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記/2022

GOS 사태에 관하여

클라시커 2022. 3. 7. 00:06

삼성전자의 '게임최적화서비스' 애플리케이션 (Game Optimizing Service, 이른바 'GOS', 이하 'GOS') 사태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인터넷에서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GOS 사건이 무엇인지와 '삼성이 속였다'는 이야기 정도만을 다루고 있어서 이 시도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의미랄까... 그런 것을 갖기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짧게 적어봅니다.

 

첫째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입니다. GOS란 시스템 OS 단에 기본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드웨어에 부하가 걸리는 작업(예, 게임 등)을 할 때에 인위적으로 시스템의 성능(예, CPU 클럭) 등을 낮추어 발열 등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문제는 신제품 출시 시에 리뷰어들이 성능비교를 위해 사용하는 벤치마크 앱을 구동할 때에는 이를 감지하고 GOS를 작동시키지 않아 하드웨어의 제 성능을 냄으로서, 하드웨어의 실사용시 성능과 벤치마크상 성능의 괴리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제조사이자 커뮤니티인 긱벤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2시리즈를 포함, 이전 모델인 S10, S20, S21 시리즈의 모든 벤치마크 기록을 퇴출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게임 등 일부 하드코어 유저에게만 해당되므로 크게 대중적이지 않다라는 의견도 있는 듯 합니다만, 보편적인 상거래행위라는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 민사상 원칙 중 하나는 '신의성실의 원칙'입니다. 돈이 최우선인 야만의 사회에서 '신의성실'이라는 단어가 매우 우스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판례들을 읽다보면 재판에서 이 신의성실을 지키지 않았다고 보여서 어처구니없이 패배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도 일종의 신의성실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하이테크 제품의 경우,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벤치마크 성능을 기준으로 하여 줄세우기가 이뤄지고 동일제조사 전작과의 비교 동시대 출시된 타 제조사와의 비교가 이뤄지고, 어느 정도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위는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방해한 행위, 즉 소비자 기망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 이전에 벤치마크 앱을 인식하고 GOS를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은, 벤치마크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삼성전자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는 반증인지라 그 의도성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둘째는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사실로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리스트를 만들어서 GOS를 작동해야 하는 앱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앱을 모니터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점이 문제인 것은,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GOS 앱이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은 OS인 안드로이드 설치와 함께 설치되어 작동하는 네이티브 앱으로서 일종의 관리자권한이나 혹은 관리자에 준하는 수준의 권한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치 않아도 삭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앱이 다른 앱의 사용기록을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즉, 사용자는 부지불식 간에 이 앱에게 자신이 사용하는 앱의 기록을 열람당하고 감시받게 되는 것인데, 그것이 전송이 되든 되지 않든, 기록으로 남든 남지 않든 간에 누군가가 나의 여정을 염탐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썩 좋을리 없는 행동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S22 언팩 행사에서 One UI 4.0을 공개하면서 이례적으로 '사생활과 지속가능성(Privacy&Sustainability)' 파트를 배치하며, One UI 4.0이 (경쟁사인 애플의 iOS만큼이나) 얼마나 고객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설명하고자 노력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크게 와닿는 문제이지만, 어떤 시장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한국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져서 하나의 '권리'로 여겨지고 있거나 또는 아예 당국에 의해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보호할 것을 법제화한 경우(EU의 GDPR의 사례)가 있는 상황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 2022 언팩 행사 중. 57분 50초 경
이 발언이 꼭 지켜지길 바랍니다. (삼성전자의 S22 2022 언팩 행사중. 57:50 경. 사진을 누르면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어쨌거나, 제가 삼성 걱정할 때는 아니고... 저도 밤 새서 S22 Ultra 산 입장이라... 어처구니도 없고... 뭐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