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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진다

클라시커 2008. 9. 12. 00:53

  말 그대로다. 글이 안 써진다. 아마 안 써진다기 보다는 쓸 생각이 없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럴 때 넙죽넙죽 여러 날에 걸쳐 잘도 포스팅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저런 필력이 나에게는 없다는 사실에 열등감도 느낀다.

  솔직히 말해, 필력이 없다기 보다는 노력하지 않는다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늘 어떤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두면서도 그것을 구체화하려고 더 생각하지는 않는다. 설계도를 그리고 집을 지어야 하는데, 나는 언제나 집 먼저 짓는다. 그러다보니 잘 지은 집보다 짓다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무너뜨린 집이 더 많다. 글쓰기란 작업을 얕보는 거다. 한낱 짧은 글일지라도 머릿속에 명쾌한 구조가 잡혀야 진도가 나간다. 굳이 구조가 없더라도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주제라면 글은 써진다. 전자가 논리적인 글이라면, 후자는 고민에서 비롯된 솔직한 글이다. 그런데 나는 솔직하기도 싫어할 뿐더러 노력도 하지 않으니 글이란 놈이 쉽게 써질 리가 만무하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인생을 지나치게 안일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시간을 좀 내서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봤다. 이게 왠걸, 그 직업을 얻기 위해 가져야 할 자격증들이 너무 많다. 가만히 보니 앞서 나보다 대학에 갔던 친구들이 하던 이야기였다. 그 애들이 예전에 고민하던 것을, 나는 이제야 고민한다 - 뒤쳐졌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 솔직히 말해 그랬을거다. 자격증이 많아서라기 보다 뒤쳐졌다는 초조함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그렇더라도 내가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우지 못하겠다. 요 며칠은 참 지독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