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어중문학과 2

중문과의 비인기화 소식을 접하며

며칠 전에 대학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모교의 학과가 학생을 모집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없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함께했던 다른 친구는 충격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매우 씁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 자리에서 언뜻 이야기했던 이유로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유가 꼽혔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제가 입학하던 때에는 중국이란 나라가 금방이라도 미국을 압도하는 수퍼파워가 되고,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마치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거나 혹은 교양인의 언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그 친구와 달리, 저는 중국이라는 대외적인 이유에서만 학과의 부침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력이 아니더라도 이미 안..

일상記/2022 2022.03.13

중문과 전공진입각론

올레길을 걷다가 문득 내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 왜 중어중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썰을 풀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딱히 누구에게 읽히기 위해서나, 혹은 어디 기고하기 위해서는 아니고 그냥 내 자신을 위해서다. 이러한 일종의 '다짐'이 필요한 이유는 - 약간 순환논법 같지만 - 내가 전공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왜 중문과에 진입했나. 누가 그렇게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2학년 선배들에게 밥을 얻어먹기도 민망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던 1학년을 보낸 내게, 학기 말에 덩그러니 선택지가 주어졌다. 이제 계열생으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전공에 입문해야 할텐데 어떤 전공을 선택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1학기에 촛불집회다 뭐다 일이 많아 망했던 학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