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27

7월 24일, 이딸리아 로마 - 싼 삐에뜨로 광장과 꾸뽈라, 빵떼옹, 뜨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아침 일찍부터 바티칸으로 향했다. 엊저녁 바티칸 투어가 너무 늦게 끝나, 싼 삐에뜨로 대성당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끝내고 떼르미니 역에서 64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는 출근을 하려는 이딸리아인들로 북적댔다. 외지인을 바라보는 어색한 시선들을 즐기며 로마의 아침햇살을 받았다. 광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바티칸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딸리아의 모든 관광지의 상태가 요새 다 이렇다. 조금 유명하다 싶은 곳은 표 사는 데만 한, 두시간 정도를 들여야 한다. 근데 그게 사람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이딸리아인들 자체가 좀 느긋한 탓도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기자가 많으면 다른 카운터를 열어서라도 입장을 시키지만, 얘네들은 그냥 그대로 간다. 이걸..

7월 22일, 이탈리아 로마 - 콜로세움과 포룸 로마눔(포로 로마노)

로마에서의 본격적인 첫 날이 밝았다. 형식적으로는 이틀째 - 그리스의 파트라스에서 이탈리아의 바리로 넘어온 것이 21일 오전 8시였다 - 지만, 투어를 시작한 것은 오늘부터이니 실질적으로는 첫 날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아침을 먹고 빈둥대다가 9시가 넘어 느긋하게 민박집을 나섰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그리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날씨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좀 쾌적했다. 새로운 나라, 오고 싶었던 나라에 왔다는 행복감 탓이었을게다. 그런데 로마패스를 사기 위해 떼르미니 역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갔다가 지갑을 열고는 망연자실했다. 이전날 에우로스따 이딸리아를 예약하기 위해 지갑에 넣어둔 돈 - 예산 제약을 위해 지갑에는 20유로만 넣어두고 나머지는 비상금을 넣는 가방에 넣어둔다. 에우로스따 ..

늦은 7월 5일 후기

오늘로서 촛불집회가 60회를 맞았다고 한다. 매일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이어져 왔다면 60일, 몇 번 빠진 적이 있었다면 그 이상 동안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심장 위에 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MB와 그의 수하들은 어떻게든 이 촛불을 꺼보고자 갖은 정치적 레토릭과 음모론을 제기하였지만, 시민들은 그런 모함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어쨌든 촛불을 지켜왔다. 대책회의와 정부와의 커넥션이 이야기 - 개인적으로 많은 부분 청와대의 '저작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 된 것처럼 내부에서도 이제 '그만 하는게 어떠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물론 몇몇의 '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금이야 말로 '조직력'이 필요한 시점일 수도 ..

왜 진보신당인가? - (2) 진보신당의 성장 가능성

이 글은 2008/06/12 - [시작, 2008] - 왜 진보신당인가? - (1)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버린 이유의 후속편격이다. 앞 글에서는 진보신당의 가입 이전의 나의 정당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두었다. 별 내용은 없지만,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라. 4월 9일, 진보신당은 믿었던 심상정-노회찬 두 후보의 낙선 · 정당지지율 3% 획득 실패(실제 2.94%)로 한 명의 의원도 내지 못했다. 그들이 버리고 뛰쳐나온 민주노동당의 사정도 좋지 못했다. 물론 수성에 성공한 권영길, 이방호라는 거성을 무너뜨린 강달프의 존재가 돋보이긴 했지만 17대 총선 당시 10석이라는 쾌거를 이뤘던 거에 비교하면 이번 18대 총선의 5석은 진보정당의 입지가 엄청나게 좁아져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쨌거나 처참한 결과를 ..

불법집회, 배후 그리고 이명박

정국이 뒤숭숭하다. 80년대에나 보였던 '토끼몰이', '프락치', '사복경찰'이란 단어들이 헤드라인을 돌아다닌다. 더불어 '배후설'도.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청장과 검찰청장은 '배후가 있다'면서 '그들을 색출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라 선언하고 있다. 87년에 태어난 내가, 천장의 모빌을 보던 그때 6월로 돌아온 느낌이다. 권력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5, 6, 7, 80년대에 그들의 '정치적 선조'가 국민들을 향해 하던 이야기와 똑같다. 지금 그들의 발언들은 해방 이후에 모두 사라졌어야 할 집단들이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켜준 독재정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종의 오마주인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 '선조들'이 모두 민주사회를 역행하는 일들을 했음이 명명백백히 밝혀진 이 ..

6월 5일 12시, 시청 앞에 마련된 농성 부스 현장

지난 6월 5일, 대책위 쪽에서는 72시간 철야농성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호응하여 많은 시민단체들이 시청 바로 앞에 부스를 차려놓고 철야농성 중입니다. 저희 칼라뉴스와 칼라TV 역시 85시간 집중 취재를 선언한 상태입니다. 인권단체의 부스에서는 민변회장을 초청하여, 헌법강의를 여는 한 편 집시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받고 있습니다. 민가협 어머님, 아버님 이십니다. 젊은 이들도 추운 이 시간에 나오셔서 기꺼이 농성대열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미남, 미녀'라 말씀드리니, 환하게 웃으십니다. 이 분들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화의 산 역사라 할 만 합니다.

어떤 나라의 사람들

홍세화 선생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서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거칠지만, '업계용어'를 빌어다 써본다면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계급의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다시 일상용어로 순화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100%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욕망하는 대상에 스스로를 동일시화 한다는 거다. 이를테면, '국개론'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달동네 쪽방에 살면서 강남권의 집값 안정을 위한 종부세 제정에 혀를 끌끌찬다던가, 자신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 준위의 소득자면서 소득세 인상안에 '세금폭탄'이라며 노무현 정부를 가리켜 빨갱이를 운운하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결론적으로 홍세화 선생이 그토록 우려하던 '존재를 배반한 의식'들은 기어이 사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