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記/2008, 유럽

7월 26일, 이딸리아 피사 - 사탑은 왜 기울었을까?

클라시커 2008. 7. 27. 06:33
  두둥!! 다시 새 아침이 밝았다. 어제부터 약간 일기가 지지부진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이 도시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건데, 그러기엔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특히나 피렌체...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이 도시도 그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다. 미켈란젤로와 지오또, 그리고 단테의 고향인 이 곳에서 나는 왜 그들의 영감을 받지 못했나 싶다. 다시 가자니 시간이 없고, 그냥 가자니 아쉽다. 내 뒤에 가는 분들은 꼭 참고하기 바란다.

  오늘은 피사에 갔다. 사실 피사는 피렌체와 함께 보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 자체가 워낙에 작은데다 외국인이 볼 만한 것은 두오모와 사탑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역시도 4시간 기차를 타고 가 정작 구경한 것은 1시간 남짓이었다. 그나마도 역에서 사탑이 있는 광장까지 걷는 것이 왕복 40여분이었으니, 실제로 구경한 시각은 달랑 20분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차창밖으로 보는 토스카나 지방의 밀밭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리고 그 밀밭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넓었기 때문에.

  일찌기 괴테는 자신의 저서, <이탈리아 기행>에서 토스카나 지방을 가리켜 '뭐든 비옥하게 자랄 수 있는 땅'이라 이야기 한 바 있다. 특히나 그는 이 곳의 밀에 대해서 칭찬을 한 바 있는데,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 막시무스가 손으로 훑고 지나간 밀밭이 토스카나 지방의 밀밭이라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비옥함때문에 포도가 잘 자라서, 이딸리아 와인의 초절정 '끼안띠'를 낳기도 한 은혜로운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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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여행의 묘미가 없는지 오늘도 기어코 사고를 쳤다. 피제리아에서 피자 먹는답시고 잠깐 눌러섰다가 기차를 깜빡 놓치고 만 것이다.[각주:1] 하는 수 없이 5유로를 내고 IC를 예약하고는 밖에 나가 셀프 바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 마셨다. 가격은 0.6 유로. 우리나라로 치면 1000원쯤 하는 커피였는데, 하도 성질이 나서 그냥 뽑아 마셨다. 근데 기대 이상이다. 무슨 자판기 커피에서 저렇게 훌륭한 크레마가 나온단 말인가. 아무리 커피의 나라라지만, 이건 좀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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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른 나라와 다르게 이딸리아는 대다수의 기차들이 유레일 사용시 예약비를 받는 기차다. 우리나라의 KTX에 비견될 만한 에우로스따 이딸리아Eurostar Italia, ESI는 15유로, 새마을호에 비견될 만한 인터시티Intercity, IC는 5유로 이런 식이다. 유일하게 예약비를 받지 않는 것이 무궁화호 급 쯤 될만한 레지오날레Regionale, R인데,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는 '열차의 초고속화' 때문에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다. 피사 첸트랄레와 로마의 떼르미니 역을 잇는 기차는 두 시간에 한 대 꼴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