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들어 깊게 생각하게 하는 주제가 있다. 악에 저항한다고 해서 모두 선이 되는가? 단순히 '선'으로 지칭되는 (혹은 여겨지는) 것의 성분규정 없이, 단순히 악에 저항한다고 하여 선으로 규정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것. 그리고 결론적으로 선에 가깝다고 하여 과정에서 비치는 '악'이 무시되거나, 혹은 '선'이 된다는 이유로 약간의 '악'이 용인되는 현실이 과연 맞느냐는 것. 그것이다.
이 생각을 시작하게 된 까닭은 다음의 두 가지 사례 때문이다. 하나는 2008년의 촛불 정국에서 꽤 재밌는 활동을 해왔던 '진실을 알리는 시민'이란 단체가 한명숙 관련한 보도의 논조를 두고 '한겨레'의 배포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사용자들이 트위터에서 벌인 블락 운동과 관련한 일이다.
위 두 사례가 과연 '상식적으로' 옳은지 차근차근히 따져보자. 첫번째의 진알시 사례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창립 정신 자체를 부정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의 마수에 사로잡혀 곡학아세하는 신문들이 아닌, 어려움 속에서도 정론직필하는 신문들을 키워주자고 모인게 '진알시' 아니었나? 삼성을 비롯한 특정 세력이 말 안 듣는 신문들에게 광고를 주지 않는 식으로 길들이는 것을 더 이상 목도하지 않기 위해, 일종의 '민족 자본'의 개념으로 신문을 팔아주자고 모인게 '진알시' 아니었나? 그런데, 배포권(자본)을 볼모삼아 단순히 자신들의 성향에 맞지 않은 기사를 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목줄을 죄겠다는 게 대체 그들과 뭐가 다른걸까?
두번째로 언팔로/블록 운동. 트위터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어떤 사람이 다수에게 고깝게 들릴 만한 이야기 - 특정 인물에 대한 다른 생각 내지는 '좋지 않은 이야기' - 를 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집단 블락을 당해 트위터에서 아예 계정이 폐쇄된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자발적인 블록이었다기보다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캠페인 형식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단순히 "저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유시민 전 의원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으니 블록하자"는 글들이 타임라인을 장식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가지의 사례 모두에서 주체가 되었던 사람들 - 가해냐 피해냐는 명확치 않으므로 이렇게 지칭하자 - 의 반응이 한결같이 몸에 폭탄을 감은 테러리스트들의 얼굴에서 보이는 그것과 같았다는 점이다. 그들이 모인 공간에서 오고가는 담론들은 모두 자신들의 행동을 '민주주의의 진보를 위한 성전'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행위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집단 린치"였는데 말이다.
이런 린치를 자행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뿌듯해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방식이 어찌되었건 나는 절대악에 저항하고 있으니 옳다는 자신감.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막달라 마리아가 부정하다는 이유로 소위 '깨끗한 사람들'로부터 돌을 맞을 때에 인류의 큰 스승인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했다.
"죄 없는 자, 모두 돌로 쳐라."
당신은 지금 당신 손에 든 그 돌을 스스럼없이 던질 수 있나? 그럴 수 없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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