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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구나

클라시커 2011. 8. 20. 22:01
여전히 진보정치판은 신당과 민노당의 통합 논의가 유일한 뉴스인 모양이다. 신당이 본격적으로 통합을 시도한 것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게 올 초니까 벌써 7개월째 같은 이야기 뿐인 셈이다.

사실 '지겹다'라고 쓰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말하는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다. 이미 '성격 차이'로 분당을 맞이했던 두 조직이 다시 하나가 되는 일이 칼로 물벤 듯 쉽게 될 리가 없다. 더군다나 두 주체가 각자 체급이 다르다는 점에서, 빠른 결말은 필시 힘이 달리는 조직의 '굴복'을 필요로 할테니 장기전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옳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고고하게 살겠다고 흙탕물같은 정치판에서 발을 빼 버린 나다. 흐르는 물에 귀도 손도 발도 입도 씻었지만, 삶은 나아진게 없다. 따라서 여러모로 생각할 때에, 끝까지 안에서 할 말을 했어야 옳았다. 열심히 싸우고 졌을 때에는 명분이라도 있을테니 말이다. 비겁자에게는 원래 명분도, 실리도 없는 모양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그를 응원하는 희망버스에는 이념을 가리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횟수가 더할 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경선에 불복해 자신의 오랜 지역구에 출마, 지역주의와 학연의 힘으로 당선되는 구태를 보인 정치인은 이 국면에서 오랫동안 노동을 부르짖어 왔던 진보 정치인들보다 더 선명하고 톡톡튀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말 세상이 바뀌긴 바뀔 모양이다. 물론 내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 또는 내 기대에 못미치는 - 방향으로 갈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