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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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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 9월 10일, 청두 9월 10일 토요일. 이날은 실질적으로 청두에서 보낸 날이었다. 스타벅스가 있고, 버스가 있고, 지하철이 있으며 화장실도 어디에나 있고 무엇보다 차량정체가 존재하는 이 곳. 쓰촨 성의 성도로서 충칭 건설 전에는 중국 서부내륙에서 가장 큰 도시. 면죽관에서의 제갈첨의 패배에 이어, 촉한의 마지막을 알린 성도전투가 벌어진 도시. 이 곳은 그런 곳이었다. L과 K, J는 새벽까지 클럽에 있다 들어왔다고 했다. 나는 상대적으로 일찍 들어왔길래 아침에 일어나 어제 버스 안에서 읽지 못한 소설을 마무리 짓고, 새 책을 펼쳐 들었다. 종이에 비해 읽는 맛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샘들이 있지만, 나는 여행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자책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늦게 들..
[8일차] 9월 9일, 캉딩-러샨[樂山]-청두 9월 9일 금요일. 이날은 모처럼 여유있는 날이었다. 아침의 소란만 빼면. 새벽 2시에 캉딩에 도착해 터미널 근처의 숙소에서 새우잠을 잤다.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러샨으로 가는 버스가 아침 7시 반에 있다고 했다. 바이두에서 찾은 결과가 6시, 7시, 7시 반의 3개 설로 분분하였으나 동네 사람의 말이므로 믿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L은 불안했는지, 아침에 조금 일찍 나가서 표를 사겠다고 했다. 표가 없다면 플랜을 다시 고민해야 했으므로 그러는게 좋겠다고 했다. 조용한 새벽은 L의 비명으로 깨졌다. 표를 사기 위해 터미널로 갔던 L이 러샨으로 가는 버스 출발시각이 7시 반이 아니라 7시니 지금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눈을 떠 본 시계 속 숫자는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20분이었다...
[1일차] 9월 2일, ICN-CTU 9월 2일 금요일. 이 날은 거의 하루종일 서비스 관련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회사에 대언론 창구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이걸 내가 왜 쓰고 있어야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뭐 그랬다. 글을 쓰는 건 일이어도 즐겁다. 현상이 나의 언어로 번역되어 타인의 논리구조에 들어가고, 타인이 제대로 이해하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여행과는 큰 관계가 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진작에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해외영업이니 경영이니 하는 것들에 억지로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를 속여왔던 날들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저녁 8시 출발 비행기라, 오후 5시 45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인천공항행 직통열차를 타야 했다. 팀장께 양해를 구하고 30분 일찍 회사를..
[prologue] 그렇게 다시 중국으로 갔다 첫 직장에서 맞는 첫 리프레시 휴가 - 회사는 여름에 편중되어 사용되는 '여름휴가'를 없애고 대신 '리프레시 휴가'로 이름을 바꾸어 연중 어느때나 사용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 를 결정한 것은 7월이었다. 나는 당시 도무지 생각과 맞아 떨어지지 않는 회사를 떠나기 일보직전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괴로운 일상을 대차하고자 다짜고짜 응했던 소개팅에서도 차여 몹시 죽고 싶은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쓰고보니 전후관계가 다소 비틀어졌지만) 보다 못한 '누군가'가 내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리프레시'를 위해서. 그 누군가는 좋은 데 가서 쉬는 것도 좋지만, 한 살이라도 더 늙기 전에 '고생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나도 동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스스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