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공직후보자 청문회는 각 후보자의 문제가 대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문제가 쏟아져 나온 시간이었습니다. 예의 공직후보자 청문회에서 문제가 됐던 자녀의 병역면탈 행위라든가, 혹은 농지법 위반, 위장전입 정도는 예삿일이 되어버렸고 자신의 동문회장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부터 부인, 자녀, 자신의 지인에게 억대의 장학금을 사사로이 지급하였다거나 (풀브라이트 장학금 지급, 김인철 후보자 사례), 자신이 강의하는 수업에 자신의 자녀가 수강하는 사실을 학교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거나 (정호영 후보자 사례), 자신의 자녀가 입시하는 해의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전형에서 그전까지 없던 구술면접이 갑자기 생겼고, 그 면접관으로 자신과 이해관계가 깊은 사람이 들어간 의혹이 있다거나 (정호영 후보자 사례), 자녀가 서울시장/인천시장으로부터 받지 않은 상을 받았다고 허위로 이력서를 작성하였다거나 (한동훈 후보자 사례), 자녀가 거짓으로 의학 공동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정황이 있다거나 (한동훈 후보자 사례), 자녀의 대학 진학용 에세이의 대필작가가 있다거나 (한동훈 후보자 사례), 자녀 입시용 자가출판 사례가 적발되었다거나 (한동훈 후보자 사례) 하는 그런 것들입니다.
이 지점에서, 자녀의 입시 문제로 멸문지화의 지경에 이르고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조국 전 장관과 그 일가의 사례를 돌아볼 수 밖에 없는데, 당시에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가 자녀의 입시를 위해 동료 학부모들과 벌였던 '품앗이' 행태를 비난했던 언론들은 이 일들에 대해서 왜 이렇게 잠잠한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그 품앗이 행위가 청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빼앗아갔다며 학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촛불시위를 붙여가며 학내분규의 씨앗을 만들었던 그 정치꾼들은 왜 한동훈 후보자나 정호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조용히 입 닫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 두둔하고자하는 마음이야 있습니다만, 구태여 기계적 중립의 자세를 취해본다고 한다면 조국 전 장관의 품앗이 행태나 한동훈 후보자나 정호영 후보자가 그들 자녀의 입시를 위해 하는 행태가 뭐가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왜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조용한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요? 단순히 조국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했고, 한동훈이나 정호영은 원래 그런 놈이라 성이 덜 나십니까? 조선일보는 한동훈이 깨끗하고 청렴하다 못해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검사생활을 해왔다고 칭송하는 판국인데, 조국 장관만큼이나 한 입으로 두 말 한다고 못 할 이유가 뭔가요?
왜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성을 내지 않으시나요? 조국 전 장관 시절에 제 주변은 모두 화가 나 있어서, 제 입장에서는 매우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요즘은 참 묘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화도 여러분 생각대로, 여러분 주관대로 못 내는 멍청이들이라고요. 여러분이, 여러분들의 주관대로, 여러분들의 판단에 따라, 여러분들의 기준에 맞추어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했을 때에 화를 내는게 아니라 누가 옆에서 '이건 화를 내야 할 일이야'라고 속삭이고 부추겼을 때에야 화를 내는 거라고 말입니다. 창세기에 뱀의 속삭임을 이기지 못하고 선악과를 따먹어 에덴동산에서 영원히 쫓겨난 하와와 같이 말입니다.
화들은 잘 내고 계십니까? 우리가 우리 생각대로 화도 못 내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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