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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할 거야?

클라시커 2011. 11. 24. 23:57
사실 뭐 하면서 먹고 살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졸업한, 그리고 졸업할 동갑내기들은 물론이고 아직 졸업이 먼 후배님들도 뭐 할지 나름 답을 내려서 앞으로 착착 나아가는 모양새인데 나는 뭐 그냥 지금 학교 다니는 것도 버거울 뿐이고 그렇다.

지금 누리고 싶은 최대의 가치는 '재미'다. 아직까지 말없이 사람들 지켜보는 거(!)랑 돌아다니는 거 외에는 재미있는게 없는 실정이다. 오늘 누구 이야기 들어보니, '인턴 활동도 재밌었어요.'라고 하던데 오늘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며 도서관도 때려친 내가 직장생활을 즐길 리는 사실 좀 만무하고.

여행 좋아하고, 글쓰는 것도 싫어하진 않으니 '여행 작가'가 되세요, 라고 누가 말한다면... 사실 취미가 생업이 되기가 어려운게 취미가 생업이 되면 일단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게 인간이 정말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다들 그냥 그렇게 산다. 재미는 없으면 아쉽지만, 돈은 없으면 힘들거든.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들 산다.

사실 내가 꿈꾸는 삶은, (몇 번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능력있는 와이프 만나서 와이프가 일하고 나는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애들 보고, 그러다가 시간 나면 글 좀 깨작깨작 써서 원고료 좀 챙겨서 비자금 만들고 그거 모아서 와이프님이나 애들 선물 사고. 뭐 이런 소소한 낙인데, 일단 남한에서 결혼은 계급동맹의 수단이 이미 되어버렸기 때문에 나를 먹여살릴 만한 와이프님이 이렇게 놀 궁리만 하는 나랑 결혼해 주실 리가 없으니 저 계획은 폐기해야 된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차선책으로, 부의 집중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아리따운 외동딸과 결혼하는 게 있는데 이런건 좀 슬프니까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런 생각 안 해 본 것처럼 굴어야 할 것이고.

그래서 현실적으로 지향하는 바, 그러니까 몸이 좀 힘들어도 그나마 하고 싶은 거는 그냥 '남한에서 안 사는 일'이다. 여유가 생기면 좀 정신이 편한 데서 살고 싶다. 이제까지 내 몸 건사하느라 제대로 마음 가는대로 못하고 살았는데, 다시 내 전철을 밟을 아해들 뒷바라지 하느라 남은 여생을 버리고 싶진 않다. 애들도 편하고, 나도 편하려면 방법은 남한 바깥으로 가는 수 밖에. 여기선 계속 살아남기 위해 길고 험한 싸움을 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