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부터 멋진 돌려막기를 보여주신 각하께서 오늘은 총리로 정운찬 씨를 기용할 것이란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엊저녁부터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의 이름이 물망에 오르더니, 오늘 오전부터는 깜짝카드라도 되는 듯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네요.
각하 나름대로는 꽤 깜짝인사일 법도 합니다. 정운찬 씨는 이제까지 기용되었던 '왕남'들과 달리 그와 지연(경북)으로도 학연(고려대)으로도 조직(서울시)으로도 관련이 없던 사람인데다가 각하의 집권 초반에는 오히려 영어몰입교육 정책이나 대운하 공약, 그리고 재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에 대해서 할 말은 하던 사람이니까요.
아마도 각하와 청와대가 노리는 것은 집권 2년을 맞아 내놓은 '중도 실용'이란 국정지표를 정운찬이라는 중도형 인사를 통해 분식회계를 하겠다는 겔 겁니다. 솔직히 정치인이라면 진저리를 치며 이도 저도 아니라 생각하는 소위 '중립적 국민'들에게 정운찬이라는 인사가 여전히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모호한 색의 인사를 통해 그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집권 기반이나 좀 튼실하게 해보겠다는 건데 실체에 대해서는 관심만 없고 겉멋만 든 사람들이 다수인 이 나라에서는 꽤 먹힐 카드라 생각합니다.
오후에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니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벌써부터 왜 정운찬 씨가 총리제의를 수락했는지 좀 궁금할 따름입니다. 한국이 내로라 하는 경제학계의 석학으로서, 자신이 꿈꾸는 경제구조를 한국 사회에 심어보고 싶어서 일까요? 아니면 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보였던 것처럼 그에게도 나름의 정치적 꿈이 있기 때문일까요? 평소 그를 흠모하던 저로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이길 바랍니다만,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순식간에 '정치 신인'에서 '구태 인물'로 바뀌어버린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를 떠올려보면 후자일 가능성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문국현 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 대선 직후 문국현 대표가 했던 낙선 사례를 잊지 못합니다. 지지자들이 그에게 기대한 것과 다르게 무척이나 기성 정치인스러운 수사들로 점철되어 있었거든요. 그때 '아, 정치란 게 저런 매력이 있어 사람을 돌게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더랩니다.
p.s. 2 그나저나 이번에 물러나시는 승수 형은 어디로 가실까요? 만수 승수 청수 '수 트리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슨 듣보잡 위원회 위원장이라도 맡으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래야 만수처럼 특보로 돌아올 기회를 잡지요.
p.s. 3 이 글을 업로드 하는 순간 트위터발 속보가 들려오는군요. 네, 정운찬 씨가 미끼를 물으셨답니다. 3시 발표 예정이라는데요. 앞으로 그의 행보가 매우 주목되네요. 이명박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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