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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記/2020

시대의 자유인이자 자주인이 가시다

한평생 본인의 능력 내에서 본인의 노력을 기울여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사셨으며, 명확한 본인의 생각이 있으셨으나 그 생각을 남에게는 강요하지 않으셨던 제 외조부께서 지난 일요일에 별세하셨습니다.

 

옛 사람으로서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음에도 그것에 대해 쉬이 지적하지 않으셨고, 구순이 지난 시점에도 할머니나 며느리들, 딸들에게 '내 밥 안 챙겨준다'고 말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좋아하시던 라면을 끓여 알아서 끼니를 챙기셨으며, 군인으로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한평생 보수세력에 대한 지지를 표하셨으나 그에 반대하는 정치성향을 지닌 아들, 딸들에게 한 번도 본인의 정치신념을 강요하지 않으셨던 분이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보여주시던 여유와 자립심에 대해서는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제 삶의 지침으로 삼겠습니다.

 

본인께서 내세를 믿지 않고, 현세중심의 사고를 하셨으므로 이제는 어디에 계시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이제까지 살아오신 대로 자주적으로 잘 계시리라 믿습니다.

 

할아버지, 영면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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