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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국개론 - 안산 상록을 단일화 실패에 관해

클라시커 2009. 10. 25. 23:30

  제목이 좀 거칠다. 속칭 국개론, 또는 국민개새끼론이 등장한게 아마 이명박 당선 즈음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재산 하나 없는 사람들이 이전 정부의 종부세를 세금 폭탄이라며 비난하고, 상속할 재산도 없는 사람들이 법인세와 상속에 인하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현실이 웃겨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국개론은 2008년 5월부터 타오른 촛불의 물결 속에 사그라드는 듯 했다. 하지만 점퍼 하나 챙겨입고 오뎅 먹으며 돌아다니는 모습과 내용도 하나 없는 '중도서민실용'이란 공허한 외침에 다시 이명박을 지지하고,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정치적 소신 따위는 없이 그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재보선 여론조사 1위를 하는 현실은, 여전히 '국민들이 개새끼'라는 일부의 비아냥이 틀리지는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안산 상록을 단일화 무산에 대해 야3당과 민주당이 서로 네 탓 내 탓을 하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철학없는 후보를 여론조사 1등으로 만들어 준 안산 상록을 유권자들에게 있다. 유권자들은 저 사람이 남은 2년 여의 임기동안 나와 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고작 지하철 노선 하나 지어다가 내 동네 집값만 올려주면 장땡일 뿐이다. '민주주의 따윈 얼마 정도 희생해도 좋다, 그저 내 목구녕에 밥만 쳐 넣어다오'라고 외치며 이명박을 찍었던 금수들의 본색이 다시 보이고 있다. 노무현이 죽었을 때, 김대중이 여생을 다 했을때 안타까워하던 인간들은 다 사라지고 그저 '이밥에 괴기국'이나 외치는 식귀들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노련한 조련사들은 그런 식귀들을 보며 즐거워 한다. 왜냐하면, 그 식귀들이 더 맛난 것을 먹을 수도 있지만 그저 내가 던져주는 먹이에 만족하고 살기 때문이다. 조삼모사에 만족하는 원숭이들이 아침과 저녁 모두 네 개씩 달라는데서 혁명은 시작한다. 뭘 해 볼 생각 따윈 엄두도 못내면서, '역시 좌파는 분열해서 망한다' 따위의 헛소리를 지껄이려거든 얼마전 결혼하신 그 분의 생생한 목소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너나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