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08, 유럽

7월 28일, 이딸리아 로마 - 8일간의 로마생활을 정리하며

클라시커 2008. 7. 30. 06:15

  드디어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납니다. 21일부터 대략 8일간 머물렀던 로마를 등지고, 내일이면 - 현재 로마는 오후 10시 반쯤 되었습니다 - 베네치아로 간다. 짧게 정리해보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짧지 않은 로마에서의 일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마의 정취를 모두 느낀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여정을 대강 설명하고 로마, 그보다는 이딸리아에 오기 전에 취해야 할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늘은 '비밀의 열쇠구멍'이란 곳을 갔다. 로마 시내에는 바띠깐 말고도 몰타 기사국이라는 또다른 소국이 있다. 거대한 성곽으로 둘러싸인 바띠깐 시국과는 다르게, 이 곳은 딸랑 건물 하나가 국토의 전부다. 그렇다고 해도 나름의 화폐와 우표를 발행하는 엄연한 국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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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 기사국과 인접한 싼 안젤로 광장에서 보면, 몰타 기사국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보통 이 곳은 굳게 잠겨 있는데 이 문의 열쇠구멍을 통해 아주 묘한 광경이 포착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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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장면이다. 사실은 저 어두컴컴한 터널의 끝에 싼 삐에뜨로 성당의 꾸뽈라가 보인다. 측광을 잘 못한 탓에 사진이 이따구다. 터널이라 표현한 것은 사실 몰타 기사국 내의 정원이다. 초록색의 '거대한 열쇠구멍' 끝에 싼 삐에뜨로 성당의 꾸뽈라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문 너머의 '비밀의 화원'을 천국이라 상정했을때, 이 문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는 문이다. 천국으로 가기 위해선 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텐데, 열쇠구멍으로 보이는 것이 '싼 삐에뜨로 성당'이다. 그렇다면 이 '비밀의 열쇠구멍'이란 것은 믿음을 통한 천국 입성이 가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예수께서 시몬에게 베드로(반석)이란 칭호를 내리면서,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쥐어주었다는 성경 속 구절은 그런 심증을 뒷받침한다.



  열쇠구멍을 보고, 걸어서 내려가니 원형경기장이다. 한때는 수십만명의 군중을 집어넣을 수 있는 대규모의 경기장이었다는데 이제는 그 흔적만 남아있다. 원형경기장의 한 편에는 진실의 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저 입에 손을 넣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좀 웃겨서 그냥 진실의 입만 찍고 나왔다. 사실 사람들이 로마의 명소인 '진실의 입',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에 열광하는 까닭은 그 곳에서 본 오드리 헵번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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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다한 이야기는 치워 버리고, 이딸리아에 오기 전에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논해보자. 물론 이 곳은 패션의 나라 이딸리아의 중심지답게 수많은 명품 매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산지 근처인 만큼 저렴하니,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적어도 로마라면 유물-유적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기 전에 읽으면 매우 많은 도움이 될 책들을 나열해 본다.


1.
이탈리아 기행 1 (세계문학전집 105) 상세보기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민음사 펴냄
대문호 괴테의 자아 성찰과 재탄생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여행기. 한국 괴테학회를 창설한 박찬기교수가 번역한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독일의 지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일기, 메모와 보고를 손질해 엮었다. 공직 생활이 가져온 권태, 예술가 정신을 되찾고 싶은 욕망이 겹쳐 비밀 여행을 감행한 괴테는, 이탈리아에서 제2의 탄생과 정신적 개안을 맞이

  대문호 괴테가 이탈리아를 돌면서 느낀 점들을 소상히 적어놓은 책이다. 대문호의 시각으로 보는 이탈리아를 오롯하게 느낄 수 있다. 일반 가이드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탈리아 각 지방에 대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2.
서양미술사 상세보기
E. H. 곰브리치 지음 | 예경 펴냄
이제 막 미술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참자에게 세부적인 것에 휘말려 혼돈됨이 없이 서양미술의 윤곽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 선사.원시시대부터 20세기 모더니즘까지 서양미술의 변천양상을 시대별로 화보와 함께 서술했다. 까다롭고 복잡한 인명과 각 시대의 양식들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좀더 전문적인 책을 탐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해 거치지 않을 수 없는 존재다. 곰브리히가 인정을 받는 것은 미술사를 한 권으로 집대성했다는 것 이외에도 자기만의 새로운 해석들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들어서는 그의 해석 중 많은 부분이 수정되고는 있지만, 언제나 먼저 시작했다는 것은 인정받기 마련이다.



3.
서양 미술사. 1 상세보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예술 감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술 이야기! 미학의 시각으로 보는 서양 미술사! 미학의 눈으로 읽는 고전 예술의 세계『서양 미술사 1』. 《미학 오디세이》로 잘 알려진 진중권이 이번에는 미학의 눈을 통해 보는 서양의 고전 예술을 소개한다. 이 책은 시간적 흐름에 따라 소개하던 여느 서양 미술사 도서를 벗어나 '서양미술의 원리'와 '서양미술의 역사'를 하나로 묶어낸 것이 특징이다. 서양미술의 원리를 그 시대의 상

  '대중 예술의 전도사' 진중권이 돌아왔다. 미학 오디세이를 통해 대중에게 미학에 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 답게, 이번 저작에서도 특유의 말빨을 가지고 서양 미술사를 자근자근 씹어서 입에다 넣어준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성격상 꼭꼭 씹어주지는 않으니, 늘 사유는 필수.



4. 그리고 노성두 선생의 책.

  진중권 교수 못지 않게 맛깔나는 말빨을 자랑한다. 진중권 교수가 사이다같이 톡톡 쏘는 맛이라면, 노성두 선생은 구수한 된장찌개같은 맛이다.



  술 한 잔 먹고 썼더니, 중요한 책들을 빼먹었다. 보충해야 한다.


5.
새번역성경(RNC72PLTI)(색인)(컬러일러스트) 상세보기
편집부 지음 | 대한성서공회 펴냄
☞ 한글 / 적색 / 가죽 / 수첩식 / 무장 / 색인 / 단본 / 가로 14cm × 세로 19.5cm × 두께 2.5cm 새번역 성경. 컬러 일러스트가 곳곳에 그려져 이해를 도와준다.

  인류사 최고의 베스트 셀러다. 로마 내의 모든 유물과 유적들은 거의 전부 그리스도교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성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기왕이면 가톨릭의 성경을 읽기를 권하나, 개신교의 성경도 상관은 없다. 단, 개신교적 마인드로는 온전한 이해를 하지 못할 수 있음을 걱정해 본다.



6.
로마인 이야기 1-14권 +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전15권) 상세보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 한길사 펴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14권 + <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 <로마인 이야기>는 시공을 관통한 고대 1천년의 흥망성쇠를 통해 20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근원적 좌표를 낱낱이 주시하는 시리즈이다. 저자가 방대한 자료를 취재하고 정리해가면서 엮은 거대한 로마 통사이면서, 현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주는 훌륭한 지침서이다. 기원전 753년의 로마 건국부터

  성경에 대한 이해를 하는 동시에 로마인들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한다. 역사책을 읽는 것이 난해하다고 여겨질 때, 로마인 이야기는 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