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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임' 제안서 (작성중)

클라시커 2011. 5. 5. 12:32
살다보면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각종 공과금 결제일이나 등록금 납부일이 겹치면 막막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쉽게 빌려주지 않는다. 은행에 비해 젊은이들에게 문턱이 낮다는 저축은행에 가면 20%가 훌쩍 넘는 이자를 달라고 한다. 저축한 돈이라도 있다면 그걸 깨서 내면 되겠지만, 알바로 벌어 등록금 내기도 빠듯한데 저축할 여력이 있을 리도 없다. 그냥 막막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함께 '사모펀드'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말이 거창해 '사모펀드'지, 사실 '계모임'이다. 이 계모임은 여러분과 우리가 매달 일정금액씩 납부하는 기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이다. 금융상품은 계모임 내에서 꾸린 집행부가 꾸려서 투자할 것이다. 물론 집행부는 총회를 열어 선출할 것이며, 따라서 임기제로 운영된다. 금융상품의 대략적인 성향 역시 총회에서 결정된다.

여러분은 납부한 금액을 담보로, 금액의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자는 정책금리 선에서 책정될 것이다. 신용조회도 없고, 연대보증인도 필요없다. 물론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계모임의 구성원이 되어 있는 한,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이 계모임의 핵심적인 존재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다 함께 저축을 하고, 이것을 근거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강제저축을 통해 당신의 미래를 우리가 대비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연대적이며 대안적인 금융품앗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 말보다도, 지금 우리의 삶을 더 낫게 하는 방법이니까. 이 제안서를 작성하는 우리는 이 계모임이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