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통합 4

'진보결집'에 관하여

내가 속해 있는 정당은 표면상으로 벌써 3번이나 모습을 바꾸었다. 최근에는 이 당이 다시 모습을 바꾸겠다고 한다. 애초부터 빅텐트론이나 대중정당론 따위에 입각한 통합론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10년의 세월 동안 전선에 서 있기보다는 뒤에서 훈수나 둔 주제에 그동안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고생해 온 사람들이 좀 편해보자는 것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마 이게 일단은, 합당 논의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훈수가 될 듯. 사실 합당의 범위나 그 정치적 의미에 앞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욕심을 좀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국과 같이 보수편향적인 사회에서 진보(좌파)정당이 가져가야 할 의제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한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 전선이 우리의 '깜..

일상記/2015 2015.06.21

뚜껑은 열렸나

뚜껑이 열렸다. 3분의 2를 얻지 못하는 수. 사람들은 '그러니까 진즉 당원총투표로 해야 하지 않았냐'라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오는 그런 말들은 그냥 죽은 자식의 불알을 만지는 일 뿐. 다른 방법이 있는데 하지 않아 아쉽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름지기 사안을 두고 다투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든 도출된 결론에 수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시점에는 그런 믿음조차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미 대세는 통합으로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를 '힘을 얻는 것'이라 정의하고 실행할 때에, 여러 모로 통합을 하는 것이 정의한 '정치'를 실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대의원들 역시 그런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

그대, 잘 가라

이도저도 아닌 회색분자의 입장이라, 입을 여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 합의문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그래도 우리당의 입장을 잘 반영한 합의문 아니냐'는 반응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친다면야 어떤 협상인들 다 성공적인 협상이 아닌게 있으랴. 이 분들은 합의문 중 대표적으로,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부분을 들어 '북 정권 비판 가능'이란 신당의 지상과제가 해결되었다고 외치고 싶은 모양이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앞의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가 아니겠는가. 이 문구를 조금 윤색해 말해본다면,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나..

진보통합시민회의는 '자본주의의 폐해 극복'을 거부했다

지난한 공방 끝에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지도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3차 합의문이 나왔다.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탓하고,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 3차 합의문을 두고 내홍이 일었다 하기에 무슨 내용인가 하고 읽었더니 채워진 이야기들은 모두 예전에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들.사실 신당에 몸담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 이야기들 모두가 신당 강령에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한다. (아아, 사회당 당원여러분 부디 절 때리지 말아주셔요.) 다만 눈에 띄었던 것은, 으레 이 사람들이 모이면 말하기 마련인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어쩌고'란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정상근닷컴레디앙에 나온 기사에서 이 이유가 잠깐 드러났는데, 연석회의 참여 부문인 진보통합시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