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를 정점으로 증세는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기침은 잦아들었고, 목도 아프지 않습니다. 오미크론 변종의 증세가 그 이전에 비해 심하지 않다는 말은 사실인 듯 합니다.
집에서의 시간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회사 일로 미뤄뒀던 일들을 실컷 해보고 있습니다. 나흘 동안 미드 여러 편의 새 시즌을 보았습니다. 넷플릭스에 시즌 2까지만 올라왔던 마담 세크리터리가 쿠팡 플레이에 시즌 3까지 올라와 있길래 시즌 3까지는 우선 보았고, 애플+에서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파운데이션 시즌 1도 다 보았습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화제라는 잭 리처도 아마존 프라임에서 다 보았습니다. 시놀로지를 이용한 팩스서버 구성을 해보고 있습니다. 우분투를 이용해 가상 서버를 만들고 여기에 USB 팩스 서버를 붙여서 수발신을 하는 작업인데, 리눅스나 서버 구성이 손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그런대로 구글에서 찾은 여러 성공기를 따라서 해보고 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아는지를 남에게 말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정보가 그 어느때보다 평등하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교차검증이 가능한 시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얼마나 아는지를 남에게 말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게 얼마나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지, 남의 이야기를 그대로 베껴서 말하는 것은 아닌지, 내 편견에 사실을 왜곡해서 보는 것은 아닌지 등등의 검토는 해 보아야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런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배낭여행을 갔던 시절의 이야기인데, 현지에서 만난 또래 남자애가 가이드북에 나온 이야기를 그대로 다른 여자애들에게 하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배낭여행을 가기 전에 이미 여러 권의 가이드북을 읽어보고 갔던 저로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였습니다만, 의외로 가이드북의 이야기를 그대로 줄줄 읊는 것이 먹히더군요.
비단 그때 뿐만이 아니라, 이후에 회사 생활에서도 그랬습니다. 이른바 회사생활을 잘 한다는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 조금의 사실만을 가져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더 많았지만, 그들은 늘 지금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밝혀진 그 일부의 사실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저는 실체적인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실체적인 진실에 집중하기에는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특히나 속도전이 중요한 회사에서는 당장의 성과와 의사결정권이 있는 사람들의 의도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필요한 듯 합니다.
회사를 옮겼음에도 여전히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이전 회사가 가지고 있던 어설픈 의사결정 구조보다는 결정하는 사람들의 의도보다 사건의 배경 같은 '부차적인 것'에 천착하는 제 자세가 문제였다는 점을 인정할 때입니다.
p.s. 제 나쁜 점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쁜 선지자'라 지레짐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건 고쳐야 합니다. 그 사람이 다 알고 있지 못하고 있음에도 아는 체를 하는 것은 분명히 나쁜 일이지만, 그것이 확인되기 전에 미리 그 사람이 '그럴 것이다'라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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