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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치판 '보스 정치/계보 정치'와 진보의 쇄신

클라시커 2011. 1. 6. 11:44
지금까지 진보(좌파) 정당에서 좀 한 자리 한다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정당 바깥에서 얻은 권력을 그대로 정당 내부까지 들여온 케이스인데, 이런 상황이 매우 협소한 운신의 폭을 낳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심상정이나 노회찬의 경우에는, 현재 마치 '진보(좌파)정치진영의 파수꾼'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들의 제도권 정치경력은 겨우 4년이다. DJ나 YS, JP는 물론이고 현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이 기본적으로 재선 이상인 것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매우 일천한 경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천한 경력에 비해, 그들이 갖는 이 바닥에서의 영향력(이나 위상)이 보수 정치진영의 우두머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도할 자리에 있지 않음에도, 이들은 끝없이 자신의 주변에 이미 구축된 권력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집단을 지도하곤 한다.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 있음에도 권력을 갖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더 큰 문제는, 비교적 탄탄한 후발 주자들로 인해 위와 같은 전횡이 자주 엎어지곤 하는 보수 정치진영과 달리 이 바닥에는 '이들 이후'가 없고, 이 때문에 위와 같은 전횡이 사실상 정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등장한 '진보진영의 보배론' 같은 발화들이 이런 맥락이다. 분명히 저들의 행동에 비판받을 지점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다수가 아쉬운 실정이기 때문에 뒤엎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진보 정치판 '보스 정치/계보 정치'로 인해 더욱 공고화된다. 진보신당에 한정해 말하자면, 당 내의 많은 논의과정에서 종종 새로운 얼굴(차세대)들이 보이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그들의 '보스'들과 연이 매여있다. 일례로 최근 당 내 논의의 한 축으로 등장한 김준성, 이창우, 박용진의 주장은 심상정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들의 정치행동 역시 심상정의 정치행동과 일정한 시차를 두고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물론 한국같이 인척주의가 매우 강한 정치현실에서는 선배 정치지도자의 영향력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인척주의가 마땅히 민주적이어야 할 여러 문제들에서 과두제로 흐르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의 지분이 어찌되었든 마땅히 척결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진보의 쇄신'의 첫 발은 마땅히 '귀족'들을 버리고 진보 정치판 '시민 혁명'을 이루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