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여전히 유럽 이야기를 한다는 게 우습지만, 그 인상은 마치 낙인과도 같아서 자자형(刺字刑)[각주:1]마냥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바람이 든 것처럼 보이겠지만, 돌아온 지 스무날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유럽을 부르짖는 것은 그만큼 나도 알게 모르게 얻어 온 것이 많다는 반증이리라. (어째 점점 글쓰기 스타일이 허세근석일세.)

  유럽에서 건져온 그 '수많은 것들' 중에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내놓은 음반과 1983년 새해 기념 콘서트 실황을 녹화한 DVD다. 고전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렇게 앨범을 사가면서 찾아 듣는 이유는 단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나 자신이 악기를 연주하는 '허세'를 부려보고 싶어서일 거다. 정신과 육체가 해리된 정도가 심한 탓에, 정신의 발전속도만큼 육체가 따라가지 못해 - 쉽게 말해, 게으르다는 이야기다 - 나는 한 번도 상상했던 어떤 것을 실현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내가 지금 이렇게 방황을 하는 까닭도 거기에서 연유하는 것일 것이다. 스물두 해를 살면서 점점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조바심이 난다. 인생선배들이 보면 웃을 일이지만, 나는 진지하다. 가장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길거리에서 연인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인데 솔직히 말해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없다. 이전에는 단순히 못난 외모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 그렇다, 나는 외모 컴플렉스가 있다 -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의지도 용기도 없었던 것이 주요인인 것 같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참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지금도 이렇게 '내 이야기'를 주절거리고는 있지만,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늘 언제나 '적정선'이 있다. 내 이야기를 하다가 사회문제로 치환해서, 마치 이것이 애초부터 내 속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자기의 이야기를 끌어넣은 것마냥 눈속임을 해대는 것이다.

  더 불행한 것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이야기를 할 만한 친구들도 없다는 거였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실상 온 힘을 다해 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들도 그것을 느꼈기에 아마도 나와 그들의 유대는 친한 것처럼 보이는 유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요새 고민하는 것은, 내가 그리 능동적이지 않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말 잘하고, 나서기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해다. 나는 받아치는 말은 잘 하지만, 대화를 이끌지는 못한다. 나와 끝없는 이야기가 하고 싶다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반드시 화제제시를 해야 한다. 나는 그의 스매싱을 늘 받아칠 뿐, 정작 내 서브로 경기를 끝맺는 경우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산적한 문제들 앞에서 나는 단지 그냥 바라보고 서 있을 뿐이다. 변화의 속도는 생각보다 행동이 빠르다고 했던가. 한 번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면, 차근차근이라도 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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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언제나 봐도 카라얀 옹의 카리스마는 늘 쩐다. 청장년 기의 카라얀에게서는 맹수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면, 노년의 카라얀에게는 마법사와도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할까. 말하지 않고도 상대의 눈만 보고 모든 것을 다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마법사. 개인적으로 카라얀 지휘-베를린 필 연주의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중 블타바를 더 사랑한다. 블타바 강에 서서 그 멜로디를 떠올렸을 때, 나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 했었지.

  1. 물론 자자형은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 죄인의 이마에 바늘로 글자를 새긴 후, 그 위를 먹물로 칠하는 일종의 '문신형'이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베를린을 가면 꼭 끼워서 가기 마련이라는 포츠담을 방문했다. 포츠담, 왠지 친숙한 이름이라면 그것은 ‘포츠담 선언’이라는 용어 때문일 것이다. 역사상 한국이란 나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딱 세 번 있다. 첫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제2차 세계대전 후 조선의 처리 문제, 두번째는 한국전쟁 당시의 UN군 파견 문제, 세번째는 반기문 씨의 UN 사무총장 취임 문제다. (글쎄,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지 선정 문제까지 합치면 5번은 될지도.)


  어쨌거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연합군 수뇌 간 세 번의 회의가 열린다. 카이로 회담,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이것인데 포츠담 회담이 앞서의 두 회담에 비해 의의가 깊은 이유는 이탈리아와 독일이 차례로 패망한 후, 마지막 남은 일본에게 항복권고를 함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는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주도로 미국 대통령 트루먼,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 중국 총통 장 제스가 일제에 대해 즉각 항복권고를 하는 한편, 전후 일본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이 이 회담의 내용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 영토에 대한 이들 연합국 쪽의 정의인데, 이들은 제8항에서 '일본의 영토는 홋카이도, 규슈, 혼슈, 시코쿠와 연합국이 결정하는 작은 섬에 국한될 것이다'라 명시함으로서 카이로선언에서 규정된 한국의 독립을 재확인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선언을 거부하였으며, 이를 이유로 미국은 당시 실험중이던 원자탄을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하였다. 이 다음은 우리가 아는 그런 스토리.


  이렇게 우리에게는 꽤 중요한 의미가 숨어 있는 곳이지만, 우리나라의 관광객들은 이보다는 ‘상수시 궁전’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신다. 물론 그것은 관광객들의 자유의지라기 보다는, 소위 ‘잘 팔리는’ 여행가이드북들이 조장한 결과다. 여행이 끝날 때 즈음에, 현지에 나왔을때 느끼는 이 ‘잘 팔리는 책들의 쓰잘데기 없음’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시발시발 거리는건 잠시 키핑해 두자.


  포츠담 중앙역에 내리면 정원 건너편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업체가 있다. 한 대를 빌리는데 11유로다. 포츠담의 관광지들이 B+W(버스, 걷기)를 사용해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음을 감안하면 결코 싸지 않은 대여료지만,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잇점을 고려하면 자전거는 꽤 매력있는 교통수단이 분명하다.


  첫번째 들른 곳은 상수시 궁전.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여름의 상수시와 겨울의 상수시를 비교한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았는데, 겨울의 상수시는 정말 황량하기 이를데 없다고 한다. 정문에서 관광객을 맞는 분수는 작동하지도 않을 뿐더러, 꽃과 나무들은 모두 겨울채비를 했다고 하니 분명히 여름에 맞는 이 기분과는 정말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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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고 상수시 공원을 한 바퀴 달리다 보면, 정말 얼마나 이 나라가 자전거를 배려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지간한 곳은 모두 자전거가 달릴 수 있도록 해놓았고,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는 반드시 자전거 주차대가 설치되어 있다. 비단 상수시 공원 뿐만 아니다. 뮌헨이나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도 마찬가지여서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분명히 구분되고, 자전거만을 위한 횡단보도도 존재한다. 게다가 어지간한 지하철과 시내를 달리는 기차 모두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간혹 인도가 좁아 자전거가 달릴 수 없을 때는 차도를 이용하게 하는데, 자동차 운전자들의 자전거에 대한 배려심이 얼마나 높은지 자전거와 자동차의 진행방향이 엇갈리게 될 구간에서는 전방 몇십미터 앞에서부터 서행을 함으로서 자전거가 우선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버스 기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자전거보다 더 큰 오토바이를 탄 사람에게도 버스가 위협을 가하고는 한다는데, 한국의 사례와 독일의 사례를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선진적’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 ‘선진화’란 말에 꺼뻑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저 잘 먹고 잘 사는게 선진국이 아니다. 그럼 때되면 밥 나오고, 생활환경 쾌적한 우리 속 짐승들이 선진적이라는 건데, 솔직히 그건 아니잖나. 시민 대다수가 이제는 좀 '이밥에 괴기국 먹는 게' 킹왕짱이었던 시대의 선진화 개념을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공원을 한참 달리다보니, 어언 체칠리엔호프 궁. 노이어 가르텐 안에 있는 이 궁은 45년에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머물렀으며, 포츠담 선언을 한 곳이다. 궁 내부에는 당시의 사진을 크게 인화해 전시해놓고 있다고는 하는데,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체칠리엔호프 궁의 뒷편은 영국 스타일로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데, 처칠이 여기에 머물던 그 때에도 이 곳은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문득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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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프랑크푸르트로 가야하는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얼추 이 정도로 포츠담 유람은 정리하고 베를린으로 향했다. 집에다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베를린 초역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노래가 들린다. 쳐다보니 베를린의 번화가 한 복판에 왠 힌두교인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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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같으면 일렬로 서서 폴리스라인을 만들었을 법도 한데, 얘넨 그냥 딸랑 경찰차 몇 대와 저 경찰 몇 명으로 행진을 인솔하고 있었다. 반면에 중앙역으로 가는 길에는 맥주를 손에 든 한 떼의 네오나치들을 봤는데, 그들 옆에는 우리나라 전의경들처럼 완벽하게 진압도구로 무장한 경찰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종교 행진과 네오 나치들에 대한 독일 경찰의 대응이 사뭇 다른 점이 흥미롭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인정할 수 없는 것에는 불관용을 펴겠다는 걸까. 힌두교인들이 행진한 거리가 우리나라의 명동에 비견될 수 있을 만큼 큰 도심지였음을 감안하면 ‘신속하게, 그러나 평화롭게’ 행진을 제어하던 경찰과 그 뒤를 묵묵히 따라주던 운전자들이 참 멋지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게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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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길에 중앙역에서 시간이 좀 남아 들린 버진에서 구입한 도이체 그라모폰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골드' 앨범. 20유로나 주고 지른게 되어버렸지만, ICE를 타고 달리는 지금 듣는 카라얀의 섬세하면서도 박력있는 지휘를 듣노라니 20유로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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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pa 2008.08.10 08:07

    포츠담, 한국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열강들이 모여 수근대던 곳,
    역사의 장소를 방문한 님은 무엇을 느꼈을까?
    꽃의 정원이 매혹적이다.

  2. dabar 2008.08.10 10:46

    역시 아들은 멋쟁이....

    정원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3. 겸댕이 2008.08.11 04:02

    근데 난 그 잘 나가는 가이드북 없인 아무 것도 못했다규^^^^^^^^^^............ 시발

    상수시궁전 볼만하네. 베르사유보다 낫고만 뭐. 비와서 최악이었음 ㅜㅜ
    어쨌든 그래도 난 이밥에 괴기국 킹왕짱♡ - 대유법 말고 진짜 이밥에 고기국에 한함.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은 베를린 장벽을 키워드로 베를린을 뒤져보기로 했다. 해서 첫번째 코스는 당연히 장벽이 남아있는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웜뱃이 위치한 로자 룩셈부르크 거리에서 트램으로 20분쯤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상당수의 볼거리들이 구 동독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에, 현재 대다수의 숙소들이 구 동독 쪽에 있다고 한다. 웜뱃 역시 마찬가지.

  누군가 평양에 간 소감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을 물었을 때, 대로변에 위치한 집단주택이었다고 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집 > 아파트 단지 > 대로의 과정을 거치는 남한과 달리, 집 > 대로로 직행하는 북한의 가옥구조는, 개인을 사회에 편입시키려는 권력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읽었을 때에는 꽤 맞는 해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럽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든 집단가옥의 경우에 정문이 대로와 맞닿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 우리가 단지를 대로와 집을 구분짓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들은 집 > 골목 > 대로의 구성을 취하고 있는 거다. '단지'라는 구분 단위는 아마도 한국만의 특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기사 물론 골목과 대로는 꽤 차이가 난다. 아마도 그 글의 글쓴이 역시, 골목과 대로를 구분지어 생각했을 것이다.

  구 서베를린 지역과 달리 구 동베를린 지역의 건물들은 모두 거대한 장방형 콘트리트 구조물들로 되어있다. 그것은 아마도 권력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공산주의가 추구했던 효율적인 공간이용을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둘은 꽤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이질적이다. 만수궁이나 김일성 대학같은 건물들은 거대하지만, 그다지 효율적일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가옥들은 인민의 균등한 삶을 위해 동일한 건축자재를 통해 동일한 크기의 창문과 동일한 크기의 대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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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램에서 내려 조금 걷다보니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라 적힌 장벽의 흔적이 보인다. 나는 다른 쪽에서 왔지만, 베를린 동역 방향에서 봐도 괜찮다. 시작부분은 꽤 오래된 작품들이고, 베를린 동역 쪽에 있는 장벽은 2006년에 새로 그린 것들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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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이 끼치는지. 이 키스를 가리켜 '형제키스'라고 한다. 이른바 사회주의적 동지애를 표현하는 극렬한 방식 중 하나인데, 동독 건설 30주년을 맞아 동독을 방문한 소련의 서기장 브레즈네프와 당시 동독의 수상이었던 호네커가 나누는 찐한 형제키스를 풍자해놓은 것이다. 물론 사회주의권에서 이 형제키스는 일반적인 것이지만, 호네커의 이 키스는 유독 찐하다고 하다. 호네커의 재임 당시 동독을 방문했던 사회주의권 인사들이 모두 이 키스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 키스에 대해 폴란드의 독재자였던 야루젤스키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와의 키스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어쨌거나, 호네커란 이름을 들을 때마다 나는 영화 <타인의 삶>을 생각한다. 호네커에 대한 신랄한 풍자성 농담을 건네다 우편국 직원으로 격하되는 그 귀여운 정보부 직원이 기억나서다. 베를린을 다니면서 영화 속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했지만, 베를린 사람들도 그런 기억을 가지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구 동독 지역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슈타지의 행각을 모아놓은 슈타지 박물관을 가볼걸 그랬나보다. 어쨌거나 정말 여운이 남는 마지막 장면.


'nein, das ist fuer mich' (아니요, 이건 저를 위한 거에요.)


  비즐러를 연기했던 배우 울리쉬 뮤흐는 작년에 위암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이제나마 알았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표하며, 동시에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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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끝이 찡한 것은 내가 민족주의자이기 때문일까. 전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분단국가에 사는 원주민인 나는, 어찌되었건 통일이 된 나라의 '자랑스러운 상처'를 보고 부러웠다. 우리도 언젠가 휴전선 철책을 전세계인들에게 관광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을거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체크 포인트 찰리'. 베를린 장벽이 존재할때 연합군 진영의 검문소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찰리'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C를 말하는 암구호. A는 알파, B는 브라보, C는 찰리, D는 델타... 이런 식으로 알파벳을 말함으로서 무전통신에서 헷갈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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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도 봤지만, 여기에서도 미 군복과 프랑스 군복을 입은 남자 둘이 사진을 찍고 돈을 요구한다. 한편에서는 구 서독, 구 동독, 구 소련의 입국도장을 찍어주고 10유로를 받고 있다. 감회가 남다르다면 찍어도 좋을듯.

  독일의 또다른 아픈 기억, 유태인 학살의 기억을 돌아보려 유태인 박물관에 갔다. 이 곳은 그 상징성 이외에도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한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물로도 유명하다. 이전까지 리베스킨트는 그의 설계가 너무나도 독창적이고 난해해서, 현실화 될 수 없었기에 '페이퍼 아키텍쳐'라는 비웃음을 들었어야 했다. 베를린의 유태인 박물관은 그에게 그 꼬리표를 뗄 수 있도록 한 첫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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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도시, 베를린을 느껴보기 위해 필하모니를 찾았다. 세계 3대 필하모니에 속하는 베를린 필하모니는 전설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존재로 더 유명해졌다. 우연찮게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빈 필 당시의 카라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나 그는 고전음악계의 제임스 딘이었다. 어쩜 그렇게 카리스마 있고 멋진지... 그런 카리스마 때문인지 사람들은 카라얀이 지휘하고 베를린 필이 연주한 베토벤의 교향곡을 최고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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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필이 위치한 거리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슈트라세'. 기가 막힌 네이밍 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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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도 좀 남아 티어가르텐을 걷다가 만난 전승기념탑. 비록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모두에서 진 독일이지만 그렇다고 전승의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기념비는 프러시안 시대에 벌어진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건설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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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Hbf. 2006년 월드컵을 맞아 기존의 초 역을 대체하는 중심역으로 개관하였다. 현대적인 외관과 시설이 꽤 맘에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 Canon EOS 400D DIGITAL | Normal program | Pattern | 1/200sec | F/9.0 | 0.00 EV | 18.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08:08:08 23:24:47



-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완주 후 만난 베를린 동역 내 맥카페. 밀크커피를 시키니 초콜렛 하나와 저렇게 큰 타셰에 하나 가득 따라준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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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겸댕이 2008.08.09 20:32

    헐랭 난 정말 뭘 잘못봐도 한참 잘못 본 것 같고만
    분명 같은 곳을 갔는데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군 ㅜㅜ

  2. dabar 2008.08.09 22:19

    혼자하는 여행이라 더욱 많은 걸 보고 느끼는 것 같다.

    이제 말복을 지나 한여름의 더위도 꺾여야 하는데 아직은 덥다.

    어제 왼종일 자던 희는 오늘은 시차적응이 완전히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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