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홍세화 선생이 그토록 우려하던 '존재를 배반한 의식'들은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자신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어떤 사람을 자신들의 대표로서 내세운 것이다. 그가 내건 공약은 달랑 '경제 살리기' 하나였고, 대체 그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지만 그는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지난 정권 동안 경제가 파탄났다는 주요 언론들의 보도와 그것을 적극 이용했던 어떤 공당의 합작품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때 그 주요언론들이 지금 이야기하는 '선동질'과 '배후'란 과거의 그들 모습 그 자신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이 요새 그렇게 이야기하는 '팩트'의 관점에서 보아도 지난 10년간 한국경제의 표면적인 성장률은 매우 양호했기 때문이었다. 혹자는 동일 기간 동안 중국과 인도가 10% 이상 성장했으나, 우리나라는 5% 가량 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며 노무현 정권을 '무능한 정권'이라 규정하는데 나는 그에게 '당신이야 말로 무능하다'라고 하고 싶다. 애들은 한창 클 때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자라지만,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그 속도가 더디다. 이제 막 성장판이 열린 중국과 이미 그 시기를 지난 한국을 단순비교하는건 초등학생들도 웃을만한 일이다.)
당연히 그는 그를 뽑아준 '존재를 배반한 의식'들을 배반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평소 그의 언행과 인품, 사상 등 여러모로 따져보았을때 그는 지금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행하게도 아주 지극히 정상이다. 그의 지지자들이 철썩같이 민 '청계천'이라는 것도 결국엔 그 특유의 오만함과 방자함(어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과단성'과 '추진력'이라고도 번역한다.)이 빚어낸 결과였다. 청계천 풍물시장의 상인들을 일일히 찾아다니며 설득했다는 점을 내세워 그가 얼마나 '민주적'이고 더 나아가서는 '서민친화적'인지를 강조했지만, 희한하게도 당시부터 정식점포를 가지고 있지 못한 노점상들은 풍물시장이 임시로 옮겨졌다가 오세훈 시장의 집권 이후 도심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헐리게 된 동대문운동장 주변에서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사실 이명박에겐 그가 목표로 하는 대상의 주류들만이 고려의 대상이었다. 강부자-고소영 내각을 기억하라. 그에게 있어, 당시의 목표는 자신의 정치철학에 걸맞은 사람들을 주변인물들로 삼는 것이었고 때문에 '존재를 배반한 의식'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 어떤 사람은 이를 가리켜 '국민감정'이라 번역하기도 한다 - 사람들을 골랐다. 항의하는 '존재를 배반한 의식'들에게 '돈 많은 건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능력있는거다.'라고 말하며 대못을 박아가면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종용한 일은 또 어떠한가? 법에서 정한 임기라는게 있는 상황에서 그는 단지 제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기용하기 위해 법 따윈 깡그리 무시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주변 인물의 기용이지, 법 따위가 아니니까.
그런데 요새는 이 '존재를 배반한 의식'들의 낌새가 이상하다. 한 두번 차이더니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탄핵을 부르짖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상한 일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을 배반한 그'에 대해 80%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여주었었다.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변할 수도 있는 노릇이라니. 사실 그때에 그들이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에 대해 한 번이라도 더 관심을 보이고, 이명박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았다면 그렇게 미친듯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을 거다. 북한사람들이 '김정일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는 당신들의 말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당신들이 세뇌당했다고 여기는 북한 사람들과 당신들은 매우 동일한 위치에 서 있다는 거다.
나는 그때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었다. '이번에 한 번 당해봐'라고. 불행하게도 이성적 사고가 불가능하면, 육체적 고통을 통해서만 경험을 획득할 수 있다. 소고기? 이제 그것은 이명박 라운드의 시작일 뿐이다. 모든 것은 '존재를 배반한 의식', 당신들을 향해 그 칼끝을 겨눌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 번 그 고통을 만끽해보라. 생각없는 행동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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