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15, 미국 동부

미국 동부 여행을 시작하며,

클라시커 2015. 7. 21. 23:26

지난 3월에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다녀와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디가 좋았었냐"는 것보다, "왜 갔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떠났었고, 또 여행가기 좋은 계절이 아니어서였을 것입니다.


사실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꽤 충동적인 여행이었고, 준비되지 않은 여정이었습니다. 첫 목적지인 보스턴에 가는 기차표를 출국 전날에서야 예매했으니까요.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서 헛돈도 많이 썼고, 첫날부터 사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다녀와서 생긴 빚도 많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두번째 도전한 채용전제형 인턴결과를 새벽 기차 안에서 받아 들었습니다. 유학 가 있는 학과 선배를 만나 자동차로 미국을 누비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지요. 좋아했던 사람에게 혼자 설레발치다 이렇게 연애하는게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여행 중 쓴 상반기 공채 자기소개서를 다녀와서 읽고는 손발이 오글거리기도 했습니다.


'시기적으로나 실리적으로나 좋지 않은 경험이다'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 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미국에 다녀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긴 시간을 자기계발에 들여야 하지만 이렇게 한량짓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게는 다시 없을 좋은 시간들을 차근차근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행기를 다시 적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