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에 아르바이트하러 갔다가 <노르딕 모델 : 북유럽 복지국가의 꿈과 현실>이란 제목의 책을 서가에서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아직 읽기는 전인데 평소에 복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나누고자 간단히 적어본다.
여기에서 '복지'란 단어는 대충 '무상(공짜)'와 같은 의미로 인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 '복지'란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무상의료'니 '무상급식'이니 '무상보육'이니 하는 것들에 공통적으로 '무상'이 들어가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러나 복지가 곧 공짜는 아니다. 복지는 조건없이 제공되는, 시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란 시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현대국가에서 조세는 시민의 의무이며, 이 조세를 통해 시민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정부의 의무이다. 따라서 복지란 시민과 정부가 서로 암묵적인 합의 하에 맺은 쌍무적 계약관계라 인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정책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급진적이거나 진보적인 주장이 아니며, 현대국가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마땅히 요구해야 할 권리(국가에 의한 자유, 사회권)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러므로 복지가 곧 공짜란 인식이나 주장은 그릇된 것이며 때로는 위험하다. '소득이 얼마 이상인 사람들에게 무상급식/무상의료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주장 - 바로 '선별적 복지' - 이 힘을 얻는 것은 그런 인식이나 주장이 낳는 결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복지선진국인 북유럽 3국의 복지는 대상을 차별하지 않는다. 소득분위 1분위의 빈민부터 소득분위 10분위의 부자까지 국가로부터 모두 혜택을 제공받는 것이 원칙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복지는 전 시민의 의무인 조세를 기반으로 한 계약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민 개개인은 소득분위에 따라 계약의 조건이 다르며, 이에 따라 계약의 이행은 당연히 차등적이다. 따라서 빈자는 낸 세금에 비해 많은 혜택을 얻고, 부자는 낸 세금에 비해 작은 혜택을 얻는다. 하지만 분명히 부자든 빈자든, 분명히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용역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거래'다.
따라서 공짜밥이니 공짜의료니 하는 레토릭들은, '정상적인' 보편적 복지 담론을 말하는 정치세력과 시민의 입에서는 등장할 수 없는 언어이며 등장해서도 안되는 언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복지를 말하는 사람들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공짜'란 이미지를 복지에 덧씌운다. 이건 거짓말이며, 오히려 애시당초 장벽이란게 없는 복지의 의미를 협소하게 제한하는 역효과마저 낳고 있다. 이것은 왜 문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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