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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노선을 생각한다

클라시커 2010. 6. 20. 11:01
심상정, 김석준, 이용길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결의안이 어제 전국위에서 부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결의안이 부결을 심의 노선에 대한 판정승이라기보다는, 행동면에서는 일치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으며 내용면에서는 민주주의 일반원칙을 무시한 결의안과 그 결의안을 제출한 세력의 판정패로 판단한다. 그러나 결의안 토론이 현실적으로 연합노선과 독자노선이 맞부딪히는 지점이었던 만큼, 구체적으로는 독자노선을 주장한 전진과 진보정치포럼의 입지가 약해지고 연합노선을 주장한 사회복지연대와 정종권 부대표 등의 입지가 강화되었다고 보는 것도 설득력이 있겠다.

그렇다면 연합노선이 우리당의 정치방침으로 확정되었을때,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몇 개나 될까. 진보신당만의 가치를 연합체에 반영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과연 우리는 흡수통합의 길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불행히도 현재 연합노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대답들을 하지 못한다. 포화를 연 심상정 역시, 최근 <당원이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구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이에 대한 정답은 존재한다. 자체역량 강화다. 지역조직을 꾸리는 등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이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을 뿐더러 연합노선 입장에서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가 지금부터 시작해 연합의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2012년 전까지 민주노동당 수준의 지역조직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민주노동당에게는 민주노총을 비롯해 민족주의계열의 실천연대 등 거대한 기층조직들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당내의 연합노선이 연합은 하되 흡수통합의 길은 거부한다면 결론은 어쩔 수 없이 자체역량 강화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민노당처럼 이미 있던 조직과 제휴를 통해 세를 불릴 수 없으므로, 진보신당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조직들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논의의 방향은 분명하다. 진중권의 말처럼 어떻게 당원 및 지지자들, 그리고 사표론에 휘둘리지만 심정적으로는 진보신당에 호감을 갖는 지지자들을 추동할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연합이냐 독자냐가 아니라,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