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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부과체제 개편에 대한 짧은 코멘트

클라시커 2011. 8. 18. 01:34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새로운 건보료 부과체제를 심의·의결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차를 줄이고, 그동안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보료 부과를 피해온 자산가들에게도 의무를 지우기 위해 금융·임대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까지 직장가입자들의 경우에는 종합소득[각주:1]이 아닌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산정·부과되었다. 따라서 재산의 보유정도 및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납입해야했던 지역가입자들보다 적은 액수를 납입할 수 있었다. 이에 대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건보료 납입을 지원하는 업체에 위장취업하여 직장가입자로 편재되거나, 혹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보료 징수를 회피하거나 적은 건보료를 내는 일이 왕왕 있어 왔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경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득 4천만원의 진실

일단 이번 의결은 '소득에 따라 차별없이 건보료를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고, 따라서 좋은 평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의 종합소득자에게 부과하겠다'는 기준이 없는 점은 크게 아쉽다. 어떤 언론에서는 현행 기준인 '금융, 연금소득 4천만원 이상' 언저리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던데, 만약 최종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만만한 유리지갑을 보유한 봉급생활자들을 대상으로 한 건보료 인상폭탄"이라는 평을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금융소득이 4천만원 이상이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사람은 국내에서 단 5만 여명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세일보의 "종합소득세 신고 '5월' 부자들의 절세전략 백태"란 제호의 기사를 보면 자산가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금융자산을 줄이고 있는지를 간단히나마 엿볼 수 있는데, 내용을 간단히 보면 사전증여나 부담보증여, 부부공동명의 등록, 현금화 등을 통해 자신의 금융자산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금융소득이 4천만원을 넘는다고 신고하는 사람들은 절세 방법을 잘 모르거나, 혹은 정말 돈이 많아서 주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인 셈이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생활의 기반으로 하는 사람들

반면 영세사업자에 대한 건보료 징수는 매우 지독하다. 건보 공단의 규정을 보면, 등록된 사업자는 1원 이상/미등록 사업자는 500만원 이상의 소득이 감지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지 못한다.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금융소득이 4천만원이 안된다는 이유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명백히 존재하고 있음을 떠올린다면, 등록이든 미등록이든, 사업소득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는 건보료 징수가 매우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건강보험의 재정적 기반은 소득 파악이 쉬운 봉급생활자나 정직하게 소득을 신고하는 사업자에게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건강보험의 부과 기준이 이동해야 할지는 명확한 셈이다. 건보료 부과 논란에서 비켜서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종합소득 = 이자소득 + 배당소득 + 부동산임대소득 + 사업소득 + 근로소득 + 일시재산소득 + 연금소득 + 기타소득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