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4일, 국가의 부름 아닌 부름을 받고 육군훈련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4급이기에, 고작 4주 훈련을 마치면 다시 사회로 돌아올 몸이어서인지 가는 동안, 한편으로는 긴장도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덤덤하기도 하였다.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까스로 한 명의 의원을 건져내어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우리당도 생각해 보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놀라운 불통 스킬을 구사하고 계시는 그 분도 생각해 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재정적 문제에 부딪힌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그 때의 그 생각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고된 훈련을 받던 어느날,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이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늘 피하기보다는 맞수를 둬 강경하게 밀고 나가는 사람이었기에 의외였다. 자신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라 할 수 있었던 탄핵 정국에서도, 자기 상대편들과 적당히 타협하기 보다는 '흥, 해 볼 테면 해 보라지'라며 당당하게 맞섰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기 할 말 다 하던 사람이, 고작 몇 푼 받은 일로 뒷산에서 몸을 던졌단 이야기가 실감나지 않았다. 왜, 대체 왜?

  그래, 고작 몇 푼이라고 해도 배임은 배임이고 뇌물 수수는 뇌물 수수다. 그나마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 반문하던 어떤 이와 그 주변인들과는 달리, 좀 염치가 있던 사람이었기에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에도 끊임없이 고개를 숙이던 사람이었다. 그래, 그 염치가 그렇게 무거운 짐이었나. 대통령까지 해 본 사람이라면 관직수에 있어서는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는데, 고작 그 순간을 '몰염치'하게 넘기지 못하고 염치를 생각했던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죽은 사람이 이상한게 아니라 몰염치를 당연스레 생각하는 이 사회가 우스운 거겠지.

  그에게 '좌파 대통령'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일은 미안한 이야기지만 난 지금도 반대다. 어설픈 좌파인 내 입장에서 보기에 그의 집권 후반기에 그가 벌였던 많은 정책들은 꽤 많은 지적을 받아 마땅한 것들이었다. 좌파적 스탠스에 서 있기 보다는 오히려 시장만능주의에 가까웠으니까. 그래도 그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특별한 점을 찍어보라면, 적어도 지금의 누구처럼 그가 그런 일을 하면서 '이념'을 꺼내지는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그가 그러한 정책들을 자신의 호불호에 맞추어 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참모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당 정책이 자신이 이끌고 갈 정부에 필요하기 때문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의 누군가들은 어떤 일을 하면서 꼭 끊임없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불필요한 언행을 하는 것. 그것은 정책 완수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쓸데없는 논쟁을 낳아 실이 되기도 한다. 전형적인 아마추어리즘이지.

  그에 대한 재평가는 반드시 '단디' 되어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늦게나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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