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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는 글] 지향의 차이

클라시커 2011. 1. 6. 00:22
보통 투표를 하다보면, '투표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하는데 정말 그런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2010년 6월 제5회 지방선거, 강남구에는 한나라당 후보가 둘 나왔다. 전임 구청장이었던 맹정주가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나왔던 것이다. 맹정주는 2006년에 실시된 제4회 지방선거에서, 무려 78%의 득표율로 당선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겨우 25% 밖에 얻지 못했다. 현직 프리미엄이란게 있을 법도 한데, 민주당의 이판국 후보와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득표를 했다.

다시 제5회 지방선거. 자정까지 이길 것만 같았던 민주당은, 개표 막판에 쏟아진 오세훈 몰표로 패배한다. 이 몰표는 강남3구의 개표함이 열리면서 등장했는데...


라고 까지 쓰고 나서 투표율을 다시 살펴보니, 실제 강남3구에서 오세훈과 한명숙의 표차는 얼마 나지 않는다. 몰표라 함은 대략 '더블 스코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송파/강남/서초 모든 곳에서 한명숙은 오세훈의 3분의 2선까지 득표하고 있다.

사실 강남3구로 대변되는 소위 '기득권층'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정치 지향의 차이'란 개념을 사용하고자 했다. 달리 말하면, 다수의 사람들이 '차선을 선택한다'며 자신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쉽게 흔들리는데 비해 '기득권층'들은 굳건하게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는 투표, 즉 언제나 '최선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현재 야권의 가장 큰 화두인 '선거연대' 따위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언제나 확실한 투표 길라잡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이야깃거리도 안되며 이러한 자세가 곧 기득권 공고화의 재생산책이 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료를 보니 강남3구에서도 큰 차이가 없으며 이들이 그렇게 명확한 투표 길라잡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할 수도 없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 분석은 하지 못할 모양이다.


덧: 생각보다 노회찬의 득표가 많구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상욱을 눌렀는데, 이건 노회찬의 힘이라기보다는 지상욱의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점 때문이라 봐야 맞겠다.

덧 2 : 오세훈이 심시티짓만 했다고 그러는데, 그의 임기 중에 무주택자의 안정적인 주거공간 마련을 돕기 위한 '시프트' 정책 역시 시행되기도 했다. 가볍게 알기로는, SH공사가 재개발 주택의 일부 지분을 사서 그것을 무주택기간이 긴 사람들에게 30년 가량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하는 정책인듯. 이것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실제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