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이드북들은 이딸리아를 관광하기 위해 몇 개의 축을 설정해두고 있다. 쇼핑 축, 유적-유물 축, 박물관-건축물 축인데 사실 뭐 박물관과 유적 · 유물을 나눈다는게 어이가 없긴 하지만 - 미술관이라면 모르겠으나, 박물관의 경우에는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모아놓기 때문이다 -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서는 나름 잘 설정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그 세 개의 축 중, '박물관-건축물 축'에 해당하는 바티칸 시국을 다녀왔다. 세계 천주교의 총본산이자, 한때는 교황을 시발점으로 한 권력의 중심지였던 곳. 장구한 천주교의 역사와 함께 이 곳도 그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
물론 이 시국이 무솔리니와의 협약을 통해 이탈리아로부터 독립되었다는 점,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무솔리니와 그의 협력 · 동반 관계인 히틀러의 나치에 부역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다지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다. 2
투어를 신청할 경우, 바티칸 박물관 방향을 통해 바티칸 시국에 입장한다. 입국심사가 없을뿐, 다른 나라의 국경을 넘는 것과 같아서 들어갈 때는 무조건 소지품 검색을 하도록 되어 있다. 큰 삼각대, 망치, 맥가이버 칼과 같이 흉기가 될 만한 것은 가지고 들어가지 못한다. 이는 교황 및 가톨릭 요인들에 대한 신변보호를 위한 것인 동시에, 바티칸 내에서 있었던 수 차례의 '문화재 훼손 행위' 때문이기도 하다. 그 행위들에 대해선 아래에서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눈 앞에 바로 보이는 것이 이 '쿠폴라'다. 쿠폴라Cupolla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둥근 지붕'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다. 때문에 여기 바티칸의 싼 삐에뜨로 대성당에도 쿠폴라가 있고, 피렌체의 두오모에도 쿠폴라가 있다. 저 곳에는 걸어서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를 수 있다. 걸으면 5유로, 엘리베이터는 7유로인데 젊다면 걷기를 추천한다.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할지라도 쿠폴라의 꼭대기에 올라 로마 시내를 보기 위해서는 어차피 중간에 내려서 계단을 한참 올라야 한다. 뭐, 2유로에 영혼을 팔고 싶지 않다면 엘리베이터를 타도 된다.
본격적인 투어의 시작, 아래의 그림은 라파엘로의 유작이다. 미완성인채로 남아, 수제자가 완성시켰다고 한다. 라파엘로는 '모방의 천재'라고 한다. 특유의 처세술을 바탕으로 그는 여러 정치인, 재력가들과 교분을 나누었는데 이 때문에 당대 최고의 천재들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와도 만날 수 있었다.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앙숙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라파엘로는 다 빈치와도, 미켈란젤로와도 친분이 깊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다 빈치에게는 구도를, 미켈란젤로에게는 인체 표현을 습득하여 아래와 같은 완벽한 그림을 그려냈다!!!! 3
점심 시간에 짬을 내서, 바티칸 우체국 전격 방문. 엽서 한 장이 다음주에 갈지, 다다음주에 갈지, 아니면 아예 없어질지 모르는 이탈리아의 우체국과는 달리 모든 우편물의 정시도착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바티칸 우체국이라고 한다. 게다가 바티칸 소인에 바티칸 우표가 붙어 날아가기 때문에, 기념품으로도 그만이라고.
라오콘은 트로이아 전쟁 당시, 목마가 그리스 군의 계략임을 알리려다 죽은 트로이아의 사제다. 당시 신들은 편을 갈라 트로이아와 그리스 각각을 돕고 있었는데 라오콘에게 뱀을 보낸 포세이돈은 당연히 그리스 편이었다. 4
기원전 2세기에 만들어진 완벽한 남성의 모습이다.
이 지붕에 있는 것은 그림일까 부조일까? 그림이다. 어찌나 명암표현이 잘 되어 있는지 실제로 봐도 양감이 느껴지는 바람에 부조로 착각한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박물관의 끝에는 씨스티나 성당이 있다. 씨스티나 성당은 우리가 알고 있는 '최후의 심판'과 천장화가 그려진 곳이다. 두 작품 모두 시대를 달리한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 전해진다. 천장화는 성경의 창세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천지창조'라 알고 있는 것은 ET의 모티프가 된 딱 그 장면만을 가리킨다. 그 옆으로는 예수의 조상들의 이야기를 그려놓았다. 4대 복음서 중 마태오 복음과 루카 복음만이 예수의 족보를 서술하고 있다. 5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마태 1장 1절에서 17절)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사악은 야곱을 낳았으며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았다. 유다는 타마르에게서 페레츠와 제라를 낳고 페레츠는 헤츠론을 낳았으며 헤츠론은 람을 낳았다. 람은 암미나답을 낳고 암미나답은 나흐손을 낳았으며 나흐손은 살몬을 낳았다.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고 보아즈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오벳은 이사이를 낳고 이사이는 다윗 임금을 낳았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솔로몬은 르하브암을 낳았으며 르하브암은 아비야를 낳고 아비야는 아삽을 낳았다. 아삽은 여호사팟을 낳고 여호사팟은 여호람을 낳았으며 여호람은 우찌야를 낳았다. 우찌야는 요탐을 낳고 요탐은 아하즈를 낳았으며 아하즈는 히즈키야를 낳았다. 히즈키야는 므나쎄를 낳고 므나쎄는 아몬을 낳았으며 아몬은 요시야를 낳았다. 요시야는 바빌론 유배 때에 여호야킨과 그 동생들을 낳았다. 바빌론 유배 뒤에 여호야킨은 스알티엘을 낳고 스알티엘은 즈루빠벨을 낳았다. 즈루빠벨은 아비훗을 낳고 아비훗은 엘야킴을 낳았으며 엘야킴은 아조르를 낳았다. 아조르는 차독을 낳고 차독은 아킴을 낳았으며 아킴은 엘리웃을 낳았다. 엘리웃은 엘아자르를 낳고 엘아자르는 마탄을 낳았으며 마탄은 야곱을 낳았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그리하여 이 모든 세대의 수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가 십사 대이고,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가 십사 대이며,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십사 대이다.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사악은 야곱을 낳았으며 야곱은 유다와 그 형제들을 낳았다. 유다는 타마르에게서 페레츠와 제라를 낳고 페레츠는 헤츠론을 낳았으며 헤츠론은 람을 낳았다. 람은 암미나답을 낳고 암미나답은 나흐손을 낳았으며 나흐손은 살몬을 낳았다.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즈를 낳고 보아즈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았다. 오벳은 이사이를 낳고 이사이는 다윗 임금을 낳았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솔로몬은 르하브암을 낳았으며 르하브암은 아비야를 낳고 아비야는 아삽을 낳았다. 아삽은 여호사팟을 낳고 여호사팟은 여호람을 낳았으며 여호람은 우찌야를 낳았다. 우찌야는 요탐을 낳고 요탐은 아하즈를 낳았으며 아하즈는 히즈키야를 낳았다. 히즈키야는 므나쎄를 낳고 므나쎄는 아몬을 낳았으며 아몬은 요시야를 낳았다. 요시야는 바빌론 유배 때에 여호야킨과 그 동생들을 낳았다. 바빌론 유배 뒤에 여호야킨은 스알티엘을 낳고 스알티엘은 즈루빠벨을 낳았다. 즈루빠벨은 아비훗을 낳고 아비훗은 엘야킴을 낳았으며 엘야킴은 아조르를 낳았다. 아조르는 차독을 낳고 차독은 아킴을 낳았으며 아킴은 엘리웃을 낳았다. 엘리웃은 엘아자르를 낳고 엘아자르는 마탄을 낳았으며 마탄은 야곱을 낳았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그리하여 이 모든 세대의 수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가 십사 대이고,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가 십사 대이며,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십사 대이다.
삐에따.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을 삐에따라 부른다. 1970년대에 한 조각가에 의해 성모의 얼굴이 무참히 찍혀 나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이후부터 삐에따는 방탄유리 속으로 들어가야 했고, 우리는 바티칸에 들어갈때 X-ray와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바티칸 투어를 마친 후, 한숨을 돌리고 바로 야경 투어로 직행했다. 오늘의 코스는 콜로세움과 베네찌아 광장, 그리고 산탄젤로다.
다음 메인에 떴다.
산토리니 사진 몇 장으로...
네이버는 보면, 늘 비사회적 · 비정치적 블로그들만을 골라 메인에 소개한다.
그러다보니 매번 나오는 주제가 요리 레시피, 피규어, 공부법(내지는 공책 정리법) 이 딴 것밖에 될 수 없다. 그 사람들의 블로그는 전부 다 저런 주제로 전문화된 블로그다. 생산하기보다 소비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마니악하다.
근데 나같이 골수 호모 폴리티쿠스의 블로그를 메인에 띄워주다니...
사람들이 산토리니 사진만 보는건 아닐텐데 말이다.
대단한 다음이다.
- 간혹 많은 사람들이 개신교를 그리스도교(기독교)의 원류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류를 따지자는 것도 웃기는 소리지만 이건 그 이야기보다 더 무식한 소리다. '프로테스탄트'의 어원을 생각해보라. 어떻게 원류가 저항을 하고 뛰쳐나올 수 있는가? 이런 이유로 가톨릭을 '구교', 개신교를 '신교'라고 한다. 소수의 개신교인들은 이 '구교'라는 뉘앙스를 이용해 마치 자신들의 종교가 더 고결하고 순결한 것처럼 포장한다. '새롭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지난 역사와 단절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한편에서는 새롭다고 하면서 한편에서는 원류라고 자칭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리스도교가 세워진 이래, 분리되기 전까지 이 종교는 교황을 중심으로 돌아간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외국 개신교도들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유독 한국 개신교인들만 모르는지 모르겠다. 개신교 질 떨어진다는 소리듣기 전에 일부 개신교인들은 공부 좀 하시라. [본문으로]
- 현재 바티칸의 부를 축적 가능하게 했던 배경에 연합군의 진격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나치의 금괴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나치와 손을 잡았던 것에 대해 사과를 한 바 있다. [본문으로]
- 다 빈치는 회화를 찬양했던 반면에, 미켈란젤로는 조각을 찬미하며 회화는 천박하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러니 둘이 싸울 수 밖에... [본문으로]
- 이 전쟁이 트로이아와 그리스의 원한 때문이 아니라 세 여신의 질투심 어린 경쟁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해 보라 [본문으로]
- NHK 방송국에서 씨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복원하는데 드는 비용을 모두 대는 대신 그 복원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다. 그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체의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자료사진을 싣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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