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3

DVD를 보다가, 삶에 대한 반성(?)을 하다

여전히 유럽 이야기를 한다는 게 우습지만, 그 인상은 마치 낙인과도 같아서 자자형(刺字刑)마냥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바람이 든 것처럼 보이겠지만, 돌아온 지 스무날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유럽을 부르짖는 것은 그만큼 나도 알게 모르게 얻어 온 것이 많다는 반증이리라. (어째 점점 글쓰기 스타일이 허세근석일세.) 유럽에서 건져온 그 '수많은 것들' 중에 애착이 가는 것이 있다면, 카라얀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내놓은 음반과 1983년 새해 기념 콘서트 실황을 녹화한 DVD다. 고전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렇게 앨범을 사가면서 찾아 듣는 이유는 단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은 나 자신이 악기를 연주하는 '허세'를 부려보고 싶어서일 거다. 정신과 육체가..

8월 9일, 독일 포츠담 - 그 해에도 정원은 아름다웠을까

베를린을 가면 꼭 끼워서 가기 마련이라는 포츠담을 방문했다. 포츠담, 왠지 친숙한 이름이라면 그것은 ‘포츠담 선언’이라는 용어 때문일 것이다. 역사상 한국이란 나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딱 세 번 있다. 첫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제2차 세계대전 후 조선의 처리 문제, 두번째는 한국전쟁 당시의 UN군 파견 문제, 세번째는 반기문 씨의 UN 사무총장 취임 문제다. (글쎄,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지 선정 문제까지 합치면 5번은 될지도.) 어쨌거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연합군 수뇌 간 세 번의 회의가 열린다. 카이로 회담,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이것인데 포츠담 회담이 앞서의 두 회담에 비해 의의가 깊은 이유는 이탈리아와 독일이 차례로 패망한 후, 마지막 남은 일본에게 항복권고를 함으로서 제2차 세계..

8월 8일, 독일 베를린 - 나는 통일국가의 분단국가인(人)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은 베를린 장벽을 키워드로 베를린을 뒤져보기로 했다. 해서 첫번째 코스는 당연히 장벽이 남아있는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웜뱃이 위치한 로자 룩셈부르크 거리에서 트램으로 20분쯤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상당수의 볼거리들이 구 동독지역에 몰려있기 때문에, 현재 대다수의 숙소들이 구 동독 쪽에 있다고 한다. 웜뱃 역시 마찬가지. 누군가 평양에 간 소감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을 물었을 때, 대로변에 위치한 집단주택이었다고 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집 > 아파트 단지 > 대로의 과정을 거치는 남한과 달리, 집 > 대로로 직행하는 북한의 가옥구조는, 개인을 사회에 편입시키려는 권력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읽었을 때에는 꽤 맞는 해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