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4

뚜껑은 열렸나

뚜껑이 열렸다. 3분의 2를 얻지 못하는 수. 사람들은 '그러니까 진즉 당원총투표로 해야 하지 않았냐'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그런 말들은 그냥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일 뿐. 다른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안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든 도출된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점에는 그런 믿음조차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미 대세는 통합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힘을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실행할 때에, 여러 모로 통합을 하는 것이 정의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대의원들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

쿨하지 못해 미안해!

나는 어제 '그대, 잘 가라'란 제목의 글을 써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오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특히 이 글을 읽고나니 내가 너무 졸렬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도 신경쓰지 않지만) 나름의 사과문 겸 반성문을 쓸까 한다. 나는 왜 협상안에 분노하는가. 생각하고 보니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아마도 민노당에 대한 일종의 '습관적 분노'가 아닐까 싶긴 하다. 물론 변명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신당에서 당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벽'을 여기서도 또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벽'에 대해 구차하게 부연하자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당의 지도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촛불집회 때도 쏟아지는 제안들을 소화하지 못했고, 이후의 국면에서도 적극적인 당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

진보 정치판 '보스 정치/계보 정치'와 진보의 쇄신

지금까지 진보(좌파) 정당에서 좀 한 자리 한다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당 바깥에서 얻은 권력을 그대로 정당 내부까지 들여온 케이스인데, 이런 상황이 매우 협소한 운신의 폭을 낳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심상정이나 노회찬의 경우에는, 현재 마치 '진보(좌파)정치진영의 파수꾼'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들의 제도권 정치경력은 겨우 4년이다. DJ나 YS, JP는 물론이고 현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이 기본적으로 재선 이상인 것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매우 일천한 경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천한 경력에 비해, 그들이 갖는 이 바닥에서의 영향력(이나 위상)이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도할 자리에 있지 않음에도, 이들은 끝없이 자신의..

진보신당, 무엇을 위해 분당했나?

▲ 제4차 전국위원회 회의 (사진=레디앙 정상근 기자) 10월의 마지막 날, 유례없이 불쾌한 소식을 들었다. 31일에 열렸던 제4차 전국위원회에서 노동위원회의 설치를 두고 전국위원 간, 전국위원과 대표단 간 갈등이 빚어졌던 것이다. 레디앙의 보도에 의하면 몇몇 전국의원들은 분을 이기지 못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전해진다. (당시 상황을 생중계한 칼라TV는 나중에 이 부분을 편집하고 업로드하였다.) 물론 ‘당연히’ 갈등이 빚어졌다는 게 불쾌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대하신 인민의 영도자가 내리는 지휘 하에 운영되는 정당 – 이런 정당이 비단 북조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그 아래의 가신들이 나서 큰 소리로 복창하는 대한민국의 정당도 있다 - 도 아니니, 생각이 다른 데에서 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