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차 전국위원회 회의 (사진=레디앙 정상근 기자)

  10월의 마지막 날, 유례없이 불쾌한 소식을 들었다. 31일에 열렸던 제4차 전국위원회[각주:1]에서 노동위원회의 설치를 두고 전국위원 간, 전국위원과 대표단 간 갈등이 빚어졌던 것이다. 레디앙의 보도에 의하면 몇몇 전국의원들은 분을 이기지 못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전해진다. (당시 상황을 생중계한 칼라TV는 나중에 이 부분을 편집하고 업로드하였다.) 물론 ‘당연히’ 갈등이 빚어졌다는 게 불쾌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대하신 인민의 영도자가 내리는 지휘 하에 운영되는 정당 – 이런 정당이 비단 북조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그 아래의 가신들이 나서 큰 소리로 복창하는 대한민국의 정당도 있다 - 도 아니니, 생각이 다른 데에서 오는 충돌이 있다는 것은 무척 당연한 일이니까. 다만 이 과정에서 보인 두 가지의 모습이 무척이나 답답해 이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견하지 않을 수 없어 몇 마디만 적어보려 한다.


질문1 민주노총이 없으면 당의 노동사업이 이뤄지지 않는가? 과연? 정말?

  대표단, 정확히는 노회찬 대표와 노동계로 분류되는 전국위원들이 대립한 것은 노회찬 대표가 추천한 노동위원장 후보의 ‘커넥션’ 문제 때문이었다. 노동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노동계 인사들이 “노동위원회 사업의 주 대상이 되는 민주노총과 연결 고리가 약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말하며, 노 대표가 추천한 노동위원장 후보에 비토를 놓았던 것이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아니, 도대체 국내에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 수가 얼마나 되길래 민주노총에 기대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노동관련 사업이 되지 않는단 말인가? 통계청의 통계[각주:2]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노동조합 조직률은 10.5% 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 조직률이란,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 수를 조직대상이 되는 근로자수로 나누어 거기에 100을 곱한 값이다. 조직대상노동자(근로자)는 상용, 임시, 일용을 모두 포함한 임금근로자에서 노조가입이 금지된 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 공무원을 제외한 전체 노동자 중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의 수가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나마도 노조를 결성한 10%의 대부분은 상용노동자들이다. 계약에 매여있거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임시, 일용 노동자에게 노동조합 따위는 허락되지 않는 게 현실이니까.

  그렇다면 현재 구성된 노조들이 이들에 대해서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는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많은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의 사례를 떠올려 볼 때, 나는 감히 ‘그럴 리가 없다’고 답할 수 있다. 현대차 정규직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내 노조가 비정규직을 배척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에는 노조위원장이 나서 사측과 하청노동자의 파견을 묵인하는 합의를 한 바 있고, 2008년에는 사내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동자연대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가 ‘세 번째로’ 실패했다. 비단 현대차 뿐만 아니다. 2008년에 기륭전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을때 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목소리를 내야 했던 민주노총은 의외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기륭전자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금속노조 산하 지부 사업장이다.) 당시 시민사회단체가 기륭투쟁에 연대하면서 만든 기륭공대위는, 노동문제에 있어 배척점에 서 있다고 할 한나라당의 홍준표 당시 원내대표까지 면담하였으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만나지 못했다. 바쁘다는 이유에서였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비겁함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의 한 축이 되기도 했었다. 진보신당 창당의 주역들이 과거 NL출신이 많은 민주노동당 내 다수파와 민주노총이 진짜 노동자·서민의 삶에는 무기력한 채, 자신들의 주특기인 정규직 중심의 파업과 친북적 정치투쟁에 매몰되었다는 점을 비판하며 민주노동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진보신당은 당원가입 시 일정금액 이상의 ‘비정규직 연대 특별기금’을 내달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당내 노동계 전국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창당 정신까지 훼손해가면서, 그리고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여전히 고통받는 다수 노동자에게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민주노총만 바라보고 노동사업을 벌이는 게 과연 상식적으로 합당한 일인지를.


질문2 여보, 당 지도부에게 귀이개 하나 사드려야겠어요

  이번 갈등에서 노정된 또다른 문제는 당 지도부의 ‘불통’ 문제였다. 사실 저 갈등에 불을 붙인 것은 인선 문제보다는 안건 삭제 문제였다. 노회찬 대표가 현재는 노동위원회가 자립할 근간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전국위원회 직전 대표단 회의를 통해 노동위원회 설치 인준안을 삭제해 버렸던 것이다.

  이는 얼마나 당 지도부가 일반 평당원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우선 안건에 문제가 있었다면 전국위원회 안건에 대한 공고가 올라오기 전에 안건을 올린 측과 협의하는 게 당연한 순서였다. 그런데 노 대표는 전국위원회 일주일 전에 이미 기 공고된 안건을 회의 직전 삭제하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다. 노회찬 대표의 이 행위는 대의기구와 그들에게 의사표현권을 일임한 당원들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대표로써 주어진 권한의 범위를 넘는 행위로 여겨진다. 또한 현재의 지도부가 당 내 정치에 있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확인해 준 꼴이 되었다.

  하기사 진보신당에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창당 이래, 총선과 촛불집회를 거치며 많은 시민들이 입당했지만 곧바로 탈당하거나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당 게시판을 보면, 창당 초의 그 활발했던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일반 평당원들이 주가 되어 사업을 제안하거나 실행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당이 후져서’다. 아무리 번뜩이고 재기 발랄한 제안을 해도 중앙당은 듣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라거나 인력이 부족해서 그 사업을 할 수 없다고만 말했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답변을 들은 사람들은 그나마 피드백이라도 건진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중앙당에 의해 도용당하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다. 이런, 어쩜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나.

  좌파정당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일반 평당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문화가 후진 이유는 꼭 정치인들이 후져서가 아니라, 대의기관이 다수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 진보신당은 그런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을까. 분당 사태의 뇌관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다수의 힘에 의해 당의 진로가 좌지우지되던 패권주의적 행패에 있었다. 그때 약한 자의 처지에서 다수의 횡포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다수 당원이 바라지 않는 일을 지도부가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던 의로운 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마지막 질문. 무엇이 당신들을 탈당하게 했나?

  항상 어떤 조직을 박차고 나오는 사람들에게는 그 이전 조직보다 더 엄격한 사회적 잣대가 들이대지기 마련이다.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 보인 하향식 패권주의적 정치 –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비정규직 문제도 포함된다 – 에 맞서 탈당한 사람들과 그에 동조해 가입한 시민들로 이루어진 당이다. 그러나 창당 2주년이 가까워 오는 이 때, 시민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현에 보냈던 그 성원에 충족할만한 결과물을 진보신당이 내놓고 있는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CI 결정이니 홈페이지 개편이니 부산하지만, 나는 지금은 외모에나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 창당 초로 돌아가서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좌파-진보진영의 분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는가에 관해 고민해봐야 한다. 내실을 키워서, 다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더라’는 시민들의 지적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1. 전국위원회는 진보신당의 일상적인 의결기관으로서 당규의 제정과 개정, 주요정책 및 당 방침의 수립, 사무총장 및 정책위의장, 부문·과제별위원회 설치 및 위원장 인준, 당헌, 당규의 해석 권한 등을 갖고 있다. [본문으로]
  2. 궁금한 사람은 '통계청의 통계' 부분을 눌러보시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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