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월 7일 오전, 설레는 마음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해외여행을 처음 가는 것도 아니련만, 인천공항에 갈 때에는 왜 이렇게 매번 긴장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특히나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입국심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에 가는 것이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비자입국을 위해 필요한 ESTA 등록은 왜 이렇게 복잡하던지, 집에서 공항 가는 내내 확인증만 쳐다보고 있었지요.


부모님을 졸라 예상 출항 시간보다 세 시간이나 빨리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좀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왠걸, 미주행 카운터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제가 출발하는 날은 휴일이 아니었고, 또 방학기간도 아니었는데요. 아마도 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였겠지요. 예전에 비해 미국 유학을 가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지만, 많은 항공사들이 타행 항공권에 비해 미주행 항공권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고 또 미주 내의 기항지들을 많이 점유하려는 것을 보면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긴 많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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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들어와 라운지로 향합니다. 한 번 가보겠다며 큰 맘 먹고 만든, 연회비 비싼 카드의 혜택 중 하나입니다. 1년에 두 번만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데 두 번 이상 해외를 나갈 일이 아직은 없어서 이렇게 기회가 되면 꼭 라운지를 챙겨서 방문합니다.


먹을 건 별로 없습니다. 원래 입장가격이 3만원 정도 한다는데, 차라리 3만원을 들고 편의점에 가면 여기 있는 것들보다 더 맛있는 음식들을 더 다양하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식사대라기보다는 자릿세의 개념이 더 크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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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로 향하니 미국으로 타고 갈 비행기가 보입니다. 선뜻 미국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일리지의 힘이 컸습니다. 미주를 편안하게 직항으로 왕복할 수 있는 비행기를 단 16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기회였으니까요.


이 마일리지의 사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항공권을 사더라도, 이 마일리지를 이용해 좌석을 승급하여 타고 가는 것이 더 낫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냥 항공권을 저렴하게 사는 것이 낫다고도 합니다. 몇몇 명민한 사람들이 계산을 해 본 결과, 좌석승급이 더 단위마일당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이 재화를 어떻게 쓰느냐는 사용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는 거겠지요. 저처럼 저렴하게 한 곳이라도 더 나가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좌석승급보다는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편익이 크겠지요. 반면 한 번 나가더라도 몸 편히, 좋은 서비스 받으면서 나가는 것에 더 많은 효용을 두는 사람이라면 좌석승급에 마일리지를 사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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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사진은 없습니다만, 어느새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3월 7일에 한국을 출발해서 열 몇 시간을 비행했는데 여전히 3월 7일인 상황. 제가 어렸을 때 수백번도 더 본 영화가 '백 투 더 퓨처'였는데, 날짜변경선의 의미를 볼 때마다 그 영화가 생각납니다. 드로리안을 타고 저도 달리고 달려 하루 전으로 온 기분이죠. 물론 집에 돌아갈 때에는 이 댓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하루를 벌었으니 집에 갈 때는 하루 더 늙어야 하는 거죠.


JFK 공항에 내리자마자 에어트레인을 타고 기차를 타러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에어트레인 역에서 어떤 흑인 청년이 말을 걸더니, 여기서는 자마이카로 가는 에어트레인을 탈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운전하는 밴이 있으니 그걸 타고 가라고 하더군요. 네,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저는 여기서 사기를 당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것은 좋았는데 자마이카 스테이션에 도달하자마자 문을 잠그고 있는 돈을 다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140달러인가를 달라고 했는데, 와서 환전할거라 돈이 없다고 하니 카드를 달라고 합디다. 학생이라 카드가 없다고 하니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던데... 아, 정말 그때의 그 경험은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나름 해외여행 많이 다녀봤고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요. 여러분, 잘 알아보고 다닙니다. 물론 공항 터미널을 순환하는 에어트레인도 있지만 분명히 자마이카 역까지 가는 에어트레인도 있습니다. 하하.


그렇게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습니다. 휴대폰 심카드를 사야겠다 싶어 근처의 티모빌 가게를 찾아 대략 70달러에 구입. 물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좀 기다리셨다가 월마트에 가실 일이 있다면 월마트에서 심카드를 사시면 단돈 35달러에 더 많은 무료데이터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또 한 번 강조하지만 여러분... 해외여행은 역시 정보가 돈입니다.


여튼 이렇게 산전수전을 다 겪고 유니언 스테이션에 들어가 보니... 보스턴으로 가는 기차가 연착된다고 합니다. 다들 보통 뉴욕에서 보스턴 갈 때에 버스타고 간다고 했지만, 혼자 '위대한 천조국의 암트랙을 경험해보겠다!'고 버스비보다 비싼 돈을 주고 산 기차표인데 이게 대체 무슨... 그나마도 처음에는 예상 연착 시간이 30분이었지만 10분씩 찔끔찔끔 늘어나더니 어느새 1시간 20분 연착 예정. 그러려니 하던 사람들도 1시간이 넘어서니 모두 전광판 앞에 서서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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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을 끝에 탑승한 기차에는 이렇게 아울렛이 있었습니다. 출발 전에 집에서 아이패드에 영화와 읽을 책들을 몽땅 다운 받아 간 덕에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 제 앞, 그리고 그 앞의 앞 승객 모두 아이폰을 충전하고 있어 그냥 아무생각 없이 찍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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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차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보스턴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습니다. 역에서 유스호스텔을 가는 길에는 차이나 타운이 있었고, 그 가운데를 28리터짜리 캐리어를 끌고 가는 길은 결코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오늘 하루 종일 겪은 일들이 컸지요. 사기도 당하고 기차도 늦고. 큰 마음 먹고 온 여행인데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경험도 다 경험이라고 생각했었을까요? 음...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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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미국 |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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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와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디가 좋았었냐"는 것보다, "왜 갔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떠났었고, 또 여행가기 좋은 계절이 아니어서였을 것입니다.


사실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꽤 충동적인 여행이었고, 준비되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첫 목적지인 보스턴에 가는 기차표를 출국 전날에서야 예매했으니까요.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서 헛돈도 많이 썼고, 첫날부터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다녀와서 생긴 빚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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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두번째 도전한 채용전제형 인턴결과를 새벽 기차 안에서 받아 들었습니다. 유학 가 있는 학과 선배를 만나 자동차로 미국을 누비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지요. 좋아했던 사람에게 혼자 설레발치다 이렇게 연애하는게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여행 중 쓴 상반기 공채 자기소개서를 다녀와서 읽고는 손발이 오글거리기도 했습니다.


'시기적으로나 실리적으로나 좋지 않은 경험이다'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 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미국에 다녀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을 자기계발에 들여야 하지만 이렇게 한량짓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게는 다시 없을 좋은 시간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행기를 다시 적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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