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의 이틀째, 시내구경을 마친 나는 프라하성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민박집에서 만난 세 명의 동갑내기, 한 분의 띠동갑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길지는 않은 여정이었지만, 동갑내기를 만나본 기억이 아직 없어서 무척 반가웠다.
하늘이 꾸물거리더니, 이내 비가 쏟아졌다. 워낙 날씨 변덕이 심한 유럽인 만큼,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으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역시나 밥을 먹고 나오니 이미 비는 그쳐있었다. 비가 와서인지, 그렇잖아도 푸른 프라하의 하늘은 더 푸르렀다. 맑은 하늘을 보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무엇을 해도 다 웃어줄 만큼. '프라하의 연인'이 괜한 발상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의 구시가지를 거닐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체코로 진격해오자 체코는 성문을 열어줌으로써 독일의 무혈입성을 도왔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구시가지에 있는 수백년된 건물이 다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반면에 옆 나라인 폴란드는 격렬하게 저항한 탓에, 독일군의 폭격으로 상당히 많은 건물이 무너졌다고 한다. 하기사 괜히 '마지막 수업'같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폴란드인들은 체코인들을 '배신자'로 여겨 굉장히 싫어하는 반면에 한국인들은 좋아한다고 한다. 일본에게 저항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동병상련 내지는 동료의식을 느끼는 탓이라고 한다.
구시가지를 나와 블타바 강을 따라 걸었다. 블타바는 영어로는 몰다우로 읽히는 곳이다.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스메타나가 연작시 '나의 조국'의 2악장 주제로 삼아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Bedřich Smetana - '나의 조국' 2악장 '몰다우'
체코는 신성로마제국의 맹주였던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에 복속되었던 전례가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가 체코어의 사용을 금지하고, 독일어의 사용만을 허락했기 때문에 많은 체코인들은 합스부르크 왕가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민족주의적 흐름에서 나온 것이 이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란 연작시인데, 총 6곡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체코의 예전 이름인 보헤미아의 전설을 담고 있다.
스메타나는 2악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 강은 두 개의 수원으로부터 발원한다. 그 흐름은 바위에 부딛쳐서는 쾌활한 소리를 내며, 햇빛을 받아서는 아름답게 반짝이면서 점점 그 폭을 넓혀간다. 양쪽 기슭에는 사냥꾼의 나팔 소리와 농부들이 추는 시골춤의 음악이 메아리 치고, 밤이면 푸른 달빛 아래서 요정들이 춤을 춘다. 이윽고 물줄기는 성 요한의 급류에 부딪쳐, 그 물결은 불보라를 튀기면서 산산이 부서진다. 이곳에서부터 강은 프라하시에 흘러들고, 여기서 강은 고색 창연하고 고귀한 비셰흐라트 성을 우러러 보면서 도도하게 흘러간다.』
블타바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프라하 성의 앞에 도착한다. 비록 안에는 볼 게 별로 없다고 알려진 프라하 성이지만, 성에 들어가 바라보는 프라하 시내의 전경은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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