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양조

오랜만입니다. 지난 주말에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그동안 블로그에 신경을 통 못 썼습니다. 원래는 시험이 끝난 직후인 주초에 가을대비 양조를 하려고 했는데, 발효 냉장고를 위한 온도조절기가 중국에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제야 관련소식을 올립니다.


브루클린 브루샵의 키트로는 양조를 해 본 적이 있지만, 미스터비어의 캔 작업은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됩니다. 오늘 양조할 레시피는 시즈널 레시피인 '오스트레일리안 스파클링 에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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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비어는 매 계절마다 내놓은 한정판 레시피를 내놓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의 소개란에 따르면 올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맥주업체인 쿠퍼스 브루어리의 창업주, 토마스 쿠퍼의 1862년 레시피라는군요. 쿠퍼 씨가 그의 아내 앤을 위해 만들어 낸 이 레시피는, 부인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는 레시피가 되어 쿠퍼 씨가 계속 양조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오늘날 쿠퍼스 브루어리의 기원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황금빛을 띄며, 과일 향과 꽃 향이 적절한 쓴 맛과 잘 어우러진 것이 이 레시피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벌써부터 숙성이 완료되는 4주 후가 기대되는군요!


캔 작업은 처음이라 홈페이지의 제조법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제조에 들어가기 앞서 양조에 사용할 모든 도구들은 철저하게 살균소독을 해야 합니다. 잡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맥주 대신 식초를 마시거나 혹은 곰팡이 덩어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제조사의 키트든 가장 먼저 철저한 살균소독을 할 것을 권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캔을 따뜻한 물에 넣어놓습니다. 따뜻한 물에 넣기 전에 캔의 종이 라벨은 꼭 떼어내세요. 직접 겪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물에 불은 라벨 조각이 나중에 끓인 물에 캔 내용물을 집어넣을때 섞여 들어갑니다. 맥주 드시다가 종이 씹고 싶지 않으시면 꼭 종이 라벨을 깨끗하게 떼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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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캔 안에는 '홉 향이 가미된 몰트 익스트랙트(Hopped malt extract, 이하 'HME')'가 들어있습니다. 브루클린 브루 샵의 경우, 몰트가 들어있어 이것을 물에 넣고 끓여 워트(Wort)[각주:1]를 얻어내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한 시간 정도를 끓이며 타지 않도록 불조절을 해야 하는 일이라, 겨울에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한 여름에는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다행히 미스터비어의 제품은 HME가 들어 있으니 그 작업을 건너뛸 수 있습니다.


한 켠에는 큰 냄비를 준비합니다. 이 냄비에 4컵의 물을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데워 둔 워트를 넣고 잘 섞습니다. 제조법에는 냄비의 용량이 3쿼트 이상 되어야 한다고 써 있습니다. 미국 기준 3쿼트면 2.83리터 정도 됩니다. 물 한 컵은 200mL과 250mL로 갈릴 것 같은데, 어차피 미스터비어의 발효조를 사용할 거라면 막판에 발효조에 찍힌 눈금까지 물을 넣을거라 처음부터 물이 많이 들어가건 적게 들어가건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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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으면 불을 끄고, 캔을 따서 냄비에 부어 잘 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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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E를 희석시켜 워트를 만들고 나면, 발효조(Keg)에 냉장보관한 차가운 물을 4쿼트까지 넣습니다. 발효조에 넣는 물은 차라리 온도가 낮은게 괜찮습니다. 뜨거운 물에 이스트를 풀면 이스트가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낮으면 이스트가 죽지는 않고 잠들어 있거만 하거든요. 이것 때문에 원래는 워트를 적정 온도(20도 정도)까지 식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냥 차가운 물을 넣어서 워트의 온도를 아예 미지근하게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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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준비되면 워트를 발효조 안으로 붓습니다. 저는 쓰던 깔대기가 있어서 깔대기를 활용하여 혹시 섞여 들어갔을지도 모를 라벨 조각을 걸러내 봅니다. 당연히 깔대기도 깨끗하게 살균소독이 완료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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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조에 워트를 모두 주입하고 나면, 발효조 뒷면에 나와 있는 8.5 쿼트 선까지 차가운 물을 더 부어줍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살살 흔들어 물과 워트가 잘 섞이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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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흔들어 섞고 나면 첨부된 이스트를 넣어 줍니다. 제조법에는 이스트를 넣고 젓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브루클린 브루 샵의 제조법은 이스트를 넣고 발효조를 신나게 흔들어 산소를 넣어주라고 권장하던데, 약간의 차이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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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까지 넣었다면 이제 뚜껑을 잘 닫고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곳에서 2주 동안 잘 발효시키면 됩니다. 섭씨 20도에서 24도가 발효에 적당한 온도라고 제조법에 적혀 있는데, 날씨가 많이 선선해지긴 했지만 요즘도 낮에는 24도 이상입니다. 저는 만들어 둔 발효냉장고에 넣어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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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트를 추출하는 작업과 냉각 작업이 없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직접 몰트를 끓이는 것보다는 정형화 된 맛의 맥주들만 만들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쉽고 간편한 작업이라면 누구든지 충분히 도전해 볼 정도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 보입니다.


이제 2주 동안의 발효작업 이후에 병입을 하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 다른 글들로 찾아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덧. 발효용 냉장고에 관하여.


이전 글에서 발효 냉장고 제작기를 쓰겠다고 한 것 같은데, 사실 사진을 못 찍어서 올릴 만한게 없습니다. 대신 다음 맥만동의 비룡슈 님의 글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입니다. 원리는 기존에 냉장고에 붙어 있는 온도조절기를 제거하고 구매한 온도조절기를 대신 연결해 냉장고의 작동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온도조절기 제조사마다 다른 것인지, 차이가 있다면 제가 구매한 한영넉스의 BR6 제품은 내부 회로 자체에서 인입된 전원을 그대로 출력해주지 않아 전선 브릿징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모르고 비룡슈 님의 가이드대로 연결만 했더니 압축기로 전원이 인가되지 않아 온도가 떨어져도 냉장고가 구동되지 않았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온도조절기 구매시 함께 따라온 결선 안내도를 보시는 것이 빠른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선에 성공하셨다면, 같은 제품을 이용한 orange님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발효용 냉장고 제작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아래에 덧글로 남겨주세요. 아는 대로 답변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 워트는 몰트 내의 당밀을 추출한 것으로, 이것을 발효시키면 맥주가 됩니다. [본문으로]

자가양조는 왜 하는가

2015. 7. 30. 01:29

"맥주 사먹으면 되지 그걸 왜 만들어요?"


자가양조가 취미라는 말에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다. '담근 맥주가 맛있어요'라고 어물쩡 둘러대려치면 곧바로 '요즘 마트나 편의점에서 행사할 때 사면 수입맥주도 싸잖아요'라는 반격이 들어온다. 그렇긴 그렇다. 편의점에서 500ml 캔맥주 기준으로 4개를 사면 1만원(리터당 5천원)이거나 혹은 그보다 조금 적게 내는데, 4리터 맥주를 자가양조하기 위해 들여오는 원료의 가격만 2만 5천원이다. 벌써 편의점 맥주 가격을 넘어선 가격이다. 국제배송비에 내 노임까지 고려하면 못해도 1갤런에 5만원은 할텐데, 이렇게 따지면 리터당 1만 2천 5백원이다. 최종견적만 놓고보면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하는 가격의 2배가 넘는다.


그뿐인가. 시간도 시간이다. 1차 발효에만 2주, 이후에 병입해서 저온에서 숙성하여 잡내를 없애는 2차 발효에 2주가 또 필요하다. 총 4주나 걸린다. 온도도 문제다. 비교적 손이 덜 타는 에일의 경우 발효적정온도는 18도에서 23도. 라거라도 만들라치면 더 낮은 온도가 필요하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과발효되어 술에서 잡내가 나고, 너무 낮으면 또 발효가 덜 되어 충분한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는다. 1차 발효에서 적절한 발효를 통해 당즙 내의 당분을 알코올로 변환시키고 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기 위해 0도에서 5도로 보관온도를 낮추어 2차 발효를 진행한다. 앞 포스트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한국 기후의 특성상 맥주가 가장 필요한 계절은 여름인데 여름에는 온도가 너무 높아 제대로 발효가 이뤄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겨울에는 온도가 너무 낮다. 남은 것은 이제 봄과 가을인데, 봄/가을이 갈수록 짧아지는 작금의 추세라면 이제 큰 품 들이지 않고 적절한 온도에서 양조가 가능한 시기가 짧아지는 셈이다.


▲ 새뮤얼 애덤스 브루어리의 내부.

샘 애덤스 브루어리는 보스턴을 대표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업체 중 한 곳이다.


잔손은 또 얼마나 많이 가는가. 효모균 외에 잡균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초산발효가 일어나 식초가 되어 버리거나, 아니면 당즙에 곰팡이가 핀다. 정말 운이 없는 경우에는 1차 발효가 마무리 되는 2주차 쯤에 곰팡이가 피어버리는 수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한 번 곰팡이가 핀 발효조는 곰팡이균이 남아 다음 발효 때도 또 곰팡이가 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맥아를 끓여 얻은 당즙을 날리는 것도 모자라 발효조까지 버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가양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첫째도 살균소독, 둘째도 살균소독, 셋째도 살균소독이라 강조되는 것이다.


'액체 빵' 맥주, 생 효모에는 풍미가 있다


봄과 가을에 잔뜩 만들어 두고, 나머지 기간에 음용하면 되지 않겠나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근데 이게 또 상미기한[각주:1]이 짧다. 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는 필터로 정제하거나 열처리를 하거나, 아니면 파스퇴라이즈(저온살균)을 통해 맥주발효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인 효모를 제거한다. 효모가 살아 있으면 상미기한이 짧아진다. 유통온도가 높아지면 맥주 내에 남아 있는 효모가 다시 활동을 시작해 맥주에 잡내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냉장차를 이용해 숙성온도와 최대한 맞추어 유통하는 콜드체인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는 곧 맥주 단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


효모에는 풍미가 있다. 드라이 이스트 대신 발효종을 이용한 빵을 고급이라 치는 이유는 생 효모가 갖는 독특한 풍미 때문이다.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효모가 살아 있어야 맥주의 풍미가 산다. 하면발효의 특성상 농밀한 맛을 갖지 못하는 라거인데, 유통을 위해 효모를 죽여버리니 유통맥주에 다양한 풍미가 있을 수가 없다. 생맥주라고 팔리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양조장으로부터 직납을 받지 않고, 중간 유통자인 주류상을 통해 유통되는 생맥주 케그는 주류상에 마련된 상온의 야적장에 적치되었다가 각 소매상들에게 수송된다. 이후 소매상들은 순간냉각기와 탄산 봄베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강제로 탄산을 주입하여 손님에게 내놓는다. 재료 자체의 본연의 맛이 아니라, 조미료로 음식의 맛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인가를 산출해 낸다는 것


자가양조를 하면 살아있는 효모를 품은 진짜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 돈도 많이 들고 품도 많이 들지만, 한 모금 마셨을때 효모향과 홉[각주:2]향이 어우러져 이뤄내는 과일향 내지는 꽃향기가 입안에 가득 차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 고생이 다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비단 맛 뿐만은 아니다.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성취감이 있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정확한 인스트럭션과 레시피만 지키면 훌륭한 맥주가 탄생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요인이 분명하다. 곰팡이가 슬면 살균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고, 잡내가 나면 발효온도가 높았거나 역시 살균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병입 후에 탄산이 생성되지 않았다면 병입시에 효모의 먹이가 될 당분이 충분하지 않았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패의 원인이 불분명하여 스스로를 끝없이 자책하게 하는 세상사와는 전혀 다른 셈이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작은 성과들이 참 소중하다. 더욱이 취직이 되지 않고 집에서 노는 내 입장에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결국은 그렇다. 자기 만족을 위해 자가양조를 하는 것이다. 취미에 달리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겠는가?


  1. 양조자가 술을 만든 의도 그대로 그 맛과 향취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기간이다. 보통 상미기한은 유통기한보다 짧다. [본문으로]
  2. 홉(hop)은 삼과의 식물로, 황록색 꽃이 맥주 원료로 쓰인다. 꽃만을 홉이라고도 부르는데, 꽃잎이 얇으며 길이가 약 2.5~10㎝인 솔방울 모양을 이룬다. 꽃잎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름과 수지가 들어 있는 작은 샘이 있다. 이 물질들은 맥주에서 자라는 특정 박테리아의 생장을 억제하는 한편 맥주에 쓴맛을 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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