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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통합시민회의는 '자본주의의 폐해 극복'을 거부했다

클라시커 2011. 5. 6. 23:20
지난한 공방 끝에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지도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3차 합의문이 나왔다.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탓하고,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이 3차 합의문을 두고 내홍이 일었다 하기에 무슨 내용인가 하고 읽었더니 채워진 이야기들은 모두 예전에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들.사실 신당에 몸담고 있었던 나로서는, 이 이야기들 모두가 신당 강령에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한다. (아아, 사회당 당원여러분 부디 절 때리지 말아주셔요.)

다만 눈에 띄었던 것은, 으레 이 사람들이 모이면 말하기 마련인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어쩌고'란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정상근닷컴레디앙에 나온 기사에서 이 이유가 잠깐 드러났는데, 연석회의 참여 부문인 진보통합시민회의에서 국민참여당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문구의 삽입을 반대했다고 한다. 최근 단맛을 많이 본 민노당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란 식으로 꽤 많이 '유연한' 의미의 문구를 삽입하자고 제안했음에도 거절당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신당 한 축을 비롯해 개나 소나 말해대고 있는 '복지'란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피해를 입은 인민들에게 국가적인 보호망을 제공해 폐해를 '극복'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진보통합시민회의 역시 그동안 입만 열면 버릇처럼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았었나. 때문에 오늘 밝혀진 진보통합시민회의의 이 '몽니'는, 기존에 자신들이 보여왔던 이미지들이 모두 가식이며 허울 뿐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신앙고백의 일부라 보인다. 더불어 국참당 역시 그러지 않을까 하는 혐의만 남겨주고 말았다. 진보통합시민회의는 연석회의의 참여를 갈망하는 국참당의, 사실상의 '우군'이었다. 이 우군들도 국참당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니, 할 말은 다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사실 국참당이나 진보통합시민회의 보다 까여야 할 것은 스스로 진보정당이라 자처하고 있는 3당이다. 왜 당신들은 당신들의 '홈그라운드'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진보정당의 책무가 아니라는 이 무도한 주장에 합의를 해준 것인가? 설마 그렇진 않겠지만, '대중적 여망을 실천하기 위해 국참당 같은 정당을 끌여들여 외연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한 줌의 권력이 자본주의의 폐해가 염연히 존재한다는 현실을 은폐하고 무시하는 이유가 된다면, 대체 새로운 진보정당이 왜 필요한 건가. 이대로라면 그냥 우리는 데모 잘하는 민주당/한나라당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