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메타나 2

DVD를 보다가, 삶에 대한 반성(?)을 하다

여전히 유럽 이야기를 한다는 게 우습지만, 그 인상은 마치 낙인과도 같아서 자자형(刺字刑)마냥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바람이 든 것처럼 보이겠지만, 돌아온 지 스무날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유럽을 부르짖는 것은 그만큼 나도 알게 모르게 얻어 온 것이 많다는 반증이리라. (어째 점점 글쓰기 스타일이 허세근석일세.) 유럽에서 건져온 그 '수많은 것들' 중에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내놓은 음반과 1983년 새해 기념 콘서트 실황을 녹화한 DVD다. 고전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렇게 앨범을 사가면서 찾아 듣는 이유는 단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나 자신이 악기를 연주하는 '허세'를 부려보고 싶어서일 거다. 정신과 육체가..

8월 4일, 체코 프라하 - 날씨가 너무 좋다

프라하에서의 이틀째, 시내구경을 마친 나는 프라하성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민박집에서 만난 세 명의 동갑내기, 한 분의 띠동갑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길지는 않은 여정이었지만, 동갑내기를 만나본 기억이 아직 없어서 무척 반가웠다. 하늘이 꾸물거리더니, 이내 비가 쏟아졌다. 워낙 날씨 변덕이 심한 유럽인 만큼,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으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역시나 밥을 먹고 나오니 이미 비는 그쳐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그렇잖아도 푸른 프라하의 하늘은 더 푸르렀다. 맑은 하늘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을 해도 다 웃어줄 만큼. '프라하의 연인'이 괜한 발상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의 구시가지를 거닐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체코로 진격해오자 체코는 성문을 열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