중 일부가 잘못되어 잡아간다하면 잡아가라 하지요, 뭐. 어차피 앞으로 2년 동안은 행안부 소속으로 국방의 의무를 질 것이기에 도주의 우려도 없고 워낙 천성이 게을러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으니, 영장이 나오면 우스운 일이겠고요. 서슬이 시퍼렇던 어느 해에는, 공안기간에 끌려가 취조를 받는 것이 훈장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시세밑이 되면 으레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송구영신'입니다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임기제인지라 함부로 내다버릴 수가 없더군요. 원체 비겁자라 어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못나가고 KBS랑 칼라TV만 켜놓고 지켜보고 있는데, 역시나 기분만 엄청 상하고 말았습니다. 보신각 종이 서른 세 번 타종되는 순간에, KBS에서는 '희망의 나라로'란 독일 가곡을 불러주더군요. 노래 가사를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희망의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자유, 평등, 평화, 행복'이 '가득'해야 하는데 과연 내년에 저 전제조건들이 충족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우울한 한 해가 되겠습니다만, 죽지는 마세요. 신께서는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고통만 인간에게 주신답디다. 그말인 즉슨, 언젠가는 우리도 MB를 쓰러뜨..

늦은 7월 5일 후기

오늘로서 촛불집회가 60회를 맞았다고 한다. 매일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이어져 왔다면 60일, 몇 번 빠진 적이 있었다면 그 이상 동안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심장 위에 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MB와 그의 수하들은 어떻게든 이 촛불을 꺼보고자 갖은 정치적 레토릭과 음모론을 제기하였지만, 시민들은 그런 모함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어쨌든 촛불을 지켜왔다. 대책회의와 정부와의 커넥션이 이야기 -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 청와대의 '저작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 된 것처럼 내부에서도 이제 '그만 하는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몇몇의 '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금이야 말로 '조직력'이 필요한 시점일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